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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가 힘들다 - 엄마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딸들을 위한 모녀 심리학
사이토 다마키 외 지음, 전경아 옮김 / 책세상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대학교 때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있다.
"영원히 변하지 않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
시대상은 생물처럼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10~20년 전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하여 아들, 딸에 대한 차별도 심했고 여아 낙태도 많아서 통계적으로 셋째 아이의 성별 비율이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런 현상은 지금 결혼적령기 남녀 성비 불균형으로 이어져서 역화살을 맞게 되었다.
이미 사회는 모계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한국 보다 10년을 앞서 간다는 일본에서 수 년전 부터 모녀관계에 대한 문제들을 쟁점화하고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면 곧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내용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하고 이슈화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남성 정신과 의사가 여성 만화가, 작가, 상담가, 사회학자(겸 시인)과 일대일로 모녀관계, 모성, 젠더, 육아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눈 대담을 글로 엮었다.
총 5명의 인터뷰이가 나오는데 내용의 질이 다소 들쑥날쑥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일본 시대상이나 인물들에 대한 언급이 많다보니 이해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단점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과 한국의 유사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과 모성은 근대에 생겨난 개념이라는 것, 젠더는 학습화된다는 사실 등이다.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는 있다. 토론하고 공부하기에 참고서적으로 삼으면 좋을 만한 책이다. 추천까지 하기에는 애매한 부분들이 분명 존재한다.
미나시타 외할머니는 지역 부인회 부회장을 지냈는데 돌아가셨을 때는 바로 그날 밤부터
장례식까지 3일간 인근에 사는여성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울면서 이별을
아쉬워했어요. 인망이 두터운 사람이었죠. 반면에 남성의 존재감은 미미했고요.
예를 들면 정원 하츠가마가 열리는 곳에서는 남자가 가장으로서 도코노마의
큰 기둥 앞에 앉았지만 실질적으로는 남자들을 제치고 이모들이 대소사를 전부
정했어요. 농가의 힘쓰는 일이든 전기 배전판을 가는 일이든 전부 여자들이 해냈기
때문에 남자의 그림자가 전혀 없었어요.
-본문 214~215장-
미나시타 대신 "그런 행동은 보기 흉해'라고 엄하게 꾸짖었어요. 다도와 꽃꽂이를 배운
사람이라서 문 열고 닫는 법이나 젓가락질에 관해서는 몹시 엄격했지만
"여자아이니까"라는 말은 들은 기억이 없어요. 그렇다고 페미니즘적인 지향이
있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았지만요. 생각해보면 외가에서는 인간이 곧 여자였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균열이 없었죠.
(중략)
미나시타 오히려 학교나 사회로 나가니 '여자일 때'와 '인간일 때'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것이 사회학을 연구하겠다 결심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문 222쪽-
미나시타 사회가 변할 때는 일직선으로 나아가기보다 혁신과 그 반작용으로서 보수화를
거듭하는 등 진자처럼 흔들리면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본문 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