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
황효진.윤이나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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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효진X윤이나 작가가 서로의 생각들을 일기처럼 쓴 편지들이예요. 글을 쓸 때마다 영화와 드라마들 참고목록들을 적어둔 것은 글을 읽고 저도 영화를 찾아보며 내용이 어땠길래 이렇게 생각들이 많았을까? 편지를 내가 받는 것도 아닌데 꼭 나에게 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글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

친구와 함께 읽는 이벤트 당첨이 되어 언니와 함께 읽게 되었는데요. 왜 이런 이벤트를 했는지 단순하게 주면서 기뻤는데 나중에 책을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답니다.💜 책을 주고 읽음으로 함께 책 내용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도 좋지만 좀더 대화가 고급스러워지고 책으로 인해 일상이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아 좋았습니다. 계속 이런 주고 받음을 책 처럼 이어가도록 해야겠어요😌

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은 내용들을 정리해보았어요. 글을 쓴다는게 사실 거창하게 어려운 단어 아니라 담백하게 내가 느낀 생각들을 적어나가고 있는 요즘, 무척이나 재미있어요. 늘상하는 카톡과 문자도 좋지만 종이가 아니더라도 편지를 써서 메일로 한번 보내어 생각과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함께 자랐지만 다른 삶을 사는 언니와 어제보다 오늘이, 내일이 더 달라지고 발전되는 관계를 위해 실천해 보아야겠습니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모두에게 어서 찾아오기를 바라며,

내가 읽어도 좋지만 친한 언니, 동생, 지인이 있다면 선물하기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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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았던 내용

모든 인간은 언젠가 사라지지만, 그만의 고유한 흔적을 남깁니다. 몇 줄의 문장으로 간편히 요약되지 않을 감정과 기억들을요. 외할머니 방의 서랍에 깨끗이 개어져 있던 옷들과 쓰다 만 화장품처럼, 누군가 살아간 시간은 물건에, 공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세상에 어떻게든 자국을 냅니다. 그러니까 중요한 건 살아 있던 누군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결과가 아니라 ‘살았다는 것’ 자체 아닐까요. 다른 사람과 사랑하고 싸우고 행복해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좌절하거나 아주 슬퍼하기도 하면서, 햇볕을 쬐고 비를 맞고 얼굴로 바람을 느끼면서… 그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에요. P33

저는 상대에게 내가 어떤 존재였는지보다 나에게 상대가, 혹은 한 시절이나 추억이나 공간이 무엇이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사람을 자라게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상실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우리는 그렇게 계속 살아간다고요. P47

아이를 낳든 그러지 않든, 혹은 어떤 또 다른 선택을 하든 그 중심에는 여성 본인이 있어야 한다는 것, ‘선택’이라는 단어는 그럴 경우에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성들도 있지만 선택의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여성들,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걸 알지 못하는 여성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하지 않는 선택’에 대해 이야기할 때 무엇이 나의 선택을 가능하게 했는지, 그렇다면 ‘하지 않는 선택’같은 것을 할 수 없는 여성들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생각했어요. P129

서로 다른 속도일 수 있지만, 방향이 같음을 기억하고 걷는 것. 힘이 있다면 뛰어가는 것. 소리치는 것. 손뼉을 치며 방향을 알려주는 것. 지쳐 있는 순간, 쉬어가는 순간에도 어디선가 들려올 방향을 알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이 모든 순간이 시간으로 쌓여 우리를 성장시킨다는 걸 알고 또 믿는, 그런 매일매일. P157

아마도 우리는 꽤 오랫동안 2020년과 그 이후에 대해서 말하게 되겠죠.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은 코로나 바이러스 그 자체보다는, 바뀐 삶에 대해서, 그 시기를 어떻게 지나갔는지, 어떤 감정을 누구와 나누었는지에 대해서 말할 겁니다. 세계가 던진 질문의 답을 누구와 찾고 싶었는지, 그래도 매일 하고 싶었고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요.
그때마다 저는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아요. 아무것도 알 수 없었기에 막막했고 세상에 벌어지는 일들을 대체로 믿을 수 없었던 그해 봄과 여름, 나는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았다고요. 한 시간을 통화하고서도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라고 말하는 친구들처럼, 매일 수다를 떨고 남은 이야기를 메신저로 주고받는 것으로도 모자라 수요일마다 아주 긴 편지를 보냈다고.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할 수 있는 날이 모두에게 어서 찾아오기를 바라며, 이나 P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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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무덤 - 바티칸 비밀 연구
존 오닐 지음, 이미경 옮김 / 혜윰터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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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오 12세의 지시로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에서 성 베드로의 무덤과 유골을 발견하는 이야기만으로도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순탄치 않은 발굴 과정과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하는 발굴을 위하여 미국 텍사스에서 석유를 발견한 석유 재벌가 조지 스트레이크의 지원, 역사적인 2차세계대전 사건들과 발굴팀에서 과르두치가 감독으로 오게되면서 기존 발굴팀의 페루아가 인정받지 못한 시기와 질투로 중요한 진실적 역사가 방치된 것은 읽다보면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고 놀랍다. 소설처럼 대화체로 풀어주었다면 조금 더 읽는데 수월했을 것 같아요. 분명 흥미도 있고 솔깃한 내용들인데 역사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

소가 지하수를 먹지 않는 것 하나로 버려진 땅이라 모두가 기피한 땅을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한 조지 스트레이크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었던 일이 아닐까? 신이 베드로가 잠들어 있는 곳을 발견하기 위해 도운 것처럼 말이다.

아쉬운 점은 어떻게 해서 과르두치가 베드로 무덤이라는 것을 증명했는지 아주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인데 베드로가 여기 있다는 것을 발견한 문장이 어떤 암호로 기록되었는지 과거 언어를 어떻게 해독을 하였는지, 조금 더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흥미롭게 비밀을 밝히는데 도움을주었다면 더 좋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은 성 베드로 대성당은 관광지로 인기가 있는 코스가 되었다 하여 코시국이 끝나면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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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스트레이크는 석유 회사에서는 자신을 그저 고독하고 미친 와일드캐터로 보았지만, 그는 자신을 신의 가호와 함께 "둘이 뛰는 팀"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그의 제안은 그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에게 불가능한 농담으로 여겨졌다.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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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크의 책상에는 또 다른 전설적인 석유 기업가이자 피츠버그 출신의 자선 사업자인 마이클 베네덤의 명언이 놓여 있었다. "신은 당신이 죽는 순간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는지는 관심 없다. 신은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당신이 번 돈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에 관심 있을 뿐이다."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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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디자인하는 사람 - 세상 모든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일하는 사람 5
고지인 지음 / 문학수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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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디자인 한다. 음악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TV에서만 들어 책으로 접해보니 신선했어요. 소리를 사랑하면서도 소리를 혐오하고 소리에 집착하고, 오로지 소리에 대해서 다양하게 접근하며 풀어내고자 하는 마음이 글을 통해 느껴졌어요. 음악 전문가이지만 고급용어만 잔뜩 늘어놓아 책을 읽으면 무슨 말인지 모르는 책들과 달리 일반 청취자인 나에게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주기도하고, 작가님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음악의 길을 걷고 있다고 독자에게 편안하게 들려주고자 하는 배려의 글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영어도 잘하고 글도 잘 쓰시고 음악도 잘하는 작가님은 다양한 직업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도 많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일은 인공지능이나 바뀌는 미래에 일을 뺏기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글들에서 전문가 이지만 나처럼 삶과 일의 걱정을 한다는 것에 공감도 되었어요~

마치 음악전문가이나 일반인 친구에게 이야기 해주듯 친근감 있게 적어주어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읽는다면 입으로 서로 떠들지 않아도 수다의 시간을 가진 듯한 기분이 들꺼예요^^

카페의 인테리어, 향, 커피 맛까지 훌륭한데 음악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은 오래 머물지 않고 나온 경우도 저도 있었는데요. 작가님은 커피값에는 커피 뿐만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데 그 환경 중에 위생이나 편안한 좌석 같은 것도 있겠지만 음악이 포함된다는 것을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답니다. 이제 카페에 가면 나도 모르게 귀를 기울여 카페 소리에 집중해 볼 것 같습니다. ^^

그리고 가장 공감되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유투브나 멜론 같은 곳에 추천해주는 음악들을 듣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분명히 있을텐데 나도 모르게 귀찮다는 이유하나 만으로 나만의 음악 리스트를 어느 순간 갖고 있지 않다는 충격을 받았어요. 익숙해져버린 AI 추천, 알고리즘 추천으로 듣는 음악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음악일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들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오늘부터라도 예전에 내가 어떤 음악을 좋아했는지 다시 찾아보며 <나만의 음악리스트>를 만들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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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음악을 트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다. 돈을 지불하고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하는데 유독 배경음악에서는 이 사실이 간과될 때가 많다. 개인의 취향이자 자유라고 주장한다면 어쩔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공간에 어울리는 사운드 디자인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공간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나타내 줄 뿐 아니라 방문한 사람들의 기분도 쾌적하고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이는 곧 브랜드 이미지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로 이어질 수 있다.

사운드 디자인이 왜 필요하냐 묻는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모든 것을 바꿔놓으니까.’
소리에 의해 모든 게 바뀌는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면 아직 소리에 신경을 그만큼 쓴 적이 없기 때문이고,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찾아왔던 순간을 놓쳤을뿐이다. P54

어지러운 조명과 소음,
좋은 음악으로 모두 차단하고
영화 속의 슬로우 모션처럼 잘게 부서지는 저 장면들
- Jiinko.<Slow City>

소리는 상상, 감정, 분위기, 이야기를 바꾼다. 지금, 잠시 이어폰을 꽂고 매일 듣던 똑같은 음악이 아닌, 독특한 분위기와 색다른 장르의 음악을 재생해 보길 바란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칙칙한 건물들이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것이고 그 사이로 빼꼼 모습을 드러낸 하늘도 여느 날과는 다른 색을 뽐낼 것이다. 무엇보다 주변을 두르고 있는 공간이 가진 이야기가 바뀌며 짧은 시간이나마 다른 공간을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공간을 채우는 사운드가 왜 중요한지, 사운드 디자인을 왜 하느냔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이 되었으면 한다. 나의 부족한 글 솜씨가 충분한 답을 주지 못했다 한들 관심만 끌어도 성공이다. P58

믹싱도 비슷한 과정이다. 작곡을 끝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작곡과 편곡만 끝내고 나면 음악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믹싱하지 않은 음악은 대접 안에 달걀프라이, 온갖 나물, 참기름, 고추장 등을 모두 떄려 넣고 제대로 비비지 않은 채 그대로 떠 먹는 것과 같다. 밥알과 나물은 흩어지고 고추장은 뭉쳐 있다. 성격이 급한 엄마는 비빔밥을 가끔 이렇게 먹지만 나는 그럴 때마다 엄마의 숟가락을 탁! 막는다. 그리고 양념과 재료가 한데 잘 섞이도록 오른손으로 왼손으로 열심히 비빈다. 그래야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다. P70

무엇보다 돈을 따를지 신념을 따를지 늘 고민이다. 돈이 좀 덜 돼도 예술적으로 가치가 큰 작업에 시간을 쏟는 것과 돈은 잘 주는데 기술만 빼 먹히는 것 같은 일 사이에서 어느 쪽에 가까워져야 할지, 어느 쪽에 비중을 더 크게 둬야 할 지 매번 달라진다. 이건 비빔밥 재료를 잘 섞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소리의 세계에서나 인간 세계에서나 균형은 참 어렵다. 음악에서처럼 그렇게 해주는 장비라도 있으면 좀 쉬워질까. P74

인공지능이 내가 한 일을 대신하는 날이 오면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밥줄을 뺏긴 분한 마음을 글로 써내려가고 있을까.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있을까. 아니면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까. 오지도 않은 일을 걱정부터 하는 게 인간의 고질적인 문제다. P117

유튜브에 아무나 ‘카페 배경음악’이라는 제목으로 재생 목록을 올릴 수 있게 된 후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음악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버거울 정도로 음악은 도시 전체에 가득하고, 가득한 만큼 피로하다. 시간, 장소, 때에 따른 드레스코드가 있듯 음악에도 코드가 있어야 하건만 공간의 소유자들마저 자신의 공간에서 어떤 음악이 흘러나오는지에 대해 무신경하다. 빠른 비트의 화려한 음악이 결코 장소의 청춘을 보장하지 않고 오케스크라 악기 구성이 결코 그 장소의 품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음악이 주는 휴식과 즐거움은 우리가 그 권리를 외치지 않는 이상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공간과 분위기에 맞는 좋은 음악을 들을 권리를 어떻게 주장하냐고?
소리에 집중하면된다. 소리에 집중하면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소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낸다.
“나는 싸구려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노래를 모를 뿐이니까. 하지만 싸구려 카페의 주인들은 원망스럽다. 그들이 인간을 타락시키는 것이 나는 싫다.”
-생텍쥐페리, <인간의 대지> P134

소리와 함께한 알록달록하고 청아한 시간들이 흘러간다. 이전의 열정을 되찾지 않는 이상 앞에 썼던 기억들을 다시 경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소리를 발견하려면 소리를 찾아나서야 한다. 늘 곁에 있는 공기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듯 소리도 주의를 기울여 찾지 않으면 공기처럼 흘러간다. 언젠가는 그때의 소리를 다시 찾을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많이 오염되고 타락했다. 소리에 미쳐 있었던 시절의 순수함이 가끔 그립다. P145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은 서로를 깨우고 자극하며 공존한다. 재즈 음악을 들으면 자주 가던 와인바의 트러플 감자튀김 맛이 미뢰를 자극하고, 톰 웨이츠의 음악을 들으면 매캐한 향의 인센스 스틱이 혀끝에 닿은 것 같은 씁쓰름한 맛이 맴돈다.
잠들어 있는 감각을 깨울 시간이다. 청각이 시각보다 하찮다고, 후각이 청각보다 하찮다고 여기지 말자. 어떤 이는 시각에 예민하고 어떤 이는 촉각에 예민하고 난 청각에 더 예민할 뿐, 모든 감각은 동등하다. 이제 소리를 볼 순 없어도 소리가 불러오는 기억은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감각이 거창한 게 아니다. P176

“청각에 휴식이란 없다.”
프랑스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는 그의 작품 <음악혐오>에서 이렇게 말한다. 세상 어디에서도 우리는 고막을 침투하는 소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완전한 침묵은 없다. 적어도 자연적인 환경에서는 말이다.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세계는 꿈의 세계다. 꿈속에서 아무리 소리치고 울부짖어도 감각만이 있을 뿐 소리의 실체는 없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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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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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양육방식, 환경 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3장으로 나누어 알려주고 있으며, 이런 사례로 인하여 어떤 마음의 치유를 해야하는지 '마음의 쉼터'를 통해 알려주고 있어요. 저는 마음의 쉼터는 따로 책으로 나왔음 좋겠어요😍 항상 갖고 다니면서 에너지를 받고 싶어요 ❤️

내가 자라온 환경, 부모님의 문제들로 나는 이렇게 되었다라고 생각하며 나 중심적으로 문제를 생각했는데 이런 문제가 내가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강압적인 것, 의사를 묻지 않고 내 의사로 강제적으로 한 것, 공평하지 못하게 대한 것, 내가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화풀이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닌지, 언어폭력은 하지 않았는지, 심한 지적과 간섭은 하지 않았는지, 회사에서의 힘듦을 짜증낸 것은 아닌지, 사랑과 애정이 아닌 물질적 장난감으로 대신하려고 한 것은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리에 꽉꽉 채워지면서 난 왜 이렇게 밖에 하지 못했나 미안함과 후회, 반성이 가득했어요.😶

요즘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아이들 교육, 양육에 대하여 관심을 많이 가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솔루션들을 많이 알려주고 있는데요. 근본적이고 가장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사례들을 알려주고 있어 부모가 아니더라도 꼭 읽으면서 나 자신의 챙김. 치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

슬픈 소설도 아니고 밖으로 꺼내본 적 없는 다친 감정을 섬세하게 쓰다듬어 주는 글들로 나의 행동과 말들로 상처받을 우리 아이들에게 앞으로는 더이상 상처주지 않기 위해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문제를 수정해 나가야 겠다 생각했어요🙂

살면서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이 듭니다. 반복되는 그런 문제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회복해야하는지 마음에 쉬는 시간을 주세요 ♥

꼭 치유가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챙김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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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쉼터)
가족에게 가장 꺼내기 힘든 말, 가장 거절하기 어려운 말, 가장 인정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은 무엇인가요?

"실망시켜서 미안해."
"힘들게 해서 미안해."
"빚을 져서 미안해."
"너를 ______해서 미안해."

오늘부터 나는_____사람이 되려고 해.
우리 같이 ____하고,___지내자. 그래 줄래?

지난날의 아쉬움은 어제에 남겨두세요. 내일의 당신은 여전히 사랑스럽고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모습 그대로일 거예요.

마음의 쉼터)
마음의 소리를 바로 듣는 연습을 하면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착한 아이 버전의 내가 다양한 색깔의 나를 발견하는 것이지요. 사람에게는 어두운 면과 밝은 면이 공존합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더욱 매력적이고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울하고 피동적인 관계를 떠나세요. 당신에게는 검은색과 흰색, 회색 말고도 무지개처럼 고운 일곱 빛깔이 있답니다.

마음의 쉼터)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을 기꺼이 안아주고 인정해주는 위로가 따라야 합니다. 내 안의 햇빛은 물론 그늘도 안아주세요. 그 양면이 모두 당신이고 당신에 관한 것이라면 모두 아름다우니까요. 나를 피하는 당신의 눈빛에서 알 수 있어요. 그 안에 분명 이야기가 감춰져 있다는 것을요.

마음의 쉼터)
사랑을 하면서도 깨어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두운 면이 많을수록 우리는 상대가 그것들을 꿰뚫어 보고 보살펴 주기를 바라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중요한 타인처럼 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나의 똑똑하지 않은 면, 받아들일 수 없는 면, 제멋대로인 면을 잘 들여다봅시다. 그것들의 실체는 우리가 고치고 싶었던 원가족에 대한 기억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치고 싶은 그런 부분도 사랑스러운 당신의 일부임을 부정하지는 마세요. 부족한 부분이나 고쳐야 할 부분을 발견하면 자신에게 기회를 줘야 합니다. 과거의 나와 잘 지내볼 기회 말이죠!

마음의 쉼터)
사랑하는 아이야,
너의 무력함과 나약함이 얼마나 거대한지 깨달았을 때, 너의 강인함과 용기도 그만큼 강하고 거대하다는 사실을 잊지 마렴. 어떤 상황에 놓이든 다른 사람의 그림자 속에서 살 필요가 없단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을 수련하기 위해서라는 걸 반드시 기억하렴.
이 수련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중요한 타인인 동시에 모두가 지나가는 사람이란다. 타인을 통해 우쭐해질 수도 있지만 자기 몫을 남겨두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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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 페미니스트 엄마와 (아직은) 비혼주의자 딸의 자력갱생 프로젝트 : Flower Edition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1
권혁란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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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딸을 둔 엄마인데 알뜰살뜰 아이 챙기는 모습도 똑같은데
왜 전혀 다른 삶이라고 보여지는 건지 한참 생각했다. 마인드가 아닐까? 나도 일을 하는 엄마인데 작가님처럼 남편이 네가 나가라는 말을 듣고 나갈 용기가 없었다. 아니 지금도 없다. 😅

내 손을 통해야만 무엇이든 하는 아이들로 내가 키운 것일 것도 있고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한 것도 있겠지만 며느리로써 시댁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살았는지 가장 마지막까지 설겆이를 하고 물기있는 손으로 옷에 닦으며 코피쏟고 하혈하면서 까지 시댁에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딸이라면 나도 결혼하지 않고 싶을 것이다.

연예를 하면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 내 생활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뉴스에서는 가스라이팅이네 스토킹이네 데이트 폭력이네 같은 사건으로 불안하게 만들어 혼자가 더 편하다는 인식이 머리에 꽝 박혀버렸다면 연예보단 혼자가 더 편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들보다 내가 작가님 딸이라면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고 느끼겠다 싶은 것은 비록 자신의 삶을 우선시로 집을 가끔 나가는 엄마가 있을 지라도 나를 위해 먹는 것도 살뜰하게 챙겨주고,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간섭하지도 않는 개인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 주는 엄마라면 나도 사실 편하게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전혀 다른 환경이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면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님은 속상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어 더 애가탄다.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글들에서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힘내라고, 이겨낼 수 있다고, 어떤 응원을 해 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사실 나도 일을 그렇게 오래 했으면서도 아직도 대인관계는 어렵다. 영원한 숙제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보다는 내 딸들이 더 생각이 나고 나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면서 나 또한 성장을 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혼자 살아보기가 가능해지는 그날까지! 지금의 우리 딸들과 따로 또 같이 사는 법을 깨우쳐 나가야겠습니다😊


좋아한 사람이니 결혼 안 할 이유나 조건은 하나도 없었고 결혼할 이유와 상황은 맞아떨어졌다. 귀한 딸이라며 부모가 보살펴주는 것도 아니라서 반대를 하거나 허락을 받을 사람도 없었다. 결혼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P21

딸들은 20년 넘게 제 엄마가 놓여 있던 며느리의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말간 눈으로 다 지켜봤다. 어린아이 눈이 얼마나 투명하게 현실을 볼 수 있는지, 말 안해도 기실은 다 알고 있는 것을 세상만 모르는 게 틀림없다. 나조차 그걸 몰랐다. 내 딸들은 그때 할머니네 집에서 며느리라는 사람인 나의 행동과 위치와 차별의 현장을 모두 캐치하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어린 것들이 일기장에 그림에 모두 다 기록하고 있었다. 손녀인 자기를 자꾸 뒤 차례로 미는 할머니의 말투를, 현격히 차이 나는 엄마의 밥상을, 마지막 나오는 순간까지 내가 부엌 끝에 서 있던 것을, 마지막 엄마가 하는 일이 설거지를 마치고 물 젖은 손을 닦는 것임을 다 바로보고 있었다. 결혼한다면, 딸로서의 미래 자신들 모습 위에 겹칠 수도 있는 며느리라는 존재의 불합리한 ‘로우 스테이터스’를 고스란히 투명하게 목도하며 자랐다는 얘기다. P 102

다 큰 무던이가 어느 날, 마흔쯤 되어 방 안에 틀어 박혀 또 다른 윤이의 이야기를 쓰게 될까 봐 종종 두렵다. 미륵이가 제 나이 열여섯 살부터 스물두 살까지의 삶을 소설로 쓸까 봐 영화로 만들까 봐 가끔 졸아붙는 마음이 된다. 나는 정말 딸들의 소녀 시절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어떤 픽션의 글에 가엾은 한 여자아이가 나타날 수도 있을까. 만약 읽게 되면 ‘나는 네가 이렇게 가여운 게 정말 싫다고’라며 소리 지르며 울게 될까. P116

“엄마 죽으면 뭐 놓을까?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기억해서 놓아야 할까. 우리가 만들어야 할 텐데 언제 배우지? 음식은 하나도 못 하잖아. 콜라는 당연 차갑게 해서 놓아야 할 거고, 온 더 보더 퀘사디아 놓아줄까? 나초랑 살사도?” P136

딸들의 어두운 이마에 대해서 일일이 왜 그러느냐, 묻기는 어려웠다. 저들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두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으니, 아무리 힘들고 슬픈 일들이라 해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하다 보면 봉해둔 상처가 헤집어질 때가 더러 있으니까. P200

삶의 어느 시기에 혼자 사는 사람만이, 혼자 살아본 사람만이 오롯한 제 삶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양으로 산들 남의 입질에 좌우될 이유가 없다.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나가는 하루, 누구도 내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하루, 방문자 하나 없이 먹고, 보고, 자고, 일하는 종일의 시간을 온전히 혼자의 판단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하루하루.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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