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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평점 :
주인공인 ‘니브’와 ‘조니’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10대 청춘드라마처럼 머릿속에 지나가듯 예쁘게 읽혀졌어요.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하게 서로를 좋아해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랑받을만 합니다.
작가는 친한 작가인 조조 모예스가 휴가 중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어 장기를 기증하게 된 어느 10대 소년의 소식을 전하는 링크를 공유 받으면서 떠나간 아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 어떤 심정일지, 남겨진 가족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심장은 신체 내의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로만 생각하지만 작가는 심장이 영혼이 깃들어있는 곳이고, 사랑의 원천이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도 레오의 심장으로 니브에 대한 감정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조니를 건강을 되찾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조니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우선 글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들과 이성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 가득한 마음들을 적절하게 섞어 순식간에 후루룩 넘어가서 읽기 좋았습니다.
니브와 조니가 각자의 시점에서 짧게 챕터씩 나눠두어 지루함도 없고 기교없이 담백한 문장들이라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빠를 잃은 니브와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조니의 대비되는 시간 속에서도 서로가 살아내고자 하는 모습들이 마냥 슬프고 절망적이고 눈물만 가득한 소설이 아니라 삶의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고 미소지을 수 있는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삶과 같아서 더 소설에 매력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늦은 시각에 달려가 얼굴을 보고, 메시지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고, 약속을 위해 예쁘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경험은 세월이 지나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기억을 꺼내어 그 때의 설렘을 지금으로 가지고 와주어 읽으면서도 잠들어있던, 아니 죽어있던(^^;) 내 안의 연예 세포들을 깨워주었어요.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을 읽는다면,
기억 속 첫사랑의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책 속 밑줄긋기 ::
― 베를린심장을 연결한 후로 벌써 세 번째 뇌졸중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한 번씩 겪고 나면 죽음이 코앞에서 지나쳐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하다. 더구나 다음에는 좀 더 심하게 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인공 심장에 의지해서 산다는 게 그렇다. 결국은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조니 p43
― 긴장을 풀지 않은 얕은 졸음이었겠지만, 엄마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있었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숨 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니브 p49
― 집에 다시 들어오니 나갈 때보다 더 적막하게 느껴졌다. 오빠의 성적표는 여전히 탁자 위에 놓인 그림책 사이로 빠져나와 있었다. 문득 오빠가 보고 싶어졌다. 오빠가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넘치는 활기, 잘난 체하는 모습이 그리운 것은 아니다. 그런 모습들이 싫어서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런 것들 말고 그냥 오빠가 보고 싶었다. 언제가 내 오빠로서 존재했던 그가 그리운 것이다. -니브 p100
― 가엾은 니브라든가, 네 마음이 어떨지 알아 따위의 말들은 절대 사절이란 말이다. 왜냐하면 남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들은 자기 가족이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테니. 그의 눈이 영영 감기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으니까. 그의 몸이 분리되어 기부되는 동안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매일 아침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눈을 뜨지 않아도 되니까. -니브 p115
―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보면 우리는 통하는 게 있다. 니브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거다. 니브가 레오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니브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두려워졌다.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심장이 정말 레오의 것인지 확인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니브도 계속 만나고 싶다. 바로 그 점이 문제인 것이다. 내가 둘 다를 가져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조니p213
― 헬렌의 말을 들으니 비로소 나도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행복이라는 것에 내가 다가갈 수 있는 만큼 가까이 간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설렘 같은 것이 보글거리며 솟아올랐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은 다섯 살짜리 아이처럼.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게 지금의 내 처지에 합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안개 같은 슬픔에서 벗어나 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니브 p219
― 엄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악몽 같은 시간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질식시킨다는 표현은 사실이었다. 엄마가 나를 쫓아다니며 다그칠 때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에게 못되게 굴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시선을 옮겨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오빠의 사진과 그 옆에 있는 축구 경기 일정표를 보았다. 엄마와 내가 언쟁을 할 때면 늘 그러듯이 오빠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얇은 잠옷 위로 손톱을 세워 가려운 팔꿈치를 긁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오빤?” 오빠가 나를 약 올릴 때면 내가 늘 그랬듯이 낮게 쏘아붙였다. “꺼지란 말이야.”
그러나 내쳐진 사람은 오빠가 아니었다. 오빠를 잃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건 바로 우리였으니까. -니브 p.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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