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도쿄
김민정 글.사진 / 효형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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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름도 생소하고, 화려하게 광고를 하는 책도 아니었지만

'엄마'와 '도쿄'라는 단어 두개만 보고 고른 책이었다.

 

감성이 뚝뚝 뭍어나는 사진들과 역시 감성적인 글들로 페이지들을 채우는 수많은 에세이들 속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진솔한 삶의 모습들을 좀 보고 듣고 싶었다.

웬지 이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해 줄 것만 같아 선택했는데,

254페이지의 에필로그까지

정말 아까워서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너무 소중하게 본 책이었다.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40대 초반의 아이 둘 가진 여성에게 삶은 슬퍼하고 앉아만 있길 허락하지 않았다.

억척같이 강인하게 살던 엄마는 어린 아이들 둘을 데리고 일본으로 건너온다.

그녀의 꿈과 인생따위는 마치 전혀 없는 것처럼,

그렇게 스무해동안 낯선 땅에서 철저히 자식들 뒷바라지와 생계를 위해 살아간다.

 

그런 엄마에게도 꿈이 있고 인생이 있었는데,

딸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다.

"Someday I Will Fly Away"

엄마의 열쇠고리에 적힌 이 문구를 보고 눈물을 그칠수 없는 장면에서는 역시 그런 인생을 살아왔을 우리 엄마가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을 뿐인데,

매일 밤 쉬지도 않고 여덟시간을 꼬박 서서 일하며, 때론 일본사람들의 조롱을 받아가며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엄마에게

암이라는 무서운 선고가 떨어지고,

그 선고를 받은 후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남은 딸은 엄마와의 스무해 추억을 더듬는다.

엄마와 맛있게 먹었던 돈가스 집, 엄마가 좋아하던 끽다실 르누아르의 커피, 구시노보에 있는 구시아게 집.

함께했던 신주쿠 교엔, 도쿄의 병원, 골든가에 있는 엄마의 심야식당 '파인트리'.

도쿄 곳곳에 녹아있는 엄마와의 추억이, 마치 나의 추억인듯 애틋해지고 설레었다.

 

 

 

"한꺼번에 철드는 일은 없었다.

한 철 한 철 계절을 넘길 때마다

조금씩 어른이 되어갈 뿐이었다."

- P.100 

 

"그렇게 원하던 자유를

엄마는 일본 땅에서 조금쯤은 맛봤을까?

일본에 온 후 엄마에겐 미국을 동경할 틈마저 없었던 것은 아닐까?"

- P.224

 

 

 

 

 

'엄마'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애틋해지고 한편으로는 슬픈 마음이 드는 것은,

한살씩 나이가 먹어가면서 더해지는 것 같다.

특히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집이 아닌 시댁으로 명절을 맞이하러 가는 기분은 더욱 그랬다.

함께 할때 잘할걸.

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 모두의 입에 오르내리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엄마와 내가 참 다르면서도 참 많이 닮았듯이,

작가와 도쿄의 엄마도 그랬다.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음악을 좋아하고, 같은 의류 브랜드를 좋아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속을 알수없는 엄마의 마음에 답답해하기도 일쑤였다.

그랬음에도,

결국은 엄마가 떠난 후에 남은 주변의 흔적들은 엄마의 것이 아닌게 없다.

어딜가도, 뭘 먹어도, 작가에겐 엄마와의 추억이 되어 있었다.

 

 

스무살부터 서울로 올라와서 엄마와 떨어져서 산 나는,

어쩌면 엄마에 대해서 훨씬 더 모르는 게 많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마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음식을 잘 드시는지, 어디를 좋아하는지,

작가만큼 세세히 알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럼  나는 나중에, 엄마를 추억하고 그리움을 함께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아쉽고, 슬프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스무해 동안 작가가 엄마와 다닌 추억의 장소와 맛집들에 가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우리 엄마가 너무 보고싶어졌다.

 

 

 

 

 

지금은 이렇게 슬프고

눈물마저 말라

다시는 웃지 못할 것 같지만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얘기할 날이 언젠가 오겠지

저런 시절도 있었다고

웃으며 얘기할 날이 오겠지

그러니 오늘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오늘의 바람을 맞아보자

 

-나카지마 미유키,<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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