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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The Complete Maus 합본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대작임을 알고 있었고 언젠가는 읽어봐야 할 것이라는 것도 알았지만 그 때라는 것은 그리 빨리 오지 않았다. 그런데 드디어 이틀 전에 왔다. 그 날이...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비참함과 슬픔, 비극이 책 사이로 흘러 내렸다. 백만장자도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는 처절했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부와 명예로 고귀한 신분이던 어제의 영광은 하루 아침에 낡고 늘어진 옷과 크고 작은 나막신으로 추락했다. 비극은 가상과 창작이 아닌 현실과 실제로 더 선명하게 날선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학살과 전쟁은 반복된다. 인류가 멸망하는 그 날까지 멈추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겪는 최고치의 불운과 나락에 대한 간접체험으로 고통스럽고 괴로워야 하나? 비극의 역사를 빗겨나 안락하게 살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에 감사하고 행복해야 하나?
반성하고 예방을 위해 작은 것이나마 실천해나가는 것이 최선이겠지.
이토록 잔인한 역사의 반복 속에서도 사람들은 죽고 살아간다.
처음도 아닌데 그 충격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모든 전쟁은 죄악이다. 그 죄악을 누군가는 행한다. 부와 권력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당신은 부친께서 살아남은 것을 존경스럽게 생각합니까?”
“아... 물론이죠. 운이 많이 개입됐다는 건 알지만 아버진 놀랍도록 현실을 직시하셨고 수완이 대단했죠.”
“그래서 생존을 우러러볼 만하다고 생각하는군요. 그렇다면 살아남지 못한 건 우러러 볼 만하지 않다는 뜻입니까?”
“아,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마치 사는 게 승리고 죽음은 패배라는 식이죠.”
“맞아요. 인생은 늘 산 사람 편이죠. 그래서 무슨 이유인지 희생자들은 비난을 받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이 최선의 인간은 아니었듯이 죽은 사람들도 최선은 아니었죠. 무작위였으니까요!
휴우, 당신 책 얘길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대학살에 대해 얼마나 많은 책들이 쓰여 졌는지 보세요. 무슨 소용이 있었죠? 사람들은 변하지 않았어요... 어쩌면 더 새로운 대규모 학살이 필요할지도 모르죠.
어쨌든 죽은 희생자들이 자기들 얘기를 하는 일은 절대 없을 테니 더 이상의 얘긴 하지 않는 게 좋죠.“
본문 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