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인간 -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
노다 마사아키 지음, 서혜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글루스 2004년 12월 24일 작성한 글입니다)
전쟁과 인간 :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 / 노다 마사아키 지음 ; 서혜영 옮김 ; 길 출판사 2000년

옛날 일기장에도 쓴 바 있는 [전쟁과 인간]의 감상을 다시 한 번 쓰게 되었습니다. 이전 감상문의 자세한 내용은 옛날 일기장에서 검색하시면 오케이. 그리고 NOT DiGITAL님께서 훨씬 훌륭한 감상문을 써두셔서, 이 기회에 트랙백합니다.

말했다시피 [전쟁과 인간]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좋은 책입니다. 어느 정도 훌륭하냐면 저자의 신변을 걱정할 정도로 말이죠...(먼 산) 인터뷰에 응했던 전직 일본군인과 헌병 여러분도, 지금까지도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 또 하나 인상깊은 문구가 있어서 발췌해둡니다. 전범 재판 당시 나치 치하의 의사회에 대한 저서에서 인용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인간은 변화할 수 없는 사악한 존재라고 해명하는 것이다. 이 재판의 피고들은 자신이 한 행위를 변명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서도 냉혹하고 잔인한 행위들이 있었다는 증거물을 제출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형식적인 권리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논거는 될 수 없다. 타인의 죄를 끌어들여 자신의 죄를 부인하는 것은, 제대로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
우리의 죄를 작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왜냐하면, 죄를 자각한 상태에서 삶을 이어갈 때, 비로소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존경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간적 존경을 얻을 수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이미 살 가치도 없는 것이다.'

-[인간 경시의 독재] 알렉산더 미체를리히와 프류트 밀케 공저

...최근 모종의 범죄에 대해 사회가 끓어오르고 있지요.
저는 그 일에 대해 온전히 객관적인 보도를 접하지 않는 이상 코멘트는 삼가하자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마는....

죄에 벌을 가하는 일은, 어지간히 죄질이 나빠 피고를 사회와 완전히 격리하자는 의미에서 처하는 사형 이외에는, 대개 피고의 갱생을 위해 이루어지는 일입니다.
피해자와 그 주변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복수하고 싶어한다면, 그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너무나 파렴치한 일을 앞에 두고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을 방치하는 것도 건전한 사회를 이룩하는 데에 있어서 온당하지 않은 일이겠지요.
그렇지만 지금 미워하고 지금 괴로워하고 지금 분노하는 사람들도...
언젠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때 돌에 맞아죽었던 사람, 무참하게 뭉개졌던 사람이, 이루었을지도 모르는 모든 선한 일들, 베풀었을지도 모르는 모든 기쁨, 감내했을지도 모르는 모든 슬픔을- 한 사람의 인생을 우리는 온전히 모두 고려하고 있었는가 하고요.

-뭐, 그렇다고 해서 피고들이 할 말이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요.
살인은 물론이거니와 화제가 되는 모종의 범죄와 같은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가 겪는 고통, 가족들이 겪는 슬픔은, 돈이나 시간으로 보상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이쪽도 그만한 고초를 겪었다? 그게 어쨌다는 걸까요? 그 사람들은 그토록 슬퍼하고 괴로워했는데.

저 자신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죄를 작게 만들거나, 그것을 부정하거나, 갚아 없앨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온당한 것이 아닙니다. 그걸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죄를 짊어지고 인간이 어디까지 긍정을 일구어낼 수 있는가-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명제라고, 저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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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설신어 -상 살림중국문화총서 7
유의경 지음, 김장환 옮김 / 살림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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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스 2004년 12월 12일 게시한 글입니다)

세설신어 / 유의경 지음 ; 김장환 옮김 ; 살림출판사, 2000년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송宋나라의 유의경(劉義慶:403∼444)이 편집한 후한後漢 말부터 동진東晉까지의 일화집입니다. 처음에는 [수신기]나 [요재지이] 같은 소설집(여기서 소설은 현대의 소설과 달리, 일화집 같은 의미입니다)인 줄 알았습니다만, 흥미로 몇 장 뒤적거려보니 소설은 소설이되 지인志人소설이더군요. 인간이 아는 것들의 일화를 엮은 지괴志怪(괴이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라는 정도입니다)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지요.

사실 진냥은 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없었습니다. 우선 위나라.... 고백하자면 저, 나관중의 세뇌에 당해 촉한정통론의 똘마니였다구요?ㅜㅜ 삼국지에서 관공을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위나라는 주적. 그리고 뒤를 이은 진나라 역시 찬탈에 의해 정권을 잡은데다 사마의의 손자가 건국한 것이기 때문에 호감도 낮음. 또한 고등학교 세계사에 있어서 위진남북조 시대란 ① 혼란기 ② 청담사상 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으면 장땡이었지요. 네에, 진냥의 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한 지식은 고등학교 레벨에서 성장하지 못했던 겁니다...ㅜㅜ

그런 상태에서 흥미 본위로 읽게 된 [세설신어]였습니다만... 글쎄 이게 의외로 재미있는 겁니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지식인들이란 난세에 시달려 무력해진 패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지독하다), 뭐...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지만, 사람이란 어떤 난리 중에서도 어떻게든 꾸려나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 혼란기 청담을 토론하는데 열을 올리고 산 속에 들어가는 것을 무슨 로망처럼 여기며 교묘한 말로 모욕과 칭찬을 주고받는 이야기들. 어떻게 봐도 술꾼에 난봉꾼으로밖에 안 보이는 이들이 존경받는 명사였고, 친애하는 벗의 장례식장에서 나귀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아내와 거침없는 조롱을 주고받고. 제대로 된 유학자가 보면 기겁을 할 이야기들입니다만, 의외로 싫지 않았어요. 파격이라는 것이 아무런 신념도 생각도 없이 마구잡이로 자행되는 것이라면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되기 십상이겠지만-
언젠가 유홍준 교수가 저희 학교에 와서 특강을 하신 일이 있습니다. 주제는 [완당 평전].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추사체를 온고지신에 견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옛 서체에 통달하였기에 추사체 같은 파격적인 기법을 창조해낼 수 있었다고...


또한 인상깊었던 것은 역자의 평이었습니다. '유가사상의 속박을 받던 지식인들이 마음껏 개성을 표출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청담사상은 난세에 대한 도피이고, 지식인들은 무력할 뿐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덕분에 전혀 관심없던 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관련서적을 뒤지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논문 주제도 못 정했는데.....

허연이 젊었을 때 사람들이 그를 왕구자와 비교하자, 허연은 크게 불만스러웠다. 그때 여러 명사들과 지법사가 함께 회계의 서사에서 불경을 강론했는데 왕구자도 그곳에 있었다. 허연은 마음 속으로 몹시 분이 나서 곧장 서사로 가서 왕구자와 변론을 벌여 우열을 결정하고자 했다. 격렬하게 서로 논쟁한 끝에 마침내 왕구자가 크게 패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허연이 왕구자의 논리를 사용하고 왕구자가 허연의 논리를 사용하여 다시 서로 변론을 벌였지만 왕구자가 또 패했다. 허연이 지법사에게 말하길 "제자(허연 자신)의 방금 전 의론이 어떠합니까?"라고 하자, 지법사가 조용히 말하길 "그대의 의론은 훌륭하긴 하지만 어찌 그리 심하게 하는가? 이것을 어찌 진리의 중정(中正)함을 구하는 담론이라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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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집
벨마 월리스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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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따뜻한 집(원제 Two old women) / 벨마 월리스 지음 ; 이은선 옮김 ; 홍익출판사, 2000

저는 학교 도서관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의를 기울여 뒤적거리는 곳이 4층 사회과학자료실 390번대 서가입니다. 왜인고 하니, 그곳에 민속학 관련 서적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엡 저 옛날이야기 좋아합니다... 민담 설화 문화사 아주 껌벅 죽습니다. 아아 졸업 때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390번대 서가를 배회하던 어느 날.
'세계민담전집' 이라든가 '~~~ 풍속사', '짚문화' 같은 서명이 득시글거리는 책꽂이에서,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하였던 것이에요.
[가장 따뜻한 집]
헤에? 무슨 책이지? 하고 뽑아서 펼쳐서 책 날개를 보았습니다.
'벨마 윌리스. 1960년, 알레스카에서 태어났다. (...) 알래스카 인디언의 전통에 따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실제로 들은 이 실화는,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화제를 (....)'

바로 대출 GoGoGo

죄송합니다... 새삼 말하기도 뭣하지만...
저는 극지방 너무 좋슴다.
북극 탐험 이야기 좋아하고, 알래스카 원주민 이야기 좋아하고, 시베리아 좋아하고. 추운 거 잘 견디지도 못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엄청 좋아요. 네네네.(자타공인 늑대 펫치인 것은 이미 블로그 로고를 봐도...)

그래서 읽는 것도 아까워 들추지도 못하기 며칠.([로키산맥의 늑대]때도 이랬지....)
어제 비로소 다 읽었습니다. 이에이-!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이야기는 알래스카의 툰드라 위에서,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다 못한 어느 부족이 무서운 결단을 내리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80세와 75세의 할머니인 치드지그약과 사라를 버리고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무정한 풍습은 굳이 혹독한 알래스카에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장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그러한 풍습이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로 두 번이나 제작된 바 있지요.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버려진 두 할머니입니다. 두 할머니는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덫을 놓고 옷을 만듭니다. 황량하고 무서운 툰드라는 저렇게 나이든 할머니 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얼어붙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두 할머니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손도끼와 사슴가죽 주머니가 있습니다....

벨마 윌리스는 어머니로부터 들은 옛날 이야기를 이야기로 엮었다고 합니다. 분명 처음 전해내려온 이야기는, 그 무시무시한 툰드라에서 살아남은 두 할머니의 행적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는 내용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벨마 윌리스는 그것을 비참한 환경에 직면한 사람의 각박한 심정, 피붙이에게서 배신당했다는 치드지그약의 슬픔, 무엇이든 해보리라 생각하는 사라의 결의, 그런 감정들을 그려내는 데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앞에 직면한 시련이 너무나 끔찍해서, 우리는 분명 사람된 도리를 잊어버릴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165페이지의 이 얄팍한 책은, 사람이 그런 고난과 비극에 얼마나 훌륭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요.
상처는 싸맬 수 있습니다. 부서진 것은 고칠 수 있어요.
인간은 지상에 낙원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가장 따뜻한 집 정도는 세울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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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봄
이시다 미키노스케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이산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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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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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언니의 블로그(<-여기입니다. 크엉! 이글루에서는 다른 타입의 블로그로 트랙백이 안 먹혀요!;ㅁ;)에서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읽게 된 책.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이에이-!
이 책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그토록 번영을 구가하던 당나라의 수도 장안의 모습을 형용한 묘사이겠지요. 모란을 흔상하는 사람들, 귀공자가 금안장을 얹은 말을 몰아 호희胡姬가 포도주를 따르는 술집으로 들어가는 정경, 불야성을 이룬 정월의 도읍. 제가 역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그 시대 사람들이 생활하는 생생한 모습인 만큼 기뻐하면서 읽었답니다.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저마다 특색이 있고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만, 진냥이 굳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와 시대를 꼽으라면 역시 당나라입니다. 무엇보다도 당 태종과 위징이 정말 좋습니다!
위징이 후대에 이름을 남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직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징은 태종의 조정에 몸담으면서 수백 차례에 이르는 엄중한 간언을 올렸지요. 그러나 대개 비위가 상하면 충신을 죽이기 일쑤인 중국 황제 중에서, 태종만큼 간언을 잘 받아준 황제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yes맨이었던 것도 아니지요. 당 태종이 다스렸던 정관 연간이 중국 역사에서도 보기 드물만큼 안정된 치세였던 것은, 간언을 잘 하는 신하와 그 간언을 잘 조율할 수 있었던 황제의 합주곡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여름 중국 답사 때, 저는 명 태조 주원장의 무덤인 명 효릉에서 '치륭당송治隆唐宋'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청의 강희제가 쓴 것으로 주원장의 업적이 당 태종과 송 태조를 능가한다는 의미라던가요. 물론 명 태조의 업적도 휘황한 것이고, 강희제 또한 옹정 건륭에 이르기까지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룩한 인물이지요.
하지만 명 태조도 옹정제도 문자의 옥이라고 하는 언론탄압을 일으켰다고 하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꽃이 만개한 도시, 장안. 곱슬머리에 코가 크고 눈이 푸른 호인이 왕래하고, 조로아스터 교와 마니 교의 사원이 세워진 도시. 귀공자는 술잔에 서역의 술을 기울이고, 귀부인은 호인의 풍습대로 옷을 입고 몸을 치장하는 곳.

싫은 소리,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굉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겁니다요. 예엡.
아무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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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최용우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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