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잉 홈
문지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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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잉 홈』


문지혁 소설집

문학과 지성사






짧은 단편들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외국이라는 낯선 곳에 외계행성도 아닌데 언어도 생김새도 달라 적응이 힘들다. 

(책에 집중이 안되었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이패드. 아이폰. 구글. 에어팟이라는 단어뿐. 이 와중에 작가님 애플 덕후. 나도 애플 덕후라는 점이 무척 반가움. ㅎㅎ)


외국생활.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교회를 다니며 종교에 의지해보기도 하고 같은 나라, 민족으로 서로가 도우며 뿌리를 내려보고자 노력한다. 한국인 유학생들의 이야기들이 대부분인데 더 나은 삶을 위해 택한 미국의 삶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확실하지 않은 성장에 대한 자괴감과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려는 열등감들이 뒤섞여 읽는 내내 안개 낀 곳에 있는 듯 답답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란 속에 있는 인물들.

나도 책을 읽는 시기 답답했던 걸까.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되묻게 되었던 소설. 


📚<에어 메이드 바이오그래피>


호철. 장인어른의 위독 소식을 듣고 한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동안의 글. 호철은 고생하며 미국에 정착했지만 아내가 죽고 한국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아내 조이는 반대하지만 결국 아빠가 갈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일까. 한국에 가서 병을 얻은 아빠지만 곁에 남기를 선택한다. 


📚<고잉 홈>


여자와 현. 차를 태워주는데 500달러나 주는 실험테스트에 참가하게 되고, AI 소설을 쓰기 위해 현은 자신의 이야기를 차에서 하기 시작한다.


“이게 다 진짜인가요?“

”진짜가 아니면 뭔가요?“

”아까 꿈을 꿨어요.“ P46


📚<핑크 팰리스 러브>


13층 호텔. 아내와 결혼기념일 떠난 호텔에서 전 여자친구인 김서윤을 만난다. 과거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일어난 일로 후회라는 단어를 생각할 틈도 없이 마법처럼 빠져든다. 여행지와 낯선 곳에서 그곳의 유령처럼 내 기억을 갖고 장난치듯이. 

과거 연인을 잊지 못한 채 부부의 연을 맺고 행복을 꿈꾸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노력하는지 생각하는 그 시기 어느 쯔음. 

홀린 두 부부의 이야기. 


내가 뮤지엄에서 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은, 실은 그저 내가 저것을 무의식중에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 그림의 이미지는 이미 내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후 나의 모든 판단과 평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일까? P84


📚<크리스마스 캐러셀>


에밀리. 입양된 조카는 패밀리 수어 사이드의 생존자. 그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고 싶었던 걸까. 지금의 감사함도 좋지만 잠시 홀로 벗어나 지금 가족을 바라보고 싶었나. 슬픔을 미소로 둔갑시켜 서로가 서로에게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가족들의 모습. 


“그 엄마는 날 살려준 거야.”

진짜 엄마는 누구고 가짜 엄마는 누구냐고, 그래사 그들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P126


📚<골드 브라스 세탁소>


뉴욕타임즈 기사가 되고팠던 영은 수의 바지에 김치찌개를 쏟으며 골드 브라스 세탁소에 바지를 세탁 의뢰하고 수에게 돌려주며 인연이 이어진다. 영은 저널리즘 전공 유학생. 

바람둥이 수에게 속았다는 느낌. 

한인세탁소 주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고 덕분에 점수도 잘 받는다. 그래서 일까 행패 부리는 사람들이 가고 부서진 가게 간판 앞에서 떨어져 나간 글자로 세탁소 주인과 영은 같은 생각을 하는 듯 하다. GOD BLESS. 


구글맵을 켜고 휴대폰의 가상 세계와 눈앞의 현실 세계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조그맣게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찾았을 때, 영은 안도하기보다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녀는 수가 기다리는 반지하의 타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시킨 다음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건 오늘의 시행착오가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구나. P141


저거 다 즉흥연주인 거 아시죠? 그래서 재즈는 악보가 없다는 거. 절대로 똑같은 연주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는 거죠. 임프로비제이션. 훌륭한 메타포예요. 우리 인생처럼요. P151


📚 <뷰잉>


좀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고 미숙했던 자신이었던 시절의 만났던 맹 선생님과의 기억. 바비. 햄버거를 보며 그 때를 떠올리듯 쓴 소설. 

미국에서 교회를 통해 맹선생님의 추천으로 한국어 교사를 했지만 편부모 ADHD 아이를 제대로 케어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질책을 받고 안그래도 어려운데 더 쪼그라들어버린 마음으로 도망치듯 귀국한다.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P16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없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관계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P190


📚 <나이트호크스>


미국 유학중인 가난한 부부의 불안한 관계. 

아내가 깨진 접시에 손목을 다쳐 병원을 가려다 의료보험이 없다는 것 때문에 약국으로 향한다. 결국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비용의 부담을 갖고 돌아오다 다이닝 식당에 들러 나이트호크스 그림을 본다. 아내가 말하는 유명작가 그림과 비싼 내 카메라로 찍은 작품의 거리만큼 서로의 이해가 멀다. 


📚 <뜰 안의 볕>


늘봄. 신학공부를 했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맞는지 답을 찾지 못한채 미국. 중국. 동유럽. 유대인 등의 다양한 마을 사람들의 정원을 지키는 모임에 참석한다. 반딧불이 빛을 내는 모습에 아빠가 지어준 이름은 항상 봄이 아닌 영원한 봄이라는 생각을 한다.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밤이 모든 계절에 공평하듯이. 여름이 와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P254


📚<우리들의 파이널 컷>


방향은 있지만 지향이 없는 상태. 여자는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동시에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


#고잉홈 #문지혁 #소설집 #단편소설 #문학과지성사 #신간도서 #서평

"이게 다 진짜인가요?"

"진짜가 아니면 뭔가요?"

"아까 꿈을 꿨어요." - P46

내가 뮤지엄에서 저 그림을 보고 좋다고 느낀 것은, 실은 그저 내가 저것을 무의식중에 먼저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저 그림의 이미지는 이미 내 무의식 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 이후 나의 모든 판단과 평가와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었던 것일까? - P84

"그 엄마는 날 살려준 거야."

진짜 엄마는 누구고 가짜 엄마는 누구냐고, 그래사 그들은 어디로 갔고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에밀리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이 아이는 무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 P126

구글맵을 켜고 휴대폰의 가상 세계와 눈앞의 현실 세계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저 멀리서 조그맣게 빛나는 오늘의 목적지를 찾았을 때, 영은 안도하기보다는 조금 쓸쓸해졌다. 그녀는 수가 기다리는 반지하의 타이 음식점으로 들어가 음식을 시킨 다음에야 그 이유를 깨달았는데, 그건 오늘의 시행착오가 자신의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로세로 반듯한 길에서조차 길을 잃어버리는 사람이구나. - P141

저거 다 즉흥연주인 거 아시죠? 그래서 재즈는 악보가 없다는 거. 절대로 똑같은 연주라는 게 존재할 수가 없는 거죠. 임프로비제이션. 훌륭한 메타포예요. 우리 인생처럼요. - P151

살면서 우리가 하는 어떤 행동들에는 큰 이유가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아마 그래서 실제로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놓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 P164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유가 없는 일도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관계도 아닌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요. - P190

누구에게나 그림자가 있다. 밤이 모든 계절에 공평하듯이. 여름이 와도 바뀌지 않는 게 있을 것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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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지음 / 토스트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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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하지 못한 말』


임경선 소설

토스트 출판



한 남자를 짝사랑하는 여자인가?

일방적인 통보에 꼼짝도 할 수 없는 심정으로 시작했다. 


3살 연하의 피아니스트 그는 안정을 위해 가는 과정의 불안정한 사람이었고 그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외로움과 상처받은 마음은 알아주지 않은 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누구보다 한 몸처럼 사랑했고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행복해했던 달콤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영원하고 싶었던 그 시간들. 그래서 멀어지지 않아도 확인하고 싶었고 더 마음을 두고 싶어 집착처럼 변해가는 동안에도 나는 몰랐을 것 같다. 


프리다 칼로가 나이많고 문란한 디에고를 떠나왔지만 결국에는 그에게 돌아간다는 불쌍한(?) 연애 방식에 자신도 그도 다시 서로를 원했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으로 공감한 듯했다. 나를 잃어버리는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와 함께라면 그저 행복했었던 그때. 


자신의 안정을 위해 기준을 세우는데 집중하는 남자. 응원하고 기다려야 했었나. 그랬어도 멀어지는 마음은 똑같았을까. 사과를 해도 상대는 더 이상 화도 내지 않는 감정이 식어버린 것을 알아버려도 모른척하면 다시..라는 것이 가능할까. 


잔인하다. 끝이라는 말도 없이 시간을 갖자고 한없이 기다리게 만드는 일은 일상에서 한 자리를 도려낸 것처럼 늘 아프게 지내야하는데.

사랑으로 인해 고통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 속 주인공이 느낀 감정이 어떤 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ㅡ○ 책 속 밑줄 긋기



‘전혀 동요하지 않는’ 내 모습에 과 사람들은 감탄하곤 했지. 

한데, 지나고 보니 딱히 칭찬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어쩌면 나는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딱한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P22


내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게 싫었어. 바보가 된 느낌은 더 싫었어. 이 세상에 싫은 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어. 그럴수록 나는 일상을 잘 보살피며 사는 성숙한 어른에서 제 기분에 따라 멋대로 구는 유치한 아이가 되어갔어. 평소의 나답지 못한 게 무척 못마땅했지. P43


사랑에 보태진 연민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 섬세한 당신과 기 싸움을 해서 당신을 피로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혹자는 내가 당신의 시무룩함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고 맞추려는 게 다 휘둘리는 거라고 손가락질하겠지. 하지만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이미 지는 거잖아. 그렇잖아. P86


“미안해요.“

화를 내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대응하면 화를 내는 이유가 없어져. 상대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을 때만 화내는 것이 효력을 발휘해. 하지만 상대가 나한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다면 화내는 사람은 더 비참해지기만 하지. P144


미움과 사랑. 

체념과 미련. 

원망과 자책. P173


“어떤 괴로움도 공부가 돼요. 잃는 건 없어요.“ P173


지난 1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희한한 게 뭔지 알아? 당신이 너무 미웠는데, 정작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거야. 당신은… 당신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 당신을 떠올리면 어떤 희미한 빛이 내 마음속에 잔잔히 아른거려. 이젠 당신이 밉지 않아. 


정말이야. P203

#다하지못한말 #임경선 #소설 #토스트 #추천소설 #사랑소설 #신간도서 #서평

‘전혀 동요하지 않는’ 내 모습에 과 사람들은 감탄하곤 했지.

한데, 지나고 보니 딱히 칭찬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어. 어쩌면 나는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딱한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 P22

내가 무력하게 느껴지는 게 싫었어. 바보가 된 느낌은 더 싫었어. 이 세상에 싫은 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어. 그럴수록 나는 일상을 잘 보살피며 사는 성숙한 어른에서 제 기분에 따라 멋대로 구는 유치한 아이가 되어갔어. 평소의 나답지 못한 게 무척 못마땅했지. - P43

사랑에 보태진 연민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어. 섬세한 당신과 기 싸움을 해서 당신을 피로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 혹자는 내가 당신의 시무룩함을 신경 쓰고, 눈치를 보고 맞추려는 게 다 휘둘리는 거라고 손가락질하겠지. 하지만 상대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이미 지는 거잖아. 그렇잖아. - P86

"미안해요."

화를 내는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대응하면 화를 내는 이유가 없어져. 상대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을 때만 화내는 것이 효력을 발휘해. 하지만 상대가 나한테 바라는 게 더 이상 없다면 화내는 사람은 더 비참해지기만 하지. - P144

미움과 사랑.

체념과 미련.

원망과 자책. - P173

"어떤 괴로움도 공부가 돼요. 잃는 건 없어요." - P173

지난 1년 동안 내가 겪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희한한 게 뭔지 알아? 당신이 너무 미웠는데, 정작 왜 그렇게 힘들어했는지를 도통 모르겠다는 거야. 당신은… 당신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 당신을 떠올리면 어떤 희미한 빛이 내 마음속에 잔잔히 아른거려. 이젠 당신이 밉지 않아.



정말이야.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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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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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장편소설

김보람 옮김

다산책방 출판


1948년 아이올라 마을. 삼대에 걸쳐 복숭아 재배기술을 보유한 우리 과수원. 행복했던 집이었지만 켈 오빠, 비비언 이모, 어머니를 앗아간 기차사고로 집은 전쟁 참여 후 장애를 입은 이모부와 아빠, 남동생 세스 이렇게 남자만 가득하다. 주인공 빅토리아(토리)는 성장하며 변하는 신체를 꽁꽁 숨기느라 바빴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른 채 점점 의지할 곳 없는 집에서의 시간은 흐른다. 


어느 날 윌슨 문(윌)이름의 낯선 이방인이 마을에 오지만 사람들은 미국으로 밀입국한 멕시코인을 폄하하는 단어인 웻백(wetback) 이나 아메리칸 인디언을 비하하는 표현인 인전(injun)이라 부르며 그에게 잠자리, 일자리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고 문전박대와 멸시로 가득찬 시선을 보낸다.


토리를 깃털터럼 가볍게 안아 옮길 만큼 강인한 윌. 그런 윌은 사람들의 편견과는 전혀 달랐다. 토리는 동물의 새끼를 살리려는,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손길을 가진 매력적이고 신비로운 윌에게 빠져든다.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P32) 


윌이 보이지 않자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던 걸까. 의무감에 움직이지만 모든 일상이 다 무기력해지고 허상이라도 윌을 보고 싶다는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블랙 캐니언이 윌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P151)


토리는 윌의 아이가 뱃속에서 자라는 것을 느끼고, 잔인한 소문을 듣고 윌을 죽게 만든 게 남동생 세스일 거라는 생각에 분노가 가슴에 자리 잡고 집을 떠나게 된다. 

(단 한 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버리듯 한 소녀의 인생에 닥친 단 하나의 사건은 이전의 삶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P165)


생존을 위해선 아기 베이비 블루를 지켜야 하는 어머니가 되어야 하니까 두려움을 딛고 일어선다.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P143) 본능처럼 자연의 동물. 식물들의 소리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익히며 환경에 익숙해지는 과정들을 묵묵히 견뎌내지만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도망치듯 숨다시피한 삶도 끝을 내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갓난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여자를 보게 되면서 아들은 그 여자와 있다면 살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두고 떠난다. 


다시 돌아온 집. 하지만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토리 홀로 남았다. 마을은 댐 공사로 물에 잠길 것이라는 정부관계자의 말에 토리는 마을에서 복숭아밭을 가장 먼저 보상받고 팔았고, 동네사람들은 윌에게 했던 것처럼 토리를 욕하며 돌아섰다. 토리는 아이올라 마을과 거니스 강으로 이어진 파오니아 마을에 새로운 사람들과 정착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과거 모두가 안된다 했던 땅에 복숭아 나무를 심었던 할아버지를 떠올리며 아이올라의 복숭아 고목나무들을 새로운 땅에 옮기기로 한다. 그곳에서 동네 사람들도 가족도 추억도 뒤로한 채 새롭게 출발하고 살아남을 것이라 믿으며. 


(젤다의 말대로 나는 이 땅을 일굴 만큼 강인하다는 걸 증명해 냈고, 이 땅은 나를 받아줄 만큼 관대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우리 복숭아의 잎마다 뿌리마다 씨앗마다 슬픔이 묻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윌과 내 아들은 과수원 모퉁이에서 날 보며 웃고 있지도, 내 옆에 서서 나와 함께 일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자주 상상한다 한들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P341)


복숭아가 자랄 수 있는 땅을 기다리는 동안 토리는 윌과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하며 그리움과 후회의 감정을 고스란히 견뎌낸다. 그들을 상상하며 채워진 그리움의 공간들은 포기 하지 않는 희망을 그려보지만 땅도 과수원이 성공적으로 일구어지는 모습에 아들도 윌도 없는 지금의 공허함은 더욱 크기만 하다.

(이제 내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천 마디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때에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쓸모없는 한마디. “미안해.” P323)


상실을 겪었던 사람이라면 토리를 통해 아들을 생각하는 저며오는 아픈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아픔과 슬픔과 후회에 대해 흐르는 강물처럼 다 지나가고 흘러갈 것이지만 어느 때에 어딘 가 연결된 물처럼 나에게 돌아와 희망으로 그릴 수 있을 것도 같은. 길었지만 아름다웠던 소설. 


#흐르는강물처럼 #셸리리드 #다산책방 #김보람 #장편소설 #추천책 #아름다운소설 #소설추천 #읽을만한책 #독파


그는 내게 본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비운 삶이야말로 참된 삶이라는 사실을, 그런 수준에 도달하면 삶을 지속하겠다는 마음 외에 그다지 중요한 게 없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 P32

무고한 소년을 포용하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가르지 못할 만큼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진실을. 블랙 캐니언이 윌의 깊고 끔찍한 무덤이 되어버린 것은 그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 마을에 머물렀기 때문이라는 진실을. - P151

단 한 번의 폭풍우가 강둑을 무너뜨리고 강물의 흐름을 바꾸어버리듯 한 소녀의 인생에 닥친 단 하나의 사건은 이전의 삶을 모조리 지워버렸다. - P165

"흐르는 강물처럼 살 거야. 우리 할아버지가 늘 그러셨거든. 방법은 그뿐이라고." - P143

젤다의 말대로 나는 이 땅을 일굴 만큼 강인하다는 걸 증명해 냈고, 이 땅은 나를 받아줄 만큼 관대하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내 속마음은 우리 복숭아의 잎마다 뿌리마다 씨앗마다 슬픔이 묻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연했다. 윌과 내 아들은 과수원 모퉁이에서 날 보며 웃고 있지도, 내 옆에 서서 나와 함께 일하고 있지도 않았다. 아무리 자주 상상한다 한들 그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 P341

이제 내가 아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천 마디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때에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그러나 쓸모없는 한마디. "미안해."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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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Andersen, Memory of sentences (양장) -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 센텐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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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잔혹동화 속 문장의 기억』


선과 악, 현실과 동화를 넘나드는 인간 본성

박예진 엮음 편역

SENTENCE 센텐스 출판



'사랑 앞에선 늘 아이였지만, 현실과 동화의 경계에 서 있었던 안데르센'의 동화 중 잔혹이야기들로 욕망, 사랑, 환상, 교훈 4장으로 나뉘어 동화소개를 한다. 요약이지만 또 안데르센의 목소리를 다 담아서 읽을 거리가 가득하다. 


++ 내 문장 속 안데르센

동화 작품의 주제로 꼽은 문장을 영어나 한국어 표현을 보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의역하거나 그대로 필사해 보면서 안데르센의 문장을 사유해 보는 페이지가 이 책의 매력!


sentence 340

Life itself is the most wonderful fairy tale.

인생 그 자체가 가장 훌륭한 동화이다.




안데르센 잔혹동화들을 단순 재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교훈이나 작가 에필로그, 시대적 배경 등의 숨은 이야기들을 알 수 있어  박예진의 동화 '큐레이션'은 계속되어도 좋을 것 같다.



1장. 인간적인 욕망과 그 욕망에 인물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탐구하는 안데르센의 모습을 마주한다. 


<작은 클로스와 큰 클로스_Little Claus and Big Claus>

안데르센이 초창기에 썼던 작품으로 발표 당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다가 동화작가로 성공하면서 가장 잔혹적이고 재밌는 동화로 평가 받았다. 

꾀 많은 가난한 작은 클로스와 욕심 많은 큰 클로스. 더 큰 욕심 때문에 가진 것을 결국 다 잃고 만다. 


<빨간 구두_The Red Shoes>

죽어도 멈출 수 없는 춤. 

But she could still see them with the eyes of her mind. She was walking and dancing in her mind.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P46


2장. 사랑을 통해 우리 존재의 의미를 실현할 것을 강조하는 안데르센을 마주할 수 있다. 


<인어공주_ The Little Mermaid>

이 작품은 안데르센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에드워드 콜린의 결혼 소식을 듣고 상실감에 빠져 집필한 동화다. 짝사랑의 대상이 남자였는데 그를 향한 마음은 종교도 결심도 막을 수 없었기에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로 자신의 감정을 담아냈다. 

순애보같이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물거품이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작가 자신의 감정을 담았다니 인어공주가 또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더 비극이 슬프게 다가왔는지도. 


She knew that she could never be with him, but still, she couldn’t help loving him with all of her heart. 

인어공주는 왕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P91


<어머니 이야기_The Story of a Mother>

죽음에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려가며 달려가지만 결국 아이의 행복을 위해 신의 곁으로 보내주는 어머니의 이야기. 

희생으로 아이를 구할 것 같지만 작은 희망은 와르르 무너져버린 절망으로 끝난다. 안타깝다고 느껴지기 까지 했는데 이 동화 역시 안데르센 자신의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것을 녹여두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곁에 있을 때 후회없이 사랑하라는 세상 어머니에게 말해주고 싶은 걸지도. 

꼭 죽이는 잔인함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잔인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동화. 


3장. 환상적인 마법과 마녀가 등장하는 모험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인물들을 마주할 수 있다. 


<눈의 여왕>처럼 꿈처럼 사라져버리거나 <부시통>처럼 악도 성공으로 이끄는 동화는 환상같은 동화이지만 화려함밖에 기억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삶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하는 동화들. 


4장.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교훈을 통해 도덕적이고 철학적인 가치를 심어 주기 위해 노력하는 안데르센을 마주한다. 


<미운 오리 새끼_The Ugly Duckling>

미운 오리 새끼의 백조가 안데르센 본인을 투영한 작품이라니.. 185센티의 키였던 안데르센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뒤늦게 들어간 라틴어 학교에서 자신의 작품에 대한 무시와 악평을 내뱉는 교장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지만 자신은 높은 자리로 올라가려는 욕구를 갖고 있었기에 이런 동화를 쓸 수 있었다. 

나에겐 <미운 오리 새끼>는 지금 읽어도 원래 백조였기때문에 잘 되었다 보다는 힘든 시기를 지나면 행복한 날도 온다는 희망적인 동화다.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지는 못하죠. 외모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훌륭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P221


<하늘을 나는 가방_The Flying Trunk>

부자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재산을 탕진한 청년은 하늘을 나는 가방을 선물받고 성꼭대기 사는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즐거움을 주는 행복을 이제 알기 시작했지만 폭죽을 실은 가방이 불에 타면서 행복도 모두 사라져버린다. 

적당히 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신이 한 나라의 왕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판타지 말그대로 하늘을 나는 청년은 자신의 행복이 마법처럼 영원할꺼라고 믿었던걸까. 결국 끝없는 욕심으로 불꽃과 함께 행복을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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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텍콘텐츠❜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But she could still see them with the eyes of her mind. She was walking and dancing in her mind.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마음의 눈으로 그것을 볼 수 있었어요. 그녀는 마음속에서 걷고 있었고, 마음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답니다. -빨간구두 - P46

She knew that she could never be with him, but still, she couldn’t help loving him with all of her heart.

인어공주는 왕자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서 그를 사랑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인어공주 - P91

Everything has its beauty, but not everyone sees it. The difference in appearance doesn’t matter, as long as you have a good heart.

모든 것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모두가 그것을 보지는 못하죠. 외모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으며, 훌륭한 마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미운오리새끼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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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재황 옮김,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 문학동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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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프란츠 카프카 지음

루이스 스카파티 그림

이재황 옮김

문학동네 출판




ㅡ○ <독파챌린지> 박연준 『듣는 사람』 속 고전 읽기 


20세기 문학의 신화 카프카의 소설 「변신」. 밀란 쿤데라는 카프카의 작품을 두고 ‘검은색의 기이한 아름다움’이라 표현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인의 삶을 그려낸 책을 읽으며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이 공간에서 우리의 존재는 과연 무엇으로 '변신' 되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ㅡ○  <책을 읽고>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그레고르는 불행에서 가족을 구하고 빨리 잊기 위해 열성을 갖고 일했다. 돈을 잘 벌자 행복해했고 일상처럼 당연하게 모두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아침에 벌레가 된 그레고르. 문 밖으로 나서기도 어려울 자신의 흉측한 외모와 알게 될 가족들의 놀라움을 걱정한다. 회사 출근도 못했지만 어찌해서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며 그레고르는 다시 인간으로 돌아가면 지금의 모습을 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벌레로 있는 게 더 나은 삶인가. 인간일 때의 삶은 더 나을까. 자신의 희생으로 가족이 행복하면 좋은 삶일까. 당연하게 가장처럼 일을 해야 하는 건가. 그레고르는 방 안에서 수많은 생각의 늪에 빠진다.


자신이 희생하는 존재였다는 것을 알고 난 다음 느끼는 억울함. 그리고 외롭고 쓸쓸한 마음.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갖지만 등을 돌리는 가족을 보며 포기하는 그 순간까지의 과정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보는 듯했다.

그레고르의 모습이 변하고 버려지고 방치되는 동안 가족들은 자신들의 삶을 살아가는 데 초점을 둔다. 변해버린 모습으로 고통을 홀로 견뎌내던 그레고르를 감싸주지 않고 가족이 먼저 외면해버리다니. 이기적이라고 하기에는 가족들은 악의가 없었으니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특히 공감되었던 것은 그레고르 같은 인물이 나 혹은 우리 가족 주변에 있다는 것.

아파도 쉴 수 없던 엄마의 모습. 가족 경제를 위해 책임감으로 묵묵히 버텼던 아빠.  그런 희생으로 인해 나머지 가족이 행복해 했다는 것. 감사하고 고마워하는 마음 그리고 그로 인해 누렸던 행복들은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였다. 


쓰임이 사라졌을 때 홀대되고 버려지고 잊혀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소설.



ㅡ○ <책 속 밑줄 긋기>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P9


“침대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올바른 길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는 침착한, 최대로 침착한 성찰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P23


집에 돌아와 그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은 모두 행복해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나중에 그레고르는 온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후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P74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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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 P9

"침대에 그냥 머물러 있을 수는 없어. 전부를 희생해서라도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가장 올바른 길이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는 절망적인 결심보다는 침착한, 최대로 침착한 성찰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 P23

집에 돌아와 그 돈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식구들은 모두 행복해서 입이 벌어졌다. 정말 좋은 시절이었다. 나중에 그레고르는 온 가족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많은 돈을 벌었지만 그후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 P74

"가구를 모두 치워버리면, 그 병세가 나아지리라는 희망을 모두 포기하고 매정하게 그앨 혼자 내버려두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니? 방은 예전 그대로 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그레고르가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을 때 모든 게 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하게 될 테고, 그럼 그 동안의 일을 그만큼 더 쉽게 잊을 수 있을 거야."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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