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20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 홍경인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TV로 몇 번 본 기억이 있다. 그때는 이 이야기의 참뜻을 알지 못했다. 이번에 소설도 참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한 단면을 시골 학교 교실에 비유하여 묘사하였는데 참 탁월한 해석이었다고 생각한다. 힘과 권력으로 사람들을 탄압하고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유일무이한 독재자와 그를 추종하고 따르는 혹은 불합리한 폭압 앞에서 바짝 엎드려 사는 무리들. 그 중에 민주주의 의식을 가진 한 명이 생겨나지만 어떻게 기존의 사회구조 속에 녹아들어가는지를 사실감있게 잘 표현하고 있다.

 

 단 아쉬운 점은 현실과는 동떨어진 다소 판타지에 가까운 결말내용이다. 왜 이 결말에 희열을 느끼지 못하고 냉소적일 수 밖에 없는가? 그만큼 이 사회가 가져다 준 좌절의 벽이 높디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저자가 3가지 버전의 결말을 지었다며 또 다른 하나의 결말을 책 말미에 수록했는데 그 내용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잉된 극단의 해석은 영 와닿지가 않았다. 은연중에 엄석대가 자신의 방식을 고수하며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암시를 보여 주는 정도로 마무리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나는 되도록 너희들에게 손을 안 대려고 했다. 석대의 강압에 못 이겨 시험지를 바꿔 준 것 자체는 용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너희들의 느낌이 어떠했는가를 듣게 되자 그냥 참을 수가 없었다. 너희들은 당연한 너희 몫을 빼앗기고도 분한 줄 몰랐고, 불의한 힘 앞에 굴복하고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 그것도 한 학급의 우등생인 녀석들이..... 만약 너희들이 계속해 그런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앞으로 맛보게 될 아픔은 오늘 내게 맞은 것과는 견줄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런 너희들이 어른이 되어 만들 세상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본문 71쪽

 

 

 

 "좋다. 너희들이 용기를 되찾은 걸 선생님은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제 앞으로의 일은 너희 손에 맡겨도 될 것 같아 마음 든든하다. 그렇지만 너희들도 값은 치러야 한다. 첫째로는 너희들의 지난 비겁의 값이고, 둘째로는 앞으로의 삶에 주는 교훈의 값이다. 한번 잃은 것은 결코 찾기가 쉽지 않다. 이 기회에 너희들이 그걸 배워 두지 않으면, 앞으로 또 이런 일이 벌어져도 너희들은 나 같은 선생님만 기다리고 있게 될 것이다. 괴롭고 힘들더라도 스스로 일어나 되찾지 못하고 언제나 남이 찾아 주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본문 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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