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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샤 ㅣ 창비청소년문학 117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평점 :
『버샤』
표명희 장편소설
창비 출판
창비청소년문학117

무슬림 버샤의 가족은 불회부결정으로 입국이 되지 못한 채 인천 공항에서 난민과도 같은 생활을 한다. 로봇과 경쟁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불안함을 갖고 있는 정규직 종현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진우는 친구로 안정된 생활에 대한 고민 많은 청년들은 인천공항에서 일을 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고, 휴대폰도 없어 외부와 소통도 할 수 없는 단절된 공간인 공항에서 지내는 것이 처음에는 가족끼리 돈독하게 입국 허가를 기다리는 기대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심리적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식량도 부족해져 가족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짜증과 욕설, 손찌검과 가출 등의 증폭된 스트레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집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장소이지만 아이들은 성장하고 익숙해진 환경에서 적응을 넘어 무슬림의 규율을 어긴다는 것도 잊은 채 현실에 충실하다. 동생들을 잘 돌보는 실어증 걸린 버샤는 책의 중반까지는 공항 생활에서 벗어나기 바라는 자유를 갈망하는 소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버샤는 원래 하만의 미래 둘째 부인인 아이샤였다! 반정 군인들로 인해 딸 버샤를 잃은 하만과 아델은 나라를 떠나기 위해 완전한 가족으로 보여야 허가가 쉽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법적인 딸 버샤의 자리에 아이샤로 바꾼다.
소설에서 아델과 종현이 자신들이 부유했던 대저택의 과거를 그리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물질적 풍요로움의 과거를 떠나보내지 못하고 노동으로 살아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생각인 듯한데, 행복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 노력한 과정들이 자신을 성장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무슬림 여자인 버샤는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든 것이 바뀐다. 심지어 이름까지도. 이런 삶에서 벗어나고자 남자들이 휘두른 칼에 여자들은 바늘로 꿰맨다는 말에 반항하는 듯 푼돈이지만 돈벌이 수단인 수 놓는 바늘을 들지 않음으로 남자들이 여자보다 위에 있다는 규율을 바꾸고 싶어했다.
벗어나고 싶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르는 상상을 하며 실어증에 걸린 외국인 여자에서 언젠가 벗어나 자신이 좋아한 공부도 하며 살 수 있을 것이라 꿈을 꾼다. 벗어날 기미가 없는 현실에서 갈등하지만 좋아하는 책읽기를 하며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다. 버샤는 난민 생활 때 만난 선교사 권과 인천 공항에서 만난 진우로 종교가 전부가 아닌 삶이 있다는 것을 배웠고, 자신에게 행복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로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과거의 무슬림 여성으로 살지 않을 것이다.
정말 싫어하는 것을 위해 의사도 표현하고 좋아하는 감정을 표현하며 점차 갇힌 무슬림이 아닌 소통하고 삶의 행복을 찾기 위해 외부로 나아가는 버샤의 모습들은 청소년 문학소설 주인공의 정석같았다. 여성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보며 희망을 갖는 이야기는 아직도 여성은 세계 속에서 차별받고 억압의 대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 책 속 밑줄긋기
당장 일자리를 뺏기는 것처럼 보여도 그건 결국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거잖아. 종현에 따르면 로봇은 착취라는 불편한 감정 없이 ‘인간적으로’ 부릴 수 있는 미래의 일꾼이었다. 힘들거나 위험한 일은 기계에 맡기고 인간은 삶을 즐겨야지. P21
그나마 그때는 다들 같은 처지라 남들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모두가 같이 진흙탕 혹은 가시밭길에 뒹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는 다르다. 오가는 탑승객 속에서 우리는 그들과 같은 공항 이용객처럼 보여야 한다. P34
무슬림 가정의 어떤 부모도 딸에게 꿈이나 이상 따위를 묻지 않는다. 아무리 현명한 부모라도 마찬가지다. 내전의 나라, 그것도 신이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나리에선 가당찮은 일이다. 어른스럽고 똑똑한 딸이 묻고 따지고 들어도 부모의 답은 하나다. ‘그것이 신의 뜻이다.’ P52
아이들도 내게만큼은 뭐든 잘 털어놓는다. 이유야 뻔하다. 실어증인 나를 통하면 어떤 비밀도 새어 나가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이다. 아이답다. P70
인형의 집으로 최적화된 그 가게에서 보듯 우리도 이 출국장이라는 보호 구역에 유폐되어 있는 셈이다. 누군가의 선택으로 유리 진열장을 벗어날 그날을 꿈꾸며 알러뷰, 알러뷰, 공허한 외침을 쏟아 내는 인형처럼…… P119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다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극적인 목소리, 더 과장된 표정을 연출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도, 결국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P130
나의 페르소나에게 나란 존재는 아버지도 선생도 아닌, 스스럼없고 눈높이도 다르지 않는 친구였다.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꿈을 꾸었다. 앞날에 대해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거라 믿었다. P240
바위처럼 굳건한 무슬림 문화에서 고분고분 순종적이면 절대 여자의 운명을 벗어날 수 없다. 나의 페르소나도 내 생각을 받아들였다. 성처럼 높은 벽과 분수가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기름진 토양에서 우리는 몰래 꿈을 키웠다. P241
“우린 서로의 마음에 가 닿았으니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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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로부터 도서지원 받았습니다.
과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한들 그것이 다 진실인 것도 아니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하기도 하고 때론 격정적으로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우리 모두가 연극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슴 속에 묻어 놓았던 것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때도 있지만 때로는 극적인 목소리, 더 과장된 표정을 연출해 보일 때도 있다. 그런 모습이 가증스럽게 느껴지다가도, 결국 우린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련한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면 처량하기 그지없다. - P130
나의 페르소나에게 나란 존재는 아버지도 선생도 아닌, 스스럼없고 눈높이도 다르지 않는 친구였다. 같이 생각을 나누고 같이 꿈을 꾸었다. 앞날에 대해 우리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날은 반드시 올 거라 믿었다. - P240
"우린 서로의 마음에 가 닿았으니 국경을 넘어선 거예요."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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