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세설신어 -상 살림중국문화총서 7
유의경 지음, 김장환 옮김 / 살림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글루스 2004년 12월 12일 게시한 글입니다)

세설신어 / 유의경 지음 ; 김장환 옮김 ; 살림출판사, 2000년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송宋나라의 유의경(劉義慶:403∼444)이 편집한 후한後漢 말부터 동진東晉까지의 일화집입니다. 처음에는 [수신기]나 [요재지이] 같은 소설집(여기서 소설은 현대의 소설과 달리, 일화집 같은 의미입니다)인 줄 알았습니다만, 흥미로 몇 장 뒤적거려보니 소설은 소설이되 지인志人소설이더군요. 인간이 아는 것들의 일화를 엮은 지괴志怪(괴이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라는 정도입니다)와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라는 거지요.

사실 진냥은 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해 그다지 흥미가 없었습니다. 우선 위나라.... 고백하자면 저, 나관중의 세뇌에 당해 촉한정통론의 똘마니였다구요?ㅜㅜ 삼국지에서 관공을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위나라는 주적. 그리고 뒤를 이은 진나라 역시 찬탈에 의해 정권을 잡은데다 사마의의 손자가 건국한 것이기 때문에 호감도 낮음. 또한 고등학교 세계사에 있어서 위진남북조 시대란 ① 혼란기 ② 청담사상 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으면 장땡이었지요. 네에, 진냥의 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한 지식은 고등학교 레벨에서 성장하지 못했던 겁니다...ㅜㅜ

그런 상태에서 흥미 본위로 읽게 된 [세설신어]였습니다만... 글쎄 이게 의외로 재미있는 겁니다. 위진남북조 시대의 지식인들이란 난세에 시달려 무력해진 패거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지독하다), 뭐...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지만, 사람이란 어떤 난리 중에서도 어떻게든 꾸려나가는 법 아니겠습니까. 그 혼란기 청담을 토론하는데 열을 올리고 산 속에 들어가는 것을 무슨 로망처럼 여기며 교묘한 말로 모욕과 칭찬을 주고받는 이야기들. 어떻게 봐도 술꾼에 난봉꾼으로밖에 안 보이는 이들이 존경받는 명사였고, 친애하는 벗의 장례식장에서 나귀 울음소리를 흉내내고, 아내와 거침없는 조롱을 주고받고. 제대로 된 유학자가 보면 기겁을 할 이야기들입니다만, 의외로 싫지 않았어요. 파격이라는 것이 아무런 신념도 생각도 없이 마구잡이로 자행되는 것이라면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되기 십상이겠지만-
언젠가 유홍준 교수가 저희 학교에 와서 특강을 하신 일이 있습니다. 주제는 [완당 평전]. 추사 김정희 선생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추사체를 온고지신에 견주었던 것이 기억납니다. 옛 서체에 통달하였기에 추사체 같은 파격적인 기법을 창조해낼 수 있었다고...


또한 인상깊었던 것은 역자의 평이었습니다. '유가사상의 속박을 받던 지식인들이 마음껏 개성을 표출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청담사상은 난세에 대한 도피이고, 지식인들은 무력할 뿐이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참으로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아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덕분에 전혀 관심없던 위진남북조 시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관련서적을 뒤지고 있습니다. 이래도 되나.... 논문 주제도 못 정했는데.....

허연이 젊었을 때 사람들이 그를 왕구자와 비교하자, 허연은 크게 불만스러웠다. 그때 여러 명사들과 지법사가 함께 회계의 서사에서 불경을 강론했는데 왕구자도 그곳에 있었다. 허연은 마음 속으로 몹시 분이 나서 곧장 서사로 가서 왕구자와 변론을 벌여 우열을 결정하고자 했다. 격렬하게 서로 논쟁한 끝에 마침내 왕구자가 크게 패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허연이 왕구자의 논리를 사용하고 왕구자가 허연의 논리를 사용하여 다시 서로 변론을 벌였지만 왕구자가 또 패했다. 허연이 지법사에게 말하길 "제자(허연 자신)의 방금 전 의론이 어떠합니까?"라고 하자, 지법사가 조용히 말하길 "그대의 의론은 훌륭하긴 하지만 어찌 그리 심하게 하는가? 이것을 어찌 진리의 중정(中正)함을 구하는 담론이라 하겠는가?"라고 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장 따뜻한 집
벨마 월리스 지음, 이은선 옮김 / 홍익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따뜻한 집(원제 Two old women) / 벨마 월리스 지음 ; 이은선 옮김 ; 홍익출판사, 2000

저는 학교 도서관 곳곳을 들쑤시고 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의를 기울여 뒤적거리는 곳이 4층 사회과학자료실 390번대 서가입니다. 왜인고 하니, 그곳에 민속학 관련 서적이 집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엡 저 옛날이야기 좋아합니다... 민담 설화 문화사 아주 껌벅 죽습니다. 아아 졸업 때까지 다 읽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390번대 서가를 배회하던 어느 날.
'세계민담전집' 이라든가 '~~~ 풍속사', '짚문화' 같은 서명이 득시글거리는 책꽂이에서, 눈에 띄는 제목을 발견하였던 것이에요.
[가장 따뜻한 집]
헤에? 무슨 책이지? 하고 뽑아서 펼쳐서 책 날개를 보았습니다.
'벨마 윌리스. 1960년, 알레스카에서 태어났다. (...) 알래스카 인디언의 전통에 따른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 그녀가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실제로 들은 이 실화는, 알래스카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 화제를 (....)'

바로 대출 GoGoGo

죄송합니다... 새삼 말하기도 뭣하지만...
저는 극지방 너무 좋슴다.
북극 탐험 이야기 좋아하고, 알래스카 원주민 이야기 좋아하고, 시베리아 좋아하고. 추운 거 잘 견디지도 못하면서 이런 이야기가 엄청 좋아요. 네네네.(자타공인 늑대 펫치인 것은 이미 블로그 로고를 봐도...)

그래서 읽는 것도 아까워 들추지도 못하기 며칠.([로키산맥의 늑대]때도 이랬지....)
어제 비로소 다 읽었습니다. 이에이-! 만족스러운 독서였어요.
이야기는 알래스카의 툰드라 위에서, 굶주림과 추위를 견디다 못한 어느 부족이 무서운 결단을 내리는 데에서 시작합니다. 80세와 75세의 할머니인 치드지그약과 사라를 버리고 떠나기로 한 것입니다. 이런 무정한 풍습은 굳이 혹독한 알래스카에서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고려장이 있었고, 일본에서도 그러한 풍습이 [나라야마 부시코]라는 영화로 두 번이나 제작된 바 있지요.
이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버려진 두 할머니입니다. 두 할머니는 가만히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 않겠다는 일념 하에 덫을 놓고 옷을 만듭니다. 황량하고 무서운 툰드라는 저렇게 나이든 할머니 둘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얼어붙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두 할머니에게는 자식과 손자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손도끼와 사슴가죽 주머니가 있습니다....

벨마 윌리스는 어머니로부터 들은 옛날 이야기를 이야기로 엮었다고 합니다. 분명 처음 전해내려온 이야기는, 그 무시무시한 툰드라에서 살아남은 두 할머니의 행적에 놀라움과 찬사를 보내는 내용이었으리라 짐작됩니다.
하지만 벨마 윌리스는 그것을 비참한 환경에 직면한 사람의 각박한 심정, 피붙이에게서 배신당했다는 치드지그약의 슬픔, 무엇이든 해보리라 생각하는 사라의 결의, 그런 감정들을 그려내는 데에 치중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앞에 직면한 시련이 너무나 끔찍해서, 우리는 분명 사람된 도리를 잊어버릴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165페이지의 이 얄팍한 책은, 사람이 그런 고난과 비극에 얼마나 훌륭하게 맞서 싸울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요.
상처는 싸맬 수 있습니다. 부서진 것은 고칠 수 있어요.
인간은 지상에 낙원을 만들 수는 없겠지만. 가장 따뜻한 집 정도는 세울 수 있는 거예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안의 봄
이시다 미키노스케 지음, 이동철 외 옮김 / 이산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배언니의 블로그(<-여기입니다. 크엉! 이글루에서는 다른 타입의 블로그로 트랙백이 안 먹혀요!;ㅁ;)에서 추천하는 글을 보고 읽게 된 책.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었습니다. 이에이-!
이 책의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그토록 번영을 구가하던 당나라의 수도 장안의 모습을 형용한 묘사이겠지요. 모란을 흔상하는 사람들, 귀공자가 금안장을 얹은 말을 몰아 호희胡姬가 포도주를 따르는 술집으로 들어가는 정경, 불야성을 이룬 정월의 도읍. 제가 역사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그 시대 사람들이 생활하는 생생한 모습인 만큼 기뻐하면서 읽었답니다.

중국사를 공부하면서 어느 시대 어느 나라든지 저마다 특색이 있고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만, 진냥이 굳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와 시대를 꼽으라면 역시 당나라입니다. 무엇보다도 당 태종과 위징이 정말 좋습니다!
위징이 후대에 이름을 남기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그의 직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징은 태종의 조정에 몸담으면서 수백 차례에 이르는 엄중한 간언을 올렸지요. 그러나 대개 비위가 상하면 충신을 죽이기 일쑤인 중국 황제 중에서, 태종만큼 간언을 잘 받아준 황제도 드뭅니다. 그렇다고 yes맨이었던 것도 아니지요. 당 태종이 다스렸던 정관 연간이 중국 역사에서도 보기 드물만큼 안정된 치세였던 것은, 간언을 잘 하는 신하와 그 간언을 잘 조율할 수 있었던 황제의 합주곡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여름 중국 답사 때, 저는 명 태조 주원장의 무덤인 명 효릉에서 '치륭당송治隆唐宋'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청의 강희제가 쓴 것으로 주원장의 업적이 당 태종과 송 태조를 능가한다는 의미라던가요. 물론 명 태조의 업적도 휘황한 것이고, 강희제 또한 옹정 건륭에 이르기까지 청나라의 전성기를 이룩한 인물이지요.
하지만 명 태조도 옹정제도 문자의 옥이라고 하는 언론탄압을 일으켰다고 하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꽃이 만개한 도시, 장안. 곱슬머리에 코가 크고 눈이 푸른 호인이 왕래하고, 조로아스터 교와 마니 교의 사원이 세워진 도시. 귀공자는 술잔에 서역의 술을 기울이고, 귀부인은 호인의 풍습대로 옷을 입고 몸을 치장하는 곳.

싫은 소리,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굉장한 것일지도 모른다! 라는 겁니다요. 예엡.
아무튼 재미있는 책이었습니다! 라는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 세계 역사를 바꾼 스탈린그라드 전투 590일의 기록
안토니 비버 지음, 안종설 옮김 / 서해문집 / 2004년 6월
18,500원 → 16,650원(10%할인) / 마일리지 920원(5% 적립)
2022년 12월 09일에 저장
절판
산산조각 난 신- 어느 태평양전쟁 귀환병의 수기
와타나베 기요시 지음, 장성주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0원(1% 적립)
2022년 12월 01일에 저장
절판
일본 제국 패망사- 태평양전쟁 1936~1945
존 톨랜드 지음, 박병화.이두영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19년 8월
58,000원 → 52,200원(10%할인) / 마일리지 2,9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2022년 12월 01일에 저장

어느 하급장교가 바라본 일본제국의 육군
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 최용우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22년 12월 01일에 저장
절판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닌자 슬레이어 5 - S Novel
브래들리 본드 외 지음, 와라이나쿠 그림, 김완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작가 제형과 번역가 김완=상의 와자마에! 고우랑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41 | 42 | 4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