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무경 장편소설/부크크오리지널 BOOKK ORIGINAL 출판


📚 책의 줄거리

  일본 유학을 하고 막 경성으로 온 '에드가 오'는 한국식 이름 대신 모던의 이름과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은일당》은 경성에서 드문 모던함을 갖춘 서양식 건물로 무언가의 비밀스런 부인과 딸 둘이 살고 있는 가정집으로 에드가 오는 하숙을 하기 위해 의사인 형에게 추천받은 과외선생님이 본인이라고 부인에게 소개하며 하숙을 하게 되고, 모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어느 날 주인 몰래 박동주, 권삼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끼던 페도라를 권삼호가 가져갔다 생각에 그곳으로 가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페도라를 찾게 되는 과정에서 함께 술자리를 한 친구의 도끼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고문을 받고 유치장에 갇히는 일을 겪습니다. 자신이 범인이 아님에도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고, 다행이 고문당하는 중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면서 살인사건 용의자에서 벗어나게 되고 풀려나는데요. 

  ‘에드가 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에드가 앨런 포’의 추리소설인 <우울과몽상> 속 주인공 명탐정 뒤팽처럼 탐정이 되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탐정이 갖추어야할 모습을 따라하지만 아끼는 양복과 모자가 더러워질까 걱정하는 것만 보아도 탐정흉내를 내는 어설픈 모던 보이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주, 선화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단서를 얻고 사건을 끝까지 추척하여 범인을 잡습니다.(결국 선화의 활약이 컸지만요^^;)  


📒 책을 읽고

주인공인 ‘에드가 오’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추리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과 비슷하게 지어 부르며 모던을 중요시 여기는데요. 서양의 문물, 사상을 배우고 자신의 말투, 이름, 복장을 모던하게 하면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일본이 강제하고자 한 우리 민족이 일본이 아닌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임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와 이상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드가 오’처럼 당시 유학파 지식인들이 서양의 사상과 문물들을 따라하는 모습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함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취객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처럼 ‘에드가 오’ 역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모른체하는 모습은 그 당시의 현실은 상대방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먼 이상을 꿈꾸는 지식인들의 허무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신분을 벗어나 이상을 위해 나아가는 '박동주', 핏줄을 중시하는 '권삼호'는 서로의 생각을 신문에 실린 시를 찾고 문학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자신들이 혼란의 시대에서 어떤 현실과 이상을 따라야할 지 고민하는 모습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했을 것 같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던을 주장하는 '에드가 오'의 행동들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탄압 속에 맞서기 위한 하나의 의지였음을 볼 수 있는데요. 단정한 옷차림, 말투, 행동으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짜 일본의 모던이 아닌 서양의 모던을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자 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추리소설의 초반의 궁금증과 점점 책장을 넘기면서 다음 이야기의 긴장감이 조금 더 올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누구나 실수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느꼈을 혼란 속에서 희망을 갖고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주인공들의 일상을 통해 이겨냄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들은 좋았어요.

만약 2권이 나온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선화의 부친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일본에 맞서 나라를 되찾고자 음지에서 활동하는 모습들과 오문덕, 선화가 함께 조금 더 탐정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활약한다면 은일당은 일반 모던한 하숙집이 아닌 비밀스런 사건과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 C양, 연주와 함께 다음 은일당 이야기를 더 써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책 속 밑줄긋기

코끝으로 생강나무 향이 스쳤다. 언제 은일당의 문턱을 타고 넘어 들어온 것일까. 거슬리기만 하던 알싸한 내음이 지금은 향긋하기만 했다.
-하숙 허가를 받고 오문덕 p26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취객을 구경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더욱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에드가 오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그는 다시 한번 이곳이 경성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분주함과 시끄러움과 악취는 경성의 일상이었고 그걸 대하는 체념을 닮은 무심함 역시 경성의 일상이었다.
3년 전 경성을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비루함만 가득한 이 모습을 타고르가 보았다면 과연 조선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을까. 머릿속에서 비관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선 사람들은 언제나 지저분하게 다니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감정도 추스르지 못해서 크게 화를 내곤 한다.’
내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조선을 비웃는다.
-권삼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문덕 p86

에드가 오는 넥타이 매듭을 바르게 잡고 모자를 고쳐 썼다.
모던은 단정함이다. 단정한 몸가짐에서 단정한 마음가짐이 나오는 법 아닌가. 조선을 정돈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돈은 일본의 가짜 모던이 아닌, 제대로 모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자.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모던을 높아서는 안 된다. 모던의 단정함을 언젠가 조선 사람들에게 새기리라. 조선에 모던이 제대로 자리 잡는 날, 그때야말로 타고르 옹의 시처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때가 아니겠는가.
그는 밀려오는 생각들을 몰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 권삼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문덕 p86-87

아득하기만 했다. 3년 전에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의 경성은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 곳으로 변한 것인가. 쇼와 4년, 서기 1929년의 경성은 줄 베른의 어떤 공상소설처럼 낯설고 끔찍하기만 했다.
- 늦은귀가 p130

경성에 있는 것은 에로와 그로만 탐닉하며 정작 중요한 기사는 검열 당해 알리지도 못하는 무능한 언론과, 제대로 된 수사는 없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만 바쁜 경찰, 그리고 범죄에 신음하면서도 아무에게도 구제받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뿐이다. 진짜 범인은 경찰과 언론의 무능 사이에 숨어 군중 사이를 유유히 활보한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도 사건의 진상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날카롭게 단련한 이성을 무기로 삼아 활약하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 우울과몽상 p144-145

모던은 질서이다. 그런데 여기는 말 그대로의 무질서 아닌가.
몇 번을 와도 이곳의 혼란과 무질서는 그의 모던한 감성을 불쾌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문명의 질서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혼돈의 세계는 마치 이성적인 삶에 갑자기 폭력적으로 끼어드는 살인의 대비처럼, 불쾌하고 또 불쾌할 뿐이었다.
- 두 번째 범행 현장 p203

“모던은 존중이네. 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상대를 존중한다는 건,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자세부터 갖추는 거지. 신분이라는 게 이미 구습이 되어 사라져 없는 세상인데, 그런 허깨비 같은 것에 매여서 상대를 존중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 그 말이야말로 안 되는 말이 아닌가.”
- 박동주에게 오문덕이. 한밤중의 대화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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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오는 넥타이 매듭을 바르게 잡고 모자를 고쳐 썼다.
모던은 단정함이다. 단정한 몸가짐에서 단정한 마음가짐이 나오는 법 아닌가. 조선을 정돈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돈은 일본의 가짜 모던이 아닌, 제대로 모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자.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모던을 높아서는 안 된다. 모던의 단정함을 언젠가 조선 사람들에게 새기리라. 조선에 모던이 제대로 자리 잡는 날, 그때야말로 타고르 옹의 시처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때가 아니겠는가.
그는 밀려오는 생각들을 몰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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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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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니브’와 ‘조니’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10대 청춘드라마처럼 머릿속에 지나가듯 예쁘게 읽혀졌어요.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하게 서로를 좋아해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랑받을만 합니다.

 

  작가는 친한 작가인 조조 모예스가 휴가 중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어 장기를 기증하게 된 어느 10대 소년의 소식을 전하는 링크를 공유 받으면서 떠나간 아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 어떤 심정일지, 남겨진 가족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심장은 신체 내의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로만 생각하지만 작가는 심장이 영혼이 깃들어있는 곳이고, 사랑의 원천이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도 레오의 심장으로 니브에 대한 감정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조니를 건강을 되찾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조니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우선 글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들과 이성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 가득한 마음들을 적절하게 섞어 순식간에 후루룩 넘어가서 읽기 좋았습니다.

  니브와 조니가 각자의 시점에서 짧게 챕터씩 나눠두어 지루함도 없고 기교없이 담백한 문장들이라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빠를 잃은 니브와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조니의 대비되는 시간 속에서도 서로가 살아내고자 하는 모습들이 마냥 슬프고 절망적이고 눈물만 가득한 소설이 아니라 삶의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고 미소지을 수 있는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삶과 같아서 더 소설에 매력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늦은 시각에 달려가 얼굴을 보고, 메시지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고, 약속을 위해 예쁘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경험은 세월이 지나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기억을 꺼내어 그 때의 설렘을 지금으로 가지고 와주어 읽으면서도 잠들어있던, 아니 죽어있던(^^;) 내 안의 연예 세포들을 깨워주었어요.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을 읽는다면,

기억 속 첫사랑의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책 속 밑줄긋기 ::

― 베를린심장을 연결한 후로 벌써 세 번째 뇌졸중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한 번씩 겪고 나면 죽음이 코앞에서 지나쳐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하다. 더구나 다음에는 좀 더 심하게 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인공 심장에 의지해서 산다는 게 그렇다. 결국은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조니 p43

 

― 긴장을 풀지 않은 얕은 졸음이었겠지만, 엄마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있었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숨 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니브 p49

 

― 집에 다시 들어오니 나갈 때보다 더 적막하게 느껴졌다. 오빠의 성적표는 여전히 탁자 위에 놓인 그림책 사이로 빠져나와 있었다. 문득 오빠가 보고 싶어졌다. 오빠가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넘치는 활기, 잘난 체하는 모습이 그리운 것은 아니다. 그런 모습들이 싫어서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런 것들 말고 그냥 오빠가 보고 싶었다. 언제가 내 오빠로서 존재했던 그가 그리운 것이다. -니브 p100

 

― 가엾은 니브라든가, 네 마음이 어떨지 알아 따위의 말들은 절대 사절이란 말이다. 왜냐하면 남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들은 자기 가족이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테니. 그의 눈이 영영 감기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으니까. 그의 몸이 분리되어 기부되는 동안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매일 아침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눈을 뜨지 않아도 되니까. -니브 p115

 

―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보면 우리는 통하는 게 있다. 니브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거다. 니브가 레오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니브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두려워졌다.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심장이 정말 레오의 것인지 확인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니브도 계속 만나고 싶다. 바로 그 점이 문제인 것이다. 내가 둘 다를 가져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조니p213

 

― 헬렌의 말을 들으니 비로소 나도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행복이라는 것에 내가 다가갈 수 있는 만큼 가까이 간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설렘 같은 것이 보글거리며 솟아올랐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은 다섯 살짜리 아이처럼.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게 지금의 내 처지에 합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안개 같은 슬픔에서 벗어나 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니브 p219

 

― 엄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악몽 같은 시간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질식시킨다는 표현은 사실이었다. 엄마가 나를 쫓아다니며 다그칠 때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에게 못되게 굴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시선을 옮겨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오빠의 사진과 그 옆에 있는 축구 경기 일정표를 보았다. 엄마와 내가 언쟁을 할 때면 늘 그러듯이 오빠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얇은 잠옷 위로 손톱을 세워 가려운 팔꿈치를 긁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오빤?” 오빠가 나를 약 올릴 때면 내가 늘 그랬듯이 낮게 쏘아붙였다. “꺼지란 말이야.”

그러나 내쳐진 사람은 오빠가 아니었다. 오빠를 잃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건 바로 우리였으니까. -니브 p.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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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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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ve 더 파이브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저 /오윤성 역  /북트리거

Hallie Rubenhold, [THE FIVE], 2019. / 2019 베일리 기퍼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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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집, 가족 없는 가난한 여성들을 살해한 비겁한 살인마 잭 더 리퍼가 아닌 숨겨진 피해자 5명의 이야기들이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 여성 차별, 피해자의 사실적 이야기를 와해시켜 돈이 되는 소설로, 언론으로 피해자들을 한낱 흥미로운 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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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피해자 폴리, 애니 채프먼, 엘리자베스, 케이트, 메리 제인 켈리는 메리 제인을 제외하고는 매춘부가 아니었지만 빈곤과 가부장제의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언론과 사회에서 고의적으로 매춘부라는 낙인을 찍어 각자의 삶의 이야기는 사라졌다. 피해자는 여성혐오, 나쁜여자로 가해자인 살인자는 반대로 부각되는 것을 130년이 지난 이제야 각각의 피해자의 이야기를 한 여성으로 삶과 존엄을 다시 살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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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인지, 성별조차 알 수 없는 잭 더 리퍼는 관광상품이 되어 화이트채플 순례나 술집에서 칵테일 이름으로 판매되는 등의 사람들의 허상의 캐릭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잭 더 리퍼는 뮤지컬로 공연을 하면서 잘 알려져 있는데, 스토리를 새로 짜고 보강을 하였다고 해도 빅토리아 시대상의 비판과 회환으로 인해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잭 더 리퍼를 만들고,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전부 매춘부로 한 것은 관중들에게 실제 피해자의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유명 배우들의 출연진들로 구성되어 관심을 가졌는데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뮤지컬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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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언론은 대중들이 관심 가질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었는데, 남자 보호자가 없는 여성들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가부장제도와 억압된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말해주기 보다 타락한 여성을 시대가 낳은 살인마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이야기로 대중에게 자극적으로 보도함으로 언론은 사실과 다른 기사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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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그 시대의 부당한 사회 제도와 가부장제에 피해자들이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살해된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낙인으로 자신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될까 급히 장례를 치르고 가족인 것을 꽁꽁 숨기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보듬어 줄 시간도 없이 자신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슬픔을 가슴 속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는 암담하고 가슴아플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소설을 읽는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사실과 다른 사건들의 방대한 조사를 하고 피해자의 진짜 삶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긴 칼럼을 읽은 느낌이라 좋았다.





🏷 밑줄긋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설령 세탁부나 청소부로 일하며 혼자 살아갈 능력이 있더라도, 아니 어느 계급에 속하든 상관없이, 여자가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할 나이에 독신으로 사는 것은 그야말로 이단 행위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남편 없는 여자를 조금도 신뢰하기 않았다. 그런 여자는 어떠한 보호책도 없이 다른 남자들의 책략이나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당연했고, 그런 여자의 삶에 의미는 없었다. p75


음주라는 죄악은 본질적으로 성적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빅토리아 사회는 ‘망가진 여자’와 ‘타락한 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본인의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고 가정을 잃은 여자는 혼외정사를 저지른 여자 못지않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망신을 사는, 외양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품위 있는 가정에 속하지 않거나 자신의 품행을 통제해 줄 남편 또는 가족이 없는 여자는 매춘부만큼 타락한 여자였다. p168


경찰은 화이트채플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매춘부를 갈취하는 하이립갱단이 아니면 매춘부를 골라 살해하는 단독범(이 국면에서는 ‘가죽 앞치마’라는 별명으로 불린 존 파이저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이라는 가설을 고수했으므로, 피해자는 매춘부여야만 했다. p177



그를 나락에서 끌어올리려 손을 뻗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서 끌어당기는 중독의 중력이, 수치의 악력이 더 셌다. 이 힘이 애니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었고, 이미 수년전부터 애니의 희망과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날 밤 살인자가 가져간 것은 악마의 음료가 다 쓸어 가고 남은 애니의 껍데기뿐이었다. P188


존을 만나기 전까지 케이트는 가족 대부분과 사이가 틀어졌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어린아이들을 잃었으며, 구빈원행과 지독한 굶주림과 질병의 고통을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이었다. 바꿔 말해, 고통을 잠재울 술과 배를 채울 음식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p327


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자신에게 허락된 휴식을 취했다. 닻 없이 표류하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그를 그 자리에서 치우리란 걸 알고 있었다. p 340


화이트채플의 이름 없는 주민이었던 메리 제인이, 죽어서는 화이트 채플이 사람들이 상상하고 싶은 대로 상상되었다. 그는 아직도 체포되지 않은 괴물의 손에 희생당하고 만 지역 영웅이 되었다. 무개 운구차와 두 대의 장례 마차, 그리고 두 개의 화관과 심장 씨앗 위로 피어난 십자가 문양으로 장식한 참나무와 느릅나무 재질의 반짝이는 관은 저항의 행렬로 해석되었다.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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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자신에게 허락된 휴식을 취했다. 닻 없이 표류하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그를 그 자리에서 치우리란 걸 알고 있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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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 승려 - 행복의 뿌리를 찾는 21일간의 대화
비보르 쿠마르 싱 지음, 김연정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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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와 승려

비보르 쿠마르 싱 지음. 김연정 옮김. 다산초당




  "당신은 지금 행복합니까?"


  이 문장 하나에 세상 누구보다 부를 잘 아는 백만장자와 진리를 탐구하는 승려가 어떤 대답을 했는지 궁금했다.


  간단한 질문임에도 나는 지금 행복한지 단번에 yes or no 선택하지 못했고, 지금을 행복이라고 볼 수 있는지 나 스스로에게 되묻고만 있었다. 행복에 대해 나는 물질적, 커리어가 먼저 떠올랐다. 사실 직장의 안정됨이 행복의 기준이 되는 것이 나의 문제인 것은 아닌지 되짚는 시간이 되었다.


  저자 ‘비보르 쿠마르 싱’은 산골 마을에서 나고 자라 현재는 금융의 최전선에서 일하며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팟캐스트 진행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아름다운 자연과 여유 있는 삶이 주는 정신적 행복도 잘 알고 있기에 두 가지 행복을 모두 책에 담고자 했다.


  티베트 샹그릴라의 호텔에 투자하고 있는 백만장자와 호텔의 운영을 돕고 있는 승려는 21일 간 여행 하는 동안 서로 각자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목록을 만들어 여행 마지막 날 교환하기로 한다.


  그 약속을 하면서 백만장자는 몽블랑 펜으로 문구를 적어 넣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미소를 짓는다. (이 문장을 읽는데 저는 어느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조세호님이 롤렉스 시계를 차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는 모습이 떠올라 혼자 웃었어요^^;)


  회사원으로 쉼, 내면의 행복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 이야기들이 좋았지만 반면 따를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다. 매달 고정 지출이 있는 사람들에게 직장에서 거절하는 법을 알면서도 거절을 한다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에 두려워한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예’라는 압박을 느끼지 않고 생활하는 회사원은 없을 것이고, 거절을 하여 불안감을 제거함으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하지만 현실과는 맞지 않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꼭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니고, 기회를 놓칠까 봐 거절하지 못하는 삶은 가짜 삶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마음에서 항상 기억해야 한다. 즐거움이 있는 커리어를 쌓고 재능을 반짝일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진짜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테니까.







📖삶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모든 것에는 항상 의미가 있다.

지금 내가 무엇에 더 행복을 느끼는지, 어떤 태도로 살 때 더 만족감을 얻는지 알지 못한다면 결코 행복에 이를 수 없다. 행복은 외부에서 채워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는 것임을 이해하고 깨달을 때 우리는 비로소 행복에 가까워질 수 있다.


🧡행복의 크기를 키우는 7가지 깨달음

1️⃣간소한 삶은 성공으로 가는 첫 단계다

- 명심하라. 복잡한 생각과 감정은 중요한 일을 그르친다.

2️⃣명상으로 머릿속을 정리하라

- 장소와 행동에 구애받지 말라. 몸과 영혼의 조화가 명상의 전부다.

3️⃣자연에서 쉬어라

- 자연의 다채로운 석채를 당신 일상으로 가져와라

4️⃣남 탓과 원망을 멈춰라

- 우리는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만큼만 행복해진다

5️⃣때론 적당히 넘기는 법을 배워라

- 지나간 일이 아닌, 지금 당신이 통제권을 쥐고 있는 문제만 고민하라.

6️⃣잘 자고 잘 먹어라

- 건강한 몸이 건강한 마음을 만든다.

7️⃣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이 있다

- 적절한 저축과 투자, 소비가 행복을 부른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명상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규칙들을 신경쓰지 마세요. 본인만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니까요. 소신 있게 밀고 나가면 됩니다. p74


📖“행복이란 당신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마하트마 간디


📖자연은 치유의 근원이다. 무한한 행복의 원천이므로, 콘크리트 숲에 사는 우리는 일상에 그 행복을 들여와야만 한다. 인공적인 조형물이 아닌 실제 자연과 호흡하는 일이 디자인과 시스템을 통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로 통합돼야만 한다. p86


📖작은 일에 고마움을 느낀다고 해서 큰 목표에 대한 의욕 없이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말이죠. 삶에서 오늘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좋은 것입니다.

다만, 현재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에 기반하여 미래를 만들어가라는 의미죠. p95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함의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혼을 쏟아 일할 것을 택한 사람들은 예외없이 자신이 살았던 사회와 시대에 흔적을 남기게 되지.

돈은 그 부산물일 뿐이야. 탁월함을 통해 얻는 행복이 그들의 진정한 목표란다. 아들아, 이제 너는 투자자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으니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하거라. p 171


📖스스로에게 행복을 포용할 수 있는 자신감과 능력이 있다면 어떤 직업을 갖든 돈과 명성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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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렌 허프 지음, 정해영 옮김 / ㅁ(미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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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학대를 마지못해 받아들인 게 아니라 학대를 당연시하고 환영을 하면서도 개망나니 의붓아버지와 광신집단과 복음주의 기독교에서는 신앙의 고통이며 사랑의 증거라고 이야기 했어요. 정말 몰라서 가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하여 알면서 모든 것을 기억하며 생존을 위해 상황을 맞춰 있었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들이 성장과정 내내 이루어졌다면 나 같았으면 정상적인 사고는 절대 할 수 없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껏 읽은 에세이 중에서 광신도 집단에서 성장한 자신의 회고록을 쓴 세상 어두운 내용의 마음이 아픈 책은 읽지 못했어요. 책을 읽으면서도 눈쌀 찌푸리는 문장들과 글은 행복한 순간은 오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길만 가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자신이 겪은 광신도의 일들과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준비하며 희망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어요.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인간 취급을 제대로 받고 있지 않고,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케이블 기사를 하면서 쓴 글들은 월급이 대출로 통장을 스쳐지나가는 독자가 읽는다면 (통장이라는 것 조차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던 작가의 글을 읽으면 반성해야 겠지만요🥲) 그리고 직장인이라면 100% 공감할 내용 입니다. 👩🏻‍🏫

글이 결코 가볍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가볍지 않음이 나의 과거와 현재를 반성하는 시간을 주었고, 여성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더 넓어지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


📖기억에 남았던 글

우리가 가난할 때 사람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방식. 그들이 우리가 마땅히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치심. 그런 것들이 우리를 변화시키고, 거저 주는 듯이 느껴지는 것이라면 뭐든지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든다. 우리는 마치 가난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다는 듯이 가난을 맹목적으로 숭배한다. 하지만 사실 가난은 비천하게 만들 뿐이다. 가난으로 인한 끊임없는 스트레스. 결코 끝나지 않는 빌어먹을 수치심.
가난하기에 화가 나고 증오심이 생긴다. 더 많이 가진 부류를 질투하는 게 아니다. 그저 그들이 서슴없이 우리에게 안기는 빌어먹을 굴욕에 지쳤을 뿐이다. 우리네가 결코 도달하지 못할 기회의 세계가 있다. 대학. 일자리. 인맥. 계약금을 내가 위해 엄마와 아빠에게 돈을 빌리는 일 따위는 없다. 사람들은 저축한 돈에 손대야 할 때, 신용카드 대금이 불어날 때 ‘무일푼’이라고 말한다. 반면 통장이라는게 아예 없는 사람들의 사회도 있다. 그러한 가난의 수치심때문에 우리가 유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은 가난을 겪어본 사람, 우리에게 굴욕을 주지 않을 사람뿐이다.
P138 배드랜즈


나는 어른들의 기분이 바뀔 기미를 살피는 법을 배웠다. 엉뚱하게 튀어나온 말로 그들의 불같은 성미를 건드리지 않는 법을 배웠다. 그들의 변덕을 예측하는 법을 배웠고, 울지 않는 법을 배웠다. 우는 것은 속임수고 사탄이 스스로를 변호하는 방법인데, 사탄은 매로만 다스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강적을 만드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어서, 나를 경멸하는 치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웠다. 무엇보더 나는 내 정체성을 바꿀 수 없어서, 나 자신을 억누르고 차단하며 마음속 어두운 구석에 숨겨두는 법을 배웠다. 내게 고통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화를 돋우지 않고, 혹시 고통을 주더라도 너무 아프게는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P244 적을 만드는 법

우리가 간직한 모든 비밀과 우리가 했던 거짓말들은 곪아가며 수치심이 되었고, 그런 수치심은 우리를 고립시켰다. 우리는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그 모든 경험을 수치심을 통해 바라보면 실패처럼 느껴진다. 광신 집단과 심지어 복음주의 기독교도 하나님이 우리를 당신의 모습으로 재창조하기 위해 파괴할 거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를 파과한다. 우리에게 남은 건 부서진 조각들뿐이다. 우리는 그 조각들로 스스로를 짜 맞춘다. 그러나 우리가 볼 수 있는 건 결함뿐이다.
광신 집단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생기는 문제점은 그들이 우리 내부에 뭔가룰 가득 채운다는 것이다. 우리한테는 명분과 그 명분에 대한 확신이 생긴다. 우리에게 그런 것이 필요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의 모든 것, 우리를 정의하는 모든 것, 심지어 빌어먹을 이름까지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P325 떠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기에,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우리가 괜찮다고 서로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들이 졌다. 우리는 모두 잘되었다. 우리는 살아남았고, 심지어 잘나간다. 우리가 해냈다. 우리는 행복하다. 그들이 틀렸다. 우리는 괜찮다. 그리고 행복하다. 그가 행복했는지 또는 행복한지 나는 모른다. 우리는 공통의 과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친구다. 우리는 고작해야 서로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정도의 관계다. 그는 아마 행복했을 것이다. 나는 빌어먹게 비참했다.
P421 모든 아름다운 것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어쩌면 ‘중년의 위기’란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아무리 문제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발버듕 치며 살아도 큰 병에 걸리거나 총에 맞지 않은 한(이 나라에서는 정말로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여든 살까지 계속 일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그맘때이기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지쳤다.
P423 모든 아름다운 것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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