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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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무경 장편소설/부크크오리지널 BOOKK ORIGINAL 출판


📚 책의 줄거리

  일본 유학을 하고 막 경성으로 온 '에드가 오'는 한국식 이름 대신 모던의 이름과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은일당》은 경성에서 드문 모던함을 갖춘 서양식 건물로 무언가의 비밀스런 부인과 딸 둘이 살고 있는 가정집으로 에드가 오는 하숙을 하기 위해 의사인 형에게 추천받은 과외선생님이 본인이라고 부인에게 소개하며 하숙을 하게 되고, 모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어느 날 주인 몰래 박동주, 권삼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끼던 페도라를 권삼호가 가져갔다 생각에 그곳으로 가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페도라를 찾게 되는 과정에서 함께 술자리를 한 친구의 도끼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고문을 받고 유치장에 갇히는 일을 겪습니다. 자신이 범인이 아님에도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고, 다행이 고문당하는 중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면서 살인사건 용의자에서 벗어나게 되고 풀려나는데요. 

  ‘에드가 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에드가 앨런 포’의 추리소설인 <우울과몽상> 속 주인공 명탐정 뒤팽처럼 탐정이 되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탐정이 갖추어야할 모습을 따라하지만 아끼는 양복과 모자가 더러워질까 걱정하는 것만 보아도 탐정흉내를 내는 어설픈 모던 보이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주, 선화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단서를 얻고 사건을 끝까지 추척하여 범인을 잡습니다.(결국 선화의 활약이 컸지만요^^;)  


📒 책을 읽고

주인공인 ‘에드가 오’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추리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과 비슷하게 지어 부르며 모던을 중요시 여기는데요. 서양의 문물, 사상을 배우고 자신의 말투, 이름, 복장을 모던하게 하면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일본이 강제하고자 한 우리 민족이 일본이 아닌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임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와 이상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드가 오’처럼 당시 유학파 지식인들이 서양의 사상과 문물들을 따라하는 모습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함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취객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처럼 ‘에드가 오’ 역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모른체하는 모습은 그 당시의 현실은 상대방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먼 이상을 꿈꾸는 지식인들의 허무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신분을 벗어나 이상을 위해 나아가는 '박동주', 핏줄을 중시하는 '권삼호'는 서로의 생각을 신문에 실린 시를 찾고 문학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자신들이 혼란의 시대에서 어떤 현실과 이상을 따라야할 지 고민하는 모습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했을 것 같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던을 주장하는 '에드가 오'의 행동들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탄압 속에 맞서기 위한 하나의 의지였음을 볼 수 있는데요. 단정한 옷차림, 말투, 행동으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짜 일본의 모던이 아닌 서양의 모던을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자 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추리소설의 초반의 궁금증과 점점 책장을 넘기면서 다음 이야기의 긴장감이 조금 더 올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누구나 실수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느꼈을 혼란 속에서 희망을 갖고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주인공들의 일상을 통해 이겨냄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들은 좋았어요.

만약 2권이 나온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선화의 부친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일본에 맞서 나라를 되찾고자 음지에서 활동하는 모습들과 오문덕, 선화가 함께 조금 더 탐정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활약한다면 은일당은 일반 모던한 하숙집이 아닌 비밀스런 사건과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 C양, 연주와 함께 다음 은일당 이야기를 더 써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책 속 밑줄긋기

코끝으로 생강나무 향이 스쳤다. 언제 은일당의 문턱을 타고 넘어 들어온 것일까. 거슬리기만 하던 알싸한 내음이 지금은 향긋하기만 했다.
-하숙 허가를 받고 오문덕 p26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취객을 구경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더욱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에드가 오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그는 다시 한번 이곳이 경성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분주함과 시끄러움과 악취는 경성의 일상이었고 그걸 대하는 체념을 닮은 무심함 역시 경성의 일상이었다.
3년 전 경성을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비루함만 가득한 이 모습을 타고르가 보았다면 과연 조선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을까. 머릿속에서 비관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선 사람들은 언제나 지저분하게 다니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감정도 추스르지 못해서 크게 화를 내곤 한다.’
내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조선을 비웃는다.
-권삼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문덕 p86

에드가 오는 넥타이 매듭을 바르게 잡고 모자를 고쳐 썼다.
모던은 단정함이다. 단정한 몸가짐에서 단정한 마음가짐이 나오는 법 아닌가. 조선을 정돈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돈은 일본의 가짜 모던이 아닌, 제대로 모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자.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모던을 높아서는 안 된다. 모던의 단정함을 언젠가 조선 사람들에게 새기리라. 조선에 모던이 제대로 자리 잡는 날, 그때야말로 타고르 옹의 시처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때가 아니겠는가.
그는 밀려오는 생각들을 몰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 권삼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문덕 p86-87

아득하기만 했다. 3년 전에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의 경성은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 곳으로 변한 것인가. 쇼와 4년, 서기 1929년의 경성은 줄 베른의 어떤 공상소설처럼 낯설고 끔찍하기만 했다.
- 늦은귀가 p130

경성에 있는 것은 에로와 그로만 탐닉하며 정작 중요한 기사는 검열 당해 알리지도 못하는 무능한 언론과, 제대로 된 수사는 없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만 바쁜 경찰, 그리고 범죄에 신음하면서도 아무에게도 구제받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뿐이다. 진짜 범인은 경찰과 언론의 무능 사이에 숨어 군중 사이를 유유히 활보한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도 사건의 진상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날카롭게 단련한 이성을 무기로 삼아 활약하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 우울과몽상 p144-145

모던은 질서이다. 그런데 여기는 말 그대로의 무질서 아닌가.
몇 번을 와도 이곳의 혼란과 무질서는 그의 모던한 감성을 불쾌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문명의 질서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혼돈의 세계는 마치 이성적인 삶에 갑자기 폭력적으로 끼어드는 살인의 대비처럼, 불쾌하고 또 불쾌할 뿐이었다.
- 두 번째 범행 현장 p203

“모던은 존중이네. 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상대를 존중한다는 건,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자세부터 갖추는 거지. 신분이라는 게 이미 구습이 되어 사라져 없는 세상인데, 그런 허깨비 같은 것에 매여서 상대를 존중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 그 말이야말로 안 되는 말이 아닌가.”
- 박동주에게 오문덕이. 한밤중의 대화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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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오는 넥타이 매듭을 바르게 잡고 모자를 고쳐 썼다.
모던은 단정함이다. 단정한 몸가짐에서 단정한 마음가짐이 나오는 법 아닌가. 조선을 정돈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돈은 일본의 가짜 모던이 아닌, 제대로 모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자.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모던을 높아서는 안 된다. 모던의 단정함을 언젠가 조선 사람들에게 새기리라. 조선에 모던이 제대로 자리 잡는 날, 그때야말로 타고르 옹의 시처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때가 아니겠는가.
그는 밀려오는 생각들을 몰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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