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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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자들의 목소리』

 

황모과 장편소설

래빗홀 출판

 

-1923년 9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100주기

사라진 이야기를 모아 침묵을 부수는 회복의 여정

 

 

1923년 9월 1일, 리히터(지진의 크기를 나타내는 척도) 규모 7.9의 위력을 가진 일본의 관동대지진이 시작된다. 무법 상태에서 일본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강간, 약탈, 폭행, 살인의 행위를 조선인이 한 것 처럼 소문을 퍼트리고 조선인들은 증오와 작살에 노출되면서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된다.

 

경험한 적 없는 대지진의 자연재해로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분노의 대상으로 일본에서도 힘들어 기피하는 교량 공사장의 노역을 하는 가족에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줄 목적으로 자신의 몸 저 끝의 힘까지 쥐어짜내어 일하는,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할 수 없는 조선인을 상대로 한 것은 읽으면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조선인 일꾼들 달출, 평세, 태안은 큰 지진 후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공권력 사라진 통제 없이 날 뛰는 사람들 속에서도 가족이 없어 자신 몸만 성하면 된다는 마음도 잠시, 지옥 속에 있는 듯한 현장의 잔혹함과 야만적인 모습에 자신들의 삶이 불안정해졌음을 마주하게 되면서 혼돈 그 자체다.

 

싱크놀로지 시스템을 통해 과거 관동대지진 현장으로 이동한 2023년 한국인 민호와 일본인 다카야는 학살 피해자로 이름이 기록된 마달출과 미야와키를 관찰하는 일을 한다. 민호는 이 사건을 바꿔낼 수 없지만 사람을 살리기 위해 개입하고 죽임을 당하면 기억을 잃고 카타콤베로 돌아온다. 다카야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데 시계가 멈춘 듯 자신은 100년, 200년을 경험하고도 다시 전쟁의 시간으로 저주에 걸린 듯 끊임없이 공전하게 된다.

 

결국 민호와 다카야는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 깨달으며 손을 잡으며 화해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지만 개인의 이해가 국가의 이해가되는 것은 아니듯 나도 사건의 현장을 읽은 후에는 그들의 맞잡은 손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어쩌면 이해하고 싶지 않았을 지도)

 

민호는 자신이 바꾸려했지만 할 수 없었던 역사를, 카타콤베로 자신이 계속 돌아온 것이 그들의 묵묵히 삶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려했던 모습을 기억해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흘러가는 다카야의 시계는 잘못을 깨닫지 않으면 다시 멈춰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도 같다.8월 15일에 맞춰 출간된 소설인데 8월을 넘기기 전에 읽고 싶었다. SF소설이지만 전쟁이 아니기에 모르고 지나쳤을 수 도 있는 일본 관동대지진 현장과 수많은 희생을 기억할 수 있게 만든 소설이었다.

 


 

◎ 책 속 밑줄긋기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침묵하는 죽은 자들은 입에 재갈 물려진 약한 자들뿐이다. 추모하던 사람들의 작은 죄책감과 책임감마저 완전히 희미해진 채 비석들은 죽은 후에도 죽어가는 그림자가 됐다. P11



 

전기가 끊긴 밤, 무너진 집을 떠나 피신한 이들이 어둠 속에서 낯선 타인의 눈빛을 마주하는 건 그 자체로 공포였다. 전깃불에 익숙했고 노면 전차로 통근헸던 그즈음 도쿄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일상이 비문명 속에 놓이자 그 자체로 속수무책이었다. P116

 

다카야는 깨달았다. 미래에서 온 자신들이 아무리 과거를 바꾸여 해도 어차피 교쿠지츠는 이들이 벗어날 수 없는 처형자이다. 달출은 그의 손에 죽는다. 한 번 일어났던 역사는 바꿀 수 없다. P221

 

어차피 자신과 같은 개인은 역사의 주인공도 아니다. 이리저리 모두를 휩쓰는 각종 광풍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실은 제 삶의 주인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불가역적 상황 속에서 대단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거나 거대한 흐름을 만들 수 있다거나 자신이 주도해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P256


 

하지만 분명히 변한 것이 있었다. 아무런 기록도 암시도 없는 비석을 민호는 한참 들여다보았다. 달출과 미야와키, 그리고 이름조차 남지 않은 평세는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기 생을 살아냈다. 무덤이 되어버린 세상을 통과해 앞으로 나아갔다. P257

 

 

#말없는자들의목소리 #황모과 #장편소설 #역사소설 #래빗홀 #관동대지진 #회복 #기억 #신간도서 #책추천 #책스타그램 #서평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침묵하는 죽은 자들은 입에 재갈 물려진 약한 자들뿐이다. 추모하던 사람들의 작은 죄책감과 책임감마저 완전히 희미해진 채 비석들은 죽은 후에도 죽어가는 그림자가 됐다 - P11

전기가 끊긴 밤, 무너진 집을 떠나 피신한 이들이 어둠 속에서 낯선 타인의 눈빛을 마주하는 건 그 자체로 공포였다. 전깃불에 익숙했고 노면 전차로 통근헸던 그즈음 도쿄 주민들은 갑작스럽게 일상이 비문명 속에 놓이자 그 자체로 속수무책이었다. - P116


어차피 자신과 같은 개인은 역사의 주인공도 아니다. 이리저리 모두를 휩쓰는 각종 광풍 속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실은 제 삶의 주인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니 불가역적 상황 속에서 대단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거나 거대한 흐름을 만들 수 있다거나 자신이 주도해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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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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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장편소설
유혜인 옮김
창비 출판



 


13세기 원나라 지배를 받던 고려시대 말이나 모피같은 물품과 함께 고려 여인들을 공물로 바쳤다. 약 80년 동안 바쳐지거나 납치되어 끌려간 공녀는 2천 명에 달하는데 이런 인간 조공 문화는 1435년이 되서야 사라진다.  “공녀(貢女)” 강제로 집을 떠나 인간 공물로 바쳐져야 했던 아름다운 처녀들의 이야기를 쓴 소설로 작가는 동생과의 멀어졌던 사이를 ‘환이와 매월’ 자매의 글을 쓰면서 다시 좋아지게 되었다고 했다. 


민환이, 민매월. 두 딸이 현장을 목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민제우 종사관의 일지 내용을 바탕으로 책은 시작한다. 환이는 의식을 차린 후 기억하지 못하고 매월은 기절하기 전 하얀 가면을 쓴 사내를 보았다고 주장한다. 1426년 조선, 열세 명의 소녀가 사라지고 민환은 아버지 민제우 종사관이 그 소녀들을 찾다 사라진 것을 알고 찾아나선다. 


서현은 명나라 공녀로 갔다 탈출해서 온 소녀다. 마을 사람들은 소녀를 역병인 것 마냥 피했고 외톨이로 죽은 듯이 지냈는데 아버지가 한라산 숲, 딸들 곁에서 죽은 채 발견한다. 

조선에서 제일가는 수사관이었지만 훌륭한 아버지가 되는 법은 잊고 살았다고 말하는 매월과 살고 있는 무당 노경 심방의 말을 믿지 못하는 민환이. 여기까지 고구마같은 전개가 계속되고 아버지가 죽었는지, 매월이는 왜 제주 노경 심방에게 있는지 질문만 던지는 듯했다. 


매월이의 병이 심해지고 아버지의 소식을 찾으러 의녀와 함께 매월이의 병을 치료할 시로미 열매를 찾으러 산으로 가는데 여전히 고구마 전개이다. ㅠㅠ 헤메고 찾기만 하다가 시간이 다 흘러가버린 느낌. 


공녀로 가야만 했던 소녀들의 억울함이 더 부각 되었음 했지만 단편적으로 갑자기 감옥이 나오고 배는 언제 준비되었는지 타고 나가고 탈출해서 순순히 집으로 돌아갔다는 찝찝함만 남은 기억이 더 컸다.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인지 이야기의 흐름을 타지 못한 것인지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


#사라진소녀들의숲 #허주은 #장편소설 #역사소설 #창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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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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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장편소설

은행나무

 

여름은 겨울이름을 가진 사촌언니와 겨울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는 고모네에 눈치밥을 먹으며 살고 있다. 고모 남동생 상아 아빠는 고등학교 졸업도 안한 문제가 많은 여름의 아빠다. 고모의 눈빛, 손짓으로 어떤 기분인지 알아차리고 말 잘듣는 아이로 살아야 했던 여름은 어느 날 아빠가 데리고 온 새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고모 눈치밥도 서러운데 아빠가 없는 동안 손찌검까지 하는 새엄마의 행동들이 여름은 싫다.

 

자신이 질투하는 대상이 어린이 인줄 모르고 대하는 새 엄마나 엄마가 그리워 돌려 말해도 끝내 알아채지 못하는 아빠. 나(여름)는 비빌 언덕이 없었기에 말을 아낄 수 밖에 없었고. 알고 있어도 어린 어른들 사이에서 그들의 시선에 맞게 살았다.

 

학교에서 여름이를 꼬집는 아이에게 루비가 그러지 말라고 여름이의 편을 들어준다. 그때부터였을 것 같다. 여름이는 루비가 자신을 잘 알아준다고 생각했던 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 여름과 책을 읽기 좋아한 루비. 둘과 있을 때와 달리 학교에서 괴롭힘 당하는 루비를 보며 돕겠다는 마음보다 겁이 난 여름은 늘 루비를 두고 돌아섰다.

 

유년 시절. 루비는 혼자였고 따돌림을 받으며 엄마 미옥은 집을 나갔다. 루비는 나(여름) 처럼 흔들리지 않고 책을 읽으며 중심을 잘 잡는 듯한 모습에 난삽하다는 말을하며 상처를 준다. 루비는 성숙했던 것일까. 여름과 말다툼하면 거리가 멀어질꺼라 생각했던 걸까. 루비는 여름과 더이상 말하지 않고 아주아주 야한 책이라고 말한 마르그리트 뒤라스 책만 읽는다. 여름이와 자신은 다르다는 경계를 긋는 듯이.

 

루비는 밖에서 늘 혼자이고 침울하고 두려움도 있었을 텐데 여름이는 그런 루비를 돕지 않고 모르는 척, 보이지 않는 척을 했다. 여름이는 새엄마의 어린 행동을 루비에게 했다. 밖에 친구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가서 놀아라고 말하며 상처를 주려하지만 본인이 뱉은 말에 나(여름)도 상처를 받는다. 자신을 봐 달라고 관심을 달라고 하는 루비가 마음을 몰라줘서.

 

박연준 시인의 첫 장편소설이다. 중간 중간 시를 읽는 듯 은유들이 나오는 데 여름이와 루비의 서사와 어우러져 어리기만하고 유치할 수도 있었던 유년 시절을 큰 시절로 만들어준 것 같다. 숨어있는 시적 표현들에 대해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 시절, 그 때만 알 수 있는 감정이 있을텐데 아마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쩌면 잊었을 수도 있을 그 시절의 감정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기에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닐까.

 


 



🔖 책 속 밑줄긋기



 나는 깜빡인다, 세상에서, 아주 작은 점처럼 깜빡이며 존재한다. 늘 존재할 수는 없다. 욕심쟁이들만 늘 존재한다. 나는 존재하는 것을 깜빡 잊는다. 잊는다는 것을 또 잊는다. 자주 울고, 웃는 것을 잊었다고 생각할 때만, 잠깐 웃는다. 사람들은 나를 고장 난 신호등을 보듯 바라본다. P20

 


좋아져버린 사람들이 좋아 죽겠어서 들고 있는 것. 그들은 그걸 들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 실체가 없는 것. 사라지거나 누군가 집어던져 깨트릴지도 모르는 것. 마음이 생긴 초기에는 도무지 내려놓지 못하는 것. P25




 


어둠을 지배하는 신을 향한 내 믿음은 오래 이어졌다. 훗날 내 기도가 귀신을 향한 서원(誓願)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서늘해졌다. 내 오랜 서원으로, 삶에서 뭔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아서. 죽은 혼에 대고 중얼거린 어린 날의 기나긴 기도, 그 시간이 마당 구석에 켜켜이 쌓여 내 그림자를 이룰 것 같았다. P40



할머니는 변하지 않는 사람, 정확히 말하면 거칠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거칠어지지 않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 고모는 할머니의 부드러움을 질투한 것인지도 모른다. P93

 


모른 척하기, 그건 수도 없이 해온일이다. 무언가를 들키는 순간 어른들은 쉽게 무너진다. 화를 내거나 고개를 파묻고 싶어 하고, 어느 때는 울기도 한다. P94

 


모든 ‘처음’이 사라질 때 즈음, 그때부터 인간은 ‘뒤’를 생각하다 잠든다. P129

 


모든 걸 괜찮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피로해진다.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아 보여야 하고 괜찮은 것은 더 괜찮게 보이려 하다 보면 거짓이 침투하고 외로움이 스며든다. P193





 


“루비 엄마는 애를 버린 게 아니야. 루비 엄마가 새벽에 루비를 데려갔어.” P221

 


#여름과루비 #박연준 #시인 #장편소설 #은행나무 #여름에읽을만한책 #여름독서 #유년시절 #한국문학 #책스타그램 #서평

좋아져버린 사람들이 좋아 죽겠어서 들고 있는 것. 그들은 그걸 들고 있다. 보이지 않는 것. 실체가 없는 것. 사라지거나 누군가 집어던져 깨트릴지도 모르는 것. 마음이 생긴 초기에는 도무지 내려놓지 못하는 것 - P25

어둠을 지배하는 신을 향한 내 믿음은 오래 이어졌다. 훗날 내 기도가 귀신을 향한 서원(誓願)이었다는 생각을 하면 서늘해졌다. 내 오랜 서원으로, 삶에서 뭔가를 지불해야 할 것 같아서. 죽은 혼에 대고 중얼거린 어린 날의 기나긴 기도, 그 시간이 마당 구석에 켜켜이 쌓여 내 그림자를 이룰 것 같았다. - P40

할머니는 변하지 않는 사람, 정확히 말하면 거칠어지지 않는 사람이었다. 거칠어지지 않는 사람을 이길 자는 없다. 고모는 할머니의 부드러움을 질투한 것인지도 모른다. - P93

모른 척하기, 그건 수도 없이 해온일이다. 무언가를 들키는 순간 어른들은 쉽게 무너진다. 화를 내거나 고개를 파묻고 싶어 하고, 어느 때는 울기도 한다 - P94

모든 ‘처음’이 사라질 때 즈음, 그때부터 인간은 ‘뒤’를 생각하다 잠든다. - P129

모든 걸 괜찮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피로해진다. 괜찮지 않은 것도 괜찮아 보여야 하고 괜찮은 것은 더 괜찮게 보이려 하다 보면 거짓이 침투하고 외로움이 스며든다.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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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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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방문』


장일호 에세이
낮은산 출판


“나는 내가 쓰는 글이 작고 사소해서 반짝이는 것으로 가득하길 바랐다. 내 일은 그런 사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물음표 대신 마침표를 더 자주 써야 했다.” 

- P7 들어가며



들어가며를 읽는 순간부터 빨리 읽고 싶었다. 


자살한 아버지로 인해 27살 아들 둘을 홀로 키워야 했던 어머니, 목숨보다 끊기 힘든 술, 빈부격차로 인해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에어백이 없는 고등학교 친구들, 어린시절의 성폭행 생존자, 암과의 투병.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슬펐다.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그 끈기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책 속 많은 인용 문장들은, 그 글과 연대를 형성해 그들의 글을 읽고 힘을 내고 또 나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성으로 가부장제, 노동 환경을 개선 시킨다는 것은 안 될 것이라는 이른 포기와 안주한 현재에 균열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나로써는 자주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작가의 행동이 멋있었다. 


함께 하자는 연대는 사실 아직도 힘들지만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또 나름의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보게 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역사의 발전은 이렇게 시작한 것은 아닐까. 😅


살아 있을 때 행하는 장례식을 생각하다니.. 
처음도 끝도 슬프다. 
슬픔이 방문해서 아직 가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 힘듦 속에서 고통을 부수기 위해 책 속에서 찾으려 했고, 가능성을 찾고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분명 책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하필이면 나도 몸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서인지 좀 더 책을 읽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은 갈망에 휩싸였다.(두 번 다시는 임플란트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ㅎㅎ)




 

🔖책 속 밑줄긋기


너무 빨리 어른인 척해야 했던 스무 해 전 나 같은 사람에게 나는 ‘곁’이 되어 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면 좋겠다. P54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P62-63

우리가 해 왔던 분노의 다짐과 잦은 실패와 달라지는 신념이 비슷한 뿌리를 지녔다는 게 신기했다. P67


내가 원하는 게 가난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새로운 세계에서 좌불안석하면서도 나는 안도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가난으로 인해 어딘가 부서지고 망가진 내면이 언젠가는 사고를 치고 말 것이라고 긍긍한다. P69

누군가 목숨 걸고 투쟁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 이 ‘당연한’ 문장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이 죽어, 몸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P161


어떤 직업을 좋은 일, 필요한 일로 만드는 힘과 책임은 그 직업군에 속한 사람에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으려면 내가 선 땅이 좋아지도록 부지런히 일궈야 한다. P209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 나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곤 했다. 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 기꺼이 슬픔과 나란히 앉는다. P251



 

#슬픔의방문 #장일호 #에세이 #여성작가 #시사IN기자 #낮은산 #책스타그램 #서평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 나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곤 했다. 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 기꺼이 슬픔과 나란히 앉는다. - P251

너무 빨리 어른인 척해야 했던 스무 해 전 나 같은 사람에게 나는 ‘곁’이 되어 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면 좋겠다. - P54

우리가 해 왔던 분노의 다짐과 잦은 실패와 달라지는 신념이 비슷한 뿌리를 지녔다는 게 신기했다. - P67

누군가 목숨 걸고 투쟁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 이 ‘당연한’ 문장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이 죽어, 몸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 P161

어떤 직업을 좋은 일, 필요한 일로 만드는 힘과 책임은 그 직업군에 속한 사람에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으려면 내가 선 땅이 좋아지도록 부지런히 일궈야 한다. - P209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 P62

내가 원하는 게 가난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새로운 세계에서 좌불안석하면서도 나는 안도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가난으로 인해 어딘가 부서지고 망가진 내면이 언젠가는 사고를 치고 말 것이라고 긍긍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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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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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박상영 에세이
인플루엔셜 출판

영화감독 K와의 일화를 시작으로,
단 1퍼센트의 ‘공백’이 주어지더라도 기꺼이 그것을 그러안고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리라고.를 말하며 자신의 휴식을 찾는 방법을 썼다. 

Y와의 유럽여행의 기억. 친구의 돈 뜯겼다는 울분을 에미넴의 8마일로 해석해주시는 작가님. 유쾌한 말솜씨때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는데 주변에 각자의 삶대로 충실히 살아가는 친구들이 있다는 게 부러웠다. 서로 응원해주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멋진 모습!

꽃가마가 꽃상여가 될 뻔했다는 이야기와 문단계의 알바몬, (조)하나투어 같은 유쾌한 별명들이 너무 재미있다. 우울하게 한탄과 나를 힘들게 한 사람들의 불평만 잔뜩 적어둔 내 일기들은 구석으로 보내야 할 듯하다 ㅎㅎ

참 재미있는게 일상이고 친구 이야기인데 우리의 직업에 대한 고민 대학 진학에 대한 열망에 비해 따라갈 수 없는 능력 미달에 함께 고민하던 시절에 대한 글은 많은 공감이 되었다. 

힘든 글 쓰기 작가의 생활고와 그단 노력에 빛을 발하는 순간을 함께 하는 시간들의 이야기는 읽으면서도 그 기쁜 마음들이 전해졌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과 그동안 어떻게 지냈었나 돌이켜보게했다. 소설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작가님 말솜씨도 한몫한듯 ㅎㅎ

가파도에서의 생활. 찾아온 친구들과 사람들. 멋진 풍경과 건축물에 비해 자주 출몰하는 그리마와 지네. 내가 겪지 않았음에도 가파도에 머물렀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이 책의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가파도의 생활이 작가님에게는 휴식을 준 것 아닐까.

글이 어디론가 데려가 준다는 말. 참 좋았다. 
누군가를 만나게 해 줄 수도 내 이야기가 그들에게 닿아 그들의 연이 내가 쓴 글로 인해 또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것. 
글이라는 무게와 힘. 문자 매체가 갖는 파급력. 말만큼 조심스럽게 써야하는 것. 공감한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이런 찰나의 노력들이 모여 결국 우리 인생을 구성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이 순간의 반짝임이 곧 인생이라고 믿기로 했다. P288

휴식이라는 것. 작가님에겐 대화의 반이상이 농담일지라도 맛난 음식 함께 먹고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친구들과 어느날 훌쩍 떠나는 여행이 휴식 같았다. 물론 일을 놓치 못한 탓에 노트북과 함께 이겠지만. 

오랜 친구와 실컷 떠들고 웃었던 시간 같은 책. 
내 친구들이 떠오르게 만든 책.  🩵

#순도100퍼센트의휴식 #박상영 #에세이 #여행 #일상 #쉼표 #인플루엔셜 #책추천 #책스타그램 #서평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지만, 이런 찰나의 노력들이 모여 결국 우리 인생을 구성하게 되는 게 아닐까? 나는 지금이 순간의 반짝임이 곧 인생이라고 믿기로 했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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