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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 페미니스트 엄마와 (아직은) 비혼주의자 딸의 자력갱생 프로젝트 : Flower Edition ㅣ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1
권혁란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평점 :
두 딸을 둔 엄마인데 알뜰살뜰 아이 챙기는 모습도 똑같은데
왜 전혀 다른 삶이라고 보여지는 건지 한참 생각했다. 마인드가 아닐까? 나도 일을 하는 엄마인데 작가님처럼 남편이 네가 나가라는 말을 듣고 나갈 용기가 없었다. 아니 지금도 없다. 😅
내 손을 통해야만 무엇이든 하는 아이들로 내가 키운 것일 것도 있고 아이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데 내가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시대가 변한 것도 있겠지만 며느리로써 시댁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떻게 살았는지 가장 마지막까지 설겆이를 하고 물기있는 손으로 옷에 닦으며 코피쏟고 하혈하면서 까지 시댁에서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기억하는 딸이라면 나도 결혼하지 않고 싶을 것이다.
연예를 하면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 내 생활의 모든 것을 공유하고, 뉴스에서는 가스라이팅이네 스토킹이네 데이트 폭력이네 같은 사건으로 불안하게 만들어 혼자가 더 편하다는 인식이 머리에 꽝 박혀버렸다면 연예보단 혼자가 더 편할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일들보다 내가 작가님 딸이라면 혼자 살아도 괜찮겠다고 느끼겠다 싶은 것은 비록 자신의 삶을 우선시로 집을 가끔 나가는 엄마가 있을 지라도 나를 위해 먹는 것도 살뜰하게 챙겨주고,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간섭하지도 않는 개인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해 주는 엄마라면 나도 사실 편하게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전혀 다른 환경이라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속상해하고 힘들어하면 그것을 지켜보는 부모님은 속상하지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없어 더 애가탄다.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는 글들에서 나는 과연 아이들에게 힘내라고, 이겨낼 수 있다고, 어떤 응원을 해 줄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사실 나도 일을 그렇게 오래 했으면서도 아직도 대인관계는 어렵다. 영원한 숙제이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보다는 내 딸들이 더 생각이 나고 나도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면서 나 또한 성장을 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도 혼자 살아보기가 가능해지는 그날까지! 지금의 우리 딸들과 따로 또 같이 사는 법을 깨우쳐 나가야겠습니다😊
좋아한 사람이니 결혼 안 할 이유나 조건은 하나도 없었고 결혼할 이유와 상황은 맞아떨어졌다. 귀한 딸이라며 부모가 보살펴주는 것도 아니라서 반대를 하거나 허락을 받을 사람도 없었다. 결혼 선택은 오로지 나의 몫이었다. P21
딸들은 20년 넘게 제 엄마가 놓여 있던 며느리의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말간 눈으로 다 지켜봤다. 어린아이 눈이 얼마나 투명하게 현실을 볼 수 있는지, 말 안해도 기실은 다 알고 있는 것을 세상만 모르는 게 틀림없다. 나조차 그걸 몰랐다. 내 딸들은 그때 할머니네 집에서 며느리라는 사람인 나의 행동과 위치와 차별의 현장을 모두 캐치하고 있었다.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어린 것들이 일기장에 그림에 모두 다 기록하고 있었다. 손녀인 자기를 자꾸 뒤 차례로 미는 할머니의 말투를, 현격히 차이 나는 엄마의 밥상을, 마지막 나오는 순간까지 내가 부엌 끝에 서 있던 것을, 마지막 엄마가 하는 일이 설거지를 마치고 물 젖은 손을 닦는 것임을 다 바로보고 있었다. 결혼한다면, 딸로서의 미래 자신들 모습 위에 겹칠 수도 있는 며느리라는 존재의 불합리한 ‘로우 스테이터스’를 고스란히 투명하게 목도하며 자랐다는 얘기다. P 102
다 큰 무던이가 어느 날, 마흔쯤 되어 방 안에 틀어 박혀 또 다른 윤이의 이야기를 쓰게 될까 봐 종종 두렵다. 미륵이가 제 나이 열여섯 살부터 스물두 살까지의 삶을 소설로 쓸까 봐 영화로 만들까 봐 가끔 졸아붙는 마음이 된다. 나는 정말 딸들의 소녀 시절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어떤 픽션의 글에 가엾은 한 여자아이가 나타날 수도 있을까. 만약 읽게 되면 ‘나는 네가 이렇게 가여운 게 정말 싫다고’라며 소리 지르며 울게 될까. P116
“엄마 죽으면 뭐 놓을까? 엄마가 해주던 음식을 기억해서 놓아야 할까. 우리가 만들어야 할 텐데 언제 배우지? 음식은 하나도 못 하잖아. 콜라는 당연 차갑게 해서 놓아야 할 거고, 온 더 보더 퀘사디아 놓아줄까? 나초랑 살사도?” P136
딸들의 어두운 이마에 대해서 일일이 왜 그러느냐, 묻기는 어려웠다. 저들이 먼저 입을 열어 말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두었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으니, 아무리 힘들고 슬픈 일들이라 해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하다 보면 봉해둔 상처가 헤집어질 때가 더러 있으니까. P200
삶의 어느 시기에 혼자 사는 사람만이, 혼자 살아본 사람만이 오롯한 제 삶을 꾸려가는 방법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양으로 산들 남의 입질에 좌우될 이유가 없다. 말 한마디 안하고 지나가는 하루, 누구도 내 허락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하루, 방문자 하나 없이 먹고, 보고, 자고, 일하는 종일의 시간을 온전히 혼자의 판단으로 운용할 수 있는 하루하루.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