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하는 자세 - ‘첫 책 지원 공모’ 선정작
이태승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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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하는 자세

이태승 소설
은행나무 출판



사실같이 생생하게 느껴진 이유가 작가님의 직업 때문은 아닐까 싶어요.
소설에 시청공무원, 환경부사무관, 고용센터과장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보다 재미있었던 것은 세종시 행정사무관이라는 직업이라 더 잘 표현하실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

직장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공무원 특유의 관료주의적 사고방식에 대한 비판과 조직 내에서 나뉘어지는 격차들은 실제 근무를 하면서 미묘한 감정들이 있는데 그 감정들을 기똥차게 표현해주어 읽으면서도 통쾌하기도 했고,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 말하지 못하고 그 다수 속에 어울리고 있는 내가 떠오르기도 해서 뜨끔하기도 했어요. 

8개 단편을 모아놓은 소설로 에세이처럼 일상만 죽~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신있게 글로 표현하는 것도 멋있게 느껴졌습니다. 만약 제가 작가라면 계속 글로 남는 책 속에 나의 의견을 쓰는 것은 이름을 걸고는 절대로 쓸 용기가 없는데 말이지요 😅 

📚각 단편을 읽은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실 황과장같이 일이 주어지면 목표달성을 위해 달리는 스타일이었는데 나도 어쩌면 누군가에겐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겠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설문조사에서 한두 표 차이로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인지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인지 나뉘는게 회사라는 곳이고 그 속에서 나도 함께 일하고 싶은 인기있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인데요. 인기라는 것이 업무능력과는 또 다른 것이라... “적당히”에 맞춰질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요? ^^ 

나를 보고 전보를 축하한다며 몇몇이 다가왔다. 그들은 함께 일하고 싶은 직원이었나,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직원이었나, 그 중 한 명이 내게 어깨동무를 하며 언제 점심 한 번 먹자고 말했다. 나는 “좋지”라고 답하며 슬그머니 손을 뿌리쳤다. 옥상에 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보다가 그런데 아까 누구였지, 하고 뒤돌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다 P36

2. 근로하는 자세
업무도 많은데 밥맛 상사로 스트레스 받아 죽겠는데 결국 나도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소설 중간에 ‘내가 죽어야 이 일이 끝나는 건가.’ 하는데 정말 죽음으로 결말을 낸 것은 어쩌면 그렇게 죽음으로라도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끝내주고 싶게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답없는 상사와 한팀으로 만나면 세상 좋다는 심리책을 읽어도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기분이 들죠. 겪어본 사람은 알껍니다ㅎㅎ)

예고없이 닳아버린 건전지처럼. 곳곳에 송진가루가 쌓여 있어 그나마 깨끗한 바닥을 찾으러 두리번대다 결국 아무 곳에나 앉아버렸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가방에서 서류뭉치와 휴대폰을 꺼내 주위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P44

한동안 차관은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태연히 직무를 봤습니다. 출근하는 관용차 안에서 피를 쏟으며 졸도하고서야 그 사실이 가족들에게 알려졌죠. 공직생활, 삼십 년을 근무해온 결과가 이거라니. 고작 이것이라니. P72

3. 아침이 있는 삶
40이 넘은 아들의 발톱을 깍아주다 드라마보며 눈물 훔치는 엄마와 수술하는 것을 알리지 않으려 평일에 몰래하려고 하는 엄마는 우리엄마들이 그러했는데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선 울지 않고 아픈 것도 참는 내가 떠올라 나도 그렇게 늙어가는 구나 싶어 잠시 눈을 감기도 했어요. 엄마에 대해 표현이 너무 애틋해서 좋았어요. 

나는 버스 요금을 백 원 부족하게 내고 탄 승객처럼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P97

엄마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주인공 행동을 따라 하는 건 아닌지 속이 상했다. P99

하룻밤을 자고 일찍 집을 나서는데 엄마는 두 사람 몫에 해당하는 명절 음식과 각종 밑반찬, 지난해 담근 김장김치까지 바리바리 싸서 내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엄마의 마지막 반찬이 되었다. 텃밭에 심은 고추가 유독 매운 종자였는지 매일 아침 김치를 꺼내 먹을 때마다 아찔하게 눈물이 났다. 희한하게 웃음이 날 때도 있었다. 엄마가 내게 평생 들려준 한 편의 이야기 같아서. P107

4. 문 앞에서 이만
소신있는 사람들이 있죠. 순박하게 도리에 맞게 자신의 방법대로 일을 처리했을 뿐인데.. 사장의 비위 한번 맞추면 될 일을, 적당히 눈치껏 넘어가주어도 될 일을 묵묵하게 할 뿐인데. 되려 직장에서는 사회생활을 못하는 직원으로 바라본다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같아 더 슬펐어요.

회사라는 곳은 그렇게 웃지 않고서는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처음부터 사장 의도에 적당히 맞춰주는 편이 현명했을 것이다. 판단이 느린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그 놈의 고집, 융통성 없는 성격이 문제였다. P123

5. 우리 중에 누군가를
무리에서 한 사람을 보내야 하는데 등장하는 모두가 모두를 욕하고 헐뜯습니다. 칭찬은 찾아볼 수 없고. 결국 한 사람이 결정되었지만 이름은 작가님이 밝히지 않았어요. 아이들의 밀고와 아이들의 의견을 묻고는 결국 선생님이 독단적 결정하는 것은 지금 우리도 모두가 진짜 동아리의 발전과 유지가 아니라 본인의 이익만 우선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6. 오종, 료, 유주
여행을 떠난 주인공 남자 ‘나’는 낯선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동성애자 여행자들과의 동행을 하게 되고 술과 담배연기 자욱한 곳에서 과거사를 이야기하며 잠시 충동적으로 일탈을 하지만 다시 여행지에 도착한 유주를 만나면서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충동이후에 남들을 의식하며 지내온 나의 감정들을 알게 된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연인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주변 시선들은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는데요. 이런 억눌린 감정들이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원래의 자신의 모습일 수도...있겠죠.

그녀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같은 일정으로 여행을 했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우리가 더 오래 만날 수 있었을까, 분명히 답할 수는 없다. 단지 나는 그 후로 어디론가 불쑥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그것에 대해서라면 굳이 변명하지 않겠다. 결국에는 떠나지 못하리란 걸 알았다. 진눈깨비가 쏟아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작고 흰 눈이 내게 수없이 부딪치며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다. 나는 지구 반대편의 여름을 떠올렸다. P192 
  
7. 일과 이분의 일
정말 회사에서 이런 일이 많아요. 
내가 일을 이분의 일. 아니 절반 이상을 더 많이 하는데 정작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여지는 것. 부당하고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받아들여지지 않는 게 회사죠. 알면서도 나는 주인공 노팀장처럼 하지 말아야지 다짐하게 되는게 인간인 거구나 싶습니다.

과장인 내가 어리고 만만해서 그런 건지, 지나치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P205

이제 조만간 제대로 된 업무 조정이 필요할 거 같았다. 얼마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분의 일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따지고 보면 그게 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를 일이었다. P224

8. 구덩이
명예, 돈, 가족 없이 어쩌면 하무하게 살다 죽었을 수 있는 태평을 
영혼이 우주로 가는 모습을 보며 지구 반대편의 한 아이가 “와, 별똥별이다.” 라고 외칠 때 “별똥별”이라는 의미를 부여해줌으로 그 동안의 고된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반짝이는 삶이었다고 말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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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창비시선 446
안희연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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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언덕은 올라가기 힘들지만 오르고 나면 살랑 불어오는 바람으로 기분이 좋아지듯 시집의 내용들도 삶에 대한 이유를 생각하기도 하고 어쩌면 이유 없는 것들에 대하여 흘러가듯 두기도 해요. 

그 중 추리극 이라는 시가 유독 생각에 많이 남고 단어와 문장으로 이렇게 많은 생각을 이끌어 낼 수 있게 한다는 것에서 시의 매력에 빠졌어요. (사실 저는 시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소설이나 에세이를 더 좋아합니다.)

선과 악의 나뉨은 내 안의 미로 속에 헤메다 결국은 밖으로 나오지 못한 자신일테고, 그 미로의 어려움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그런 미로를 없애는 방법도 몰라서 그 속에 갇힌 것이겠지만요🙃
이렇게 시로 마음을 다양하게 나타낼 수 있다니..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고 그 문장을 읽을 때 마다 머리에서 여러 단어, 문장들이 쏟아져 나왔어요. 

시인의 말 중
“많은 말들이 떠올랐다 가라앉는 동안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것 같고 억겁의 시간이 흐른 것도 같다. 울지 않았는데도 언덕을 내려왔을 땐 충분히 운 것 같은 느낌도 들고.”
이 대목이 딱 시집을 읽고 내가 느낀 느낌과 너무 같았어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제목처럼 
지금! ‘여름’에 읽어야 여름의 푸르름과 무거운 느낌의 시를 함께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눈부시게 푸른 계절이었다 식물들은 맹렬히 자라났다
누런 잎을 절반이 넘게 매달고도 포기를 몰랐다

치닫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는 듯



🌲추리극

천사, 영혼, 진심, 비밀……
더는 믿지 않는 단어들을 쌓아놓고

생각한다, 이 미로를 빠져나가는 방법을

나는 아흔아홉마리 양과 한마리 늑대로부터 시작되었고 그 이유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매일 한마리씩, 양은 늑대로 변한다
내가 아흔여덟마리 양과 두마리 늑대였던 날
뜻밖의 출구를 발견했다
그곳은 누가 봐도 명백한 출구였기 때문에
나가는 순간 다시 안이 되었고

화살표가 가리키는 곳을 더는 믿지 않기로 했다
미로는 헤멜 줄 아는 마음에게만 열리는 시간이다

다 알 것 같은 순간의 나를 경계하는 일
하루하루 늑대로 변해가는 양을

불운의 징조라고 여기는 건
너무 쉬운 일

만년설을 녹이기 위해 필요한 건 온기가 아니라 추위 아닐까
안에서부터 스스로 더 얼어붙지 않으면

불 꺼진 창이 어두울 거라는 생각은 밖의 오해일 것이다
이제 내겐 아흔아홉마리 늑대와 한마리 양이 남아 있지만
한마리 양은 백마리 늑대가 되려 하지 않는다

내 삶을 영원한 미스터리로 만들려고
한마리 양은 언제고 늑대의 맞은편에 있다 



🌳열과

이제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다
흘러간 것과 보낸 것은 다르지만

지킬 것이 많은 자만이 문지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지기는 잘 잃어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 다 훔쳐가도 좋아
문을 조금 열어두고 살피는 습관
왜 어떤 시간은 돌이 되어 가라앉고 어떤 시간은
폭풍우가 되어 휘몰아치는지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했다
한쪽 주머니엔 작열하은 태양을, 한쪽 주머니엔 장마를담고 걸었다

뜨거워서 머뭇거리는 걸음과
차가워서 멈춰 서는 걸음을 구분하는 일

자고 일어나면 어김없이
열매들은 터지고 갈라져 있다
여름이 내 머리 위에 깨뜨린 계란 같았다

더럽혀진 바닥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여름은 다시 쓰일 수 있다
그래, 더 망가져도 좋다고

나의 과수원
슬픔을 세는 단위를 그루라 부르기로 한다
눈앞에 너무 많은 나무가 있으니 영원에 가까운 헤아림이 가능하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4000만 팔로우 🎉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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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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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억지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읽기 위해 북클럽도 기회가 되면 몇 개 참여하고 있어요. 아래는 창비 스위치 북클럽 필라멘트 6월 1차 미션완료한 내용입니다. 

저는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지 땀나는 여름 밤, 푸르른 여름을 너무 좋아하는데요. 여름이었다의 주제 맞게 시작되는 북클럽의 책은 여름하면 덥다가 아니라 잠든 나의 가슴뛰게 할 수 있는 첫사랑이야기로 시작하더라구요 😌  첫사랑에 관하여 읽고 가슴뛴 이야기 올려봅니다 ❤️

🟪 내 사랑의 원형. 
최진영 『첫사랑』

1.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

  Y가 준 편지에서 Y가 칠한 문장 "But now I know the meaning of ture love" 대신 
J의 아름다운 미소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일기장에는 "I believe I can fly. I believe I can touch the sky"를 쓰고 Y이야기는 빼먹었다는 내용에서
사랑이건 아니건 사람과의 관계에서 분명 저런 경험을 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분명 이 사람에게 마음을 받았지만 정녕 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다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람의 마음이 서로가 통해서 끌어당기면 좋으련만 모든 만남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는 것. 노래 가사에서 보고싶은 것만 보이는 것 처럼 사랑은 어쩌면 이기적인 것이라는 것을 가사 문장으로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2. 나의 사랑의 원형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사랑의 원형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그 사진을 연인에게 주었다가 헤어질 때 받는다. 연인과의 헤어질 때 끝맺음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끝이 좋지 않을 때 연인과 서로 주고 받았던 선물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의 원형인 사진을 주었다가 돌려받는 것은 더 크게 상대방에게 종료의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랑의 원형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사진을 받는다는 것은 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100%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서운함과 외로움을 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나와 너만 있어야 하는 사랑에 또다른 3자가 항상 존재하는 느낌은 누구나 싫을 테니까 말이다. 

---📚 책 속 밑줄긋기
나는 부모님과 달리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할수록 더 외로워졌다. 그저 외로울 뿐이라면 어떻게든 꾹 참아 보겠는데, 사랑과 함께 오는 외로움은 꼭 경멸이나 굴욕감의 손을 잡고 왔다. P15

아름다웠다.
가슴이 뛰었다. 머릿속 굵은 핏줄 하나가 터져 버린 듯 심각한 두통이 밀려왔다. 손발이 저렸다. 나도 모르게 발을 굴렸다. 몸이 둥실 떠올랐다. J가 웃을 때 마다 콩콩, 머리로 교실 천장을 박았다. P18

아름다움과 사랑이란 단어는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를 무지막지하게 끌어당겼다. 그날 일기장에 "I believe I can fly. I believe I can touch the sky" 란 문장과 J의 미소와 아름다움과 죽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 어쩌다 보니 Y얘기는 빼먹고 말았다. P21

메마른 냄사는 J의 것. 작은 나무처럼 웅크린 채 울던J. 뒷모습만으로도 완전한 J.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J. 늘 나를 두리번거리게 하는 J.
그날 역시 죽고 싶다는 내용과 J에 대한 이야기로 일기장을 채웠다. '아름답다'란 단어를 반복해서 쓰기도 했다. '아름답다'와 '사랑'은 지구와 달처럼 늘 함께 움직였다. 팔이 아파 Y와의 첫 키스 얘기는 쓰지 않았다. P28


🟪 우리를 끝내 붙잡아 살게 하는 힘.
박상영 『햄릿 어떠세요?』

1.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

내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믿었던 현실이 실은, 헬륨을 넣은 풍선처럼 이리저리 정처 없이 나부끼고 있었던 것에 불과헀다는 사실을. 현실은 전혀 정제되어 있거나 아름답지 않으며, 일상에 연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지금 이순간이 내 삶이라는 사실을. p51

아이돌 연습생인 '나'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상품과 같은 존재이며, 데뷔에 대한 기대감과 탈락의 반복에 지침이었다. '곰곰'은 그러한 '나'에게 필요한 존재라 말해주지만, 정작 곰곰은 일주일에 여덦번 술을 마시고 자살기도를 하는 모습은 불쌍하다는 연민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곰곰으로 흔들리는 지금 이순간을 인정하면 흔들리는 '나'를 멈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하고 지금 비록 탈락자이지만 분명 성공을 할 것ff이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도 내 삶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2. 햄릿의 대사와 함께 곰곰을 추억하는 '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격렬한 사랑의 마음도 아니었고, 설렘가득함과 풋풋함도 없다. 오랜 연인처럼 일상을 함께 하고 힘듦을 기댐으로 외로움을 채워주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던 게 사랑이었다고 깨달은 것은 아닐까?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데 곰곰과 함께 했던 연극 햄릿의 대사가 떠오르고, 곰곰을 만난 것은 심심해서 그냥 있던 시간이 아니라 자신도 인정받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는 연약한 곰곰을 돌봐주고, 곰곰이 회복되는 과정들을 보며 자신도 치유가 된 것이라 생각든다.

하지만 벌레 득실거리는 볕들지 않는 환경속에서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남자와 동거를 했다는 시간은 아이돌 데뷔를 앞둔 자신에게 인정할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었다고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걸 수 밖에 없었을지도. 

——📚책속 밑줄긋기
그때의 내게 있어서 손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나까. 곰곰은 p46

내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믿었던 현실이 실은, 헬륨을 넣은 풍선처럼 이리저리 정처 없이 나부끼고 있었던 것에 불과헀다는 사실을. 현실은 전혀 정제되어 있거나 아름답지 않으며, 일상에 연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지금 이순간이 내 삶이라는 사실을. p51

나는 그런 곰곰이 변화가 좋다가도 가끔씩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곰곰, 아직도 내가 필요한 것 맞지, 묻고 싶었지만 너무 순정 만화의 대사 같아 관뒀다. p56

있잖아, 곰곰.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믿었어. 근데 그냥 특별해지고 싶은 거였어. 
너 특별해.
아냐. 특별해지고 싶다는 건, 특별하지 않다는 증거야. 
특별히 술을 많이 마시기는 하는데, 그건 별로 안 특별한 건가?
정말 특별한 아이들은 자신의 특별함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그냥 존재하는 그대로 빛나.
그게 좋은 건가.
난 그게 항상 슬펐어. p58

자는 곰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손목의 상처를 만져 보았다. 상처가 났다 아문 부분이 단단해져 있었다. 단단한 조직을 따라 여러 번 지문을 문질렀다. 우리가 손을 잡고 자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p61

리허설이 시작됐고, 천장의 조명이 켜졌다. 나는 천장을 향해 손을 뻗어 눈을 가렸다. 너무 밝아서 닿을 것만 같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물넷. 누군가는 아직 아무 시작도 하지 않았을 나이에 나는 포기와 체념이 때로는 나를 위한 최선일 수 있음을 배웠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드는 조명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p64 

#가슴뛰는소설 #창비 #스위치북클럽 #북클럽필라멘트 #최진영 #박상영 #첫사랑 #햄릿어떠세요 #여름이었다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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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은어
서한나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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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클럽 문학동네 6월 이달책 독파 참여하고 완독한 후기

일기처럼 하루의 일상. 내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들을 사랑의 은어처럼 글로 적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지나온 나도, 지금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자신없음, 불확실함, 자책, 실망이 가득할 것 같아서 글로 적을 때 한탄이 가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달라졌다. 
나는 밝은 것보다 어두운 것을 찾으려 했는데 이제는 행하는 모든 것들에 의미도 부여해보고   사랑을 싣어 바라보고자 한다. 종이 한 장 뒤집듯 쉽진 않겠지만 어느 순간엔 다 끝내고 싶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감고 사랑을 생각해보아야겠다. 

단어 하나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낸 글. 
일기장에 하루 일과를 써내려 가듯 기록한 글.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듯 친근하게 다가와준 글. 

다양하지만 또 단순한 글들이 매력적이었다. 
읽으면서는 기억에 꼭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툭툭 있지만, 책을 덮고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이런 책이 읽을 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와서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독파처럼 기한을 두지 않고 천.천.히. 책을 읽고 싶을 때 펼쳐 뜻하지 않은 글로 또 다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Zoom 북토크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는 꼭 오프라인 북토크 열어주세요😊


📚 책 속 밑줄긋기

전기밥솥이 증기를 뿜어내는 동안 열린 창문으로 바깥 냄새를 맡는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냄새. 브루클린의 비는 추적추적 온적 없고 쏴아쏴아 오거나 투둑투둑 온다. 테라스에서 찬 밀크티를 마시며 낡은 책 냄새를 맡는다. 지나가는 랍비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면서 도로 냄새를 맡는다. 후각으로 추억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온전히 추억하려고 들면 모든 냄새를 순차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둥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맡아낼 수 있어야 한다.p18


어두운 방에 혼자 버려져 있고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찾으러 오긴 올 것이다.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오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P28


“나이들면 지켜야 할 게 많아져. 더 이상 경거망동 못 해.” 그 말을 듣던 날엔 지켜야 하는 게 부와 명예같은 건 줄 알았는데 나이든다고 그 둘이 생길리 없으며. 그 보다는 본질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과거를 긍정할 수 있는지. P35


타인이건 자신이건 끝내주게 속였다고 영리한 척 했던 내가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다시 불러내었다.” 알고 싶지 않아서 알아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 정말 몰라서 모르는 사람. 웬만하면 좋은 면만 보려고 하는 사람 - 그 사이에서 나는 세상을 기막히게 속였다며 기고만장하기도 했다. 내가 상대를 바라보는 동안 상대도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해는 뒤늦게 왔다. P41


자연이 만들어내는 거역할 수 없는 기묘함에 항복하려는 심정으로. P45


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감정에 관한 것이다. 코끝과 귀가 빨갛게 어는 겨울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의 온기. 같이 사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뜨끈한 손으로 두 귀를 꼭 감싸주는 것. 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옆 사람 어깨에 기대어 졸 때 손 등으로 차양을 만들어 빛에 눈이 찔리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 내가 들어간 가게에서 내가 필요해 고른 물건을 당연하다는 듯 계산하고 봉투까지 드는 사람. 우산을 쓰면 한 팔로 어깨를 감싸 안고서 춥겠다며 손으로 팔을 쓸어주는 것. 바위에 걸터 앉을 때 두꺼운 책을 깔아주는 것. 아무렇지 않은 다정함이 습격한다. P74


어느 날 나는 일기장도 식탁 위에 놓인 포스트잇도 아닌데서 엄마의 메모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것은 엄마가 당신에게 보내려다 나에게 잘못 보낸 메시지였다. “갖지못한거에대해 절망”이라고 쓰여 있었다. 오전 일곱 시 사십 분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아무리 원하고, 원하지 않으려고 원해보아도 가질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봐 두려웠던 나는, 엄마의 절망을 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졌다. P179


영화를 보고 돌아와 적었다. “만년필을 돌려받는 것. 가는데마다 벽이라면 펜을 들 것. 길에서 모과를 보면 미끈한 것으로 먼저 집어들 것. 그어진 무늬에 다해, 끈적한 감촉과 사라지는 향, 언제나 처음인 것이 대해 쓸 것. 그리고 처음 그것이 놓여 있던 자리를 잊을 것.” P186


어떤 사람과 함께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감정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지. 세상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상상해야 하는 감정이 있다. 그것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탐구하는 사람이 좋다. 딱히 애쓰지 않아도 화면 너머로 훈기가 전해졌던 것은 그가 대사의 배경과 인물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려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P194


#사랑의은어 #서한나 #글항아리 #문학동네 #이달책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사랑 #여성 #산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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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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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이라는 무게를 진 유리가 건강하게 이겨내는 따뜻한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좋았어요. 유리는 여기를 벗어나야지 하면서도 훌훌털고 일어나 연우와도 할아버지와도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서로에 대한 마음이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만들고 ‘나만 혼자가 아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를 유리의 성장 과정으로 잘 알 수 있었어요.


  특히, 항상 가족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심으로 마음을 전하는데요. “김치찌개가 맛있다.” “된장찌개가 맛있다.” 말 한마디로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게 행복함을 주는 장면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한동안은 김치찌개를 보면 유리가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 이달책 “훌훌” 독파 챌린지 참여를 통해 알게된 책으로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느낌도 좋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장들도 독서 기록을 하면서 남기고 다시 읽어 보게 하는 좋은 활동이라 좋았습니다.



 




 

 

 

 


 

✔ 책 속 밑줄긋기


날 만나길 원하든 말든 반드시 찾아가고 싶었다. 나를 낳은 부모가 한심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포기했던 내가 이만큼 제대로 커버렸노라고. 내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 번은 봐야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언젠가 찾아오고 말 미래의 그 상황을 이런 장면 저런 장면으로 바꿔 가며 상상하곤 했다. 상상하면 마음에 독기가 서렸고 공부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할아버지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고 부모님과 살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 마다 치사한 기분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p33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p207

 

그 이유가 초라하고 어이없더라도 거기에서부터 나는 시작하고 싶었다.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다면 마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더 나빠질 일 따위는 없을 것 같았다.p213


네게도 직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런 것처럼.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면 세윤의 말대로 직면하는 게 나았다. P229


가슴에서 쓰고 뜨거운 것이 똘똘 뭉치는 것 같았다. 뱃속에서 무언가가 치받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보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라도. 엄마와 아빠를. 압력을 견디지 못한 몸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버렸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울어 버렸다. P234


“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힘들었던 게지.” 나는 추어탕에 제핏가루를 솔솔 뿌리며 대꾸했다. “그런 말씀을 제 앞에서 참 잘도 하시네요.”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나는 풋고추를 아작아작 소리가 나도록 씹었다. 그날의 식탁이 좋았다.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과 맑게 붉은 깍두기와 제핏가루의 향과 우리의 짧은 대화를 나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 나를 쳐다보고 피식 웃고 말았던 할아버지의 표정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처음 만들어 드렸던 된장찌개를 맛본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어쩌면 평생.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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