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선샤인 [dts]
미셸 공드리 감독, 짐 캐리 외 출연 /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쌈지)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  
코벤트 가든에서 간만에 영화를 보았다. 6파운드... 오후 4시 10분이라 학생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
25분 간의 긴 광고 시간이 끝나고 (관중으로서의 의무인가. 쩝)서야 겨우 영화를 볼 수 있었다. Paul빵집에서 사온 쇼꼴라 빵이 체했는지 명치 끝을 두드리면서 영화에 집중했다. 클라리넷 선율이 돋보이는 BGM에 짐 케리의 진지한 연기가 돋보였다.

여주인공 케이트 윈슬릿은 얼마전에 자신과 똑같이 성형수술을 시도한 여성 때문에 그 스트레스를 신문지상에 호소하였는데, 내가 볼때는 고친 그 여성의 경우, 자신은 수술 결과에 만족하지만 어느 한곳도 캐서린을 닮지 않았음을 확인하고는 웃음이 나왔다. 요는 주관적인 만족감이 아니었나 한다^^

친구가족의 파티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공통점 - 사람들사이에서 쉽게 융화되지 않는 - 을 발견하고는 쉽게 친해진다...
라고,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할 수 있어도, 영화의 시작은 이렇지가 않다.

틀에 박힌 일상을 접고 겨울 바닷가로 무작정 기차를 갈아타는 조엘(짐케리)는 해변에서 클레멘타인을 만난다. Blue ruin이었던가, Tangerine이었던가... 특이한 그녀의 머리색깔과 처음 만난 것 같지 않은 다정함에 둘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해 진다.

하지만, 그렇게 사랑하게 된 연인이 자신과의 기억을 훗날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괴로와 할 줄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줄거리를 얘기해 드리고 싶지만, 직접 보시는 것이 어떠실지...:p
영화 내내 사용된 여러가지 key들 - 현대미술과도 그 맥이 많이 닿아 있다. 어떤 것들은 정말 멋지게 적용되어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감각적인 디테일이 사용될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 구성에 찬탄을 보낸다.

이 곳 영국의 비평가 평점 5점에 4점으로 줄곧 3위를 고수하고 있다. 물론 box office에는 순위에 조차 올라있지 않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2004년의 "퐁네프의 연인"이라고 이름붙이고 싶은 영화 -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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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이래 줄곧 마시기 시작한 역사 깊은 음료 중 하나다. 국내에는 100년 전 고종황제가 처음 마신 것으로 기록돼 있다. 커피에는 카페인이 있어 많이 마시면 몸에 해롭지만, 시카고 대학교 제임스 웨이트(James Wyatt) 박사팀은 시간당 60cc 정도 꾸준히 마시면 각성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아라비아의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유럽에 커피가 소개되었을 때, 유럽인들은 커피의 맛을 ‘악마의 쓴맛’이라며 마시는 것 자체를 죄악시했다고 한다. 하지만 교황 클레멘트 8세가 1600년에 커피를 직접 마셔보고 커피 애찬가가 되면서 유럽에 커피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그만큼 커피는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를 제대로 알고 마신다면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제대로 커피를 즐기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기억해야 한다. 신선하고 좋은 커피를 고를 수 있는 안목과 커피를 잘 끓여낼 수 있는 기술. 무엇보다도 이 두 가지만 지킨다면 ‘완벽한 모닝커피’를 마실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다.
큰 손이 이리저리 오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예술 작품이 한 점 완성된다. 짙은 갈색 톤 캔버스 위에 새하얀 나비가 탄생하고 로맨틱한 문양이 탄생했다. 카페 매니저와 국내외 바리스타 대회에서 상을 휩쓴 바리스타 임종명 씨의 손끝을 거쳐 완성된 예술 커피는 압구정의 예쁜 카페 ‘비오니’에서 맛볼 수 있다.
커피 맛을 한 번 맛본 사람은 꼭 단골이 된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매장 안은 손님들로 북적인다. 비오니의 대표적인 커피는 바로 에스프레소. 기존의 다른 카페의 에스프레소 맛에 익숙해진 사람이 비오니를 찾았다면 진하고 풍부한 맛에 한 번 놀라고, 에스프레소 위를 장식한 라떼아트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커피 특유의 진한 향이 입 안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에스프레소는 이미 커피 예찬가들로부터 인정받았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커피는 흔히 알고 있는 브라질이나 콜롬비아 말고도 세계 약 80여 개국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고, 재배 방법과 산지 조건, 가공 처리 방법에 따라 수백, 수천 가지의 커피가 있어요. 물론 각각의 맛은 모두 틀리죠. 커피는 취향에 맞게 마시는 것이 좋아요. 물론 모든 커피들의 맛과 향을 알고 취향에 맞는 커피를 찾기란 어렵지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서 즐긴다면 그자체로도 충분합니다. 다만 커피를 추천한다면 에스프레소를 권하고 싶어요. 에스프레소는 작은 잔에 적당한 양으로 마셔야 하거든요. 적은 양이지만 커피가 줄 수 있는 즐거움은 모두 가지고 있어요. 신선한 향은 물론 깊고 진한 맛까지 두루 갖춘 커피 중의 커피죠.”
7년이 넘는 경력, 이쯤 되면 나름대로 대가의 반열에 섰을 듯. 풍부한 커피 맛을 내면서 50가지 이상의 그림을 그리는 그를 예술가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비오니가 이탈리아의 이국적인 맛으로 입 안을 자극시킨다면 카페 ‘오가닉’은 유기농 커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국내 첫 유기농 커피 전문점이란 타이틀을 조심스레 내걸고 천연 퇴비만으로 키워 탄생한 신선한 커피만을 선보인다.
오가닉은 고산지대와 열대 다우림 지역에서 생산되는 아라비카 유기농 커피 원두만 사용한다. 커피의 2대 원종 가운데 하나인 ‘코페아 아라비카’의 열매가 바로 아라비카.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아라비카는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로 해발 800~2,000m 고지대에서만 자라기 때문. 유기농 커피는 열매를 일일이 손으로 따는 등 일반 커피와는 달리 손이 많이 간다.

또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볶으면 고품질의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한 번에 10kg씩만 볶는다고. 뿐만 아니라 까다로운 국제유기농기구(IFOAM)와 식약청에서 인증했기에 더욱 믿음이 간다. 오가닉의 커피는 산도가 낮아 위에 부담이 없으며 향이 깊고 부드러운 게 특징이다.
커피 하면 뭐니뭐니해도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을 빼놓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 커피의 산 증인이라고 말할 정도로 커피와 함께한 세월만 24년이다. 8평 정도의 작고 아담한 실내에는 완벽한 커피 맛을 만들기 위한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다.
매일 아침 커피를 뽑는 것은 기본이고,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불량 원두를 직접 골라낸다. 또 블렌딩할 때도 원두를 섞지 않고 커피를 내려 섞는 등 최고의 맛과 품질을 위해 매일 아침을 보낸다. 허형만의 모든 커피는 커피 특유의 씁쓸한 뒷맛이 없고 입 안을 상큼하게 해주는 신맛이 감돈다.
맛있는 커피는 커피를 뽑는 과정에 있다고 말하는 허형만 대표. 완성된 커피를 얹을 컵 받침을 준비하고, 정성스레 템핑(원두를 간 후 골고루 눌러주는 것)을 하는데, 이런 과정이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커피에도 예절과 지켜야 할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죠.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만들 때도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야 해요. 작은 것부터 차례대로 지키고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작고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과정을 지킨다면 식은 커피도 맛있을 겁니다. 진짜 맛있는 커피는 식은 후에도 맛과 향이 전해지거든요.”


이처럼 24년간의 노하우와 커피인생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그에게 커피 만드는 법과 즐기는 방법 등을 배워 커피전문점 오픈하는 것을 도와줄 정도로 그는 상당한 커피예찬가다. 그렇다면 커피를 제대로 즐기는 첫걸음은 무엇일까. 진짜 커피 맛을 아는 것부터라고 했다. 사실 인스턴트 커피에 익숙한 우리에게 쓰기만 한 원두커피를‘왜 먹나’ 싶을 정도로 맛이 없을 수도 있다.
소위 맛의 3박자를 갖춘 커피 즉, 600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재배한 아라비카 종(種)의 신선한 원두(green bean), 이 원두를 검붉은 빛깔로 볶아내는 기술(roasting), 이를 갈아낸 커피가루의 20%만 정확히 우려내는 기술(brewing)이 어우러져 좋은 커피가 완성되는 것이다. 감성지수가 풍부한 사람만이 커피를 좋아하고 제대로 마실 줄 안다고 말하는 허형만 대표. 문득 진한 향의 핸드드립 커피를 즐기고 싶은 이른 아침. 조금 일찍 압구정에 들러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향·맛·분위기까지 갖춰 마시는 커피한 잔. 그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일 것이다.

에디터_배주현 사진_이휘영 문의_카페 비오니(02-3445-8868),
카페 오가닉(02-3445-0618), 허형만의 압구정 커피집(02-511-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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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tella.K > [퍼온글] 이규태의 지하실에 들어가다

24년동안 칼럼을 연재하고 세상을 떠난 <조선일보> 전 논술고문의 서재
1만권이 넘는 책들과 엄청난 메모들이 행복한 글쟁이의 인생을 증명한다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24년 동안 8391일에 걸쳐 6702회까지 이어진 초유의 신문 고정 칼럼(‘이규태 코너’), 스스로 주도한 대형 신문 시리즈물 37개, 120여 권에 이르는 저서….

지난 2월25일 별세한 이규태 <조선일보> 전 논술고문이 평생에 이룩한 기록은 한국 언론에서는 이례적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은 저널리스트들이 꾸준히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그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와 경험이 일천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원천과 생명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이 이 전 고문의 자택 지하실 서재를 물리적 원천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이 전 고문의 자택 지하 서재 모습. ‘이규태 코너’의 아이디어와 글 재료가 이곳에서 나왔다.

그 서재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이 전 고문의 장남인 이사부(41·<스포츠조선> 엔터테인먼트부 부장대우)씨는 <한겨레21>의 취재 요청에 흔쾌히 동의하고 서재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 전 고문을 모시고 살아왔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이 전 고문의 자택에 들른 것은 3월8일 오후 2시였다.

사람 얼굴을 다룬 책만도 30권

20~25평 정도 돼 보이는 지하실 서재는 책과 각종 스크랩, 서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미니 도서관’이라는 말이 적당할 듯했다. “책이 정확하게 몇 권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이씨는 “정확하게 세어보지 않아서 알 수는 없지만, 대략 1만2천~1만3천권 정도 될 것 같다”며 “원하는 자료를 모으는 기쁨과 행복으로 한평생을 산 분이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셨다”고 말했다. 이 공간을 마련한 때는 10년 전이었다. “아파트에 살 때만 해도 온 집안의 벽이 책으로 가득 찼죠. 10년 전 이사를 하는 데 가장 먼저 고려하시는 게 이 공간이더라고요. 이런 곳을 마련할 만한 경제적인 여유는 없었지만 무리를 해서 이사한 겁니다.”

이 전 고문은 평생 수입의 상당 부분을 책 사는 데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너무 많이 사다 보니 대형 서점들에서는 아예 일본 책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책 제목과 간략한 내용이 담긴 리스트를 부친께 먼저 보내줄 정도였다”며 “새로운 전집류가 집에 들어올 때면 ‘우리나라에 한 질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흐뭇해하시던 기억이 난다”고 회고했다.


△ 그는 <조선일보> 입사 뒤 45년 동안 근속하면서 글을 썼고 퇴직 뒤에도 2년 동안 계속 글을 써왔다.

책들은 대부분 한글과 일본어, 그리고 한자로 된 것들이었다. 영어책은 거의 없었다. 전집류는 한쪽 벽에 몰아서 정리됐다. 국사책에서 제목만 외웠던 것들이 눈에 띄었다. <연려실기술> <성호야설> <조선왕조실록> <대동야승> <불교대장경>…. 최근에 발간된 것보다는 1960~80년대에 나온 것들이 많았다.

전집류를 제외한 나머지 책들은 주제에 맞게 분류됐다. 도서관처럼 고유번호를 붙여서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의 분류법이 있는 듯했다. 설화와 신화, 시조·한시 등 한국문학, 삼국시대, 한국전쟁, 한국의 건축, 한국의 음식, 한국의 의류문화, 인간관계 등 주제에 따라 책들이 따로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와 관련한 방대한 주제의 자료들이었다. 그에게 ‘한국학’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유를 알 만했다. 예를 들어 사람의 얼굴에 관한 연구를 다룬 책들만 해도 족히 30권은 돼 보였다. 어떤 책들에는 책 겉표지에 색깔이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책갈피에 메모지가 붙어 있는 책도 있었다. 책을 사지 못한 경우에는 책 전체를 복사해놓기도 했다.

이 전 고문이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는 데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보였다는 점은 나름대로 만든 색인 목록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색인 분류 도구를 서재 한쪽에 마련한 그는 ‘창기’(娼妓), ‘향약’ ‘기후’ 등 각각의 주제별로 이용할 수 있는 자료의 내역을 정리해놨다. 예를 들어 기후나 풍속과 관련한 주제에 대해서는 고려사 공민왕편 몇 년에 해당하는 곳에 해당 자료가 있다는 식으로 돼 있다.

둘째형 월북으로 마음 고생

이 전 고문은 ‘자료수집광’인 동시에 ‘메모광’이었다. 서재 한쪽엔 수십 권의 노트와 스크랩들이 모여 있었다. 신문기사들을 모아 오려붙인 기사 스크랩과 직접 손으로 해당 주제에 대해 메모한 것들이었다. 아들 이씨는 “부친께서는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부분이 나오면 항상 노트에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면서 “사소한 것이라도 못 버리는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없는 재료들로 글을 쓸 수 있는 배경이 여기에 있는 듯했다. 미처 쓰지 못한 새 대학노트들도 스무 권이 넘어 보였다.

이 전 고문은 인터넷과는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한다. ‘독수리 타법’으로 기사를 쓰고 그것을 이메일로 보내는 정도까지만 컴퓨터를 활용했다. 모으고, 분류하고, 재활용하는 모든 행위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했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그는 문구점을 사랑했다. “새로운 파일이 나오면 꼭 사야 하고 노트도 항상 새것이 몇 개 이상씩은 있어야 했다”는 게 아들 이씨의 말이다. 이 전 고문은 마지막 칼럼(2월23일치)에서 자신을 “어린 시절 종이를 처음 보고는 너무 신기해 잠을 이룰 수 없었던 소년”이라고 일컬었다.

물론 그의 칼럼이 항상 호평만을 들은 건 아니다. 9·11 사태 이후 아랍인들의 특징에 대해 “극단을 오가는 기후 틀에 마음도 틀이 박혀 매사에 극단적”이며 “복수에 민감하고 호전적”이라고 썼다가 “환경결정론이며 인종주의적 편견”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고, 1994년 10월에는 하루치 칼럼의 상당 부분이 일본 <아사히신문>의 논설위원이 쓴 글과 겹친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칼럼니스트들이 끊임없이 시민사회와 충돌했던 것에 견줘보면 1990년대 이후 계속 높아져만 간 반조선일보 기류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가 비교적 한쪽으로 쏠리지 않은 내용의 글로 일관했던 배경에 대해 아들 이씨는 “부친께서 들려준 말씀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국전쟁 당시였는데 둘째 큰아버지가 좌익 고위 간부였다가 월북했다는 사실 때문에 당신을 포함한 가족과 친척이 연좌제 때문에 고생했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당신도 잘못하면 돌아가실 뻔한 위기까지 갔는데 당시 경찰서장이 봐줘서 살아났다는군요. 신문사에 입사한 이후로도 조카들이 취직할 때 보증까지 서야 했다고 하셨죠. 제가 대학에 들어갈 때도 ‘데모하는 것은 좋은데 연좌제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충고하셨습니다.”

숨이 멎기 3일전까지 칼럼 써

서재의 책들은 3월 말께 연세대 도서관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수십 년간 때를 묻힌 책들에 대해서 이 전 고문은 “그렇지만 나만큼 책을 정독하거나 완독하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라며 시치미를 뗐다고 한다. 글을 쓰기 위해 필요한 부분만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발췌해서 봐야 하는 기자들의 노동 방식을 있는 그대로 털어놓은 셈이다. 아들 이씨는 “장례식장에서 한 스님이 이규택 코너 24년치를 모두 복사해서 보관해오던 것을 가지고 온 것을 보고 ‘부친께서 행복한 삶을 사셨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고문이 쓴 모든 글을 한데 묶어 ‘이규태 전집’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전 고문은 숨이 멎기 3일 전까지 칼럼을 썼다. 폐암 말기 증상 때문에 마지막 몇 회는 기력이 달려 구술했다. ‘독자와 세상에 대한 유언’이나 다름없는 그의 글은 이렇게 시작한다. “글로 먹고사는 놈에게 항상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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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키노 > 현장영화인 20인의 추천도서 [1]


1953년생 백전노장 임재영 조명기사부터 스물다섯살 터울의 1978년생 강동균 현장편집기사까지 현장영화인 스무명이 마음에 품었던 책을 꺼냈다. 경험과 연령차는 있지만 이들은 공히 장편영화 3편 이상을 작업한 각자의 분야에서 인정받는 노련한 기사급 스탭이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작업하고 있거나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는 그들에게 책을 추천받고 자필 원고를 청탁했다. 그 결과 영화작업에 실용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전문도서에서 예술적 영감을 주는 화집이나 산문집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맞은 다양한 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현장영화인 20인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직접 써내려간 추천사와 함께 그들이 오랫동안 탐독했던 책 스무권의 첫 페이지를 이제 넘겨본다.

오감으로 그려낸 인간의 얼굴

<존 버거의 글로 쓰는 사진> 존 버거 지음/ 김우룡 옮김/ 열화당 펴냄

류성희/ 미술감독

수전 손탁은 이렇게 존 버거를 치켜세웠다. “내가 보기에 오늘날의 작가들 중에서 존 버거에 견줄 만한 작가는 없다. 로렌스 이후로 양심의 명령에 따르는 책임감과 감각적인 세계에 대한 배려를 동시에 보여주는 데 존 버거만큼 성공한 작가는 없었다.” 이 시대의 가장 뛰어난 재능을 꼽을 때 그를 빼놓을 수 없다. 저명한 미술평론가이자 소설가, 에세이스트, 사진이론가, 좌파 정치 이론가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급의 역할을 보여준다. 그는 논쟁할 때 열정과 사나움을 가지고 분노할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동시에 그의 글은 섬세하고 직관적이며 문장이 지닌 음악성은 울림을 남긴다.

<존 버거의 글로 쓰는 사진>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는 존 버거가 직·간접적으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이 시각적인 문체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그를 분석하지 않는다. 그렇다. 관찰하는 눈이 있을 뿐이다. 너무도 순수하고 성실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인물과 상황을 치밀하게 묘사하는 데 모든 시각적, 음악적, 후각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인물들을 대할 때마다 한장의 사진에서 얻는 감흥과 비슷한 무엇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읽는 이가 각자 자신만의 한장의 흑백사진을 찍어내게 만든다. 때로 그것은 그들의 주름과 한숨, 조롱이 담긴 표정의 클로즈업일 때도 있고, 런던광장에서 병든 비둘기를 돌보고 있는 미국산 운동화를 신은 노숙자 여인의 풀숏이기도 하다. 읽는 이는 그 모습에 감춰진 비밀을 탐구하는 데 동참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가 삶과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의 근심어린 행복한 시선이 너무도 따뜻해서 종종 눈물이 난다. 마치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비밀스러운 제안을 하는 듯하다.

그가 묘사하는 인물들을 연민하고 사랑하고 안타까워하지만, 결코 직접적으로 그런 투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모든 문장, 조화, 묘사 속에서 그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진실을 갈구하는 젊은 관찰자의 열정, 그리고 세상의 숨겨진 구조를 파악해내려는 지식인의 예리함을 동시에 지닌 훌륭한 작가다. 그의 이런 시선과 방식을 진정 배우고 싶다.

비틀어 보기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다

<르네 마그리트> 수지 개블릭 지음/ 천수원 옮김/ 시공사 펴냄

신보경/ 미술감독

어릴 적 대가족의 품에서 자랐지만 유난히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항아리 아줌마가 나에게 걸어와 말을 건네거나 요술봉을 흔들면 방 안이 궁전으로 변한다는 등의 상상으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요술쟁이로 분한 내가 골목 어귀에 앉아 즐기던 마법은 사람을 난쟁이로 만드는 일이었다. 한쪽 눈을 감고 손을 들어 감지 않은 눈 가까이로 당겨서 지나가는 사람의 발바닥 높이와 잘 맞추면 행인은 금세 난쟁이로 변했다. 같은 방법으로 돌멩이 위에 집을 얹거나 먹던 사과 위로 똥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게 했다. 이런 유치한 장난은 시간이 흘러 친구와 노는 즐거움을 알게 된 뒤에는 자연스레 잊혀졌다. 그런데 사춘기를 막 지날 무렵 미대를 다니던 언니의 책상 위에서 어릴 적 내가 즐기던 그 유치한 놀이를 그림으로 그려낸 책을 발견했다. 표지에는 르네 마그리트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이렇게 처음 만난 마그리트 화집은 장난 같은 그림투성이었다.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말장난을 하거나 비슷한 스케치를 늘어놓고는 이름만 다르게 붙이는 등 그것은 엉성한 화집의 전형이었다. 다만 바다 위 허공에 떠 있는 커다란 바위성을 표현한 그림은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도 고흐의 불꽃 같은 그림 옆에는 나란히 놓일 수도 없고 다시 펼쳐보지 않아도 될 책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마그리트와의 인연은 오래 지속됐다. 미대에 입학한 뒤 미술사 시간에 초현실주의를 강변하던 선생님이 보여준 슬라이드 화면에는 바로 그 유치한 그림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여전히 마그리트의 그림은 나에게는 에곤 실러나 구스타프 클림트보다는 별반 매력없이 느껴졌다. 달라진 것은 예전보다는 훨씬 묘사력이 있다고 생각했을 따름이다. 그 묘사력을 왜 저렇게 쓸까 하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가까운 자리에 마그리트의 화집을 두고 심심할 때마다 펼쳐보게 됐다. 몇년 뒤 르네 마그리트를 다시 떠올린 건 <매트릭스>를 보고 나서였다. <매트릭스>와 마그리트의 그림은 왠지 모르게 닮았다. <매트릭스>를 보며 느낀 현재와 실재성에 대한 화두는 내던졌던 마그리트의 화집을 진지하게 다시 집어들게 했다. 그리고 발칙한 비틀어 보기와 삶의 고정관념에 대한 무한한 반문을 제기하는 마그리트 그림의 매력에 나는 제대로 빠져들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 지금은 그의 그림을 탐닉한다.

가슴을 찌르는 선배 프로듀서의 말씀

<만추, 이만희> 우리 영화를 위한 대화 모임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이진숙/ 엔젤 언더그라운드 대표

영화감독과 프로듀서들이 영화제작 체험에 관하여 직접 쓴 책들에 관심이 많았다. 프랑수아 트뤼포, 로저 코먼, 로버트 로드리게즈, 시드니 루멧, 크리스틴 바숑 등이 직접 쓴 책들이 그것이다. 요즘은 거의 모든 DVD에 메이킹 비디오들이 수록되어 있어 이런 유의 책들을 대신하는 자료들이 많아졌지만,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이들이 제작현장과 비즈니스계에서의 체험에서 우러나온 고뇌에 찬 글들의 가치를 넘어서지는 못한다.

지난해 가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구하게 된 <만추, 이만희>는 이런 맥락에서 나를 사로잡았으며, 게다가 ‘앞으로 영화로 나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물론 해답까지 주지는 않는다. 필름이 남아 있지 않아 한국 영화사에서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를 문헌상으로 복원하는 의미에서 출간된 이 책은 제작자 호현찬, 촬영감독 서정민, 시나리오 작가 김지헌과 백결, 배우 신성일과 문정숙, 윤정희, 그리고 이만희 감독의 딸인 영화배우 이혜영 등의 인터뷰와 젊은 영화평론가들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이만희 감독에 관한 회고전적 책이라기보다 그 시대에 영화를 만들었던 제작자, 스탭, 배우들이 회상하며 함께 쓰는 제작일지 성격을 띠고 있다. ‘제작자 킬러’로 정평이 난 이만희 감독의 성깔과 실력을 존중하며, 가산을 탕진해가면서까지 만들어내고야 마는 제작자 호현찬 선생의 집념에 감동받게 되고, ‘대사가 없는 영화 한번 만들어보자’며 의기투합했던 시나리오 작가 김지헌 선생의 창의적 연대감에 감탄하게 된다. 실패한 가장이었지만 성공한 영화감독이었던 아버지를 재해석하는 배우 이혜영의 인터뷰도 묘한 감흥을 준다.

“저의 제작자로서의 신조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내 영화는 실패하지 않는다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가 좋으면 관객이 든다는 거죠”라는 호현찬 선생의 말씀이 비수가 되어 꽂힌다.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의 향연

<대부> 완역본 마리오 푸조 지음/ 이은정 옮김/ 늘봄 펴냄

심산/ 시나리오작가

영화 <대부>를 극장에서 본 것은 아마도 중학생 시절이었던 것 같다. 당시에 그 영화를 속속들이 이해했다고 말한다면 새빨간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세계’라는 것이 있고, 그곳에서는 매우 멋지면서도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리라는 느낌에 압도당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다시 본 <대부>는 전율할 만한 영화였다. 그것은 ‘비우호적인 진실’을 지그시 응시하는 영화였다. <대부>가 유행시킨 관용어를 그대로 차용한다면 ‘거절할 수 없는’ 작품이었던 것이다.

널리 알려져 있듯 이 영화는 마리오 푸조의 밀리언셀러를 각색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그 원작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던가? 내 기억 속의 소설 <대부>는 전부 날라리 번역 아니면 제멋대로 편집되고 윤색을 덧붙인 불량품들뿐이다. 지금도 나는 어느 유수한 출판사에서 펴낸 <대부2>라는 소설을 보유하고 있는데, 어이없게도 영화 <대부2>를 그저 ‘소설적 문체’로 바꾸어 얼기설기 엮어놓은 책이다. 이쯤 되면 ‘해적판’도 아니고 ‘해괴한 변종 창작품’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므로 최근에나마 길벗출판사에서 저작권자인 마리오 푸조의 유족과 정식계약을 맺고 펴낸 완역본 <대부>의 출간은 실로 경하할 만한 일이다.

완역본 <대부>는 내가 아마도 서른번 정도는 보았을 영화 <대부>의 관극 체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각색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소설 <대부>를 탐독해보라. 캐릭터들의 백과사전을 가지고 싶은가? 그렇다면 소설 <대부>를 품에 안으라. <대부>는 서양 범죄학의 <삼국지>이며 잊을 수 없는 캐릭터들의 각축장이다. 나는 <대부>를 보면서 영화에 관한 모든 것을 배웠고 <대부>를 읽으면서 비로소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직시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지독한 슬픔의 대사는 이것이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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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 책 안읽는다
美 ‘NOP월드’ 조사 30개국중 꼴찌, 인도1위



[조선일보 신용관 기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활자매체 독서 시간이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에 있는 시장조사기관 ‘NOP월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책과 신문, 잡지 등 활자매체를 읽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 1주일에 평균 3.1시간으로 조사 대상 30개국 중 꼴찌였다고 BBC 인터넷판이 27일 전했다.


주당 활자매체 독서시간 1위는 인도(10.7시간)로, 한국보다 3배 이상이었으며, 미국(5.7시간)보다 2배 가량 ‘읽는’ 시간이 많았다. 인도 다음으로는 태국(9.4시간), 중국(8.0), 필리핀(7.6), 이집트(7.5) 순이었다. 반면 일본(29위·4.1시간), 대만(28위·5.0), 브라질(27위·5.2) 등의 국민은 독서 시간이 매우 적었다. 세계 평균은 6.5시간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세계 30개국에서 13세 이상 3만명을 대상으로 개별 심층면접조사 등을 통해 이뤄졌다. ▲TV 시청 ▲라디오 청취 ▲독서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 등 네 가지 항목에 사용하는 시간을 조사했으며, 컴퓨터·인터넷의 경우 업무를 위한 사용 시간은 제외됐다.


한국 국민은 주당 TV 시청 시간은 15.5시간으로 세계 평균(16.6시간)보다 조금 적었고, 라디오 청취는 3.0시간으로 세계 평균(8.0시간)보다 많이 낮았다. 30개국 중 TV는 태국(주당 22.4시간)이, 라디오는 아르헨티나(주당 20.8시간)가 가장 높았다. 반면 여가 시간에 컴퓨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은 한국이 세계 평균인 8.9시간보다 많은 9.6시간으로 12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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