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는 소설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최진영 외 지음, 김동현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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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억지로 시간을 쪼개서라도 읽기 위해 북클럽도 기회가 되면 몇 개 참여하고 있어요. 아래는 창비 스위치 북클럽 필라멘트 6월 1차 미션완료한 내용입니다. 

저는 여름에 태어나서 그런지 땀나는 여름 밤, 푸르른 여름을 너무 좋아하는데요. 여름이었다의 주제 맞게 시작되는 북클럽의 책은 여름하면 덥다가 아니라 잠든 나의 가슴뛰게 할 수 있는 첫사랑이야기로 시작하더라구요 😌  첫사랑에 관하여 읽고 가슴뛴 이야기 올려봅니다 ❤️

🟪 내 사랑의 원형. 
최진영 『첫사랑』

1.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

  Y가 준 편지에서 Y가 칠한 문장 "But now I know the meaning of ture love" 대신 
J의 아름다운 미소와 사랑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일기장에는 "I believe I can fly. I believe I can touch the sky"를 쓰고 Y이야기는 빼먹었다는 내용에서
사랑이건 아니건 사람과의 관계에서 분명 저런 경험을 한 적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분명 이 사람에게 마음을 받았지만 정녕 나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다른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 사람의 마음이 서로가 통해서 끌어당기면 좋으련만 모든 만남이 그렇게 될 수는 없다는 것. 노래 가사에서 보고싶은 것만 보이는 것 처럼 사랑은 어쩌면 이기적인 것이라는 것을 가사 문장으로 충분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2. 나의 사랑의 원형은 어떤 느낌이었나요?

  사랑의 원형을 사진으로 간직하고 그 사진을 연인에게 주었다가 헤어질 때 받는다. 연인과의 헤어질 때 끝맺음을 저렇게도 할 수 있구나.  
  끝이 좋지 않을 때 연인과 서로 주고 받았던 선물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사랑의 원형인 사진을 주었다가 돌려받는 것은 더 크게 상대방에게 종료의 의미를 던져주는 것 같다. 
  반대로 상대방이 사랑의 원형을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사진을 받는다는 것은 나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100%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서운함과 외로움을 주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나와 너만 있어야 하는 사랑에 또다른 3자가 항상 존재하는 느낌은 누구나 싫을 테니까 말이다. 

---📚 책 속 밑줄긋기
나는 부모님과 달리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하기로 했다. 그래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할수록 더 외로워졌다. 그저 외로울 뿐이라면 어떻게든 꾹 참아 보겠는데, 사랑과 함께 오는 외로움은 꼭 경멸이나 굴욕감의 손을 잡고 왔다. P15

아름다웠다.
가슴이 뛰었다. 머릿속 굵은 핏줄 하나가 터져 버린 듯 심각한 두통이 밀려왔다. 손발이 저렸다. 나도 모르게 발을 굴렸다. 몸이 둥실 떠올랐다. J가 웃을 때 마다 콩콩, 머리로 교실 천장을 박았다. P18

아름다움과 사랑이란 단어는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를 무지막지하게 끌어당겼다. 그날 일기장에 "I believe I can fly. I believe I can touch the sky" 란 문장과 J의 미소와 아름다움과 죽고 싶다는 내용을 썼다. 어쩌다 보니 Y얘기는 빼먹고 말았다. P21

메마른 냄사는 J의 것. 작은 나무처럼 웅크린 채 울던J. 뒷모습만으로도 완전한 J.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J. 늘 나를 두리번거리게 하는 J.
그날 역시 죽고 싶다는 내용과 J에 대한 이야기로 일기장을 채웠다. '아름답다'란 단어를 반복해서 쓰기도 했다. '아름답다'와 '사랑'은 지구와 달처럼 늘 함께 움직였다. 팔이 아파 Y와의 첫 키스 얘기는 쓰지 않았다. P28


🟪 우리를 끝내 붙잡아 살게 하는 힘.
박상영 『햄릿 어떠세요?』

1.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 이유

내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믿었던 현실이 실은, 헬륨을 넣은 풍선처럼 이리저리 정처 없이 나부끼고 있었던 것에 불과헀다는 사실을. 현실은 전혀 정제되어 있거나 아름답지 않으며, 일상에 연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지금 이순간이 내 삶이라는 사실을. p51

아이돌 연습생인 '나'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상품과 같은 존재이며, 데뷔에 대한 기대감과 탈락의 반복에 지침이었다. '곰곰'은 그러한 '나'에게 필요한 존재라 말해주지만, 정작 곰곰은 일주일에 여덦번 술을 마시고 자살기도를 하는 모습은 불쌍하다는 연민때문에 쉽게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곰곰으로 흔들리는 지금 이순간을 인정하면 흔들리는 '나'를 멈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하고 지금 비록 탈락자이지만 분명 성공을 할 것ff이기 때문에 지금 이순간도 내 삶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2. 햄릿의 대사와 함께 곰곰을 추억하는 '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격렬한 사랑의 마음도 아니었고, 설렘가득함과 풋풋함도 없다. 오랜 연인처럼 일상을 함께 하고 힘듦을 기댐으로 외로움을 채워주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했던 게 사랑이었다고 깨달은 것은 아닐까?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데 곰곰과 함께 했던 연극 햄릿의 대사가 떠오르고, 곰곰을 만난 것은 심심해서 그냥 있던 시간이 아니라 자신도 인정받지 못한 시간들 속에서 삶의 끈을 놓아버리려는 연약한 곰곰을 돌봐주고, 곰곰이 회복되는 과정들을 보며 자신도 치유가 된 것이라 생각든다.

하지만 벌레 득실거리는 볕들지 않는 환경속에서 뭐하나 내세울 것 없는 남자와 동거를 했다는 시간은 아이돌 데뷔를 앞둔 자신에게 인정할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사랑이 아니었다고 자기 자신에게 주문을 걸 수 밖에 없었을지도. 

——📚책속 밑줄긋기
그때의 내게 있어서 손닿을 만큼 가까운 곳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으나까. 곰곰은 p46

내가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고 믿었던 현실이 실은, 헬륨을 넣은 풍선처럼 이리저리 정처 없이 나부끼고 있었던 것에 불과헀다는 사실을. 현실은 전혀 정제되어 있거나 아름답지 않으며, 일상에 연습 따위는 없다는 것을. 지금 이순간이 내 삶이라는 사실을. p51

나는 그런 곰곰이 변화가 좋다가도 가끔씩 울적한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곰곰, 아직도 내가 필요한 것 맞지, 묻고 싶었지만 너무 순정 만화의 대사 같아 관뒀다. p56

있잖아, 곰곰. 나는 내가 특별하다고 믿었어. 근데 그냥 특별해지고 싶은 거였어. 
너 특별해.
아냐. 특별해지고 싶다는 건, 특별하지 않다는 증거야. 
특별히 술을 많이 마시기는 하는데, 그건 별로 안 특별한 건가?
정말 특별한 아이들은 자신의 특별함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그냥 존재하는 그대로 빛나.
그게 좋은 건가.
난 그게 항상 슬펐어. p58

자는 곰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손목의 상처를 만져 보았다. 상처가 났다 아문 부분이 단단해져 있었다. 단단한 조직을 따라 여러 번 지문을 문질렀다. 우리가 손을 잡고 자지 않은 게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p61

리허설이 시작됐고, 천장의 조명이 켜졌다. 나는 천장을 향해 손을 뻗어 눈을 가렸다. 너무 밝아서 닿을 것만 같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스물넷. 누군가는 아직 아무 시작도 하지 않았을 나이에 나는 포기와 체념이 때로는 나를 위한 최선일 수 있음을 배웠다. 손가락 사이로 새어 드는 조명을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p64 

#가슴뛰는소설 #창비 #스위치북클럽 #북클럽필라멘트 #최진영 #박상영 #첫사랑 #햄릿어떠세요 #여름이었다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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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은어
서한나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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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클럽 문학동네 6월 이달책 독파 참여하고 완독한 후기

일기처럼 하루의 일상. 내 주변의 사람들 이야기들을 사랑의 은어처럼 글로 적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지나온 나도, 지금의 나도, 앞으로의 나도 자신없음, 불확실함, 자책, 실망이 가득할 것 같아서 글로 적을 때 한탄이 가득했는데 이 책을 읽고 달라졌다. 
나는 밝은 것보다 어두운 것을 찾으려 했는데 이제는 행하는 모든 것들에 의미도 부여해보고   사랑을 싣어 바라보고자 한다. 종이 한 장 뒤집듯 쉽진 않겠지만 어느 순간엔 다 끝내고 싶다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감고 사랑을 생각해보아야겠다. 

단어 하나로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낸 글. 
일기장에 하루 일과를 써내려 가듯 기록한 글.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듯 친근하게 다가와준 글. 

다양하지만 또 단순한 글들이 매력적이었다. 
읽으면서는 기억에 꼭 남기고 싶은 문장들이 툭툭 있지만, 책을 덮고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이런 책이 읽을 때의 상황과 기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다가와서 좋은 것 같다. 
다음에는 독파처럼 기한을 두지 않고 천.천.히. 책을 읽고 싶을 때 펼쳐 뜻하지 않은 글로 또 다른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Zoom 북토크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는 꼭 오프라인 북토크 열어주세요😊


📚 책 속 밑줄긋기

전기밥솥이 증기를 뿜어내는 동안 열린 창문으로 바깥 냄새를 맡는다. 비구름이 몰려오는 냄새. 브루클린의 비는 추적추적 온적 없고 쏴아쏴아 오거나 투둑투둑 온다. 테라스에서 찬 밀크티를 마시며 낡은 책 냄새를 맡는다. 지나가는 랍비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면서 도로 냄새를 맡는다. 후각으로 추억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온전히 추억하려고 들면 모든 냄새를 순차적으로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둥실 불어오는 바람결에 맡아낼 수 있어야 한다.p18


어두운 방에 혼자 버려져 있고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찾으러 오긴 올 것이다. 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다. 오는 방법은 나도 모른다. P28


“나이들면 지켜야 할 게 많아져. 더 이상 경거망동 못 해.” 그 말을 듣던 날엔 지켜야 하는 게 부와 명예같은 건 줄 알았는데 나이든다고 그 둘이 생길리 없으며. 그 보다는 본질적으로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가깝겠다는 생각이 든다. 망가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과거를 긍정할 수 있는지. P35


타인이건 자신이건 끝내주게 속였다고 영리한 척 했던 내가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다시 불러내었다.” 알고 싶지 않아서 알아내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 정말 몰라서 모르는 사람. 웬만하면 좋은 면만 보려고 하는 사람 - 그 사이에서 나는 세상을 기막히게 속였다며 기고만장하기도 했다. 내가 상대를 바라보는 동안 상대도 나를 바라본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해는 뒤늦게 왔다. P41


자연이 만들어내는 거역할 수 없는 기묘함에 항복하려는 심정으로. P45


받은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감정에 관한 것이다. 코끝과 귀가 빨갛게 어는 겨울 현관문을 열었을 때 집안의 온기. 같이 사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뜨끈한 손으로 두 귀를 꼭 감싸주는 것. 버스에서 나도 모르게 옆 사람 어깨에 기대어 졸 때 손 등으로 차양을 만들어 빛에 눈이 찔리지 않도록 가려주는 것. 내가 들어간 가게에서 내가 필요해 고른 물건을 당연하다는 듯 계산하고 봉투까지 드는 사람. 우산을 쓰면 한 팔로 어깨를 감싸 안고서 춥겠다며 손으로 팔을 쓸어주는 것. 바위에 걸터 앉을 때 두꺼운 책을 깔아주는 것. 아무렇지 않은 다정함이 습격한다. P74


어느 날 나는 일기장도 식탁 위에 놓인 포스트잇도 아닌데서 엄마의 메모를 확인하게 되었다. 그것은 엄마가 당신에게 보내려다 나에게 잘못 보낸 메시지였다. “갖지못한거에대해 절망”이라고 쓰여 있었다. 오전 일곱 시 사십 분이었는데, 나는 엄마가 아무리 원하고, 원하지 않으려고 원해보아도 가질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날이 올까 봐 두려웠던 나는, 엄마의 절망을 내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두려워졌다. P179


영화를 보고 돌아와 적었다. “만년필을 돌려받는 것. 가는데마다 벽이라면 펜을 들 것. 길에서 모과를 보면 미끈한 것으로 먼저 집어들 것. 그어진 무늬에 다해, 끈적한 감촉과 사라지는 향, 언제나 처음인 것이 대해 쓸 것. 그리고 처음 그것이 놓여 있던 자리를 잊을 것.” P186


어떤 사람과 함께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감정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야지. 세상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상상해야 하는 감정이 있다. 그것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탐구하는 사람이 좋다. 딱히 애쓰지 않아도 화면 너머로 훈기가 전해졌던 것은 그가 대사의 배경과 인물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려는 사람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P194


#사랑의은어 #서한나 #글항아리 #문학동네 #이달책 #북클럽문학동네 #독파 #사랑 #여성 #산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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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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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양이라는 무게를 진 유리가 건강하게 이겨내는 따뜻한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좋았어요. 유리는 여기를 벗어나야지 하면서도 훌훌털고 일어나 연우와도 할아버지와도 가족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요. 서로에 대한 마음이 무거움을 가벼움으로 만들고 ‘나만 혼자가 아니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를 유리의 성장 과정으로 잘 알 수 있었어요.


  특히, 항상 가족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관심으로 마음을 전하는데요. “김치찌개가 맛있다.” “된장찌개가 맛있다.” 말 한마디로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게 행복함을 주는 장면들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한동안은 김치찌개를 보면 유리가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문학동네 이달책 “훌훌” 독파 챌린지 참여를 통해 알게된 책으로 누군가와 함께 책을 읽는다는 느낌도 좋았고,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장들도 독서 기록을 하면서 남기고 다시 읽어 보게 하는 좋은 활동이라 좋았습니다.



 




 

 

 

 


 

✔ 책 속 밑줄긋기


날 만나길 원하든 말든 반드시 찾아가고 싶었다. 나를 낳은 부모가 한심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포기했던 내가 이만큼 제대로 커버렸노라고. 내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 번은 봐야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언젠가 찾아오고 말 미래의 그 상황을 이런 장면 저런 장면으로 바꿔 가며 상상하곤 했다. 상상하면 마음에 독기가 서렸고 공부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됐다. 할아버지로부터 상처받지 않을 수 있었고 부모님과 살아가는 친구들을 볼 때 마다 치사한 기분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p33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p207

 

그 이유가 초라하고 어이없더라도 거기에서부터 나는 시작하고 싶었다. 어차피 피해 갈 수 없다면 마주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그래도 괜찮을 것 같았다. 더 나빠질 일 따위는 없을 것 같았다.p213


네게도 직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 내가 그런 것처럼. 나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과거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면 세윤의 말대로 직면하는 게 나았다. P229


가슴에서 쓰고 뜨거운 것이 똘똘 뭉치는 것 같았다. 뱃속에서 무언가가 치받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보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라도. 엄마와 아빠를. 압력을 견디지 못한 몸이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터져 버렸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울어 버렸다. P234


“아무래도 자기 자식은 아니었으니까 뭔가 힘들었던 게지.” 나는 추어탕에 제핏가루를 솔솔 뿌리며 대꾸했다. “그런 말씀을 제 앞에서 참 잘도 하시네요.” 할아버지는 나를 쳐다보고는 피식 웃었다. 나는 풋고추를 아작아작 소리가 나도록 씹었다. 그날의 식탁이 좋았다. 뚝배기에 담긴 추어탕과 맑게 붉은 깍두기와 제핏가루의 향과 우리의 짧은 대화를 나는 마음에 담아 두었다. 나를 쳐다보고 피식 웃고 말았던 할아버지의 표정도 오래 기억하게 될 것 같았다. 내가 처음 만들어 드렸던 된장찌개를 맛본 할아버지의 모습처럼. 어쩌면 평생.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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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양장) 소설Y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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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줄거리.
2057년 얼음이 녹아 물에 잠겨버린 서울에는 노고산에서 사는 선율, 삼촌, 지오와 남산의 물꾼 우찬이가 살고 있다.
살던 집도 모두 잠겨 버렸으니 살기 위해 지대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뭍으로 갔다. 물이 무섭지 않는 사람들은 물꾼이라 불리며 물 속에 들어가 사용이 가능한 물건을 찾아 거래를 하며 살아간다. 다른 지역의 물꾼인 선율과 우찬은 누가 더 멋진 것을 가져오는지 내기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기계소녀 수호를 만나고 수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경이 삼촌과 우찬이와 서로 오해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노고산에서 다같이 함께 살아가는 모습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책을 읽고.
책이 대본집 형태로 되어있어 위로 넘기면서 봐야하는데 읽기가 저는 불편했습니다 😅 하지만 대본집을 받았을 때는 마치 내가 배우가 된 것 처럼 기분이 좋았어요. 

지금으로 부터 약 30년 후에 서울이 물에 잠겼다는 설정이 생각하기도 싫지만 지금처럼 온난화가 심각하게 진행된다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기도 했어요. 잠기지 않은 곳에는 한정적 자원이 있으므로 캔에 든 식료품, 손상되지 않는 가전제품들을 구하기 위해 물꾼이 되어 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환경만 달라졌지 물에 잠기기 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 씁쓸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가족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각자의 삶을 위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초기에는 보여주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기계인간인 수호가 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과정에서 서로가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를 하고, 이해를 통해 연대감을 만들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이한 점은 기계인간이 yes or no 가 아니라 생각을 하고 과거를 궁금해 하고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 기억의 표출일뿐인지 아니면 뇌가 컴퓨터 속에서 살아남은 것인지는 소설을 덮은 지금도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
소설을 읽고는 수호의 부모님이 수호가 원하지 않는데 수호가 죽은 후 부모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기계로 만든 것은 올바른가? 질문을 던져주었어요. 
가상세계 속에 삶을 이어갈 수 있는 시대. 원하던 원하지 않던 환경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결국 만들어버린 시대가 오겠지만 그 시대에 사람들이 잃어버리지 않아야할 것은 “함께”라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영어덜트라 그래서 어떤 의미인지 궁금했는데요. 읽어보니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어 그렇게 불리는 것 같습니다.
다음 미션은 소설 주인공 가상 캐스팅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연예인들로 가득 채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ㅋㅋ

끝.

🏷 책 속 밑줄긋기
서로에게서 자신이 미쳐 떠올리지 못한 순간들을 찾으려 애쓰고 그걸 과거를 그리는 재료로 삼는 것. 그렇게 각자의 괴로움과 그리움으로 십오 년 전의 서울을 빚어 내는 것. p41

선율은 삶에도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걸 알았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불안과, 이래야만 한다는 강박이 서로를 옭아매면서 만들어 내는 순간이. p 47

아이들은 항상 어떤 이유로든 싸웠고 또 어떻게든 화해했다. 나이 많은 사람이 함부로 끼어들었다가는 오히려 서먹해 질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오늘도 그렇겠지. 그게 안일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된 건 일이 제대로 터진 뒤였다. P93

삶은 어떤 식으로든 끔찍한 것이었지만 어떻게든 계쏙되는 것이기도 했고, 둘 사이에는 절묘한 균형이 있었다. 당장에라도 모든 걸 끝내 버릴 것처럼 진저리를 내다가도 결국에 내일을 마주하는 균형이. 거기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기로 했다. 그게 희망이든 타성이든 이제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p 160

닿지 못할 행복은 생생한 만큼 슬품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그대로 남아 후회가 된다. 살아가다 보면 지나간 순간을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만 그 반대의 일도 얼마든지 일어난다. 과거가 오늘을 옭아매는 것이다. 삼촌이 그렇고 우찬이 그런 것처럼. 그들이 소용없는 죄책감을, 울분을 간직하는 것처럼. P173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책을 제공받고 개인적 의견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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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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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라” 이벤트 당첨으로 받았어요 🤩

표지를 제 이름을 넣어서 주신 책이라
섬세함에 감동했어요 ❤️ 책갈피와 친필사인까지 😍

같은 뉴욕의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묶은 연작소설 입니다. 짧은 단편들인데 필사하고픈 문장들로 가득하구요. 😌 계간지 마다 실린 작품을 모아 출판한 것은 장편은 장편 나름의 매력이 있듯 단편을 한번에 모아서 볼 수 있는 장점도 있는 것 같아요. 

🏷수록 작품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창작과비평 2020년 봄호
장미의 이름은 장미- 문학동네 2020년 가을호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릿터 2021년 8/9월호
아가씨 유정도 하지- 악스트 2021년 1/2월호


‘장미의 이름은 장미’ 제목을 제가 생각하기엔 
이번 이벤트로 받은 표지가 ‘은정의 이름은 은정’ 처럼 여러 상황 속에서도 ‘나는 그냥 나이다’ 라는 주체성을 알리고자 함은 아닐까 생각들었어요. 

✔️한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의 여행담 같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과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의 현주가 영어를 듣는 어려움과 청력의 문제로 힘들다고 생각만 하다 시각적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문이라는 벽을 만든다는 표현은 문장 하나로 이야기와 주인공의 생각을 이렇게 나타낼 수도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그냥 각 단편들마다 뉴욕의 여행 중 이야기인데 비슷하게 인종차별, 아시안 여행객에 대한 불친절함, 주인공이 아닌 조연인 듯한 느낌 같은 공통된 것이 있어 쭉~ 읽다보면 각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어진 듯한 느낌도 있었어요. 분명 다른 이야기 인데 말이죠. 🤷‍♀️

여행이라 함은 낯선 장소에 와서 겪는 기대감과 설렘이 있으면서도 불편하고 예민함이 폭발하여 신경질적으로 변하게 되는 과정을 스스로가 겪으며 다시금 성장이라는 것을 하는 것 같은데요. 이 책에서는 후자 쪽이 조금 더 많았어요.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아닌 사람들과의 관계. 낯선 곳에서 이방인을 바라보는 시선들로 위축되고 부끄럽게 까지 만들게 되는 모습들은 읽으면서도 유쾌하진 않지만 나 또한 저러한 상황과 비숫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공감이 되고 그 속에서도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위로를 해주고 싶었습니다.(지금 나는 그 때보다는 조금 더 마음의 안정이 되었으므로^^)

마지막의 주인공이 엄마를 생각하며 가장 오래된 기억을 떠올려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나의 기장 오래된 기억이 언제인지 그리고 우리 가족과 내가 어릴 때 행복했던 기억은 어떤 것이었는지 책을 덮고도 생각했지만 끝내 확실하게 기억되는 것이 없었어요. ^^; 오랫동안 책을 덮고도 답을 찾지못한 질문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


📖 책 속 밑줄긋기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그때 민영과 엄마는 둘 다 자기가 일궈놓은 세계로부터 거부당했고 삶이 임시 거처였고 돌아갈 곳은 없었다. 
엄마의 삶에는 남아 있는 기회마저 그다지 없었다. 일생을 두고 모두를 준 존재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더이상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큼 그녀를 무력하게 만드는 건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의 민영은 엄마의 생각처럼 뛰어난 것도 철이 든 것도 아니었다. 그랬다면 하나뿐인 가족의 생일을 잊어버리는 일 따위는 없었을 것이다. P60

친하다고 해서 비슷해질 필요는 없었다. 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미소를 보내고 손을 흔들면 되었다. 민영은 그것을 납득시키면서 유지해야 하는 관계들이 피곤했고 적당한 기만으로 덮어두지 못하는 자신 역시 지겨웠다. P67

그렇게 오랜 시간 민영의 이기심에 상처를 받고도 또 이렇게 당하고 있는 자신의 한결같은 성실성과 적응력에 넌더리가 난 승아는 방으로 들어가서 행어에 걸어놓았던 자신의 옷과 마트에서 사온 초콜릿이며 과자들을 캐리어 안에 쓸어 넣었다. P68

“여기서 오래 혼자 살다보면 그냥 친절한 건지 특별한 감정인지 잘 구별 못하게 돼. 자기들끼리 선을 그어놓고 그 바깥에 있은 사람에게 친절하게 보이려는 사람들이 좀 있거든.” 승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어디 살든 다 마찬가지 같아.” 다음 순간 승아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올랐다. “그럴 때면 말야. 왜 얼마 동안 어디에를 생각해봐. 거기에 대답만 잘하면 문을 통과할 수 있어.”
P75

——-장미의 이름은 장미
그럼이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왜곡된 히스토리와 함께 나의 시간을 끌고 가야만 한다. P84

사실 수진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뿐 아니라 자신에게서도 도망치고 싶었는지 모른다. 잘못된 장소로 와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해도 되돌아 나가서 다른 경로를 찾기에는 두려운 나리, 결코 나아질 리 없는데도 그럭저럭 머물게 되는 계약직 생활, 그리고 그런 사실들을 불현듯 깨닫게 만들었던 깨어지고 부서져서 결국 사라져버린 관계들. 수진은 이곳으로 떠나오며 그녀를 규정하는 나이와 삶의 이력에서 잠시나마 이탈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P90

매일 아침 나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미빛으로 시작한다. P91

나는 왜 떠나온 것일까. 누군가를 더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을 때 혼자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규칙적이고 또 가시적으로 발전이 드러나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 대체 왜 그런 진지한 생각을 했을까. P117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
그런에도 현주는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채로 주어진 관성에 끌려다녔다. 의심을 하면서도 눈앞의 경로를 향해 계속 걸었고, 그러다보면 너무 멀리 와버려서 그 길에 맞는다고 믿는 데에 진심을 다할 수 밖에 없었다. P150

현주는 늘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동안의 긴박한 단절간과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절박함의 시효가 끝나고 마는 허탈한 이완, 그 중간 지점에 있었다. P157

———아가씨 유정도 하지
“늙으면 이상하게 평소 기억하던 것보다 더 어렸을 때 일이 기억이 나. 내가 마당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는데 우리 아버지가 마루끝에 앉아서 웃으며 손짓하던 것. 그런 게 말아. 그걸 뭐라고 해야 할까.”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작가니까, 제대로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런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그게 꼭, 죽으려고 연습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 지금처럼.” 어머니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P246

이따금 나의 가장 오래된 기억이 뭘까 떠올려볼 때가 있다. 대여섯 살 무렵 어머니와 바다에 같이 갔던 날 이전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억도 없다. 어머니의 말대로 아마 더 많은 죽음의 예행연습을 하면 그때에 더 어린 날의 기억이 떠오를 것이다.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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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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