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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평점 :
『슬픔의 방문』
장일호 에세이
낮은산 출판
“나는 내가 쓰는 글이 작고 사소해서 반짝이는 것으로 가득하길 바랐다. 내 일은 그런 사치를 허락하지 않았다. 물음표 대신 마침표를 더 자주 써야 했다.”
- P7 들어가며
들어가며를 읽는 순간부터 빨리 읽고 싶었다.
자살한 아버지로 인해 27살 아들 둘을 홀로 키워야 했던 어머니, 목숨보다 끊기 힘든 술, 빈부격차로 인해 비정규.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는 에어백이 없는 고등학교 친구들, 어린시절의 성폭행 생존자, 암과의 투병.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슬펐다.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그 끈기로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책 속 많은 인용 문장들은, 그 글과 연대를 형성해 그들의 글을 읽고 힘을 내고 또 나도 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성으로 가부장제, 노동 환경을 개선 시킨다는 것은 안 될 것이라는 이른 포기와 안주한 현재에 균열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나로써는 자주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작가의 행동이 멋있었다.
함께 하자는 연대는 사실 아직도 힘들지만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또 나름의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려보게 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역사의 발전은 이렇게 시작한 것은 아닐까. 😅
살아 있을 때 행하는 장례식을 생각하다니..
처음도 끝도 슬프다.
슬픔이 방문해서 아직 가지 않은 느낌이었다. 그 힘듦 속에서 고통을 부수기 위해 책 속에서 찾으려 했고, 가능성을 찾고 삶을 만들어 가는 모습은 분명 책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하필이면 나도 몸이 건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어서인지 좀 더 책을 읽고 그들의 생각을 듣고 싶은 갈망에 휩싸였다.(두 번 다시는 임플란트를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과 함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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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 밑줄긋기
너무 빨리 어른인 척해야 했던 스무 해 전 나 같은 사람에게 나는 ‘곁’이 되어 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면 좋겠다. P54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P62-63
우리가 해 왔던 분노의 다짐과 잦은 실패와 달라지는 신념이 비슷한 뿌리를 지녔다는 게 신기했다. P67
내가 원하는 게 가난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새로운 세계에서 좌불안석하면서도 나는 안도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가난으로 인해 어딘가 부서지고 망가진 내면이 언젠가는 사고를 치고 말 것이라고 긍긍한다. P69
누군가 목숨 걸고 투쟁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 이 ‘당연한’ 문장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이 죽어, 몸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P161
어떤 직업을 좋은 일, 필요한 일로 만드는 힘과 책임은 그 직업군에 속한 사람에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으려면 내가 선 땅이 좋아지도록 부지런히 일궈야 한다. P209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 나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곤 했다. 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 기꺼이 슬픔과 나란히 앉는다. P251


#슬픔의방문 #장일호 #에세이 #여성작가 #시사IN기자 #낮은산 #책스타그램 #서평
상처받는 마음을 돌보는 슬픔의 상상력에 기대어 나의 마음에 타인의 자리를 만들곤 했다. 살아가는 일이 살아남는 일이 되는 세상에서 기꺼이 슬픔과 나란히 앉는다. - P251
너무 빨리 어른인 척해야 했던 스무 해 전 나 같은 사람에게 나는 ‘곁’이 되어 주고 싶다. 그리고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찾으면 좋겠다. - P54
우리가 해 왔던 분노의 다짐과 잦은 실패와 달라지는 신념이 비슷한 뿌리를 지녔다는 게 신기했다. - P67
누군가 목숨 걸고 투쟁하지 않아도 우리는 안전해야 한다. 이 ‘당연한’ 문장이 죽지 않을 수 있었던 사람이 죽어, 몸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 - P161
어떤 직업을 좋은 일, 필요한 일로 만드는 힘과 책임은 그 직업군에 속한 사람에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으려면 내가 선 땅이 좋아지도록 부지런히 일궈야 한다. - P209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 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 P62
내가 원하는 게 가난을 이해하고 싶은 게 아니라 벗어나고 싶은 것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새로운 세계에서 좌불안석하면서도 나는 안도했다. 물론 나는 지금도 가난으로 인해 어딘가 부서지고 망가진 내면이 언젠가는 사고를 치고 말 것이라고 긍긍한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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