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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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이라는 무게를 진 유리가 건강하게 이겨내는 따뜻한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좋았어요. 유리는 여기를 벗어나야지 하면서도 훌훌털고 일어나 연우와도 할아버지와도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서로에 대한 마음이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만들고 ‘나만 혼자가 아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를 유리의 성장 과정으로 잘 알 수 있었어요.


  특히, 항상 가족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심으로 마음을 전하는데요. “김치찌개가 맛있다.” “된장찌개가 맛있다.” 말 한마디로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게 행복함을 주는 장면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한동안은 김치찌개를 보면 유리가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 이달책 “훌훌” 독파 챌린지 참여를 통해 알게된 책으로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느낌도 좋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장들도 독서 기록을 하면서 남기고 다시 읽어 보게 하는 좋은 활동이라 좋았습니다.



 




 

 

 

 


 

✔ 책 속 밑줄긋기


날 만나길 원하든 말든 반드시 찾아가고 싶었다. 나를 낳은 부모가 한심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포기했던 내가 이만큼 제대로 커버렸노라고. 내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 번은 봐야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언젠가 찾아오고 말 미래의 그 상황을 이런 장면 저런 장면으로 바꿔 가며 상상하곤 했다. 상상하면 마음에 독기가 서렸고 공부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할아버지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고 부모님과 살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 마다 치사한 기분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p33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p207

 

그 이유가 초라하고 어이없더라도 거기에서부터 나는 시작하고 싶었다.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다면 마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더 나빠질 일 따위는 없을 것 같았다.p213


네게도 직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런 것처럼.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면 세윤의 말대로 직면하는 게 나았다. P229


가슴에서 쓰고 뜨거운 것이 똘똘 뭉치는 것 같았다. 뱃속에서 무언가가 치받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보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라도. 엄마와 아빠를. 압력을 견디지 못한 몸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버렸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울어 버렸다. P234


“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힘들었던 게지.” 나는 추어탕에 제핏가루를 솔솔 뿌리며 대꾸했다. “그런 말씀을 제 앞에서 참 잘도 하시네요.”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나는 풋고추를 아작아작 소리가 나도록 씹었다. 그날의 식탁이 좋았다.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과 맑게 붉은 깍두기와 제핏가루의 향과 우리의 짧은 대화를 나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 나를 쳐다보고 피식 웃고 말았던 할아버지의 표정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처음 만들어 드렸던 된장찌개를 맛본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어쩌면 평생.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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