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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수학 - 스토리텔링 수학, 영화를 만나다
이광연.김봉석 지음 / 투비북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미술 등 예술의 영역에서, 경제, 정치를 읽거나 수학, 과학을 읽는 크로스 오버 류의 시도를 좋아하는데, 스토리텔링 수학 시네마 수학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영화와 과학, 영화와 미술의 시도는 많았는데, 영화와 수학은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흥미롭다고 생각하던 중에 위드 블로그 체험단에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다만 이렇게 영화 혹은 예술과 전문분야를 조합해서 쓰는 책이 너무 많다는 것은 함정. 게다가 그 책들이 모두 퀄리티를 담보하진 못한다. 세상의 모든 전문가들 중에 영화, 미술 등의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 많고, 또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영화에서 오류, 근거, 이론 등을 쏙쏙 찾아내니 책도 쓰기 쉬운 것인가! 아마 서점 가서 이런 책을 찾아보면 벽 한 켠은 장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훑어봤는데, 오호! 이 책의 미덕은 '동시에 책도 너무 재미있다는 데 있다'.
이론을 담당한 분은 이광연 교수님으로 이미 수학으로 다시 보는 삼국지, 세계사를 한눈에 뚫는 비하인드 수학파일 등의 책을 저술한 바가 있고, 교과서 집필에도 참여하셨다고. 아울러 아마도 영화 부분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봉석 씨는 씨네 21, 시네필 등에서 기자를 역임한 분으로, 대중문화에 대한 해설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읽다보면 이 두 저자의 화학작용이 정말 빛을 발한 책이다. 수학에 대한 많은 상식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순히 수학이 아니어도 영화에 대한 책으로도 흥미롭다.
이 책은 총 20편의 영화에 대해 소개하고, 또 그 안에 담긴 수학적 이야기를 설명한다. 다행히도 본 영화가 많아서 더욱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각각의 구성은 일단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표지로 하고, 영화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다. 못 본 영화 중에서는 이렇게 보고 싶은 영화도 많았다. 영화를 소개한 후에는 그 안에 담긴 수학적 내용에 대해 설명한다.
아울러 수학적 이야기가 아닌,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영화와 수학에 대한 이야기가 딱 나눠져 있지도 않고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읽는 재미가 좋았다. 아무래도 수학교수인 저자가 영화광이면서 동시에 영화기자인 저자가 수학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화학적 연결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선결돼야 하니 말이다. 뭐, 반대로 서로 너무 몰라서 이해시키려고 쉽게 쓰다보니 그 도전이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겠지만.
수학에 대한 이야기는 도형의 닮은 꼴에 대한 중학교 수준에서 배웠던 기억은 나지만 가물가물한, 그래도 천천히 보면 알 수 있는 내용도 있고,미로 찾기, 물통에 물 채우기 등 수학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퀴즈 좋아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풀어봤을 이게 정말 수학적 내용이었단 말이야? 싶은 내용도 있으며, (어릴 때 이야기 패러독스 이런 책 엄청 좋아해서 많이 봤었는데, 그 책 다시 보는 기분이었다. 문제에 대한 해설서를 보는 기분이랄까. 다음에 이런 문제 보면 더 쉽게 풀 수 있을 것 같다.)
문제 푸는 재미도 있다. 수수께끼나 논리학 좋아하면 좋아할 수도 있겠다. 예전에 이런 문제 열심히 풀던 1인. ㅎㅎ 문제 맞추는 재미도 쏠쏠. 다만 확실히 숫자 많이 나오는 문제는 답부터 보게 되더라. ㅎㅎ
몰랐는데, 이 내용이 중세 유명 수학자 피보나치가 쓴 '산반서'라는 책을 통해 전해지거나 혹은 발전된 문제들이라고. 이 산반서는 수학책이라기보다 수수께끼 책에 가까웠는데, 답을 구할 수 없는 문제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답을 짜맞추지 못하게 젊은 지성을 자극하기 위한 문제들이라는데, 으허- 그러고보면 옛날 사람들은 정말 초천재들 집단이었을 것 같기도 하다.
또, 필스 상이라거나, 마야 달력처럼 수학을 몰라도 상식적으로 알아두면 좋을 얘기들도 있다.
예전에 과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미적분의 발견이 천문학의 엄청난 발전을 일으켰다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왜인지 몰랐는데,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나온다. 저 복잡한 지수로그는 이제 어떻게 푸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무슨 원리인지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내용도 나온다. 저게 분명히 흰 건 종이고 까만 건 글씬데.... ㅎㅎㅎㅎㅎㅎ 수학에 조예가 깊다면 아는 내용이겠지만, 난 멀름. 학교 다닐 때 수학 좋아했던 사람으로써, 내가 모르면 꽤 많은 일반적 사람들이 모를 내용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ㅎㅎㅎㅎㅎㅎ(몰라도 당당) 그런데 어쨌든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도 충분하게 나와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화 소개에만 그치지 않고,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이야기, 혹은 영화에 담긴 신화속 이야기나 역사적 이야기 등이 함께 나와서 영화에 대한 흥미도 고취시켰다.
특히나 지구가 멈추는 날이라는 영화 부분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워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수학과 영화에서 모두 미덕을 발휘하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실제로 이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사람들은 '초-중학생'이 아닐까 싶긴 하지만,책의 표지가 너무 '학생들! 이 책 보면 공부에 도움돼요'라고 쓰인 듯 만들어져서 아쉬웠다.
외국에서는 과학적 지식이 들어가는 영화를 만들 때,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세미나를 통해 이야기를 발전시키거나 이론을 구성한다고.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며 아쉬워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덧셈 뺄셈만 하면 되는 걸 뭐 꼭 수학을 시키나 싶은 사람들도 많을테고, 영화 그냥 보면 되지 거기에 꼭 이론적 근거가 뒷받침 돼야 하나? 왜 예술을 다큐로 보나! 싶어 불평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일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론을 알고도 상상하는 것과 몰라서 오해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러한 책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겠지만,
과학의 문제에서 천 사람의 권위는 단 한 사람의 추론만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에서 역시 누군가의 권위에 의존해서 의견을 단순히 좇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판단에 의해 사고하는 것. 그 시작이 바로 수학이기 때문이다.
오타도 찾았다. ㅎㅎ 어디가 오타인지 찾아보세요~~~~(아.. 나 왜 이런 것까지 수수께끼로 내고 있나. ㅎㅎㅎㅎ)
정답은 http://roomy_room.blog.me/110174816321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