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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전쟁 - 본격치과담합리얼스릴러
고광욱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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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전쟁을 읽었다. 소설 형식을 띈 사회고발소설인데 굉장히 흥미로우면서 믿기지가 않는다.

  

요약하자면 치과는 왜 이렇게 비싼거야? 라는 의문에 답하는 책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말은 정말 많았다. 치과는 왜 이렇게 비싼거야? 보험이 안 돼서 그렇대~ 라는 말. 실제로 치과에 한 번 가는 일은 (여러가지 의미로) 상당히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했지만, 기왕이면 빨리 가라~ 늦게가면 가격이 엄청나다~ 라는 조언도 공존하는 공간이었다.


저자 고광욱 씨는 대한민국의 치과의사이기도 하고,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나온 의사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온 내용이 아마도 사실일 것이라고 짐작하게 되는데, 첫 표지에는 '이 소설은 모두 허구'라는 안전장치의 안내문이 있다. 만약 실제와 비슷하다면 현실이 너무나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라는데, 이 책에 나오는 인물이나 단체가 비슷한 이름으로 현실에 존재하고, 또 유사한 사건들이 계속 거론되는 이상 정말 이 소설의 내용이 허구라고 믿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 때 임플란트 하면 입 안에 벤츠 한대 넣고 다니는 거라고 했었는데, 요즘 임플란트 가격이 많이 내리긴 했다. 그런데 그 내리는 과정에서 이런 사건들이 벌어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소설은 왕따의사 권광호를 한민영 기자가 취재하면서 시작된다. 물론 그 전에 굉장히 힘들게 왕따를 당하면서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등등 다양한 사건 끝에 이런 광명같은 소식이 벌어진 것이지만. 처음 소설로 시작했을 때에는 너무 사소한 사건을 굳이 포장한 것 같아 오글거리기도 했는데, 내용을 읽다보니 엄청 거대한 서스펜스 스릴러라 소설의 형식을 취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소설로 봐도 이렇게 방대한데!!


초반에는 "치과가 어렵다고 하지만 과거의 영화를 잊지 못하는 것일 뿐, 지금도 엄청 부유하다"는 설명과 함게 치과세계 내에서의 스펙경쟁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임플란트 사건으로 들어가기 전에 치과 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설명하는 느낌인데, 사실 의사라고 해서 윤리검사를 해서 부격격자들만 모아놓는 것은 아닐테니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의 이해관계 속에 그런 고압적인 분위기, 비정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룬다면 소수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고 점점 이상해졌겠지.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sky 캐슬처럼 말이다.


뭐 어쨌든 재료비가 10만원 수준인 임플란트를 300만원에 담합하다가 물흐리는 의사들 때문에 230만원으로 낮춰서 기분이 나쁜 의사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물론 주인공 광호는 도대체 왜 그렇게 받아야 하지? 하는 마음으로 100만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진료를 하는데, 광호뿐만 아니라 그런 비정상적인 분위기와 높은 가격담합에 동의하지 않는 의사들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의료비를 받고 진료를 한다. 그러던 중 지역 회의에서 무려 100만원의 진료비를 받고 임플란트를 한 의사가 고발되어 조리돌림을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낮은 수가로 진료를 하다가 들키게 되면 지역 의사들에게 거의 진료를 할 수 없는 수준의 왕따를 당하게 되는데, 그것이 그냥 따돌리고 안 끼워주는 것에서 멈추는게 아니라, 간호사들에게 퇴사 압력을 넣고, 지역 병원에 재취업이 불가능하게 만들며, 악성루머를 퍼뜨리고, 심지어 구청이나 경찰서에 말도 안 되는 일로 신고해서 번거롭게 하는 등등의 엄청 치사한 일들이 이어진다.


그러나 양심의사(?)들의 피해사례가 계속되면서 양심의사들끼리도 네트워크가 생겨나게 되고, 치과의사협회와의 한바탕 전쟁이 펼쳐진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임플란트 전쟁인 것!


물론 이 책의 내용은 모두 허구이지만, 당시 이 문제에 관여했던 보건복지위원회의 국회의원 김양조 의원과 비슷한 사례가 있었는데, 하필 그 국회의원의 이름은 김양조와 비슷한 양승조이고, 소설 속 협회 회장은 이름이 김재형인데 실제 협회 회장의 이름은 김세영이니 이게 정말 허구인 것일까 의문에 의문은 더해져만 간다.


아니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사건을 난 왜 하나도 몰랐을까? 어쨌든 너무나도 엄청난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어디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은 함정. 이 책을 덮고 나면 갑자기 엄청난 정보를 탐색하고 싶어지는 욕망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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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뿌리는 소녀
니시 카나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케미스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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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장 지금은 말고 언젠가, 이 책의 내용이 가물가물할 때 쯔음에,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우주를 뿌리는 소녀'를 덮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더 보편적 진리를 읽을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닌가 싶다


   

소녀의 비밀이 나의 세계를 색칠해놓았다는데, 표지만 보면 전형적인 일본 소설의 느낌을 준다. 일본 소설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니시 가나코라는 이름도 생소했는데, 일본에서 152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이란에서 태어나 이집트 카이로와 일본 오사카에서 자랐다는데, 소설과 함께 그림책도 쓴다고 한다. 시선이 굉장히 독특하고 넓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그러한 성장환경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이야기도 별다른 챕터 없이 하나의 챕터로 마무리된다. 26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이지만, 동화같은 구성이라 금방 읽게 되는 것도 장점. 다만,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다보면 환타지로 마무리되어서 책을 덮을 때쯤, 응?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런데 그 마무리가 황당하고 어이없다기 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측면이 있어서, 그 결론에 대해 시간이 조금 더 지났을 때 다시 한 번 음미하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



시작은 한 소녀의 등장에서부터이다. 어른들의 야만적인 삶, 또래 남자아이들의 유치한 행동, 또래 여자아이들의 훌쩍 커버린듯 거만한 태도,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 소년 사토시는 어느 날, 그 모든 경계에 속하지 않는 고즈에를 만난다. 온천 근처에서 여관을 하는 사토시네 집에 일하러 온 모녀였는데,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을 모르는 이상한 사람들이다.



사토시가 어른을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남자 어른인 아빠가 두 번이나 바람을 피우다가 걸린 적이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마을 축제에 어른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허세기 있는 남자애들이 어린이들이 열심히 만든 신여를 부수기 때문이다. 사토시는 축제 자체도 폭력적이고 흥분하는 남자들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속마음 깊이 사토시가 성장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다로 있는데, 바로 성장의 끝은 죽음이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니까,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그런 사토시를 위로해주는 사람이 바로 고즈에이다. 고즈에는 마치 듣지 않는 것처럼 사토시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엉뚱한 얘기에도 웃지 않는다. 그런 고즈에와 친해지고 싶은 사토시는 동시에 어른들이 자기를 아빠처럼 여자를 밝히는 것으로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계속 갈등중이다. 


   

게다가 이 고즈에라는 여자애가 (예쁘긴 하지만)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데, 우선 남의 것을 가져온 것에 대한 죄의식이 없고, 상식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며, 자기가 토성근처 별에서 UFO에서 내려온 외계인이라고 소개한다는 것.



그게 아주 이상할 것도 아닌 것이, 사토시의 반에는 자기가 다른 사람의 미래라고 주장하는 미라이도 있고, 입만 열면 거짓말을 쏟아내는 루이도 있으며, 뭔가 어리숙하게 말을 더듬는 도노도 있어서 고즈에가 우주인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주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그렇게 사춘기 소년의 성장을 담은 이야기로 계속되는 것 같더니 소설의 마지막은 뭔가 황당. 이게 정말 끝난거야? 싶은 마무리가 되는데, 그 때즘 사토시에게 이야기했던 도노의 말이 생각나는 것이다.



믿은 게 거짓말이란 걸 알게 될까 봐, 처음부터 믿지 않는 거, 시, 싫다. 나는 전부 믿고, 내, 내 머리로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알고 나서, 상처입을 거다



그러면 갑자기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겨우 12살 소년의 이야기가 사실이든 아니든, 그게 뭐가 중요한가. 결국 그 소년이 본 세상이 이렇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아울러 그냥 그런 이야기군! 하고 덮어버리기엔 마음에 와 닿는 대사들도 있고.



모든 걸 전부 다수결로 결정해서는 안돼. 다수결로 하면 쉽게 결정될 수는 있으나 다수가 아니었던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돼 버린다. 그것은 매우 위험하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지금 나의 생각이나 상식과 다르더라도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른이 되어버린 건 아닐까? 이 책을 덮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문득, 초등학교 때 시험지에 자기의 이름을 콩시라고 적어냈던 동급생이 떠올랐다. 그 친구는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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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번리의 앤 허밍버드 클래식 9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김서령 옮김 / 허밍버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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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버드 클래식의 최근작, 에이번리의 앤을 소개합니다. 허밍버드 클래식을 구매하면 2018년 달력을 주는데요, 달력도 너무 예뻐요. 그야말로 간지템



지금 청소년이 아니고서야 빨간머리 앤을 읽고 싶어서 책을 사는 일은 드물지 않을까 싶어요. 어린왕자도 마찬가지구요. 인생을 돌아보면서도 손꼽는 책으로 거론되는 책들이니만큼, 소장하고 싶어서 혹은 선물용으로 구입하게 되는 책 1, 2위를 다투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KBS 명작만화로 고전을 접한 제 또래의 사람들은 수다스러운 앤의 하루가 어릴 적 추억처럼 기억되고 있기도 하죠.



디자인이 굉장히 친숙하다 싶어 살펴봤는데 7321Design 마크가!! 7321디자인은 고전을 모티브로 한 팬시 제품을 만드는 회사거든요. 7321 디자인에서 만든 다이어리와 스탬프 등을 많이 샀었는데!! 괜히 반갑습니다. 전집도 7321디자인이 만들면 이렇게 아름답군요!



빨간머리앤은 동화책으로도 소설로도 그림책으로도 팬시제품으로도 정말 많은데요, 그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걸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허밍버드 클래식으로는 빨간머리앤이 벌써 출간됐고, 에이번리의 앤이 출간됐으니 앞으로 아일랜드의 앤이 조만간 출시되지 않을까 싶어요.



역시 빨간머리앤 책을 고르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디자인이죠! 에이번리의 앤은 양장본으로 되어 있으면서 책갈피도 있고, 챕터챕터마다 은은한 연두색과 분홍색으로 꾸며져있는데, 심지어 종이에 꽃무늬가 살랑살랑 들어있어요. 빨간머리앤에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편집이 있을 수가!!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감성에세이를 주로 출간하는 허밍버드의 편집실력이 드러나는 순간!! 허밍버드 클래식이 다 같은 편집인지는 모르겠습니다.



   

2018 달력에서 우리가 사랑하는 캐릭터들을 모두 만날 수 있습니다. 앤은 5월이네요. 모든 허밍버드 클래식이 다 좋지만 어린왕자가 있는 6월과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9월은 달력을 보기만 해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달력 말미에는 엽서도 있고요, 달 이름 위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동그라미가 그려져있는 것도 귀엽네요.



책을 펴자마자 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한 마디만 물어봐도 혼자 몇 페이지로 대답하는 앤의 수다!!! 그리웠어요. "앤 셜리 왜 그래?" 한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앤의 대답이 무려 4줄!! "속터지게 하지 말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는 마릴라 아주머니의 퉁명스러움도 반갑네요 ^^ 앤이 이렇게 당황한 이유는 해리슨  씨네 소를 팔아버렸기 때문이에요 ㅋㅋㅋㅋ 실수로!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챕터 하나하나가 또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가볍게 읽기 좋습니다. 옛날 애니메이션 보던 생각도 나고요. 그런데 확실히 듬성 듬성 인물들은 기억나지만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기억나진 않더라고요. 완전 처음 보는 기분으로 읽었어요. 다이애나같은 이름 나오면 찌릿찌릿하면서 말이에요.



길버트와 앤의 찌릿찌릿한 장면으로 끝이 납니다. 앤이랑 길버트 엄청 싸웠었는데 말이에요 ㅋㅋㅋ 집에 영문으로 다음 편이 있긴 하지만 역시 다음 이야기는 허밍버드 클래식에서 출간됐을 때 읽어야겠습니다.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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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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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를 드디어 읽었습니다. 제목만 봤을 땐 굉장히 강한 내용의 소설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마치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서술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제목도 표지도 굉장히 무겁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전혀 무겁지 않습니다. 마치 'how to 호주 시민권 취득'이라는 부제가 있을 것처럼 한 사람이 어떻게 한국을 떠나서 호주에 정착해 시민권을 따게 되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소설로서의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민정보지를 보는 것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해야 할 동물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고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에게 잡아 먹히는 동물 있잖아,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거지.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건 이 문단이었습니다. 한국의 사회는 정말 약육강식의 정글같은 사회라고 느끼고 있을 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 전반에서 이 문단 이상의 장면은 만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 책을 덮을 때 쯤엔 어느 유학원에서 상담받은 것보다 호주 이민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W 증권을 다니던 계나가 신분상승의 가능성을 좇아 호주이민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담은 소설입니다. 계나는 호주에서 한국인, 호주인, 인도네시아인과 연애를 하면서 신분적 격차를 체험하기도 하고, 불법으로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다가 들켜 무일푼으로 쫓겨나기도 합니다. 이민커뮤니티의 게시판을 총정리한 느낌이랄까요? 아울러 한국이 싫어서 헬조선을 탈출하고 호주에 정착한 이주노동자 계나가 과연 지금도 행복할까? 하는 짓궂은 의문도 들었습니다.


책 말미에 실린 문학평론가 허희 씨도 계나에게 말합니다. 톰슨가젤이 왜 사자랑 싸워야해? 함께 우리를 부셔버리면 안 돼? 신분차이를 벗어나기 위해 호주에 가서는 왜 다른 사람을 신분에 따라 차별하는 거야?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제가 불편했던 시선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책을 보는데 책 속 인물이나 장소가 모두 실명으로 거론됩니다. 그런데 W 증권만 이니셜로 표현되어 있어요. 어차피 다른 건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고, W 증권은 주인공의 회사로 나오니까 허구로 처리했나? 하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출신학교는 홍대로 나옵니다. 왜 회사만 이니셜로 처리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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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 -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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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과 비평 창간 50주년 장편소설 특별공모 당선작, 금태현 작가의 '망고스퀘어에서 우리는'을 읽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약간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선입견이 하나하나 깨지는 경험은 꽤나 즐거웠습니다



제목만 봤을 때에는 가볍고 재미있는 라이트노벨인 줄 알았고, 특별공모당선작인 줄 알게 되었을 때는 작가가 젊은 줄 알았으며, 작가의 사진을 보고 나서는 오래전의 사건을 다룬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모두 틀렸어요. 이 책은 코피노에 대한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며 살아가는 젊은이입니다.



마치 독자들이 그런 오해를 할 줄 알았다는 듯, 작가는 신부의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신부는 코피노를 보고 '하루에 몇 끼를 먹느냐'며, '성당에 오면 공짜로 밥도 주고 글도 가르쳐준다'고 하지만, 주인공은 십대에 참치맛을 알았습니다. 여자를 꼬시기도 하고, 소매치기를 하기도 하고, 뭐 다양한 일을 전전했긴 하지만요.



그리고 마지막 한 방. 저는 망고스퀘어가 가상의 공간인 줄 알았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JBL이 나오길래, 혹시나 해서 '망고스퀘어'를 검색했더니 실제로 세부에 있는 광장 이름이더라고요. 그 외에 이 책에 나오는 많은 사건들과 인물은 실제였습니다! 주인공이 좋아하는 미스 유니버스 메건영도, 세부에 위치한 바 JTV도, 유튜브에 올리는 영상의 내용도 말이죠!



그런데 이렇게 디테일한 내용을 서술한 작가 금태현 씨는 이 소설을 울산의 태화강을 걷다가 훌쩍 떠난 일주일동안의 여행에서 탈고했다고 해요. 그 사이 가족들은 금태현씨가 태화강에 빠졌는 줄 알고 신고를 할 정도였는데 말이죠. 소설도 재밌지만 창작 뒷이야기도 재미있어서 책의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작가 인터뷰를 한 강영숙 씨도 금태현 씨와의 인터뷰 중에 몇 번이나 '과연 그럴 수 있을까'를 생각한 걸 보면 범상치 않은 분인 것 같긴 합니다. 아내와 아들과 노모가 있는 상황에서 10년간 소설만 썼고, 바로 출간할 수 있는 작품도 몇 편이 된다니 저 역시도 그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였거든요.




언젠가 작가가 된다는 생각으로 행동을 늘 조심하고 절제했다니, 그야말로 꿈을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주는 작가랄까요?



그런데 작가와 달리 주인공은 '남의 실패를 모아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그로 인해 돈을 버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작권을 어겨서 경고 메일을 받기도 하고요. 하지만 크게 미래를 계획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바로바로 삭제하고 또 남의 영상과 사진을 훔쳐 새로 만듭니다. 클럽에서 여자를 꼬시기도 하고요. 그러다 주인공의 약점을 잡은 '박사장'으로 부터 '베런'을 찾으라는 임무를 받게 됩니다.




단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화자와 시간의 시점이 좀 들쑥날쑥해서, 흐름을 놓칠 때가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그걸 제외하고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주인공이 베런을 찾고 동행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이 자꾸 저의 선입견에 대해 지적해주는 기분이에요. 분명 사회고발 소설이었는데, 추리 소설이 되는 듯 하다가, 로맨스로 흐르며 마무리될 것 같았던 소설은 마지막에 뒷통수를 치며 마무리 합니다. 어떻게 보면 반전같지만 또 어떻게 보면 정말 현실적인 마무리라는 생각입니다. 그 끝은! 소설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세요 ^^




그 때나 지금이나 세부섬은 달라진 게 없다. 파리, 모기 한마리까지 우리를 뜯어먹으려고 안달이다. - p. 59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는 자기중심적일 수 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척하면서 결국을 자기 맥락을 찾다 소멸하는 대화도 있을 수 있다. - p. 64


특별한 인격이나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은 계기판은 운전자의 상심을 몰라준다 - p. 71


난 20년 뒤 일흔살쯤에 결혼할 생각이야.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잖아. 살면서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죽으면서 아이를 낳는 추세로 변하고 있는 중이야. 바퀴벌레를 닮아가고 있는지도 몰라. - p. 96


또 내 이야기만 했군. 사람들을 만날 때 미리 생각해두곤 하지. 이번에는 제발 내 이야기는 삼켜두고 타인의 말을 경청하자고. 10분쯤 말을 듣다보면 끼어들고 있더라구. 나중엔 다른 사람 입을 막을 정도로 내 이야기만 하고 있어. - p.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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