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파이브 -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지음, 오윤성 옮김 / 북트리거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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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ive 더 파이브

잭 더 리퍼에게 희생된 다섯 여자 이야기


핼리 루벤홀드 저 /오윤성 역  /북트리거

Hallie Rubenhold, [THE FIVE], 2019. / 2019 베일리 기퍼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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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집, 가족 없는 가난한 여성들을 살해한 비겁한 살인마 잭 더 리퍼가 아닌 숨겨진 피해자 5명의 이야기들이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 여성 차별, 피해자의 사실적 이야기를 와해시켜 돈이 되는 소설로, 언론으로 피해자들을 한낱 흥미로운 소재로 사용한다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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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피해자 폴리, 애니 채프먼, 엘리자베스, 케이트, 메리 제인 켈리는 메리 제인을 제외하고는 매춘부가 아니었지만 빈곤과 가부장제의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언론과 사회에서 고의적으로 매춘부라는 낙인을 찍어 각자의 삶의 이야기는 사라졌다. 피해자는 여성혐오, 나쁜여자로 가해자인 살인자는 반대로 부각되는 것을 130년이 지난 이제야 각각의 피해자의 이야기를 한 여성으로 삶과 존엄을 다시 살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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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모습인지, 성별조차 알 수 없는 잭 더 리퍼는 관광상품이 되어 화이트채플 순례나 술집에서 칵테일 이름으로 판매되는 등의 사람들의 허상의 캐릭터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잭 더 리퍼는 뮤지컬로 공연을 하면서 잘 알려져 있는데, 스토리를 새로 짜고 보강을 하였다고 해도 빅토리아 시대상의 비판과 회환으로 인해 인간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잭 더 리퍼를 만들고,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은 전부 매춘부로 한 것은 관중들에게 실제 피해자의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유명 배우들의 출연진들로 구성되어 관심을 가졌는데 책을 읽기 전과 후가 뮤지컬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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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언론은 대중들이 관심 가질만한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다루었는데, 남자 보호자가 없는 여성들이 홀로 살아갈 수 없는 가부장제도와 억압된 여성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말해주기 보다 타락한 여성을 시대가 낳은 살인마가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다는 이야기로 대중에게 자극적으로 보도함으로 언론은 사실과 다른 기사들을 마구잡이로 쏟아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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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이 그 시대의 부당한 사회 제도와 가부장제에 피해자들이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희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살해된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낙인으로 자신들에게 2차적인 피해가 될까 급히 장례를 치르고 가족인 것을 꽁꽁 숨기기도 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을 보듬어 줄 시간도 없이 자신도 삶을 살아가기 위해 슬픔을 가슴 속에 묻을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는 암담하고 가슴아플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소설을 읽는 가벼운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으나 사실과 다른 사건들의 방대한 조사를 하고 피해자의 진짜 삶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저자의 긴 칼럼을 읽은 느낌이라 좋았다.





🏷 밑줄긋기


빅토리아 시대에는 설령 세탁부나 청소부로 일하며 혼자 살아갈 능력이 있더라도, 아니 어느 계급에 속하든 상관없이, 여자가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할 나이에 독신으로 사는 것은 그야말로 이단 행위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남편 없는 여자를 조금도 신뢰하기 않았다. 그런 여자는 어떠한 보호책도 없이 다른 남자들의 책략이나 폭력에 노출되는 것이 당연했고, 그런 여자의 삶에 의미는 없었다. p75


음주라는 죄악은 본질적으로 성적 문제가 아니었음에도 빅토리아 사회는 ‘망가진 여자’와 ‘타락한 여자’를 구분하지 않았다. 본인의 나약한 정신력 때문에 남편과 헤어지고 가정을 잃은 여자는 혼외정사를 저지른 여자 못지않게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망신을 사는, 외양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품위 있는 가정에 속하지 않거나 자신의 품행을 통제해 줄 남편 또는 가족이 없는 여자는 매춘부만큼 타락한 여자였다. p168


경찰은 화이트채플 살인 사건의 범인이 매춘부를 갈취하는 하이립갱단이 아니면 매춘부를 골라 살해하는 단독범(이 국면에서는 ‘가죽 앞치마’라는 별명으로 불린 존 파이저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다)이라는 가설을 고수했으므로, 피해자는 매춘부여야만 했다. p177



그를 나락에서 끌어올리려 손을 뻗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있었다. 그러나 그 반대쪽에서 끌어당기는 중독의 중력이, 수치의 악력이 더 셌다. 이 힘이 애니를 아래로 끌어내리고 있었고, 이미 수년전부터 애니의 희망과 생명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날 밤 살인자가 가져간 것은 악마의 음료가 다 쓸어 가고 남은 애니의 껍데기뿐이었다. P188


존을 만나기 전까지 케이트는 가족 대부분과 사이가 틀어졌고,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어린아이들을 잃었으며, 구빈원행과 지독한 굶주림과 질병의 고통을 겪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이곳’이었다. 바꿔 말해, 고통을 잠재울 술과 배를 채울 음식을 손에 넣는 것이었다. p327


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자신에게 허락된 휴식을 취했다. 닻 없이 표류하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그를 그 자리에서 치우리란 걸 알고 있었다. p 340


화이트채플의 이름 없는 주민이었던 메리 제인이, 죽어서는 화이트 채플이 사람들이 상상하고 싶은 대로 상상되었다. 그는 아직도 체포되지 않은 괴물의 손에 희생당하고 만 지역 영웅이 되었다. 무개 운구차와 두 대의 장례 마차, 그리고 두 개의 화관과 심장 씨앗 위로 피어난 십자가 문양으로 장식한 참나무와 느릅나무 재질의 반짝이는 관은 저항의 행렬로 해석되었다. p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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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둠 속에서 눈을 감고 자신에게 허락된 휴식을 취했다. 닻 없이 표류하는,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는 당장이라도 누군가 나타나 그를 그 자리에서 치우리란 걸 알고 있었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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