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 꾸세요
김멜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성 동성애자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전 삶이 행복하다면 그분들의 선택을 응원해줄 수 있지만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글을 읽는 것은 도전이었어요.

 

책을 읽으면서도 다 읽고서도 그냥 소설일뿐인데도 적극적으로 주인공들의 감정에 빠질 수 없고 자꾸 거리감을 두려고 해서 완전 집중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독파를 하면서 미션의 내용도 적고, 독서기록도 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내용을 끌고 갈 수 있었어요. 독파 아니었다면 아마 중간에 포기했을 지도 모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나서 느낀 것은

우리는 동양적인 사고와 음양오행, 유교적 사상의 교육으로 인해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적인 시선을 행했었어요. 하지만 그들도 같은 동성에 마음이 이끌리는 것에 대해 많은 혼란과 주변의 시선으로 힘들겠구나 하는 연민도 가지게 되었어요. 비난하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축하해주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인정해주는 것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 아닐까요.

 

 

● 책 속 밑줄긋기

 

“그래서? 그다음부터 날 뭐라고 불렀어?”

나는 몇 번이나 들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또 물었다. 그 말이 듣고 싶어 엄마의 무릎을 베고 꿈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랐다.

“링고, 일본어로 사과.”

엄마가 내 머리카락을 이마 뒤로 넘기며 말했다. 국제전화로 친구에게서 꿈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내 태명을 ‘링고’라고 지었다. 엄마 친구의 일본 이름도 링고라고 했다. 링고가 꾼 링고 꿈. 엄마는 나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으로 링을 만들었다.

P23 링고링

 

쓰고 싸한 향에 알굴이 찌푸려졌지만 그땐 그 향마저 특별하게 느껴졌다. 나는 들떠 있었고 엄마와 링고 이모도 그런 것 같았다. 누군가의 기분이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차리는 것은 어린 나에게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조금 거리를 두고 걸으면서도 자꾸 엄마를 돌아보는 이모와 틈만 나면 내 손을 놓고 이모의 팔을 잡으려는 엄마를 보며 나는 두 사람이 이 비밀 약속을 기다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P33 링고링

 

영주가 손을 크게 흔들었다. 그 모습이 물위에 어른거리는 빛처럼 두 겹, 세 겹으로 번져 보였다. 혀로 더듬으면 떨어져나간 어금니의 빈 공간이 혀끝에 닿았다. 영주와는 절대 그런 사이가 되지 않을 거라고 나는 다짐했다. 옷소매로 뺨을 닦고 나는 영주를 향해 걸어갔다.

P53 링고링

-----------------

▶ 영주는 엄마가 동성을 사랑하는 행동에 어릴때부터 보고자러 거부감이 없었던 것일까?

영주가 영주를 만나 영주를 간다. 재미있는 설정에 반해 나는 아직 동성간의 만남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냥 소설의 내용뿐인데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찌푸리는 나를 발견했다. 그들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응원해주지 못하는 나는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을 가진다고 보아야 하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정말 그들의 행복을 바란다면 가볍게 외향적으로만 보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깊게 그들의 삶을 바라보고 행복하도록 응원해주어야 할 것 같다.

------------------------

시든 풀 무더기 같은 얼굴로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는 사람. 체는 모든 것을 다해 말했고 모든 것을 다해 웃었다. 그녀가 내뱉는 소리 하나, 음절 하나에 그녀라는 존재가 온전히 녹아 있었다. 한때 앙헬은 세상의 모든 시람들이 그녀처럼 말하고 그녀처럼 웃기를 바랐다.

P64 나뭇잎이 마르고

 

그것이 어느 시절을 통과할 때 겪게 되는 변화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앙헬은 알 수 없었다. 다만 어떤 베풂은 인과적인 타당성을 설명할 수 없듯 어떤 거부도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P90 나뭇잎이 마르고

 

낮이고 밤이고 나는 읽었다. 두 여자의 미니멀 라이프 덕분에 나는 새로 태어날 수 있었다. 버려지리라는 조바심과 생의 위기 속에서 나는 책을 읽고 사색에 빠져들었다. 플라톤을 읽은 날은 동굴에 비친 그림자의 실재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다. 니체를 읽은 날은 망치를 든 여자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었다. 그들의 책에는 모두 내가 상징처럼 숨겨져 있었다. 나는 인류 지성사에 깃든 나의 위대함을 확인하며 두 여자가 내린 쓸모없다는 판단이 얼마나 반인륜적이고 반지성적인지 깨달았다. 쓸모없음이야말로 인류가 지켜가야 할 빛나는 보석이었다.

P126 저녁놀

 

-----------------

▶사람이 아니라 사물이 사람을 바라보는 시점은 신선하다. 편혜영 소설가는 발칙하다는 표현을 써주셨는데 왜 그러한지 알 것 같았다. 대놓고 노골적인듯 하면서도 현실때문에 선을 확 넘지 못하고 애매모호한 경계선 속의 두 여자가 친근하게 다가왔다. 비싼 물가로 인해 파테크가 유행하며 대파를 키우면서 파파야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나중엔 먹기 미안해 하는 장면은 유머러스함이 가득하다.

------------------

누군가 내 메일에 울었다는 것에 마음을 짓누르던 울화가 조금 가시는 듯했다. 그 대상이 여자이고, 희래라는 사실에 취한 것처럼 기분이 들떴다. 이제껏 모난 돌처럼 발에 차이기만 했던 내가 아주 감미로운 슬픈 음악이 된 것 같았다. 희래가 울고 싶을 때 틀어놓고 펑펑 울 수 있는 음악.

P148 설탕, 더블 더블

 

네가 누구를 사랑하는진 몰라도 그 사랑이 내겐 위로가 돼.

P148 설탕, 더블 더블

 

그런 평범한 데이트는 우리의 농도 짙은 감정들을 퇴색시킬 것 같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실에서 마주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말을 숨김없이 했다. 빛이 강한 여름에 오히려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비밀을 나누었기에 연인이 될 수 없었다. P150 설탕, 더블 더블

 

-----------------

▶할머니가 찾던 설탕이 윤도윤과 희래까지 너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내용은 분명 다른 내용인데 매끄럽게 진행된다. 농도 짙은 감정들이라면서 한명이라도 연인이 되었음 했는데 커피 속 설탕 더블 더블이 아니라 에스프레소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예쁜 사랑인데 혼자만 하는 사랑이라 마음이 찢어져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다.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내용이었다.

-----------------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살아 있을 때 뭐가 중요한지, 삶과 죽음, 우리가 단절되어 있다고 믿는 그 사이에 어떤 힘이 있어 우리를 서로에게 연결해주는지. 어떤 논리도 너에게서 기적을 빼앗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

P204 논리

-----------------

▶엄마는 딸이 동성애자의 길을 간다면 행복을 위해 사람들에게 어떤 논리도 딸의 행복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고 한다. 엄마의 사랑은 논리로 설명될 수 없다.

------------------

그러고 보니 나는 죽어서도 쉬지 못했다. 이유를 찾느라, 인과관계의 인에 매달리느라 죽음의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

P295 제 꿈 꾸세요

 


 


 

 

#제꿈꾸세요 #김멜라 #문학동네 #독파 #링고링 #나뭇잎이마르고 #저녁놀 #설탕더블더블 #논리 #물오리 #코끼리코 #제꿈꾸세요 #단편소설 #소설 #신간도서 #몽환적 #상상 #완독

네가 누구를 사랑하는진 몰라도 그 사랑이 내겐 위로가 돼. - P148

그런 평범한 데이트는 우리의 농도 짙은 감정들을 퇴색시킬 것 같았다. 무엇보다 우리는 현실에서 마주하기엔 지나치게 많은 말을 숨김없이 했다. 빛이 강한 여름에 오히려 태양광 에너지를 만들 수 없는 것처럼 우리는 너무 많은 비밀을 나누었기에 연인이 될 수 없었다 - P1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