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의자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82
베라 윌리엄스 지음,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참 닫힌 사람이다. 마음을 꽁꽁 닫은 채 좀처럼 열지 않는다. 우리가족은 엄마, 아빠, 나, 동생 이렇게 네식구이다. 가족조차도 내겐 껄끄러운 존재이다. 이 세상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은 오직 엄마 뿐이다. 때때로 엄마를 미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래도 결국 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엄마 품 밖에 없다. 요즘 들어 종종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를 상상해보곤 한다. 진짜 끔찍하다. 그렇게 되면 고립이다. 그날이 오면 마지막으로 열려있던 내 마음의 문도 영원히 닫힐 것이다. 그만큼 엄마란 존재는 내게 있어 세상에서 오직 하나 남은 유일한 내 마음의 안식처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며 가슴 아파 한다는데 나는 아빠의 흰머리, 엄마의 흰머리를 보고도 아무 느낌이 안들었다. 그런데 몇일 전 텅텅 빈 엄마의 머리숱과 예전보다 한결 더 많아진 흰머리를 보며 가슴이 덜컹했다. 은혜를 갚고 효도할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쳤다.

고등학생때 할머니가 돌아가셨을때도 후회같은건 들지 않았다. 살아계실때 잘해주지 못해 한이 맺힌다는 이야기들은 내게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학을 가고 졸업해서 취직을 하면서 뒤늦은 안타까움이 몰려왔다. 조금만 더 오래 살지... 내가 대학생이 될때까지 내가 사회인이 될때까지 더 오래 살았으면 할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많이 많이 사드렸을텐데... 학생 때는 그럴 돈이 없었다.

오직 돈 모을려는 일념하에 좀처럼 집안 살림에 돈을 보태지 않는 내가 이번에는 크게 돈을 쓸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건강은 중요한 것이기에... 내가 아무리 독촉해도 손사래를 치는 엄마.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내 눈에는 눈물이 흐른다. 이번만큼은 아프고 후회하고 속상 할 일 없게 해야지. 엄마...엄마... 한 없이 사랑한다. 그리고 꼭 행복하고 기쁘게 해줄테야.

이젠 내가 엄마에게 포근하고 푹신한 의자가 되어줄께. 내게 기대. 엄마를 보호해줄만큼 나는 훌쩍 컸으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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