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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데우스 - 미래의 역사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2017년 5월
평점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하라리의 최근작, '호모데우스'를 읽었습니다. 책에 한국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사피엔스가 한국에서 특히 인기였나? 하는 생각도 살짝! 사피엔스처럼 충격적인 문제제기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덮을 때 쯤엔 강한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피엔스가 두괄식이라면 이 책은 미괄식의 구성으로 이뤄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기아와 전염병, 자연재해가 더 이상 지상 최대의 과제가 아닌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난 백년 간 사회 안전망은 튼튼해졌고, 인류는 생물학적 빈곤선에서 멀어졌습니다. 2010년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총 100만 명 정도였던 반면, 비만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이었다고 합니다. 전염병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전염병이 전세계를 휩쓸며 대량 사망자를 발생하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이 평화의 시대에 인간은 행복과 불멸을 추구하며 스스로 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호모 데우스인 것이기도 하고요.
유발하라리가 전작 사피엔스에서 사피엔스의 종말을 이야기했는데, 사피엔스 종말 후 발생하는 인류가 호모 데우스라면 결국 말장난이었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이후 흘러가는 이야기를 살펴보면 녹록치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덮을 때 쯤이면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회의뿐만 아니라, 도대체 내가 사는 이유는 뭔가에 대한 생각까지 들게 됩니다.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 말하자면 인간은 오래 전에 신이 되었습니다. 이 세계에 살고 있는 동물은 인간과 인간이 키우는 가축에 불과합니다. 야생 늑대는 모두 20만 마리인데, 가축화된 개는 4억 마리가 넘는다고 합니다. 돼지나 닭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는 인간이 본성에 충실할 때 유리하지 않도록 지구에 존재하는 게임의 법칙을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통치하던 신과 종교에 대한 허구들도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신을 위해 제사를 지내며 천재지변을 막아달라고 기도하지 않습니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하지도 않고, 지금 나의 불행이 신의 벌도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가 즐겁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아니 그렇게 믿습니다.
그러나 신이 사라진 자리엔 또 다른 허구들이 자리잡았습니다. 마치 신이 불멸하는 것처럼 현대의 브랜드도 불멸한다. 파라오가 댐을 만들었다고 믿었던 것처럼 미국이 핵폭탄을 만들었다고 말합니다. 우린 보지도 못한 앨비스 프레슬리에 열광하며 아이돌을 위해 돈을 씁니다. 성경의 메시지는 자본주의, 민주주의 등 현대사회의 담론으로 치환되었습니다. 인본주의는 시대의 패러다임을 전환했고, 세계는 인간의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생각은 알고리즘으로 분석됐으며, 이제 그 알고리즘이 인간을 뛰어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고는 "미래에 자유라는 단어는 마치 영혼이라는 말처럼 비과학적이고 실체가 없는 말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판단하는 일이 과연 정말 순수하게 나의 자유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저자는 앞으로 1분만 아무 생각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자유의자로 자신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지 말이죠.
인간은 자유롭게 모든 일을 판단한다고 생각하지만 알고리즘에 의해 짜여진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게 될 것입니다. 현대 과학기술만으로도 간단한 전기조작으로 인간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중인 로봇쥐는 쥐의 뇌에 간단한 전기를 흘려보내는 것인데요, 쥐의 이동방향 뿐만 아니라 심지어 쥐가 싫어하는 행동인 뛰어내기리까지 유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 쥐에게 인터뷰를 한다면 "자신의 자유의지로 방향을 바꿨고, 원해서 뛰어내렸다"고 답하겠지만 말이죠. 우울증을 의학이나 과학의 도움으로 해결했을 때, 우리는 자유의지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결국 인간의 판단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에 좌우될 것입니다. 이는 지금도 그렇잖아요? 페이스북에 나오는 심리테스트로 내 기분을 판단하고, 내 성향이 어떤 성향인지에 대해 MBTI, 애니어그램 등 데이터로 분석된 자료를 신뢰합니다. 우리는 우리보다 더 우리를 잘 알고 있는 인간지능에 결정을 맡기게 될 것이고, 결국 개인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거대한 사회시스템을 구성하는 하나의 구성요소로 전락할 것입니다. 먼 훗날 되돌아보면 인류는 거대한 데이터의 흐름 속에 위치한 잔 물결에 불과하게 된다는 것이 유발 하라리의 의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즘에서 유발하라리의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함께 나눠보고 싶습니다.
과학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하나의 교의로 수렴하고 있고, 이 교의에 따르면 유기체는 알고리즘이며 생명은 데이터 처리 과정이다. 지능이 의식에서 분리되고 있다.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들이 곧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1. 유기체는 단지 알고리즘이고, 생명은 실제로 데이터 처리 과정에 불과할까?
2. 지능과 의식 중에 무엇이 더 가치있을까?
3. 의식은 없지만 지능이 매우 높은 알고리즘이 우리보다 우리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 사회, 정치, 일상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