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설렘으로 - 구구킴 그림 에세이
구구킴 지음 / 리스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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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설렘으로

글.그림 구구킴/리스컴 출판

 

핑거페인팅 아티스트로 유명한 ‘구구킴' 작가의 대표작품 120점이 책에 있는데요. 아이같은 밝은 그림부터 사연가득 담긴 표정의 얼굴부터 한참을 바라보게 만드는 장면들까지 다양한 그림들을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한 번에 읽어야 하는 소설책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두고두고 펼쳐보면서 눈에 담고 머리에 그리고 가슴으로 느끼며 보아야 하는 책들이 있는데

‘두려움을 설렘으로’가 바로 이런 책으로 천천히 보아야 작가의 매력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프롤로그 중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 처절한 오늘을 보내야만 했던 그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손이 하루도 멀쩡한 날이 없었다.” 에서 열심히 살아야 했던 나의 삶과 다르지 않구나 생각에 공감되었었어요.

지두화라는 작품이 손에 안료를 직접 묻혀 그려야해서 그림에 작가님의 손의 고통이 컸겠구나 생각하면 더 자세히 보고 싶어 질 거예요.

 

 

 


늘 삶이 행복하지 않듯

지치고 위로가 필요한 날

책을 꺼내어 읽는다면 지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나에게 다가와줄 것 같습니다. ♥

 

글이 특별하게 시적이거나 명언은 아니지만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채워 넣은 느낌이라

그림을 보면서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대표작 순수(Pure) 는

마지막장에서 별도 첨부되어 있어 액자에 넣거나, 벽에 붙여두고

집에서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먼저 배려하고 노력할 때 비로소 싹이 튼다.



 


---○ 책 속에서

따뜻하고 아름다운 관계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마음.

-아름다운 관계 P.12

 

좋은 차는 좋은 물을 만나야 제맛을 낼 수 있듯이,

사람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야 좋은 향기를 낼 수 있다.

좋은 사람들 속에서 좋은 사람이 태어난다.

-좋은 사람들 속에서 좋은 사람이 태어난다 P.44



 

 

힘들어도 너무 멀리는 가지 마.

내가 너를 찾을 수 있게 말이야.

-멀리는 가지 마 P.60

 


 


시간이 지나 보면 알아.

울고, 웃고, 떠들고, 싸우고, 고민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분노하고, 다시 웃고 즐거워했던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지 말이야.

-시간이 말해주는 것 P.122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오직 앞만 보고 부지런히 날갯짓을 할 뿐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P.146


 


 

 


넘어지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다.

정말 두려운 것은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미리 겁부터 내는 것이다.

내 안의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성공이다.

-두려움을 설렘으로 P.174

 

오래된 물건을 버린다고, 기억을 지운다고, 추억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추억은 버린다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묻는 것이다.

-추억은 없어지지 않는다 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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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지원을 받고 주관적인 내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보면 알아.

울고, 웃고, 떠들고, 싸우고, 고민하고, 아무것도 아닌 일에 분노하고, 다시 웃고 즐거워했던 사소한 일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지 말이야.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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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 거리감 두는 말씨 - 나를 휘두르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책
Joe 지음, 이선영 옮김 / 리텍콘텐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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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지 않는 말투X거리감 두는 말씨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친구들을 만날 때도, 모임을 가도 나는 휘두르는 사람이 아닌 휘둘리는 사람같은 기분일 때가 많았어요.

특히, 직장에서 사이다같은 발언을 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나는 왜 저렇게 못했을까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책도 찾아 읽기도 했지만 두루뭉실함 솔루션 과학적근거를 내세운 딱딱하기 짝이없는 글들은 읽으면서도 도움이 안될때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포인트를 따로 꺼내어 짚어주었고 왜 거절하지 못했는지 거절해야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거절하는 방법을 애매모호하지 않게 코칭해 주는 것이 좋았고, 모든 상황에서 대처해야하는 방법이 책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으로 거절하지 못해서 휘둘리고 있는 문제를 따라하며 개선해가려고 한다면 분명 어느 순간에는 속상해하거나, 정신건강에 해로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도 조금씩 줄어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면서도 못했던 행동들, 미리 생각해서 하지 못했던 행동들로 인해 인간관계에 소극적으로 변하고 위축되는 나에게 자신감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상황을 생각하며 불안감으로 많은 생각에 생각을 하며 더 나 자신의 스스로에게 쉼보다는 준비의 연속인 긴장감을 주어 예민함이 연속이었는데 솔루션들을 꼭 메모장에 적어 수시로 펼쳐보며 실천해보아야 겠습니다.

회사에서, 친구와, 모임에서 저와 같은 거절하지 못하고 상대방에게 휘둘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받으신다면 코칭 받기 좋을 책입니다 😌

(만약 내가 진 것 같고,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만든 사람이 머릿속에 떠오른다면 저처럼 “그건 안되겠습니다.”하며 연습하는 상상을 해보시게 될 겁니다 😉ㅎㅎ)




🤷‍♀️ 당신은 왜 휘둘리는 걸까?

1️⃣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2️⃣ 인간관계에서는 언제나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빼앗긴다.

3️⃣ 항상 왠지 모르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4️⃣ 사람을 만나고 오면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

타인에게 휘둘리기 쉬운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항상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너무 활짝 열어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마음을 늘 열어놓고 있어 무방비 상태이고, 주위의 어떤 사람과도 쉽게 관계를 맺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입맛대로 조종당하기도 쉽습니다. 그런 상태를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휘둘리고 있다.” 라고 말합니다. P11

🏷

인간관계란 너무 멀어져도 안 되는 것이지만, 가까운 게 무조건 좋다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 관계란 상대와의 거리감을 측정하면서 자신에게 알맞은 상태로 조정해 나가는 것입니다. 현악기의 현을 적당한 긴장감으로 조율해야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요.

앞으로는 이 사람과 나의 거리감이 이 정도가 맞을까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너무 가깝다고 느껴지면 일단 거리를 두세요. 그것은 슬픈 일도, 무례한 일도 아닙니다. 그저 사실에 입각한 판단일 뿐입니다.

-인간관계는 가까울수록 좋다는 착각 P29


🏷🏷

감정은 머리의 용량을 차지하는 법입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대에게 특정한 감정을 품는 것만으로 쓸데없는 머리를 써서 지쳐버립니다. 그런데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무의식중에 ‘좋다’, ’싫다’중 한쪽으로 분류하려고 합니다.

👉상대를 ‘보통’으로 분류하면 더는 휘둘리지 않고 100% 자신의 의지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과의 관계에 신경 쓰지 않고 살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사람에 대한 ‘호불호’를 ‘그저 그렇다’로 만들어라 P36


🏷🏷

👉휘둘리는 사람은 항상 친절하기만 한 경향이 있습니다.

친절함과 무게감을 각각 양손에 쥔다면, 주로 쓰는 손에 친절함을 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은 쉽지만, 위압적인 태도는 잘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주 쓰지 않는 쪽의 손도 연습을 통해 친절함도 무게감도 균형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양손잡이’가 됩시다.

-무게 잡는 것이 아니라 무게’감’만 보이는 것뿐이다 P39

🏷

사람들은 친절을 좋아하면서도,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친절하기만 한 사람은 그 친절을 짓밟히기 쉽습니다. 친절함과 무게감의 균형을 잘 잡고 사람을 사귀어야 당신은 적당한 거리감으로 누구에게나 존중받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성격을 자신의 기술이라고 생각하라 P42


🏷🏷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당당히 남 앞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면 가능한 한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것’과 ‘당당히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은 모순되지 않고, 양립 가능합니다.

👉감정은 드러내지 않는다.

✌️자신의 쓸데없이 많은 정보도 될 수 있으면 밝히지 않는다.

👌하지만 당당한 태도를 유지한다.

쉽게 말하면, 상대방이 당신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당신이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상대방은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하고 상상하게 됩니다.

상대방에게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비로소 당신의 친절함과 무게감의 균형이 갖추어져, 누구도 당신을 깔보지 않고 존중하게 하는 첫걸음이 됩니다.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인간이 되는 법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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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둘리는 사람은 항상 친절하기만 한 경향이 있습니다.

친절함과 무게감을 각각 양손에 쥔다면, 주로 쓰는 손에 친절함을 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친절한 행동을 하는 것은 쉽지만, 위압적인 태도는 잘 취하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주 쓰지 않는 쪽의 손도 연습을 통해 친절함도 무게감도 균형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양손잡이’가 됩시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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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졌지만 파괴되진 않았어 - 아버지폭력에 맞선 스물넷 여성의 내밀하고 치밀한 지적 통찰
김가을 지음 / 천년의상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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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책이 아니었다.

한 사람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버지 폭력이 계속되는 고통 속에서 발버둥을 친 모습들, 버텨내고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 오랜 시간 폭력 속에 버틴 것에 대한 후회하는 내용들을 읽으면서 평범하지 않은 어릴 적 내 기억들이 떠올랐다. 잘 이겨내고 커주었다는 다독임을 주고 싶기도 하면서 나는 잘 이겨낸게 맞는건지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가 그 어두운 시간들 속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무엇이 문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나 역시 끝없는 어둠으로 내몰릴 때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벗어나 책의 세계에 빠져듦으로 점차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기에 공감도 많이 되었다. 

 

작가는 읽은 책 중에서 희망을 준 문장들, 당시의 감정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써둔 일기장의 글들을 적은 것도 좋았다. 나는 그 동안의 일기와 책의 기록을 다시 읽었을 때 그 때의 기억들이 우습기도 하고 누가 볼까 버렸는데.. 이렇게 후회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시간이 조금 더 흐른 후에 이렇게 다른 생각을 가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한채 말이다. 지금이라도 일기나 필사한 기록들, 모든 나의 이야기, 글들을 모아두고 싶다. 지금은 부끄러운 글들이라도 훗날 어떤 소재로. 어떤 형태로든 살아날 수 있을 테니까. 

 

손에 잡는 순간부터 책을 덮을 때까지 쉼없이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순식간에 읽혀졌지만 읽으면서 너무 무거웠고 이렇게 쓰기까지 결심한 것도 용기를 낸 것에 응원해주고 싶었다.

책을 읽으면서 무슨 일을 해도 안되고 나만 너무 힘든 것 같은 때 책을 읽으면서 우울과 절망에 빠진 나를 구하려고 노력했고 어둠에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던 그 때를 생각나게 했다. 비록 암흑같았었지만 그냥 묻어두고 모른척하지 않고 지금이라도 내가 알아주고 잘 버텼다고 알아주는 시간이 된 것 같아 좋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들. 상처받은 시간들을 치유받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은. 책을 읽으면서 같은 어둠인 사람들에게는 이겨낼 수 있음의 희망을. 지금 행복한 시간인 사람들에게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합니다. 

 

폭력은 어떤 형태로든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한번 시작된 폭력은 우리 삶 가장자리부터 스며들어오더니 곧 우리 일상이 됐다. 아빠는 우리가 맞을 짓을 해서 때리는 거라고 자기 행동을 언제나 합리화 했다. ‘맞을 짓’의 정확한 기준 같은 건 없었다. 같은 행동을 해도 어떤 때는 맞았고 어떤 때는 맞지 않았다. 나는 하늘을 향해 우리가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p20

 

나는 충분히 힘든데 힘들다는 사실을 증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이상했다. 사람들에게 내가 겪은 폭력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그때 느꼈던 고통, 아픔, 슬픔이 이상하게 금세 사라졌다. 전달하려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전달할 수 없었다. 내 기억과 감정이 진실한 것과 그 진심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건 다른 일이라고 체념하며 기도했다. p32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냐는 친구 질문에 나는 <해리포터>에서 마법사 주인에게 평생 봉사하며 사는 집요정 같은 사람이었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주인이 자기 옷을 선물해야 자유로워진다.

“<해리포터>에 집요정 나오잖아. 우리 엄마가 꼭 그 집요정 같았어.”

“응, 알지. 도비도 있고.”

“그 영화 보면 주인이 못되게 굴고 무시하고 때리기까지 하는데 주인이라고 따르는 집요정들 엄청 많아.”

“맞아. 어떤 집요정은 주인이 옷까지 주면서 해고하려고 하니까, 그러지 말라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애원하잖아.”

p36

 


 

 

 

동시에 엄마에게 한 번도 좋은 딸이 되어본 적이 없다. 왜 아빠의 폭력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지 못했냐고, 아빠를 떠나지 않았냐고 원망만 했다. 아빠한테는 맞서는 말을 할 용기 하나 없으면서 엄마는 훨씬 쉬운 상대니까 그런 말을 쏟아냈다. 아무 힘도 없는 엄마를 붙들고 날선 말을 내뱉은 적도 있다. P43

 

??온기는 짧았고 온기를 느낀 짧은 기억은 길고 긴 냉기 속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힘없는 마음이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가. 나는 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P49

 

호가호위. 여우가 호랑이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을 가진 사자성어다. 삼남매 중 장녀는 나는 자연스럽게 아빠가 없는 곳에서 아빠 자리를 대신했다. 어린 나는 아빠가 없을 때 종종 동생들을 때렸다. 아빠는 자기나 엄마가 없을 때는 내가 대장이니까 동생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고 그 말은 내 폭력을 정당화시켜 주었다. P50

 

나는 아빠의 폭력이 체화된 것도 모르고 동생들과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들었다. 폭력의 굴레를 돌고 돌았다. 이 악순환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또 얼마나 촘촘하게 얽혀 있는지 웬만한 선한 마음이 이 악순환 속에 들어와서 끊어보려고 해도 다 튕겨져 나갔다. p55

 

세상이 미덕을 가르치는 이유는 사실 사람 마음에 자연스럽게 피어나기 쉬운 것이 미덕보다 악덕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세계를 찾는 이유는 현실세계가 지옥 같아서가 아닐까, 선하고 도덕적이며 강직한 사람을 보고 놀라며 반기는 이유는 사실 현실에서 그런 사람이 매우 드물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 내가 살고 싶은 세상 사이 거리가 너무도 멀었다. 나도 이상적인 세상에 살 수 있기를 바랐다. P59

 

맞지 않고 있어도 언제든 맞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속을 살기는 했다. 매일매일 전쟁을 대비하는 사람처럼 불안했다. 삶의 중심에서 나는 자꾸 밀려나고 아빠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우리는 폭력 앞에서 스스로 삶을 이끌어갈 주체성을 상실한 채 무기력해져만 갔다. P68

 

숨겨야 할 일처럼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으니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던 일처럼 아무도 모르는 것도 이상했다. 손에서 놓쳐버린 풍선이 멀리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며 슬퍼하지도, 화를 내지도 않은 채 곧바로 땅을 보고 걷는 껍데기만 남은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죄책감과 화가 날 때면 일기에 그 생각을 풀어 썼다. P94

 

하지만 글은 내가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의 시간을 충분히 준다. 강압적이지도 않고 느슨하지도 않게 나 스스로가 생각해서 답을 찾도록 돕는다. 그래서 나는 언어로 인식하는 세계가 좋다. 읽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다. 현실은 글의 세계보다 아주 무서운 곳이니까. 그래도 글이 보여주는 세계를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p131

 


 

 

 

마치 우리 집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 눈에 보이는 세계에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p156

 

기억을 기록하기 전까지는 내게 이런 질문들만 던지고 있었다. 잊고 싶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잊고 싶지 않다고 해서 잊히지 않는 것이 아닌 종류의 일이 있다. 어떤 일은 사람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그 사람을 붙잡는데 잊지도 잊지 않지도 못한 그 중간 상태에서 나는 오랜 시간 머물렀던 것 같다. 내 안의 어린아이, 상처받은 기억을 지금 여기까지 질질 끌고 왔다.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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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기록하기 전까지는 내게 이런 질문들만 던지고 있었다. 잊고 싶다고 잊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잊고 싶지 않다고 해서 잊히지 않는 것이 아닌 종류의 일이 있다. 어떤 일은 사람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그 사람을 붙잡는데 잊지도 잊지 않지도 못한 그 중간 상태에서 나는 오랜 시간 머물렀던 것 같다. 내 안의 어린아이, 상처받은 기억을 지금 여기까지 질질 끌고 왔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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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 기록 - 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부크크오리지널 3
무경 지음 / 부크크오리지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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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은일당 사건기록::사라진 페도라의 행방

무경 장편소설/부크크오리지널 BOOKK ORIGINAL 출판


📚 책의 줄거리

  일본 유학을 하고 막 경성으로 온 '에드가 오'는 한국식 이름 대신 모던의 이름과 생활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물입니다. 《은일당》은 경성에서 드문 모던함을 갖춘 서양식 건물로 무언가의 비밀스런 부인과 딸 둘이 살고 있는 가정집으로 에드가 오는 하숙을 하기 위해 의사인 형에게 추천받은 과외선생님이 본인이라고 부인에게 소개하며 하숙을 하게 되고, 모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됩니다. 

  어느 날 주인 몰래 박동주, 권삼호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끼던 페도라를 권삼호가 가져갔다 생각에 그곳으로 가면서 사건이 시작됩니다. 페도라를 찾게 되는 과정에서 함께 술자리를 한 친구의 도끼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고문을 받고 유치장에 갇히는 일을 겪습니다. 자신이 범인이 아님에도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고, 다행이 고문당하는 중 두 번째 살인이 일어나면서 살인사건 용의자에서 벗어나게 되고 풀려나는데요. 

  ‘에드가 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사건의 진실을 알기 위해 ‘에드가 앨런 포’의 추리소설인 <우울과몽상> 속 주인공 명탐정 뒤팽처럼 탐정이 되고자 마음을 먹습니다. 탐정이 갖추어야할 모습을 따라하지만 아끼는 양복과 모자가 더러워질까 걱정하는 것만 보아도 탐정흉내를 내는 어설픈 모던 보이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주, 선화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단서를 얻고 사건을 끝까지 추척하여 범인을 잡습니다.(결국 선화의 활약이 컸지만요^^;)  


📒 책을 읽고

주인공인 ‘에드가 오’는 일본 유학을 다녀온 후 추리 소설가 ‘에드가 앨런 포’의 이름과 비슷하게 지어 부르며 모던을 중요시 여기는데요. 서양의 문물, 사상을 배우고 자신의 말투, 이름, 복장을 모던하게 하면 혼란스러운 시대에서 일본이 강제하고자 한 우리 민족이 일본이 아닌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임으로 사람들이 새로운 가치와 이상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에드가 오’처럼 당시 유학파 지식인들이 서양의 사상과 문물들을 따라하는 모습은 일제강점기의 암울함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것보다 취객 구경하기 바쁜 사람들처럼 ‘에드가 오’ 역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지 않고 모른체하는 모습은 그 당시의 현실은 상대방을 챙길 여유조차 없었음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먼 이상을 꿈꾸는 지식인들의 허무적인 모습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신분을 벗어나 이상을 위해 나아가는 '박동주', 핏줄을 중시하는 '권삼호'는 서로의 생각을 신문에 실린 시를 찾고 문학에 대하여 이야기하며 자신들이 혼란의 시대에서 어떤 현실과 이상을 따라야할 지 고민하는 모습은 그 시대의 지식인들이 했을 것 같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던을 주장하는 '에드가 오'의 행동들은 우리 민족이 일본의 탄압 속에 맞서기 위한 하나의 의지였음을 볼 수 있는데요. 단정한 옷차림, 말투, 행동으로 정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가짜 일본의 모던이 아닌 서양의 모던을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꿈꾸고자 한 것이라 생각이 들었어요.

추리소설의 초반의 궁금증과 점점 책장을 넘기면서 다음 이야기의 긴장감이 조금 더 올려주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누구나 실수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일제 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이 느꼈을 혼란 속에서 희망을 갖고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들을 주인공들의 일상을 통해 이겨냄의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들은 좋았어요.

만약 2권이 나온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보여준 선화의 부친이 나타나지 않은 이유가 일본에 맞서 나라를 되찾고자 음지에서 활동하는 모습들과 오문덕, 선화가 함께 조금 더 탐정에 가까워진 모습으로 활약한다면 은일당은 일반 모던한 하숙집이 아닌 비밀스런 사건과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아직도 비밀이 풀리지 않은 C양, 연주와 함께 다음 은일당 이야기를 더 써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 책 속 밑줄긋기

코끝으로 생강나무 향이 스쳤다. 언제 은일당의 문턱을 타고 넘어 들어온 것일까. 거슬리기만 하던 알싸한 내음이 지금은 향긋하기만 했다.
-하숙 허가를 받고 오문덕 p26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취객을 구경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더욱 속이 울렁거리는 듯한 기분이 들어, 에드가 오는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

그는 다시 한번 이곳이 경성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분주함과 시끄러움과 악취는 경성의 일상이었고 그걸 대하는 체념을 닮은 무심함 역시 경성의 일상이었다.
3년 전 경성을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전혀 없는, 비루함만 가득한 이 모습을 타고르가 보았다면 과연 조선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을까. 머릿속에서 비관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조선 사람들은 언제나 지저분하게 다니고, 제멋대로 행동하고, 감정도 추스르지 못해서 크게 화를 내곤 한다.’
내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며 조선을 비웃는다.
-권삼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문덕 p86

에드가 오는 넥타이 매듭을 바르게 잡고 모자를 고쳐 썼다.
모던은 단정함이다. 단정한 몸가짐에서 단정한 마음가짐이 나오는 법 아닌가. 조선을 정돈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돈은 일본의 가짜 모던이 아닌, 제대로 모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자.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모던을 높아서는 안 된다. 모던의 단정함을 언젠가 조선 사람들에게 새기리라. 조선에 모던이 제대로 자리 잡는 날, 그때야말로 타고르 옹의 시처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때가 아니겠는가.
그는 밀려오는 생각들을 몰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 권삼호의 집으로 가는 길에 오문덕 p86-87

아득하기만 했다. 3년 전에 유학을 떠날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지금의 경성은 어째서 이렇게 불안한 곳으로 변한 것인가. 쇼와 4년, 서기 1929년의 경성은 줄 베른의 어떤 공상소설처럼 낯설고 끔찍하기만 했다.
- 늦은귀가 p130

경성에 있는 것은 에로와 그로만 탐닉하며 정작 중요한 기사는 검열 당해 알리지도 못하는 무능한 언론과, 제대로 된 수사는 없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기에만 바쁜 경찰, 그리고 범죄에 신음하면서도 아무에게도 구제받지 못하는 불쌍한 이들뿐이다. 진짜 범인은 경찰과 언론의 무능 사이에 숨어 군중 사이를 유유히 활보한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져도 사건의 진상을 찾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날카롭게 단련한 이성을 무기로 삼아 활약하는 자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 우울과몽상 p144-145

모던은 질서이다. 그런데 여기는 말 그대로의 무질서 아닌가.
몇 번을 와도 이곳의 혼란과 무질서는 그의 모던한 감성을 불쾌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문명의 질서 바로 옆에 자리 잡은 혼돈의 세계는 마치 이성적인 삶에 갑자기 폭력적으로 끼어드는 살인의 대비처럼, 불쾌하고 또 불쾌할 뿐이었다.
- 두 번째 범행 현장 p203

“모던은 존중이네. 모던은 상대를 존중하는 자세에서 시작되는 것이네. 상대를 존중한다는 건, 상대도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보는 자세부터 갖추는 거지. 신분이라는 게 이미 구습이 되어 사라져 없는 세상인데, 그런 허깨비 같은 것에 매여서 상대를 존중해선 안 된다고 말하면, 그 말이야말로 안 되는 말이 아닌가.”
- 박동주에게 오문덕이. 한밤중의 대화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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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가 오는 넥타이 매듭을 바르게 잡고 모자를 고쳐 썼다.
모던은 단정함이다. 단정한 몸가짐에서 단정한 마음가짐이 나오는 법 아닌가. 조선을 정돈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정돈은 일본의 가짜 모던이 아닌, 제대로 모던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나부터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자. 어떤 장소에 있다 하더라도 모던을 높아서는 안 된다. 모던의 단정함을 언젠가 조선 사람들에게 새기리라. 조선에 모던이 제대로 자리 잡는 날, 그때야말로 타고르 옹의 시처럼 조선이 동방의 밝은 빛이 될 때가 아니겠는가.
그는 밀려오는 생각들을 몰아내며 마음을 다잡았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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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
탐신 머레이 지음, 민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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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니브’와 ‘조니’가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들이 10대 청춘드라마처럼 머릿속에 지나가듯 예쁘게 읽혀졌어요. 명품으로 치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순수하게 서로를 좋아해주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사랑받을만 합니다.

 

  작가는 친한 작가인 조조 모예스가 휴가 중에 안타깝게도 목숨을 잃어 장기를 기증하게 된 어느 10대 소년의 소식을 전하는 링크를 공유 받으면서 떠나간 아들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는 것이 어떤 심정일지, 남겨진 가족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글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심장은 신체 내의 장기로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로만 생각하지만 작가는 심장이 영혼이 깃들어있는 곳이고, 사랑의 원천이자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결정하는 곳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도 레오의 심장으로 니브에 대한 감정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조니를 건강을 되찾는 것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조니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우선 글들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미세한 감정들과 이성에 대한 기대감과 호기심 가득한 마음들을 적절하게 섞어 순식간에 후루룩 넘어가서 읽기 좋았습니다.

  니브와 조니가 각자의 시점에서 짧게 챕터씩 나눠두어 지루함도 없고 기교없이 담백한 문장들이라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빠를 잃은 니브와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조니의 대비되는 시간 속에서도 서로가 살아내고자 하는 모습들이 마냥 슬프고 절망적이고 눈물만 가득한 소설이 아니라 삶의 희망이 있고 행복이 있고 미소지을 수 있는 모습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삶과 같아서 더 소설에 매력이 있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늦은 시각에 달려가 얼굴을 보고, 메시지가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하고, 약속을 위해 예쁘게 보이기 위해 꾸미는 경험은 세월이 지나 잊고 지냈던 그 시절의 그리움을, 기억을 꺼내어 그 때의 설렘을 지금으로 가지고 와주어 읽으면서도 잠들어있던, 아니 죽어있던(^^;) 내 안의 연예 세포들을 깨워주었어요.

 

벚꽃 흐드러지게 핀 봄날 <너와 마주할 수 있다면>을 읽는다면,

기억 속 첫사랑의 설렘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책 속 밑줄긋기 ::

― 베를린심장을 연결한 후로 벌써 세 번째 뇌졸중을 겪었기 때문에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한 번씩 겪고 나면 죽음이 코앞에서 지나쳐갔다는 생각에 기분이 이상하다. 더구나 다음에는 좀 더 심하게 올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영원히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인공 심장에 의지해서 산다는 게 그렇다. 결국은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조니 p43

 

― 긴장을 풀지 않은 얕은 졸음이었겠지만, 엄마는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있었다. 나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를 위로할 수 있는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숨 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니브 p49

 

― 집에 다시 들어오니 나갈 때보다 더 적막하게 느껴졌다. 오빠의 성적표는 여전히 탁자 위에 놓인 그림책 사이로 빠져나와 있었다. 문득 오빠가 보고 싶어졌다. 오빠가 만들어내는 소음이나 넘치는 활기, 잘난 체하는 모습이 그리운 것은 아니다. 그런 모습들이 싫어서 내가 돌아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런 것들 말고 그냥 오빠가 보고 싶었다. 언제가 내 오빠로서 존재했던 그가 그리운 것이다. -니브 p100

 

― 가엾은 니브라든가, 네 마음이 어떨지 알아 따위의 말들은 절대 사절이란 말이다. 왜냐하면 남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니까. 그들은 자기 가족이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는 모습을 보지 못했을 테니. 그의 눈이 영영 감기는 것을 지켜보지 못했으니까. 그의 몸이 분리되어 기부되는 동안 가만히 지켜봐야만 하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았으니까. 매일 아침 내가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면서 눈을 뜨지 않아도 되니까. -니브 p115

 

―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보면 우리는 통하는 게 있다. 니브를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진실을 말할 수 없는 거다. 니브가 레오와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가 진실을 말했을 때 니브가 어떻게 반응할지가 두려워졌다. 두 사람이 쌍둥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처한 상황에서 여러 가지를 달라지게 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서 거짓말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이기적인 인간이기 때문에 심장이 정말 레오의 것인지 확인하고 싶으면서, 동시에 니브도 계속 만나고 싶다. 바로 그 점이 문제인 것이다. 내가 둘 다를 가져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조니p213

 

― 헬렌의 말을 들으니 비로소 나도 내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행복이라는 것에 내가 다가갈 수 있는 만큼 가까이 간 것 같았다. 가슴속에서 설렘 같은 것이 보글거리며 솟아올랐다. 마치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은 다섯 살짜리 아이처럼. 이런 감정을 갖는다는 게 지금의 내 처지에 합당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안개 같은 슬픔에서 벗어나 본 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아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니브 p219

 

― 엄마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악몽 같은 시간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실은 우리 모두 그러는 중이다.

하지만 질식시킨다는 표현은 사실이었다. 엄마가 나를 쫓아다니며 다그칠 때는 정말 숨을 쉴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엄마에게 못되게 굴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시선을 옮겨 냉장고 문에 붙어있는 오빠의 사진과 그 옆에 있는 축구 경기 일정표를 보았다. 엄마와 내가 언쟁을 할 때면 늘 그러듯이 오빠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얇은 잠옷 위로 손톱을 세워 가려운 팔꿈치를 긁었다.

“뭘 그렇게 보는 거야, 오빤?” 오빠가 나를 약 올릴 때면 내가 늘 그랬듯이 낮게 쏘아붙였다. “꺼지란 말이야.”

그러나 내쳐진 사람은 오빠가 아니었다. 오빠를 잃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 건 바로 우리였으니까. -니브 p.279~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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