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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톨른 차일드
키스 도나휴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어제 도착한 키스 도나휴의 <스톨른 차일드>.
침대에 뒹굴면서 읽기 시작 했던 것이 어젯밤 11시 30분이었는데... 새벽 1시에 잠들어, 오늘 아침까지- 숨가쁘게 달려온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표지의 기묘한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큰 나무와 나무의 구멍이 서 있는 어떤 아이...
가만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나무 중간중간에 서있는 작은 아이들- 그리고 제목 <the stolen child>
이야기는 '바꿔친 아이'가 자신을 설명하는 데서 시작한다. 숲에 사는 도깨비, 혹은 유령 파에리는 아이를 데려가고 그와 똑같은 모습의 파에리를 대신 두고 간다. 바꾼 아이는 바꿔친 아이의 삶을 살아가고, 바꿔친 아이는 파에리 아이들과 함께 숲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참 독특한 설정이었다. 작가는 이를 새러 플래퍼 하디의 바꿔치기 신화의 인류학적 뿌리에 관한 저널 논문 <자연의 힘: 어머니, 아기와 자연 도태>에서 영감을 얻어 요정들이 아이를 바꿔치는 유럽의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위의 설정에서부터 시작된 바꾼 아이와 바뀐 아이는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한명은 헨리데이의 삶으로, 한명은 애니데이의 삶으로- 이 두 명은 자신들의 삶에 적응해 살아가면서도 매번, 끊임없이 자신들의 과거를 쫓고자 한다. 자신들이 '잃어버린' 그 과거가 무엇인지, 혹은 '자신이 도대체 누구인지'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잊혀지고 숨겨진 그 과거를 숨을 죽인채 따라간다.
이 두 인물의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독자로 하여금 책 속에 쉴틈없이 빨려들어가게 만든다. 내가 헨리데이가 될때도 있고, 혹은 애니데이가 될 때도 있고- 나 또한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나의 그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내가 헨리데이였을지, 애니데이였을지를 되짚어보는 상상도 해본다. 인생이 뒤바뀐채 살아가는 이 둘은 소설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으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서로가 서로를 은밀하게 추적해나가면서, 각자의 존재와 각자의 인생을 추적해나가면서 자신들의 과거와 현재를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아마존닷컴에서 첫 영화로 선택했다는 이 <스톨른 차일드>를 읽어본 독자들은, 왜 이 작품이 선택되었는지를 공감하게 될 것 같다.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수많은 장면들을 촤라락 펼쳐냈기 때문이다. 매혹적인 스토리이며, 우리가 생각했었던- 그렇지만 어느순간 잊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생각케해주는. 그런 작품이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어린시절. 그리고 질풍노도의 시절. 그리고 성인이 된 후에도 찾아온다는 제 2의 질풍노도의 시절 등...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이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나 또한 매번, 어느순간 이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묻고는 멍한 생각에 빠지게 될 때가 많다. 내 기억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기묘한 추억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이 행복하고 즐거웠을 것만 같은 막연한 행복감과 추억들. '그땐 그랬지...'라는 식으로 떠올리며 웃음을 찾는 우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늘 과거를 통해 우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깨닫고, 알고있다. 과거를 그리워하고 회상하면서도,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은 바로 '현재의 나' 라는 것을. 과거의 자신을 찾는 것은 다름아닌 '현재의 나'를 위한 것임을... 자신의 모든 이야기를 담은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헨리와 스펙을 찾아 서쪽으로 떠나는 애니데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띄게 된 것을 깨달았다. 이야기가 끝이 나는 그때, 헨리와 애니의 그 후 이야기를 또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