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비행 - 2022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박현민 지음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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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비행》

박현민 그림

창비 스위치


 

🌼보도블럭 사이에 핀 민들레.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알록달록한 민들레를 표지에 그렸는데 어떤 눈으로 민들레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처음 펼쳤을 때는 어지러웠다.

두 번째에는 민들레의 시선들로 다가오는 것들이 보였다.

세 번째는 글이 보이면서 늘 짓밟히는 민들레의 마음이 느껴졌다.

🌼따르릉 자전거 바퀴, 킁킁 짓으며 이를 드러낸 개, 사람들의 신발 아래 민들레의 꽃은 점점 더 아래로 밟힌다.



 

나무에서 스스륵 떨어진 번데기에서 노란 나비가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는 민들레는 ‘겁내지 않고 똑바로 볼 거야’ 라고 다짐한다. 사실 민들레는 무섭다고 피할 수 없으므로 자신을 향해 오는 것에 물리적으로는 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어떤 고난에도 꿋꿋하게 이겨내려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민들레의 시점으로 바라본 세상은 늘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한정된 배경이지만 공포, 어둠, 낯선 것들에도 날아오르고 싶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꽃이 지고 민들레씨앗은 자신을 뽑은 소녀의 입에서 후후 바람과 함께 날아간다. 민들레는 죽었지만 자신이 본 노란 나비처럼 하늘을 훨훨 여행하다 또 낯선 곳으로 정착할 것이다. 여러 씨앗들은 보도블럭 사이에 피어 관심받지 못한채 살아갈 수도 있지만 예쁜 꽃밭에 떨어져 노오랗게 강렬히 빛내며 꽃피울지도 모르겠다.


 

🌼<도시 비행> 은 2022년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박현민 작가의 그림으로 누군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의도와 그림의 해석에 따라 미술관에 걸린 점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해주듯 동화책도 작가의 의도가 중요하다 생각이 든다. 비록 보도블럭 사이 피어난 민들레일지라도 살아남고자 하는 강한 생명력이 도시 비행에 담겨있다.

 

#도시비행 #창비 #스위치 #올해의일러스트레이터 #박현민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민들레 #희망 #그림책 #동화책 #요즘뭐읽지 #신간도서 #서평

♥ '창비'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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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 소금이 빚어낸 시대의 사랑, 제2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박이선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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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부』

 

박이선 장편소설

다산북스 출판

 


 

일제강점기 시대의 고창 벌막에서 자염(화염)소금을 만드는 염부들의 이야기이다.

바다에 대해 잘 알고, 소금에 대해 자부심 있지만 값싼 천일염 사업이 확장되면서 자신들이 하는 자염이 머지않아 돈벌이가 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한다. 생계가 달린 일이라 놓지 못하지만 배운 것이 없으니 달리 방법도 없던 시절의 고달픔이 느껴졌다.

 

소금 굽는 염부들의 삶은 고된 노동으로 힘들지만 그럼에도 자식들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지금과 다를 바 없는 듯하다. 검단선사는 백제때 선운사를 창건하고 도적떼들에게 소금 굽는 법을 알려주고 불법으로 교화하여 양민으로 살게 해주었는데 전쟁통에 염부와 마을 사람들은 먹고 살기 팍팍해도 검단선사에게 은혜를 갚고자 선운사에 보은염을 시주하는 이운식 행사를 했다.

자신들이 지금은 천일염 산업으로 염부라는 직업이 먹고 살기 힘들어졌지만 남의 것을 훔치는 도적에서 벗어나 자신의 힘으로 노동을 하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데 대해 감사를 한다는 것이 지난날이 아닌 현재와 앞으로도 염부의 삶이 이어지길 바라는 염원에서 비롯된 행사는 아닐까 생각한다.

 

염길은 일제강점기 시대 교사로 학생들에게 원하지 않는 일본교육을 시킨다. 해방된 이후 어수선한 배경처럼 염길과 아케미의 관계는 급하게 마무리한 듯한 느낌이었고, 설상가상 염길은 친구때문에 얼떨결에 사회주의 좌익으로 몰리는데 그 과정도 아주 잠시 스친 것 같이 짧게 기록되어있어 아쉬웠다. 그 시대에 살았다면 시키는데로 하지 않으면 폭력으로 강제시키는 공포심과 주입된 일제의 사상으로 자신이 일본 사상을 따르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살았을 수도 있겠다. 혼돈의 시대에 흔들리는 염길은 결국엔 사랑하는 사람도, 자신이 원하는 직업도 가질 수 없는 세상이 싫어서였을까 선운사의 염봉이라는 승려의 삶을 택한다.

 

염길은 국일여관 딸 아케미와 산책하다 판석을 만나 막걸리 한잔에 초월의 춘향가를 듣게 된다. 판석과 박초월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기생과 소리꾼들은 예술가임에도 불구하고 술집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근근이 생활하는 일제시대의 생활은 암울했다. 소리를 이어가고자 하는 정신은 독립을 위한 투쟁처럼 결코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였고, 춘향가를 읽는데 고창의 판소리명장인 신재효의 동리정사를 꼭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어쩜 이리도 고창에 대해 잘 알까 생각했는데 책의 마지막에 심사평으로 고창신재효문학상은 ‘고창의 역사. 자연. 지리. 인물. 문화 등을 소재와 배경으로 한 작품’이 선정된다는 제한 조건을 보고 나니 이해가 되었다. 정말 치열하게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애정으로 지역에 관한 기록, 불교에 대한 자료조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나무 기둥을 세우고 갈대와 지푸라기로 만든 이엉을 두른 원뿔 모양의 공간이다. 안에서 밤새도록 솥에 불을 때면, 함수의 수분이 증발해 소금이 만들어진다. 그것을 퍼 올려 쌓아놓고 간수를 빼면 먹을 수 있는 소금이 완성된다. 이것을 자염 또는 화염이라 부른다.
 

 


 

 

 

“쌔빠지게 일하고도 남는 것이 없응께 하는 말 아니우. 산 가진 놈들은 편히 앉아 소금을 얻어먹고 우리 같은 사람은 나무 사다 써야제, 소금 만들어야제, 소금값보다 나뭇값이 더 들어가니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단 말이우.” P54

 

석대는 연회색빛이 감도는 하얀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 속에 넣었다. 감칠맛과 짠맛이 적절하게 배합된 좋은 소금이었다. 그동안의 수고가 모두 잊히는 듯했다. 자신이 만든 소금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소금은 세상 어딜 가서도 맛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63

 

판석은 수련을 보고 문득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비록 기생으로 관기에 적을 두었고 지금은 요릿집으로 불려 다니는 신세여도, 말하는 것을 보면 배울 점이 있었다. 하긴 여기를 떠나면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누구 한 사람 오라는 이도 없었고, 축음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양악에 귀가 익숙해져 이제는 판소리에 몇 시간씩 귀을 기울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런 사정이 판석의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P128

 

“결정은 자네가 해야겠지만 학업을 이어가지 않고 몇 년 일찍 돈을 번다고 하여 형편이 눈에 띄게 좋아지진 않을 걸세. 오히려 아버님은 자네가 배움을 통해 세상에 문명을 떨치고 동생들을 이끌어주길 바라실거야. 그것 때문에 지금껏 자네를 가르치지 않으셨겠나.” P133

 

“말이 그렇단 거지요. 혹시 아우? 열심히 공양하믄 나중에 염부 말고 대갓집 옥동자로 태어날지.” P164

 

염길은 장학사에게 호되게 당한 후에 봉안전 앞을 지날 때마다 몸서리를 쳤다. 겉으로는 허리를 굽혀 경례를 올렸지만 당장이라도 망치를 들고 때려 부수고 싶었다. P178

 

도대체 누가, 왜 댕기 머리 흔들며 이곳 모릿등에서 게를 잡고 소금 가마를 지키며 살아온 숙영을 전쟁터로 끌고 갔단 말인가. 우리가 일으킨 전쟁도 아니고 아무런 대의가 없는 전쟁 아닌가. 염길은 지금껏 일본에 대하여 남들처럼 대단한 적대감을 가져본 일도 없고, 조선의 독립이 꼭 필요한 일인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지 않았다. 그러나 숙영과 필석의 불행한 운명을 바라보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형언치 못할 분노와 적개심이 솟구쳤다. P277

 

어머니는 나에게 눈물보다 짠 소금으로 아버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셨어요. 아버지 없는 일본에서 소금은 어머니의 슬픔과 그리움을 달래주는 유일한 벗이었을 겁니다. 어쩌면 나는 소금을 찾아 이곳에 왔는지도 모르겠군요. P402

 

#염부 #박이선 #장편소설 #소설 #다산북스 #다산책방 #소금 #고창신재효문학상수상 #신간도서 #3월도서 #봄독서 #서평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쌔빠지게 일하고도 남는 것이 없응께 하는 말 아니우. 산 가진 놈들은 편히 앉아 소금을 얻어먹고 우리 같은 사람은 나무 사다 써야제, 소금 만들어야제, 소금값보다 나뭇값이 더 들어가니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단 말이우." - P54

석대는 연회색빛이 감도는 하얀 소금을 손가락으로 집어 입 속에 넣었다. 감칠맛과 짠맛이 적절하게 배합된 좋은 소금이었다. 그동안의 수고가 모두 잊히는 듯했다. 자신이 만든 소금이지만 이렇게 맛있는 소금은 세상 어딜 가서도 맛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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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샤 창비청소년문학 117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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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샤』

 

표명희 장편소설

창비 출판

창비청소년문학117

 


 

무슬림 버샤의 가족은 불회부결정으로 입국이 되지 못한 채 인천 공항에서 난민과도 같은 생활을 한다. 로봇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함을 갖고 있는 정규직 종현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진우는 친구로 안정된 생활에 대한 고민 많은 청년들은 인천공항에서 일을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휴대폰도 없어 외부와 소통도 할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인 공항에서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가족끼리 돈독하게 입국 허가를 기다리는 기대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리적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식량도 부족해져 가족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짜증과 욕설, 손찌검과 가출 등의 증폭된 스트레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집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장소이지만 아이들은 성장하고 익숙해진 환경에서 적응을 넘어 무슬림의 규율을 어긴다는 것도 잊은 채 현실에 충실하다. 동생들을 잘 돌보는 실어증 걸린 버샤는 책의 중반까지는 공항 생활에서 벗어나기 바라는 자유를 갈망하는 소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버샤는 원래 하만의 미래 둘째 부인인 아이샤였다! 반정 군인들로 인해 딸 버샤를 잃은 하만과 아델은 나라를 떠나기 위해 완전한 가족으로 보여야 허가가 쉽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법적인 딸 버샤의 자리에 아이샤로 바꾼다.

 

소설에서 아델과 종현이 자신들이 부유했던 대저택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노동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생각인 듯한데, 행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 노력한 과정들이 자신을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슬림 여자인 버샤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바뀐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남자들이 휘두른 칼에 여자들은 바늘로 꿰맨다는 말에 반항하는 듯 푼돈이지만 돈벌이 수단인 수 놓는 바늘을 들지 않음으로 남자들이 여자보다 위에 있다는 규율을 바꾸고 싶어했다.

 

벗어나고 싶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며 실어증에 걸린 외국인 여자에서 언젠가 벗어나 자신이 좋아한 공부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 꿈을 꾼다. 벗어날 기미가 없는 현실에서 갈등하지만 좋아하는 책읽기를 하며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버샤는 난민 생활 때 만난 선교사 권과 인천 공항에서 만난 진우로 종교가 전부가 아닌 삶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자신에게 행복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과거의 무슬림 여성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싫어하는 것을 위해 의사도 표현하고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며 점차 갇힌 무슬림이 아닌 소통하고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외부로 나아가는 버샤의 모습들은 청소년 문학소설 주인공의 정석같았다. 여성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보며 희망을 갖는 이야기는 아직도 여성은 세계 속에서 차별받고 억압의 대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책 속 밑줄긋기

 

당장 일자리를 뺏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결국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거잖아. 종현에 따르면 로봇은 착취라는 불편한 감정 없이 ‘인간적으로’ 부릴 수 있는 미래의 일꾼이었다. 힘들거나 위험한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삶을 즐겨야지. P21

 

그나마 그때는 다들 같은 처지라 남들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같이 진흙탕 혹은 가시밭길에 뒹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오가는 탑승객 속에서 우리는 그들과 같은 공항 이용객처럼 보여야 한다. P34

 

무슬림 가정의 어떤 부모도 딸에게 꿈이나 이상 따위를 묻지 않는다. 아무리 현명한 부모라도 마찬가지다. 내전의 나라, 그것도 신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나리에선 가당찮은 일이다. 어른스럽고 똑똑한 딸이 묻고 따지고 들어도 부모의 답은 하나다. ‘그것이 신의 뜻이다.’ P52

 

아이들도 내게만큼은 뭐든 잘 털어놓는다. 이유야 뻔하다. 실어증인 나를 통하면 어떤 비밀도 새어 나가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아이답다. P70

 

인형의 집으로 최적화된 그 가게에서 보듯 우리도 이 출국장이라는 보호 구역에 유폐되어 있는 셈이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유리 진열장을 벗어날 그날을 꿈꾸며 알러뷰, 알러뷰, 공허한 외침을 쏟아 내는 인형처럼…… P119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다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극적인 목소리, 더 과장된 표정을 연출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도, 결국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P130

 

나의 페르소나에게 나란 존재는 아버지도 선생도 아닌, 스스럼없고 눈높이도 다르지 않는 친구였다.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꿈을 꾸었다. 앞날에 대해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거라 믿었다. P240

 

바위처럼 굳건한 무슬림 문화에서 고분고분 순종적이면 절대 여자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나의 페르소나도 내 생각을 받아들였다. 성처럼 높은 벽과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기름진 토양에서 우리는 몰래 꿈을 키웠다. P241

 

“우린 서로의 마음에 가 닿았으니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 P320

 

#버샤 #창비 #스위치 #표명희 #청소년문학 #소년문학 #청소년소설 #봄독서 #요즘뭐읽지 #장편소설 #소설 #신간도서 #난민 #자유 #서평단

 

♥ '창비'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다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극적인 목소리, 더 과장된 표정을 연출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도, 결국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 P130

나의 페르소나에게 나란 존재는 아버지도 선생도 아닌, 스스럼없고 눈높이도 다르지 않는 친구였다.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꿈을 꾸었다. 앞날에 대해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거라 믿었다. - P240

"우린 서로의 마음에 가 닿았으니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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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3.3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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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TOH』 샘터 2023. 03

- 집밥

 


 

 

📚 Special Theme_Essay3 엄마의 마음으로 차리는 홈파티 음식

마음이 맞고 말이 통하며 입맛까지 비슷한 벗들과 밥을 해 먹는 매력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에서의 외식과 꽤나 다르다. 손수 해 먹는 음식에는 즐거움과 정성이라는 조미료가 저절로 첨가된다.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순수한 마음이 가득한 이 순간만큼은 미혼이더라도, 남성이더라도 누군가의 어머니가 되는 셈이다.

P24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 아이들을 위한 아빠 레시피 등 유독 남자들의 요리가 많이 나왔다. 내심 읽으면서 왜 우리 남편은 요리 시도도 하지 않는 걸까 푸념이 시작된다. 여기 나오는 남자들은 집밥이 특별하게 요리를 잘하는 손맛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먹는 사람의 모습만 보아도 즐거운 마음과 나를 위한 선물처럼 삶이 주는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아는 듯했다.

 

 

 

📚 Special Theme_Letter 2 언니의 자취방에 차려진 밥상

언니가 손수 차려준 밥상은 그 어떤 식사보다 맛있었다. 언니에게 엄지를 치켜 보이며 밥을 두 그릇이나 싹싹 비웠던 그날의 기억이 견고한 회색도시에서 버티는 힘이 되어주고 있다.

P37

 

홀로 생활하는 자취생에게 집밥이란 인스턴트와 빵같은 빠르고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대부분인데, 그런 자취생에게 밑반찬과 된장찌개는 한 끼로 끝나는 음식이 아니라 두고 두고 그 행복했던 기억이 힘든 날에는 힘을 준다.

이번 3월호 집밥은 나와 남편, 아이들, 자취생, 부모님, 지인 등 모두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먹는 사람을 생각해서 정성껏 요리를 하는 것도 즐겁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흐뭇할 수 없다.

 

 

 

📚 Special Theme_Letter 4 그리운 불고기의 맛

내게 불고기란 음식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자식을 위해 갖은 정성으로 살뜰히 고기를 구워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니의 손맛 깃든 그 불고기를 한 번만 더 먹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운 어머니의 미소가 새벽 강가에 핀 물안개처럼 내 마음속에 오롯이 피어오른다.

P41

 

나는 이렇게 집밥 하나가 그리움까지 끌어낼 거라고 생각 못했었다. 그냥 다양한 집밥의 종류만 떠올랐는데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시던 어머니의 기억이라니..눈시울 붉어질 수 밖에 없는 글이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할머니가 해준 음식이 생각이 날 때가 있는데 다시 먹을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마냥 그립기만 하다. 샘터는 왜 자꾸 나를 반성하게 만드는가! ㅎㅎ

 



 

 

📚 이달에 만난 사람 - ‘은유’ 작가

세상에는 거친 환경에 놓여야 제대로 영그는 것들이 있다. 이를테면 뜨거운 흙 가마에서 매끈해지는 도자기. 칼자람을 수십 번 견뎌야 맛이 깊어지는 건어(乾魚), 그리고 작가 은유의 언어.

P43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할수록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견고해졌다. 괴로운 처지에 놓인 타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고통 공감형 작가’. 나란 사람이 이렇게 복잡한 존재구나 하는 자각은 번번이 타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P46

 

“책을 보다가 문장 한 줄에서 생각의 씨앗이 발아하면 점점 부풀어요. 나는 왜 이 문장에 끌렸을까, 작가의 견해에 동의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게 던지는 질문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죠. 그러면서 책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요. 단어 하나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삶에 대한 상상력이 커질 때 글에 담긴 의미를 보는 눈도 생기는 것 같아요.”

P47

 

은유 작가는 글을 쓰기위해 책을 끊임없이 읽고 필사하며 글을 꾸준히 읽는다고 했다. 그냥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깊이 있고 글을 쓴 작가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하는 노력들을 하는모습은 나는 책을 읽을 때 스토리의 재미에만 집중하거나 과하게 꾸밈 많은 글을 선호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내가 글을 읽는 습관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작가님들의 생각은 늘 읽어도 궁금하다 :)




 

 

📚+이달의 초록문장+

미움의 이면에는 반드시 ‘사랑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고이케 마리코 <달밤 숲속의 올빼미> 중-

 

+인생은 과정이다. 틀렸다는 자괴감이 들 때도, 망쳤다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우린 방법을 찾아 다시 실행해볼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서로를 보듬어주는 커다란 나무가 되어줄 수 있다. P53

 

 

📚 오늘의 언박싱 - 이승희 에세이스트

얼마 전부터 캠코더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깨끗한 화질의 스마트폰 영상보다 조금 뿌옇게 보이는 저화질 영상은 묘한 향수를 일으켰다. 그러다 무방비 상태로 유튜브를 보던 중에 걸그룹 뉴진스의 <Ditto> 뮤직비디오를 접하고는 캠코더를 향한 내 열망의 불씨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P63

 

빈티지 물건들이 주는 향수는 단순 흥미나 컬렉터들과는 조금 더 다른 애착을 유발한다. 물건이 나를 과거 시간으로 회귀시켜주거나 그 시대를 현재에서 재현될 수는 없을까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화질이 낮은 캠코더로 원하는 영상 색감을 만들고 싶어하는 욕구를 보여주었는데 나도 모르게 화질이 낮다고 골동품도 아닌 카메라들이 생각났다. 우리는 너무 앞을 보고 달렸는데 이런 물건들로 잠시 옛날을, 그 시절을 돌이켜보라는 것 같아 좋았다.

 

 

📚 내가 사랑한 그림-우리의 장미빛 봄을 위해. 이소영 아트컬렉터

“삶은 나에게 항상 미소 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 지었다.“

라울 뒤피가 남긴 말이다. 예술의 진정한 의미는 비단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만 있지 않고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야 한다고 믿는 나지만, 고통스러운 현실이 끈질기게 이어질 때조차 예술에만큼은 기쁨과 환희만 담으려 노력했던 뒤피의 정신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유효하다.

P77




 

 

📚 길모퉁이 도시기행: 이탈리아 산 비토 알티볼레-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 ‘최예선’ 아트칼럼니스트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바람의 독특한 감촉과 함께 낯선 세상을 살았던 미지의 사람들이 다정히 나를 부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에서 뜻밖의 아름다운 세계를 만났던 순간들. 그 짧은 순간들이 모여 내가 찾아갈 세상, 내가 살아갈 세상을 향해 작은 길을 만들어주었음을 안다.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 더 이상은 헤매지 않기로 했다. 그날의 바람이 그곳으로 데려다 줄 것을 알기에.

P100

 

이번 도시기행을 읽으니 이탈리아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화려한 건축물, 유명관광지를 찾아가는 여행도 있지만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장소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들이 깨어나 편안함을 찾을 때도 있다.

 

 

📚 슬기로운 로컬생활: 바지락이 맺어준 고창과의 특별한 인연-‘바지락 총각’ 한승우 씨

지금의 고창의 성공적 바지락 총각으로 자리 잡기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포기하면서 노력들이 모두 실패라는 이름 아래 묻혀버리는데 한승우씨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으로 도전에 실패했지만 멈추지 않았고, 거기에 더해 시골 사람들의 텃새에도 묵묵히 견뎠다. 마음은 통한다 했던지 젊은이의 기술력과 마을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갯벌과 자금을 더해주겠다고 하니 이야말로 슬기로운 로컬생활이 아닌가. 하지만 지금도 한승우씨는 어민들의 노동이 헛되지 않도록 사업을 착실히 수행시킬 생각이었다. 자신의 부귀영화도 좋지만 다 함께 잘 살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오롯이 사업 연구에 매진한다는 것! 정말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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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서평단으로 ‘샘터’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할수록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견고해졌다. 괴로운 처지에 놓인 타인을 외면하지 못하는 ‘고통 공감형 작가’. 나란 사람이 이렇게 복잡한 존재구나 하는 자각은 번번이 타인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 P46

내게 불고기란 음식은 어머니의 사랑이다. 자식을 위해 갖은 정성으로 살뜰히 고기를 구워내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떠오를 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머니의 손맛 깃든 그 불고기를 한 번만 더 먹어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운 어머니의 미소가 새벽 강가에 핀 물안개처럼 내 마음속에 오롯이 피어오른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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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 오늘의 젊은 문학 8
박유경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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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

박유경 소설

다산북스 출판


 

“잊고 있던 내 마음 속 여분의 사랑을 보았다”




 

 

인물간의 오고가는 감정들이 한데 묶여있어 글의 한 부분을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다. 반전이 있거나 감정을 고조로 끌어올리지 않지만 잊고 있던 내 마음 속 여분의 사랑을 보았다.

 

내가 마음을 먹고 결심한 데에 대하여 부딪히고 해결되지 않는 일들로 인한 분노들이 인물 속에 많이 보였다. 열린 결말들이 그동안의 세상의 어두웠던 면들을 잊지 않고 내면에 누르며 나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정말 사소한 오해들로 내 감정보다 상대의 감정에 눈치봐야 하는 일들과 잘못이 없음에도 나를 힐난하듯 바라보는 시선들에 도망칠 수 없는 현실이 답답할 때가 있는데 그런 시점들을 잘 살려내 준 것 같다.

 

단편들 중 <여분의 사랑>과 <루프> 소설이 좋았다.

여성은 힘없고 나약한 존재로 도움이 필요한 사회적약자로 늘 남성과 비교되고 올라갈 수 없는 한계점들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대상이 되기보다 자신이 주체가 되고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고자 하는 강함을 드러낸 점 때문에 좋았다고 느낀다.

 


 

📖떠오르는 빛으로

 

계절이 바뀌는 것에 무감해져서, 아름다운 것을 봐도 아름답지 않아서 마음이 가라앉을 때가 많았다. 채아 엄마가 아닌 오롯이 ‘나’로 살았던 때의 감각이 그리웠고, 희우 작가를 만나면 잠시라도 그때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었다. P11

 

가현과 시현은 하민의 죽음이후에도 동아리 모임이 끝나고 졸업을 해도 인도 여행을 다녀오며 서로 다른 구석이 많지만 함께 좋아한 희우작가 북토크를 계기로 만나게 된다. 서로 몰랐던 점이 많았지만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가현은 시현이 말한 빛이 어떤 빛인지 알겠다고 말하며 소설은 끝이 난다.

 

📖가장 낮은 자리

 

그런 눈은 어김없이 지민의 가슴골에 머물렀다. 벗어야 벗겨지는 게 아니다. 노골적으로 보는 시선은 무례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다 지민과 눈이 마주치면 김 기사와 비슷한 눈으로 웃어 보였다. P49

 

그저 두 남자의 수치를 목격했다는 것만으로 지민의 자리가 낮아져야 할 이유는 없었다. P50

 

지민은 추운 겨울 모델하우스 광고를 위해 치마를 입고 하이힐을 신고 일을 한다. 운전 중 벤츠 운전자와 시비가 붙은 김기사는 상대 운전자의 덩치를 보고 깨갱한다. 이십대 은호는 오십 넘은 팀장이 누님이라 부르라 하면 얼굴을 붉힌다. 지민은 이런 두 남자들이 지민이 듣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야한 농담을 하는데 기분이 나쁘다. 혼자 있던 지민은 돌 하나가 누군가의 눈처럼 번뜩였고 지민은 돌 하나를 들고 차 주변을 도는 자신을 상상하며 가슴을 두근거린다.

지민도 어쩌면 그들과 같은 강함을 열망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열함이 내면에 있었던 것일까.

 

📖여분의 사랑

 

서른한 살의 다희가 스물여섯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우주도 그랬다. 다희는 래시가드의 물기를 몇번이나 눌러 짜며 우주는 없다고 중얼거렸다. 엄마는 할머니와 아빠의 폭언에 메말라 버렸다. 메마른 사람이 사랑한다는 사람에게 주는 건 날카롭게 버려진 가시로 찌르는 상처뿐이었다. P75

 

“너네 엄마가 언제든 헤어지라고 했어.”

우주가 울컥한 목소리로 “알아”하고 대꾸했다. 우주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언제부턴가 화가 나면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 했다. 다희는 온화했던 우주를 알아서, 우주가 군대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걸 알아서 이해하려 애썼고 원래의 우주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기대하기도 했다. P75-76

 

폭력적인 우주와 함께 한다면 자신의 미래는 불행할 것이라고 다희는 안다. 사랑한다고 폭력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을. 우주를 사랑해서 우주가 원하는 여행도 왔지만 폭력적 우주를 본 후 다희는 자신을 지키는 것으로 결정하고 우주를 떠난다. 주인집에 갇힌 개들을 보고, 썩은 물 냄새 진동하는 수영장물을 보면서 자신도 우주 안에 갇히게 되면 저렇게 물어뜯기고 썩어버릴 것이라 느꼈던 것 같다. 다희는 자신의 육체는 떠나왔지만 스물둘의 우주와 변해버린 우주사이에 여분의 사랑을 남겨둔 듯했다.

 

📖검은 일

 

아픔이나 상처가 없는 곳이 도대체 어디에 있겠는가? 세상을 보듬어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가라니……세상은 점점 더 나빠질 게 뻔하고 희망 따윈 없다고 생각했으니 더 이상 춤추지 않고 어린아이들과 고개만 끄덕였겠지. P87

 

파란색으로 고꾸라진 수익률을 보니 웃음이 났다. 코인에 들어간 수많은 돈은 어디로 가는 거지? 바람이 불자 가루가 휘날렸다. 가루는 산발적으로 몇 군데 쌓여 있을 뿐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시훈은 한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숲속으로 흩날려 가는 가루를 눈으로 좇았다. P115

 

코인과 주식으로 대출까지 받아 투자한 젊은 영끌족이 생각났다. 노동으로 성실히 돈을 버는 것보다 쉽다고 여겼을지 모르지만 고위험 투자는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은 몰랐다. 검은 일을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 모르나 말 그대로 어떤 일인지 돈만 보고하는 일이다. 결국 그 검은 일은 자신의 인생마저 검게 변해버리고 말 것이라는 것을 시훈은 깨달았을까.

검은 일을 하는 중 어둠 속의 허기지고 가루에 중독된 짐승들처럼 생존을 위해 시훈도 이빨을 드러내는 짐승과도 같이 자신의 중독과 싸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포기하지 않도록 자신을 찾는 아버지와 지훈이 있으니 시훈은 악을 쓰며 살아 남을 것 같다.

 

📖변신을 기다려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비슷하게 가지지 못해 배제당하고 서러웠던 마음이 스물셋 되어서까지 잘 잊히지 않았다. 가진 게 많으면 있는 것을 누리며 없는 것을 드물게 떠올리지만, 가진 게 없으면 없는 것에만 매달리게 되는 것 같았다. 원하는 걸 갖지 못한 지금의 경험이 차이를 느낄 때마다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데 쓰일까 봐 조바심이 났다. P128

 

시터 앱으로 만난 아이 ‘지후’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훔친 것을 본 후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낸 지후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지 자신의 과거 일들이 기억나서 인지 그 해결되지 않은 찝찝한 사건으로 인해 모든 아이들에게서 지후의 얼굴이 보인다. 모든 일은 그런 것 같다. 내가 조금만 신경써주었더라면 달라질 일이었을텐데 귀찮아서 때로는 나에게 피해가 올까봐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던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두고 두고 기억 속에 잔재로 남아 나를 괴롭힌다.

 

📖루프

 

아빠가 아픈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아저씨와 하나하나 해나갔고 자, 오늘은 어딜 가볼까, 묻는 아저씨의 활기에 매료되었다. 나는 어쩌면 엄마보다 더 아저씨를 좋아했다. 아저씨가 아빠처럼 굴며 자리를 채워준 것을 거리낌 없이 충분히 받아들였다. 엄마와 아저씨의 관계 속에서 나 또한 안정을 되찾았음을 엄마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P165

 

그런 일들이 왜 수치스럽게 여겨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면서 분했고, 분함이 가시지 않아 한 번 당하고 나면 여러 밤 땀을 흘리며 악몽을 꿨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시간이 흐른다고 무뎌지지 않았다. 잠시 수면 아래에 잠겨 있지만 언제든 다시 떠올라 날을 세울 수 있었다. P166-167

 

질병이나 사고 같은 건 합의되지 않은 상태로 찾아올 텐데 그런 일이 생겼을 때를 견뎌주지 않는 관계를 연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내가 지금껏 좋다고 여기며 맺었던 관계란 작은 입김 하나에도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으며 그건 앞으로 어떤 사람을 만나든 되풀이될 게 분명했다. 끓어오르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서로가 얼마나 다른 종류의 인간인지 깨닫는 지난한 과정만 남았다. P182

 

🔘결핍이 많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의 삶이란 언제나 흔들리는 대지 위에 발을 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선뜻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같은 자리를 맴돌며 외로워했고 그런 종류의 외로움은 누구를 만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P189

 

차가운 시선과 나를 모르면서 자신들의 기준에 걱정된다는 말로 할퀴듯 상처를 주는 것을 지수는 그들에게 차갑게 대한다.

임신한 여성은 기혼이며 정상적인 가정 속에서는 축복이나, 미혼일 때는 겪어야 하는 수치심과 경계심으로 자신이 결정한 생각에 대해 존중받지 못하고 걱정을 앞세운 동정의 눈빛과 기초적인 생계도 우려스럽다는 말들을 들어야 한다. 반대적인 의견에 대하여 작가는 여성이 아닌 한 인간으로 세상에서 대우받기 바라고 그런 세상을 향해 대항하는 듯하다.

 


 

 

📖손의 안위

 

은수의 몸매와 외모를 지적. 영업을 위해 몸을 바꿔야 하다니. 손의 상처로 소매치기 범으로 몰렸음에도 은수는 그들에게 맞춰주고 굽히기보다 그들의 판단이 틀렸음을 보여주고자 꼿꼿히 이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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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산북스’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결핍이 많고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는 사람의 삶이란 언제나 흔들리는 대지 위에 발을 대고 있는 것과 같았다. 선뜻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같은 자리를 맴돌며 외로워했고 그런 종류의 외로움은 누구를 만나도 채워지지 않았다. - 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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