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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미스터 칩스 ㅣ 에버그린북스 6
제임스 힐튼 지음, 김기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하나 있다. 중학교 교사가 같은 학교 기간제 교사를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더욱 씁쓸하게 하는 것은 이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의 반응이었다.
언젠가 이런 일이 터질 줄 알았다. 그토록 항의해왔지만 학교측은 방관해오기만 했다. 우리들을 성추행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었나요, 선생님?
선생님은 부모와 버금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의 선생님들은 어떠한가? 학생들을 화풀이 도구 다루듯이 때리고 욕하는 선생, 학생들에게 성적인 희롱을 일삼는 선생, 학생들을 성적이라는 잣대로 집안배경이라는 잣대로 자기 멋대로 재고 평가하는 선생, 별별 정말 인간같지도 않는 선생들이 널렸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이 12년 동안 나를 스쳐간 선생님은 족히 수십수백명은 될 것이다. 이중에서 정말 스승이라고 부르고 싶은 은사는 손에 꼽힐 정도이고, 나에게 나쁜 추억(?)과 인상을 남겼던 선생은 두손 두발로 세어도 모자랄 정도이다.
스승으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인성은 배제된채 머릿속에 로봇처럼 암기되어 있는 지식을 녹음기 틀듯 재생하며 교육에 대한 철학도 사명감도 그 어떤 책임감도 갖고 있지 않은 선생님들은 엄밀히 말해 선생님이 아니라 선생일 뿐이다.
'칩핑'은 아이들 하나 하나를 인격체로 애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들의 얼굴과 이름과 에피소드들을 잊지않고 기억한다. 제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이 척박한 교육계 어딘가에도 '칩스'와 같은 스승이 존재하고 있음을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많은 선생님들이 처음 교직에 몸 담으며 가졌었던 교육과 학생에 대한 열정과 다짐이 현실에 부딪히고 한계를 느끼며 어느새 몸도 마음도 처음과 달리 많이 무뎌질 수 밖에 없음을 통감한다.
그러나 거기서 멈춰버리고 주저앉아 선생님으로서의 의미를 망각한 채 자포자기하며 스스로 '괴물 '화 되어버리는 것을 눈감고 현실과 타협해버린다면 그야 말로 정말 그건 선생님이길 포기한 선생일 것이다.
우리 교육계에 욕먹고 손가락질 당하는 선생 보다 존경받고 사랑받는 스승이 많아질 그 날을 꿈꾸며...
굿바이! 미스터 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