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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 ㅣ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평점 :
🍑 책 띠지에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었지만 끝내 실패했던 어느 여름의 이야기”의 문장을 읽고
어떤 여름의 이야기이길래 ‘자두’를 제목으로 했을까 궁금했다.
“영옥씨,“
”아침에 잘 일어나고 있나요?”
나와 영옥씨는 옥상에서 담배를 피다 서로 웃는 장면에서 이미 공유라는 것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기 싫지만 해야하는 상황에서 ‘죽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그런 상황에서 영옥씨는 피고용인이지만 어떻게 견뎌냈냐는 말을 묻고 싶고 자신의 속마음도 털어놓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시’ 자가 붙는 가족은 정말 가족이 아닌 것처럼. 자신의 아들을 훔쳐간 ‘도둑년’ 이라는 대접이라니.
끝내 장례식장에서도 시댁 가족의 ‘우리’ 속에는 포함될 수 없는 존재로 며느리, 여성의 존재는 무엇으로 보아야 하는지까지 생각하게 됐다. 그 간병노동이 끝이 났지만 나에게 남은 것은 상처와 외로움이다. 간병 중 만난 영옥씨와 여성으로 감당해 내야하는 수고로움에 대한 둘만의 연대를 형성하고 함께 고통의 시간을 인내하고 이겨내려고 했다는 점은 앞으로 시대가 조금 더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아닐까 생각들었다.

📖책 속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
쩍 금이 간 풍경은 이제 산산이 깨져버렸고 우리는 바닥에 흩어진 유리 조각을 치울 새도 없이 걸음마다 발을 베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나날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만 해도 무서웠습니다. P38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처럼 과열되었던 우리의 일상이 다시 기름칠한 기계처럼 순조롭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자주 안도하는 눈빛을 주고받았습니다. 저는 하루에 8만원씩 꼬박꼬박 쌓여가는 간병 비용을 아까워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P59
타인이 불쑥 내비친 날것의 감정을 마주쳤을 때만큼 당혹스러운 순간이 또 있을까요? 그렇지만 왜 울었냐고 한번쯤은 물어볼걸 그랬습니다. 살다보면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는가 하면, 모든 말을 다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지 않던가요. P71
아직 자두도 한알 못 땄는데. 기순에 어미가 보기 전에 얼른 저 자두를 한알 훔쳐내 베어 물어야 하는데. 침이 고인다. 새콤하고 달큼한 자두. 한알만 먹어도 배가 부른 큼직한 자두. 겉도 붉고 속도 붉은 피자두. 한입 베어 물면 입가로 주르륵 붉은 물이 흐르는 기순네 자두. P82
고모는 원 밖으로 떠밀려난 가엾은 타인에게 최대치의 동정심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원심력과 함께 영원히 우주 밖으로 날아가버린 존재를 향한 반사적인 연민. 죄도 없이 용서받는 기분이 더럽다고 말했던 지난날의 제가 얼마나 배부른 투정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저는 그날 죄도 없이 가혹한 형벌을 받고 있었으니까요. P101
장례식장이란 원래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향 연기처럼 제멋대로 피어올라 허공을 떠다니는 곳임을 이때 배웠습니다. 그중 어떤 말들은 옷과 머리칼에 깊이 배어 쉽게 빠지지 않는 향냄새처럼 뇌리에 진득하게 들러붙어버린다는 것도요. P116
불행했던 지난여름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저곳에서 우리는 삶을 희망했고 죽음을 두려워했습니다. 용서를 받았고 용서를 했고 용서로 위장했습니다. P118
<창비 스위치 북클럽 작가탐구생활: 이주혜> 중 『자두』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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