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
김준형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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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 김준형 지음, 창비, 2021


우리나라 교육에서 아이러니한 것이 세 가지 있다. 학교를 졸업 후 대다수는 노동자로 살아가지만 학교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대다수는 세입자로 살아가지만 학교에서는 세입자의 권리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한민족의 역사는 6년 이상 가르치지만, 대한민국 수립 이후의 역사는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한국의 현대사나 대한민국의 역사는 분단의 역사와 같다. 한국 현대사를 1919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시기부터 보더라도 1백년의 현대사 중 70여 년을 분단된 상태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의 역사가 곧 대한민국의 역사이니 분단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역사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학교는 분단의 역사는 물론 현대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한미관계와 한반도 국제정치 분야 전문가인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펴낸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은 부제 새로 읽는 한미관계사가 말해주듯 영원한 동맹이라는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통해 우리의 현대사를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한미관계의 신화, 특히 군사동맹의 신화와 맹목의 친미주의에서 벗어나고자 집필했다고 한다.

조미수호통상조약, 8.15해방, 한국전쟁, 4.19혁명, 5.16 쿠데타, 12.12군사반란, 5.18 광주민주항쟁, 6.10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많은 장면에서 쉽게 납득되지 않는 장면들에 미국이라는 조각을 끼워 넣으니 퍼즐의 윤곽이 선명히 드러난다. 정확히는 미국의 동북아 전략이다. 한미일 삼각 체계를 통한 동북아 패권 유지라는 미국의 전략은 대한제국말이나 한국 전쟁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고, 한미일 삼각 체계를 위해서는 독재와 반민주도 용인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위안부합의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은 공식적으로는 내내 부인하다가 갑작스레 발표해 깜짝 깜짝 놀라게 했는데, 그 배후에도 한미일 삼각 체계 구축을 위한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다.


가쓰라-테프트밀약이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게 만든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한국과 미국의 매우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첫 조약 체결 후 23년 만에 한국이 미국에 배신을 당하게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확인하듯이 미국은 조선에 대한 일본의 강제병합이 확정되자 두번 다시 뒤돌아보지도 않고 서구 열강 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과의 인연을 끊어버렸다. 미국은 또한 1905년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강제적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었을 때 가장 먼저 공사관을 폐쇄한 나라였다.(44)


미국은 전범국가인 독일과 일본을 친미정권으로 부활시킨 다음, 이들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미국 패권의 세력권으로 재건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집단동맹 체제나 아시아에서의 샌프란시스코동맹 체제 역시 미국이 먼저 구축했고, 소련은 나토에 대응하여 바르샤바조약기구를 그리고 한žž일 삼각 체제에 대응하여 북žž러의 북방 삼각 체제를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58)


미국은 냉전질서의 구축자였고, 반공지상주의에 지배되어 있었다. 친미와 반공만 내세우면 독재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지지하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중남미 니카라과의 악명 높은 독재자 소모사에 대해 “(그가) 개자식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개자식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는데,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까지 1백년 동안 마치 미국 외교정책의 사운드트랙처럼 이를 반복 연주하고 있는 것이다.(102)


<영원한 동맹이라는 역설>은 한국과 미국이 처음 마주해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에서부터 역대 정권의 대북정책과 한미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평가는 물론 한반도를 중심으로 주변국의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도 다루고 있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메타인지를 가능케 한다.


북방정책이 전개된 1980년대 말과 1990년대 초는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교착 상황에 빠진 2020년 초반 역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식은 무력도발만 일삼는 비이성적인 집단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제임스 릴리 대사를 이어 북방정책의 시기인 1989년부터 주한 대사직을 수행했던 도널드 그레그는 회고록 <역사의 파편들>에서 한국과 미국을 모두 사랑한다면서도, 남북 대결의 비극 뒤에는 늘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과감한 고백을 했다.(206)


동맹 국가 사이에서 상대방의 문제에 연루되는 연루 딜레마와 상대로부터 배제되는 방기 딜레마가 작용하는데,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에서 연루보다는 방기에 대한 우려가 유난히 커 맹목적인 대미 의존이 한미동맹을 신화로 만들었다는 진단은 한미 관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하게 해준다.


동맹이 전형적인 딜레마인 연루’(entrapment)방기’(abandonment)의 문제가 개입한다.() “동맹의 안보딜레마”() 방기의 두려움이란 다극체제에서 동맹국은 끊임없이 동맹 상대국에 의해 버려지는 두려움에 처하는 것() 연루의 두려움이란 자국에 공유되지 않는 동맹 상대국의 이익을 위한 분쟁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 들어가는 것() 방기의 비용이 일련의 안보에 관한 손실이라면, 연루의 비용은 자율성 손실의 강력한 형태이다.(330~331)


동맹의 형성부터 지금까지 방기와 연루의 딜레마에서 한국은 동맹국에 대한 연루보다 유난히 동맹의 방기에 대한 우려가 컸고, 이것이 맹목적인 대미 의존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이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에서는 직접적인 안보 위협이 거의 없다는 점() 미일동맹이라는 대체제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331)


판문점 정상회담, 정전 이후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만나는 등 해빙 무드가 무르익어 정전을 넘어 종전 선언평화 협정을 기대하게 했다. 북미 간 신뢰를 쌓지 못해 다시금 원점으로 돌아가 안타깝다. 다만 남북, 한미, 북미, 동북아 국가 사이의 신뢰가 쌓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신화화된 한미 관계는 이들 관계에 결코 신뢰가 쌓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국 현대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한반도 평화협정, 남북 관계, 동북아 관계, 한미 동맹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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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 대한민국 대표 석학 8인이 신인류의 지표를 제시하다 코로나 사피엔스
김누리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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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김누리/장하준/홍기빈/최배근/홍종호/김준형/김용섭/이재갑 지음, 인플루엔셜, 2021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 혁명으로 일상이 변화되는 것으 보며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절감했었다. 코로나19는 일상이 하루 아침에도  변화시킬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딴 세상이 된 꼴이다.


코로나19 초기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금방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할 것이라 믿었다. 독감과 같이 겨울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 믿었다. 1년 여를 훌쩍 넘긴 지금은 예전의 일상으로의 복귀는 어렵다고 여겨진다. 세상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다를 것이고, 매년 독감이 유행하듯 코로나가 일상인 세상을 살게 될 것이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이며, 바뀐 세상에 우리는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걱정이다.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은 경기도,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CSB가 함께 기획한 <2020년 경기도 지식(GSEEK) 콘서트> 강연 중 8명의 강연을 담은 책이다. ‘위드 코로나시대의 전망과 대응법을 전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넘어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앞으로의 경제는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 불확실성의 시대에 필요한 뉴딜과 그린뉴딜이 바꿀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인지,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변화된 국제질서 속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우리는 세계와 어떻게 연결될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다음 팬데믹에 대응할 준비가 되었는지 등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가 무엇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전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에게 매우 귀중한 경고도 보내주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코로나 옐로라고 부릅니다.() 첫째 사회적 가치, 둘째 공공적 가치, 셋째 생태적 가치에 대한 준엄한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22~23)


오만과 이기심은 경쟁에서 이기는 자가 모든 것을 독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원리만을 가르치는 경쟁절대주의 교육이 빚어낸 참상 그 자체였습니다.() ‘오만과 모멸의 구조’() 공정은 경쟁과 능력주의를 전제하는 개념입니다. 이 공정함에는 연대와 협력이 빠져있어요.() 정의는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며, 불의에 분노하는 것이며, 억압에 저항하는 것입니다.(28)


코로나19의 미래는 그 정도와 시간에 따른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다음 두 가지 사항에서는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코로나19는 우리 곁에 계속 머문다는 것, 그리고 코로나19의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다는 것입니다.(86)


20세기 중후반까지만해도 경제 성장을 하면 환경 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는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던 우리에게 팬데믹의 역설은 경제 활동을 하되 환경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었습니다.(145)


세계화는 국경이 열리고 각국이 협력하면서 시장자본주의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런데 세계화는 전성기를 지나 이미 20여 년 전부터 조금씩 무너지고 있었습니다.(166)


민주주의가 후퇴하게 된 가장 커다란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불평등의 심화를 꼽습니다. 시장자본주의에 의한 자유무역으로 전 세계의 부가 크게 확대되었지만, ‘빈부격차라는 그늘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170)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이른바 기득권층이라 할 만한 사람일수록 익숙한 과거를 놓지 않으려고 하지요.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엄청난 재난이 우리를 익숙한 과거와 결별하고 모든 것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길로 이끌었습니다.(192)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은 그동안 유지했던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자본주의는 경쟁을 부추기며 승자독식의 양극화를 초래했고, 기회는 가진 자에게만 주어지고, 위기는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삶을 더욱 파괴하며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에 의해 자연생태계가 파괴는 인류가 접하지 못한 감염병에 보다 빈번하게 노출될 것임을 경고한다. 코로나19 뒤에 찾아 올 기후위기는 인류에게 더 큰 재앙으로 닥칠 것임을 예고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일상의 변화도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 믿었다. 어쩌면 내가 죽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생각했다. 내 다음 세대도, 그 다음 세대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 믿었다. 코로나19를 겪은 지금은 내가 죽기 전에라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인류 종말판도라 상자가 열려 곳곳에서 절망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화들짝 놀라 덮은 판도라 상자희망이 남았듯, 우리에게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도 제목과 같이 인류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음을 전한다. 연대와 공감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를 되살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경쟁 일변도의 교육에서 탈피해 연대와 공감의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29)


라이피즘(lifism)은 자본주의가 개인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삶(life), 사회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존(life), 생태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생명(life)을 파괴하는 안티라이프 체제라는 점에 주목합니다.(43)


어떤 사람은 복지와 성장은 상충한다고 말하는데,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복지와 성장이 그렇게 상충하는 것이라면 스웨덴이나 핀란드 같은 복지국가들이 미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62)


노동력과 자본 투입으로 성장을 이끌었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향후 경제는 혁신의 토대인 청년 세대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들이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을 줄여주고, 줄어든 시간만큼 소득의 감소를 보존해줘야 합니다. 그 최소한의 출발점이 기본소득입니다. 기본소득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투자입니다.(100)


그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이 되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녹색 회복이 절실합니다.(142)


이제부터라도 또 다른 팬데믹 상황을 맞았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계획을 잘  세워서 준비해야 합니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더 많은 고통과 피해가 몰리지 않도록 하려면 방역 체계와 더불어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부분까지 포함해서 전방위적인 이해관계자 간의 토론과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합니다.(236)


<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은 불확실한 시대에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이정표가 되어 준다. 판도라 상자에 담긴 희망 마저 날려 보낼 것인지, 아니면 희망을 씨앗으로 세상으로 뻗어 나간 욕심, 질투, 질병을 다시금 그러모을 것인지는 나와 당신,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다. 된다고 믿으면 안 될 수도 있지만, 안된다고 믿으면 될 일도 안된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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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피엔스, 새로운 도약 - 대한민국 대표 석학 8인이 신인류의 지표를 제시하다 코로나 사피엔스
김누리 외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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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상자에 희망이 남아 있듯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희망이 남아 있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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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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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사무사책방, 2021


 

문과생이라 죄송하다며 문송하다고 이야기한다. 겸손함으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일 수도 있고, 정말로 죄송해서 그런 것일 수 있지만, 개인의 겸손을 집단의 겸손으로 대치함으로써 한 집단 전체를 폄훼하는 것이다. 특정 집단이라서 죄송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읊조리는 본인의 이과에 대한 무지를 집단의 무지에 은폐하는 기만행위다. 겸손이 아닌 비겁하고 비굴한 행위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기술 우위의 시대에 인간이 기계에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다시금 인문학이 주목받고 있다. 기계가 인간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동으로부터 소외시킬 것이기 때문에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창의력을 개발해야 앞으로의 시대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건강식품, 보험, 교육 산업 등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포 마케팅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두려움을 자양분 삼고 있다. 마케팅 수단으로서의 인문학일 뿐, 인간 존재 자체의 이해는 물론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는 결여되어 있다. 기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인문학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한 이해와 행복한 삶을 위한 인문학을 추구할 수 없을까?


 

<만인의 인문학>은 제목 그대로 인문학이 모두의 인문학이라고 이야기한다.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만인의 인문학은 학문으로써 거창한 질문보다는 사소한 일상에서 삶의 의미와 가치, 목적을 생각하고 표현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문학은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기에 삶의 인문학이자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이라 강조한다.


 

인문학은 삶의 의미, 가치, 목적을 생각하기, 표현하기, 실천하기이다. 인간은 밥을 먹고 살면서 동시에 자기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만들고 지탱하는 동물이다.(186)


 

근원적 질문을 잊어버린 개인과 사회는 근원적으로 불행하다. 무엇이 행복인가에 대한 의미의 틀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철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철학적 반성의 순간을 놓치면 우리는 인간이 아닐지 모른다.(125)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생각대로 산다고 믿고 있다. 지구에서 숨쉬는 우리가 매 순간 공기를 느끼지 못하듯, 현실에 집중할수록 주어진 상황논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본 적은 없지만, 지구의 존재를 인식하고, 공기를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공기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처럼, 현실의 상황논리 넘어에 더 큰 가치와 신념이 있음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인문학이 인간의 이야기,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면 나의 이야기이자,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들린다. 인문학이 인생의 거대한 목적을 찾기 위한 여정이 아닌, 내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쓰고, 다른 이에게 들려주는 대화라고 느껴진다.


 

이야기 쓰듯 인생을 살기로 할 때 우리는 세상의 모든 존재물과 이야기로 연결되고 대화하고 정을 통하고 서로 대접하며 살 수 있게 된다.() 소통의 확장, 존재의 확장은 사랑의 확장이기도 하다.(33)


 

연결의 능력이 기술을 선행한 것이라면, 그 연결시키기의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인간 특유의 재주이고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인 실로 모든 것을 연결시켜 생각하고, 그 연결로부터 생존의 기술을 발전시켜온 동물이다.(27)


 

글을 잘 쓰는 사람이건 아니건 그의 삶은 근본적으로 이야기의 차원에 있다는 점이다. 영화작가들은 문자 아닌 영상으로 이야기하고, 만화작가들은 그림으로, 조형예술가들은 형태와 색깔로 이야기한다. 또 굳이 이런 표현 형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이야기꾼이다. 삶은 이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29~30)


 

개인은 집단신화 속에 태어나 그 집단의 이야기에 맞추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고 임무를 부여받으며 그 이야기 속의 한 주인공이 되어서 산다.() 사회가 이야기의 우주라면, 좋은 사회를 만들고 지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떤이야기로 지탱되는 사회인가를 읽어내는 일이다.() 시간을 초월해서 현대인에게도 인간 이해에 필수적인 이런 통찰의 깊이에 도달하는 것이 신화 읽기의 세 번째 방법이다.(92~93)

 

 

인간에 대한 이해는 나에 대한 이해이자,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해라는 점에서 인문학은 현재 우리가 잃어버린, 내가 잃어버린 가치와 신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로 당면한 문제임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은 나 하나의 노력으로 변하지 않음을 주장하거나, 나 하나쯤이야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래 세대를 인식하지 못하고 눈앞에 당면한 현실논리에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인류멸종을 향해 내달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 하나의 노력으로 세상이 변하지 않아도 나 하나는 변한다는 것을 안다.


 

인식의 부패의식의 부패를 청산할 필요가 있다. “사람 밑에 사람 있고, 돈 밑에 사람 있고, 권력 밑에 사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인식의 부패다. 그리고 그 부패를 당연지사로 여기는 것이 의식의 부패다.(147)


 

프란치스코 교황, <찬미받으소서>
정치가 경제에 종속되어서는 안 되며, 경제가 기술의 효율성 위주 퍠패러다임의 명령에 종속되어서도 안 된다. 오늘날 정치와 경제는 인류의 공동선이라는 관점에서 지상의 모든 생명을 위해, 특히 인간의 삶과 생명을 위해 솔직한 대화에 돌입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 앞에 놓여 있다.”(239~240)


 

우리는 지금 자라고 있는 세대, 우리 다음에 올 세대에 대체 어떤 세계를 남겨주고자 하는가?”
인간은 왜 이 지구에 있는가? 이 지상에서의 인간의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지상에서 우리가 하는 일의 목표는 무엇이며 우리가 기울이는 모든 노력의 목표는 무엇인가?”
이 지구에 인간이 필요한다?”
(240
)


 

<만인의 인문학>을 통해 내 삶의 이야기를 쓰고,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최소한 내 삶의 이야기 주제는 다채로울 것이다.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가 많아질수록 우리 사회의 색깔도 다채로워질 것이라 믿는다.


 

* 해당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제공받았으며, 제 주관에 따라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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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인문학 - 삶의 예술로서의 인문학
도정일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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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내 삶의 이야기이자 다른 사람과의 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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