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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ㅣ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평점 :
'이태백', '사오정'을 거쳐 '삼포 세대', '오포 세대'가 나오더니 급기야 이제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널리 유통되고 있다. 갈수록 점입가경이요, 설상가상, 첩첩산중, 진퇴양난, 아비규환이다. 더불어 사람들은 너도 나도 이민가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말 뿐만 아니다. 실제로 능력있는 젊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이민 계획을 세워 실천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현세태를 비약적으로 꼬집고 있다.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민'이란 실제로 하든 말로만 하든 하나의 희망 수단이 되고 있다. 솔직히 그런 사람들이 아니꼬웠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민'이라는 비겁한 도피가 아닌 '혁명', '저항', '파업', '집회' 등의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은 그들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책의 완성도에 대해 말하자면 문맥이 안 맞는 부분도 있고 성적 비하 발언 등이 아쉬웠지만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있다. 장강명 소설 중에서 대표작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이 작품을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 장강명 소설을 3권 읽으면서 의아했던 부분은 항상 다른 매체나 작품에서 문구를 인용하거나 따오던데 발췌를 한 것이니 표절은 아니겠지만 작가가 글을 쓸 때 창작에 대한 깊은 고민을 생략한 채 너무 안일하게 소설을 만드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 내에 다작하는 비결이 이것이라면 뒷맛이 좀 씁쓸해진다.
지옥을 떠난다고 해서 천국에 도달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환경이 아닌 본인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헬조선'을 만든 것도, '헬조선'을 부술 수 있는 것도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나만 잘 살고자 하는 마음이 사기꾼을 지도자로 만들었고 사기꾼 지도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장기를 통해 지금의 지도자를 만들었고 그 지도자는 아비가 못 다 이룬 독재를 완성하고자 하겠지. 그렇다면 그 씨앗을 뿌린 사람들이 다시 거두어야 제자리로 돌아가는게 아니겠는가. 남의 눈에 피눈물이 나든 말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여, 지금은 좀 더 여유롭고 넉넉하게 살고들 있는지? 아직도 세상이 막아 놓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깜깜이로 지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이젠 조금 눈을 뜨긴 했지만 되돌리기 위해 흘려야할 피의 댓가가 두려워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헬조선'이 만들어지기까지 방조하고 일조한 범인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