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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난도의 내일 - 내 일을 잡으려는 청춘들이 알아야 할 11가지 키워드
김난도.이재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7월
평점 :
“또?”
김난도의 신간이 나온다는 문자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은 “또”였다. 생각해보면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되고 얼마되지 않아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라는 책이 출간됐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책 나온지 얼마나 됐다고 또 내?” 그리고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런데 정말 얼마나 됐지?”
생각해보면 책이 너무 화제가 되어 얼마 전 일로 기억나는 것일 뿐(마치 2002 월드컵이 재작년처럼 느껴지듯), 책을 내는 기간이 무척 짧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책 내용이 실망스러웠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만약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인기를 등에 업고 급히 기획된 책이라면 그같은 반향을 불러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두 번째 책이, 첫 번째 책을 발전 계승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첫 책이 20대 청춘의 아픔을 공감했다면, 두 번째 책이 30대 좌절의 아픔을 위로했달까?
그렇다면 도대체 세 번째 책은 어떤 책일까? 하며 프롤로그와 작가의 말을 읽었을 때, 다시금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섣부를 수도 있겠지만 이제 정말 김난도 교수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시작하시려는 게 아닐까?하는 기대도 들었다. 그래서 읽었다. 김난도의 신간, 내일.
우리에겐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알려져있지만, 사실 김난도 교수님은 그 이전에도 베스트셀러를 냈었다. 바로 ‘트렌드 코리아 2010’. 이 책으로 학계와 대중의 찬사를 받은 김난도 교수님은 기실 소비자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던가. 오랫동안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마음을 읽는 연구를 하셨던 교수님이, 두 차례나 청춘의 마음을 읽는데 성공하셨으니 ‘일’이라는 데 분야에서 지금 가장 ‘할 말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신 게 아닐까?
이 책은 다큐멘터리 <KBS 파노라마> 제작과 함께 진행된 기획이라고. 덕분에 안식년을 모두 세계기행에 쏟았다는 머릿말을 보며 그저 부럽네. ㅎㅎ 이 책을 읽기 전에 다큐멘터리를 먼저 봤는데(지난주 7월 4일 1부가 방송됐고, 오늘인 11일 2부를 방영할 예정이다), - 물론 1부만 봐서 2부가 어떤 내용이 될지는 모르지만 - 어떤 직업이 트랜드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트랜드가 되고 있는 마이크로창업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 코끼리와 벼룩이라는 책에서 미래 직업은 코끼리 기업과 벼룩 프리랜서들로 양분될 것이라고 했었는데, 그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챕터는 Future My Job의 11가지로 구성돼 있다. 오잉? Future와 My Job두 개 아니냐고? F, u, t, u, r, e, M, y, J, o, b 이렇게 앞글자를 따서 11개다. 말장난 좋아하는 나는 요런 것도 마음에 드네. ㅎㅎ
과학기술이 발달하는 미래에는 컴퓨터 보안관리자가 유망할 것이다. 혹은 실버산업이 유망할 것이다 류의 글은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은 추상적이인 직업에서 벗어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뭐 이런 직업이 있었어?"스러운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기실 20000개가 넘는 직업이 존재한다는데, 우리 머릿속에 있는 직업은 100개도 채 되지 않다지 않은가. 이 책은 그 100개가 넘어서는 직업중에 청년이 함께 하고 있는 일들을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맥쿼리에서 일하다가 북촌에서 인력거 여행사업을 시작한 아띠인력거, 열정감자와 열정꼬치를 파는 청년장사꾼, 제주도에 정착한 문화이민자들의 까페나 목수 일들, 영국의 집사학교, 일본의 스시학교,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를 창업한 사람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김난도 교수가 말하는 트랜드는 여유경영, 브라운칼라, 컨트리 보이스, 마이크로 창업, 자기브랜드 등이다.
기실 금융회사 포기하고 인력거여행사를 하거나 유튜브 기타강습을 하는 것처럼 너무 극단적이어서 낯선 것도 있고, 영국집사학교나 밀라노 패션학교처럼 지금와서 어떻게 하라는거냐 싶은 것도 있고, 공정여행처럼 내 관심사인 것도 있었다(개인적으로 현재 공정여행 사이트 만들고 있었다). 결혼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결혼하지 말라고 충고한다거나, 아이가 많아 다복해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낳지 말라고 추천하는 것처럼, 내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저렇게 쉽게 조언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적어도 KBS 파노라마 팀이나 김난도 교수님이 청년실업자도 아니고, 혹은 사회에서 비주류 직업을 가지고 계신것도 아니니까)
그러나 일종의 질투와 선입견을 거두어두고 본다면, 한 번 사는 인생- 후회로 가득한 삶을 사는 것은 너무나도 아까운 일 아닌가? 그런면에서 비록 남들 눈에는 이상해 보일 지 모르지만, 하면서 즐거운 일, 심장이 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선례를 일단 접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우물밖을 한번이라도 본 개구리는 적어도 우물 안에서 우물 밖을 꿈꿀 수 있을테니까. 그러다보면 언젠가 나올 수 있을테니까. 물론, 나와보니 우물안만큼 좋은 곳이 있어서 남아있을 수도 있겠지만, 알고 머무는 것과 몰라서 머무는 것은 천지차이니까. 아울러 개화기 일본의 해외진출과 요즈음의 폐쇄적 일본의 비교를 통한 청춘의 비교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굉장히 불만족스러운 부분도 많다. 회사와 직원의 미스매칭을 줄이기 위해 코카콜라가 SNS를 활용해 인재를 뽑는다는 것과, 브랜드가 있는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면서 아니 무슨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노출해가면서 취업해야해? 뭐 이렇게 기업지향적 마인드야?라고 툴툴거리기도 했으니까. 어쨌든 이 책은 일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트랜드를 짚어갈 뿐이다.
얼마전 알랭드 보통이 한 방송사의 특강 강사로 초대되어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알랭드 보통은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웠던 교육, 그리고 일과 꿈을 일치시키려는 것이 현실을 불만족스럽게 합니다.” 우리는 일과 꿈이라는 것에 대해 어쩌면 환상을 가지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되면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다’는 말도 있으니까.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를 보면,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고도 한참 후에야 자아실현의 욕구가 찾아온다. 결국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기 이전에는 일은 ‘먹고 살게 해주는 수단’이지만, 생리적 욕구가 해결된 후에 일은 ‘사회적 역할과, 자기발전의 도구’로 변화하고, 그렇기 때문에 (특히 2-30대에 있어서) 일과 행복의 괴리는 커져가는 것이 아닐까? 또한 ‘일을 통해 내 꿈을 실현하려는 것’은 마치 ‘서울대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된다’라는 것처럼 목적잃은 공허한 생각이 아닐까?
피카소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다고 한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 으헉! 천하의 피카소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 꿈을 이루는 순간을 기다려왔구나. 첫술에서 배부를 수 없는건데 첫술에서 자꾸 배부르고 싶어하니까, 그 욕심이 지금의 현실을 괴롭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하는 일을 하면서도 이뤄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어야 현재가 즐거울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꿈이 되겠지.
내게 있어 ‘나의 꿈과 행복’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이며, 그 과정에서 꿈과 행복을 해치지 않는 '일'은 무엇일까? 이런 고민을 하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게 고맙다.
몇 년 전 프랑스의 한 일간지에 만평이 하나 실렸다. 프랑스 총리가 도요타 사장에게 프랑스에서는 '주 35시간제'를 도입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러자 도요타 사장은 하루가 24시간인데 어떻게 35시간 노동을 할 수 있느냐고 의아한 표정으로 반문한다. 노동시간에 대한 동상이몽을 드러내는 풍자다.
- 김난도(2013). 아프니까 청춘이다. 오우아. p. 135
포기는 두려움을 없애주지만, 희망도 함께 지운다.
- 김난도(2013). 아프니까 청춘이다. 오우아. p. 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