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은어
서한나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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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클럽 문학동네 6월 이달책 독파 참여하고 완독한 후기

일기처럼 하루의 일상. 내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들을 사랑의 은어처럼 글로 적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지나온 나도, 지금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자신없음, 불확실함, 자책, 실망이 가득할 것 같아서 글로 적을 때 한탄이 가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달라졌다. 
나는 밝은 것보다 어두운 것을 찾으려 했는데 이제는 행하는 모든 것들에 의미도 부여해보고   사랑을 싣어 바라보고자 한다. 종이 한 장 뒤집듯 쉽진 않겠지만 어느 순간엔 다 끝내고 싶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감고 사랑을 생각해보아야겠다. 

단어 하나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낸 글. 
일기장에 하루 일과를 써내려 가듯 기록한 글.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듯 친근하게 다가와준 글. 

다양하지만 또 단순한 글들이 매력적이었다. 
읽으면서는 기억에 꼭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툭툭 있지만, 책을 덮고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이런 책이 읽을 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와서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독파처럼 기한을 두지 않고 천.천.히. 책을 읽고 싶을 때 펼쳐 뜻하지 않은 글로 또 다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Zoom 북토크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는 꼭 오프라인 북토크 열어주세요😊


📚 책 속 밑줄긋기

전기밥솥이 증기를 뿜어내는 동안 열린 창문으로 바깥 냄새를 맡는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냄새. 브루클린의 비는 추적추적 온적 없고 쏴아쏴아 오거나 투둑투둑 온다. 테라스에서 찬 밀크티를 마시며 낡은 책 냄새를 맡는다. 지나가는 랍비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면서 도로 냄새를 맡는다. 후각으로 추억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온전히 추억하려고 들면 모든 냄새를 순차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둥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맡아낼 수 있어야 한다.p18


어두운 방에 혼자 버려져 있고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찾으러 오긴 올 것이다.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오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P28


“나이들면 지켜야 할 게 많아져. 더 이상 경거망동 못 해.” 그 말을 듣던 날엔 지켜야 하는 게 부와 명예같은 건 줄 알았는데 나이든다고 그 둘이 생길리 없으며. 그 보다는 본질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과거를 긍정할 수 있는지. P35


타인이건 자신이건 끝내주게 속였다고 영리한 척 했던 내가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다시 불러내었다.” 알고 싶지 않아서 알아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 정말 몰라서 모르는 사람. 웬만하면 좋은 면만 보려고 하는 사람 - 그 사이에서 나는 세상을 기막히게 속였다며 기고만장하기도 했다. 내가 상대를 바라보는 동안 상대도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해는 뒤늦게 왔다. P41


자연이 만들어내는 거역할 수 없는 기묘함에 항복하려는 심정으로. P45


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감정에 관한 것이다. 코끝과 귀가 빨갛게 어는 겨울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의 온기. 같이 사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뜨끈한 손으로 두 귀를 꼭 감싸주는 것. 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옆 사람 어깨에 기대어 졸 때 손 등으로 차양을 만들어 빛에 눈이 찔리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 내가 들어간 가게에서 내가 필요해 고른 물건을 당연하다는 듯 계산하고 봉투까지 드는 사람. 우산을 쓰면 한 팔로 어깨를 감싸 안고서 춥겠다며 손으로 팔을 쓸어주는 것. 바위에 걸터 앉을 때 두꺼운 책을 깔아주는 것. 아무렇지 않은 다정함이 습격한다. P74


어느 날 나는 일기장도 식탁 위에 놓인 포스트잇도 아닌데서 엄마의 메모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것은 엄마가 당신에게 보내려다 나에게 잘못 보낸 메시지였다. “갖지못한거에대해 절망”이라고 쓰여 있었다. 오전 일곱 시 사십 분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아무리 원하고, 원하지 않으려고 원해보아도 가질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봐 두려웠던 나는, 엄마의 절망을 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졌다. P179


영화를 보고 돌아와 적었다. “만년필을 돌려받는 것. 가는데마다 벽이라면 펜을 들 것. 길에서 모과를 보면 미끈한 것으로 먼저 집어들 것. 그어진 무늬에 다해, 끈적한 감촉과 사라지는 향, 언제나 처음인 것이 대해 쓸 것. 그리고 처음 그것이 놓여 있던 자리를 잊을 것.” P186


어떤 사람과 함께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감정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지. 세상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상상해야 하는 감정이 있다. 그것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탐구하는 사람이 좋다. 딱히 애쓰지 않아도 화면 너머로 훈기가 전해졌던 것은 그가 대사의 배경과 인물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려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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