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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책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8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책을 끊김이 없이 한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었다. 책을 덮고 시계를 올려다보니 3시간 정도 소요된 것 같다. 목덜미에서는 여행으로 인해 노곤해진 땀이 촉촉하게 베어 있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 책을 통해 오늘 처음 접했다. 물론 그의 명성과 그가 펴낸 다수의 작품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도서관과 서점을 통해서 눈에 익게 접해 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기 전까지도 나는 아무런 기대를 가지지 않았다. 이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서평 점수와 어느 한 분의 서평을 읽고 나서 베르베르식의 따분하고 긴 서사시 정도의 이미지가 느껴졌을 뿐, 단지 그 것이 다 였다.
아직 그의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으니 미리 기대 하지도, 어떤 선입견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만족감이 더 커질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여행의 책>을 읽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이 책을 먼저 읽은 선배로서 우선 이 책을 읽기 전에 갖춰야 할 준비물을 넌지시 알려드리고 싶다.
아무에게 구속받지 않을 수 있는 조용한 공간, 감성을 더 자극시키는 모두 깊이 잠이 든 밤, 상상력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정적(평소에 습관적으로 틀어 놓곤 하는 잔잔한 음악도 이 책에서는 오히려 방해물이 될 수 있다.), 푹신한 베개와 포근한 이불, 조그마한 메모지와 펜 (나중에 다시 한 번 이 책을 펼쳤을 때 그때의 감동이 그대로 전이될 수 있도록 되도록 이면 포스트잇을 준비하셨으면 좋겠다.) 넉넉한 시간과 (읽다가 화장실을 간다든지 잠이 들지 않게 할 수 있는) 적당한 몸의 상태, 이 모든 것들이 갖추어 졌다면 이젠 책을 펼쳐 들고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 책에 집중하시라.
이 책을 재미있게 읽기 위한 마지막 중요한 관건은 바로 상상력이다. 오직 눈으로만 활자를 따라가며 의례 책을 읽으며 그러했듯이 머리로 이해하려 하지 마시길. 그렇다면 그 것이야 말로 이 책을 이 세상에서 제일 따분하고 골치 아픈 것(?)으로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 될테니까 말이다. 참 재미있는 여행이었다. 참 유익한 여행이었다. 영혼으로 행하고 마음으로 느끼게 했던 감동의 여행이었다.
이 책이 내게 속삭였듯이 활자의 생명력을 몸소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책장 마지막 날개에 이르니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른 작품들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 특히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라는 책에 눈길이 간다.
언제 다시 책을 통해 베르베르와 만나게 될진 모르겠지만 정말 좋았다. 꽤 오랜만에 나는 좋은 책을 접했을때만 느껴지곤 하는 기분 좋은 흥분감에 취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