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 - 쉰다섯, 비로소 시작하는 진짜 내 인생
서정희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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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씨의 책은 예전부터 많이 보아왔다.
팬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낸 책들은 읽다보면 솔직하고 진지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있었고 그 따뜻한 분위기도 좋았다. 그래서 몇 권 안되기도 했지만, 그녀의 책들은 거의 다 봤다.
하지만 그때도 책을 읽으면서, 밝고 행복한 사람은 아닐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때만해도 서세원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키기 전이었고, 잘나가던 MC의 아내이니만큼 남부러울 것 없이 살고 있을테고, 그리고 책 속에서도 그녀는 충분히 행복하게 사는 엄마와 아내의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그런 생각은 들 이유가 없었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다.
그리고는 넘겼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어느 날,
격적인 기사가 세상을 흔들었고 예전부터의 그런 내 느낌이 있었기에 엄청 허를 찔릴만큼 충격까진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정도가 굉장히 심했었기에 놀랐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그러고 살았을까.
순간의 폭력이 아닌, 일평생 지속되는 폭언과 폭력 속에, 어떻게 그렇게 행복한 모습을 억지로라도 지어보이며 살 수 있었을까. 역시 신앙의 힘이었나. 수많은 생각들이 들며 한동안 내 머릿 속에 그녀에 대한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그녀의 책이 나왔다.

 

 

 

 

 

예전처럼 뽀얗고 가녀린 그녀의 모습을 찍은 표지는, 그 전에 그녀가 낸 책들과 비슷했다.
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다르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전과 같은 마음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이미 여러 기사들을 통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도 있었고, 그런 충격에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또다른 아픈 이야기들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처음부터 지금까지 담담히 고백하고 있는데, 결코 서러워하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때의 나는 그랬고,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이었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을 줄 알았고, 그러한 수많은 생각과 이야기들을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더 마음이 찡하게 와닿았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여자이고, 같은 엄마의 처지여서 그랬을까. 어쨋든 그녀의 삶은 너무 아팠다.

 

 

 

 

 

아픔이 깊었던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내공같은 게 있다.
충분히 분노스럽고 원망스러운 상황에서도, 대상에 대한 원망이나 자기 삶에 대한 후회같은 것들보다,
그저 담담하게 자신이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힘.
그런 그녀의 글이 마음에 들었다.

그 깊은 아픔을 이기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공감해주며 보듬어가며, 함께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거짓 없이 내 삶을 받아들이면서 한 가지 꿈이 생겼다. 절대 다시 시작할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절대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사람들에게,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꿈을 가진 바보들에게, 나와 같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되고 싶다는 꿈, 세상과 소통하며 소외되고 고독한 이들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는 꿈 말이다.

앞으로 다시는 다른 이에게 내 삶을 걸지 않겠다. 나의 시간을 오로지 나를 위해 모두 사용할 생각이다. 쉰이 훌쩍 넘은 지금, 더 이상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 ‘정희’라는 이름의 진짜 ‘내 인생’을 비로소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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