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인기가 많은 이유가 있었다.
단편소설들인데 첫 번째 쇼코의 미소에서 할아버지가 비를 맞고 그냥 가려고 하고 우산이 잘 안펴져서 속상해하는데 울컥 눈물이 났다.
왜 나는 여기서 눈물이 났을까. 할아버지와 추억도 딱히 없고 공감도 안되었지만 아빠가 생각났던 것 같다. 우리 아빠도 절대 찾아오지 않을 사람인데 죽기 전 저렇게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준다면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을지도.
현실과 소설의 서사는 분명 다른 것이지만 내가 원하는 생각하는 어떤 특징적인 부분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여튼 그렇게 심쿵! 하는 부분을 잘 찾아내는 것이 모든 소설마다 있어서 너무 좋았고, 집에 있는 밝은 밤까지 얼른 읽어보고 싶어졌다 😊
미션을 하면서 불의의 사고를 겪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의 질문에 나는 책에 나온 순애 언니 남편처럼 나라에 의해 저런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면 그냥 참고 살지 않고 모든 정황, 증거들을 모아 죽을 힘으로 맞서 싸울 것 같다고 답을 했다.
아이를 위해 그렇게 하지 못할 것 같지만 당장 밥 한그릇 먹을 돈조차 없는 지경이 된다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일 것 같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연대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단체들이 많으니 함께 싸울 수 있을테니까.
독파를 하면서 줌 토크를 통해 독서기록과 미션, 책과 작가님의 이야기를 하는(저는 듣는 쪽에 가깝습니다. ^^) 것이 처음엔 신기하다 이제는 중독이 되었어요. 책을 읽는 습관과 책을 그냥 후루룩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완독을 하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 계속 하게 될 것 같아요. ❤️

📖책 속 밑줄긋기
🏷쇼코의 미소
쇼코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쇼코에게 내가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쇼코가 내게 편지를 하지 않을 무렵부터 느꼈던 이상한 공허감. 쇼코에게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정신적인 허영심. P25
어디로 떠나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그렇게 박혀버린 삶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의 맨얼굴을 들여다보는 일은 유쾌하지 않았다. P28
직장에 나간 엄마 대신 나를 업어 키운 그였다. 그의 돌봄으로 뼈와 살이 여물었고 피가 돌았다. 효도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채감를 느꼈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그에게 해준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더 등을 돌리러고 했는지도 몰랐다. P36
대부분의 시간은 무기력했고 가끔씩 정신이 맑아질 때는 내가 내 정신을 연료로 타오르는 불처럼 느껴졌어. 나를 포함한 세상 모든 것들에 화가 났어. 그렇게 화를 내고 보면 몸이든 정신이든 재처럼 부서져버리는 거야. 그런 과정들을 반복했어. 사람들은 열아홉 스물 스물하나를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말하더라. 나는 하루하루 죽고 싶었던 기억밖에 없었는데도. P41
🏷씬짜오, 씬짜오
시간이 지나고 하나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나는 누가 떠나는 쪽이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생각했다. 어떤 경우 나는 떠났고, 어떤 경우 남겨졌지만 정말 소중한 관계가 부서졌을 때는 누가 떠나고 누가 남겨지는 쪽인지 알 수 없었다. 양쪽 모두 떠난 경우도 있었고, 양쪽 모두 남겨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떠남과 남겨짐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았다. P90
그저, 가끔 말을 들어주는 친구라도 될 일이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곁을 줄 일이었다. 그녀가 내 엄마여서가 아니라 오래 외로웠던 사람이었기에.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P92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그래. 나도 살려고 그랬다. 걔를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러니 너도 이제부터 그렇게 해. 그게 너도 나도 사는 길이야.”
할머니는 일생 동안 인색하고 무정한 사람이었고, 그런 태도로 답답한 인생을 버텨냈다. 엄마는 그런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고, 그런 태도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난 뒤 그 무정함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의 고통을 같이 나눠 질 수 없다면, 상대의 삶을 일정 부분 같이 살아낼 용기도 없다면 어설픈 애정보다는 무정함을 택하는 것이 나았다. 그게 할머니의 방식이었다. P105
세상은 사람에 대한 사람의 사랑을, 제 목숨을 몇 번이고 팔아서라도 사람을 살려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을 도리어 비웃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너희 힘없는 인간들은 언제나 조심하고 사는 것이 좋을 거라고, 그 평범한 인간 여덟 명의 목숨 따위가 뭐가 대수냐고, 우리가 법이라고 하면 법이고 빨갱이라고 하면 빨갱이인 거라고, 꿇으라면 꿇으라고, 사람 같은 거 명분만 달아놓으면 쉽게 죽일 수도 있는 거라고, 그러니 입다물고 말이나 잘 들으라고.
그들은 나라에 의해 살해되었다. P109
“해옥아, 기억해.”
몸이 작아질수록 이모의 목소리는 점점 더 깊게 울렸다.
“아무도 우리를 죽일 수 없어.”
엄마는 병실 파티션 위에 올라앉은 이모의 입 모양을 따라 했다. 아무도 우리를 죽일 수 없어. 그러자 이모는 그 가느다란 목과 작은 머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잊음 안 돼. 해옥아.”
P121
🏷한지와 영주
“넌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 언니가 말했다. “넌 낭비를 하고 있는 거야. 그것도 가장 멍청한 낭비를. 이십대에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산다면, 결국 우리 엄마 아빠처럼 평생 집도 없이 살게 될 거야. 평생 남의 밑에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시키는 일만 해도 자식 결혼하는 데 단 한푼도 보태줄 수 없는 사람이 될 거라고. 네가 대학원 간다고 했을 땐 교수가 되려는 목표라도 있는 줄 알았어. 그것도 아니었다면 왜 네 시간과 돈을 그런 곳에다 투자한 거야? 교수와 동료들이 널 어떻게 보겠네? 너,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모아둔 돈이 없으면 학위라도 있어야 하잖아. 그런 식으로 어정쩡하게 세상 살아봐.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될 거야. 네 속에서 나온 자식 한번 네 품에 품어보지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될 거라고.”
나는 언니의 말에 동의했다. 언니의 목소리에 실린 분노에 가까운 두려움은 나의 오래된 주인이었으니까. 그 두려움은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나를 추동했고 겉보기에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 어른으로 키워냈다. 두려움은 내게 생긴 대로 살아서는 안 되며 보다 나은 인간으로 변모하기를 멈취서는 안 된다고 말해왔었다. 달라지지 않는다면, 더나아지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세계에서 소거되어버릴 것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곳에 머물기를 택했다.
P129
우리는 그전처럼 많은 말들을 쏟아내지는 않았다. 짧으면 몇 초, 길면 몇 분 정도 말없이 가만히 걷기만 했고, 길가로 기어나온 민달팽이를 주워서 풀숲에 던졌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내가 얼마나 그 시간에 집착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 시간은 영원해야 했다. 다른 시간들처럼 함부로 흘러가버려서 과거 속에 폐기되어서는 안 됐다. P150
되갚아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저 누군가를 자극해서 그 반응을 보고 싶은 건가. 나는 그런 식으로밖에 자신에 대해 안심하지 못하는 그들이 진심으로 가엾게 느껴졌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차별하면서 기쁨을 느끼는 삶은 얼마나 공허한가. P152
나는 아직도 왜 한지가 내게 등을 돌렸는지 모른다.
그 단절을 이해하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그렇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작은 기억 하나도 제대로 잊지 못한다. P162
🏷먼 곳에서 온 노래
선배가 떠난 텅 빈 방에 앉아 남은 잡채를 꾸역꾸역 먹으면서도 나는 울지 않았다. 슬픔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고기도 못 먹는 사람이 러시아에 가서 뭘 먹고 다닐지 막막하게 걱정했을 뿐이다. 그런 그럴듯한 걱정으로 나의 깊은 상심과 슬픔을 덮고 속이는 일에 나는 익숙했다. P195
🏷️미카엘라
다수의 선한 사람들의 세상에 대한 무관심이 세상을 망친다고 아빠는 말했었다. 아빠의 말은 맞았지만 그녀는 이런 세상과 맞서 싸우고 싶지 않았다. 승패가 뻔한 링 위에 올라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세상이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수그리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었고, 자신을 소외시키고 변형시켜서라도 맞춰 살아가야 하는 곳이었다. 부딪쳐 싸우기보다는 편입되고 싶었다. 세상으로부터 초대받고 싶었다. P235-236
🏷️비밀
무슨 말을 더 하려 했는데 눈물이 나서 말이 콱 막혀버렸던 것이 기억난다. 시야가 흐려져 지민의 그 예쁜 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약해진 말자를 보면서 지민도 울었다. 슬픈 기억이지만 되돌아보면 행복한 추억이기도 하다. 그때부터 매일같이 말자는 지민을 그리워했다. 자다가도 그애의 이름을 불렀고,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또래 애들 사이에서 지민을 찾아보기도 했다. 어쩌다 그애을 만나기로 하면 그 전날부터 잠이 오지 않았다. P248


#쇼코의미소 #최은영 #문학동네 #독파 #단편소설 #챌린지 #줌토크 #책추천 #추천도서 #도서 #소설 #9월 #씬짜오씬짜오 #언니나의작은순애언니 #한지와영주 #먼곳에서온노래 #미카엘라 #비밀 #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