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신령을 잇는 상징 무구 - 서울시, 경기도, 강원도
국립문화재연구소 엮음 / 민속원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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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는 무속인의 무구를 조사해서 엮은 책입니다. 요즘 무속 관련 소재에 소홀하긴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간만에 읽는 충실한 책이군요....

이 책이 멋진 점은 무속인의 무구를 실측까지 해가며 조사, 촬영하고, 무구의 특징을 고찰한 것에도 있지만, 그 무구를 소유한 무속인의 배경과 활동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수록하고 있는 데에도 있습니다. 그에 따라 해당 무속인의 무속에 대한 견해 등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흥미로워요.

여러 가지로 흥미진진했습니다만 특히 놀란 것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무속의 전수 풍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속인들도 특정한 스승(신아버지/신어머니로 부르는)을 두지 않고 강신 체험만으로 입문하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다른 누구보다도 신을 스승으로 삼는 점에서 무속답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에게로 이어지는 무엇인가도 있을 텐데 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강신무와 세습무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라든가..=ㅁ=/ 무속인의 단골들은 세습무보다는 강신무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군요. 그야 신을 믿고 들어가는 것이니 신이 내린 무당이 더 믿음직하겠지만... 이렇게 해서 세습무가 설 자리가 사라지면 세습무가 가진 무속의 예술성, 기예도 사라질지도 모르니 어쩐지 슬프더군요ㅠㅠ

후 참으로 충실한 독서였지만 제 입장에서는 괴로웠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이런 책을 읽고 있으면 글의 소재로 쓰고 싶어 견딜 수 없습니다=ㅁ=/

이렇게 일이 아프리카 무소떼처럼 쇄도하고 있을 때야말로 글이 쓰고 싶어지니 이 얼마나 슬픈 인간의 본성....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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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유혹 -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인챈티드 월드
타임라이프 지음, 김명주 옮김 / 분홍개구리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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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평의 (저한테만) 타임라이프 시리즈! 이번에는 생명을 낳기도 하지만 파멸시키기도 하는 물을 주제로 하고 있네요.

1장은 '우주의 원천'. 각종 창세 신화와 홍수 신화에 관계된 물의 표상을 다룹니다. '길가메시 서사시'도 언급되는데 엔키두의 비통한 죽음을 서술하면서 '그 사랑스러운 살결이'~ .... 엔키두를 길가메시의 정실 취급하는 모 모바일 게임입니까??!!

2장은 '바다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이아손, 오디세우스 등 험난한 바다를 헤쳐나간 모험자들을 다루고 있네요.

그나저나 일본 바다신으로 '콤피라'를 소개하면서 선원들이 항해의 안전을 기원하여 콤피라의 그림을 지니고 다녔고 고토히라의 콤피라 신사는 선원들로 문전성시라기에 진짠가.. 싶어 검색해봤더니 진짜루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천 관광지로 유명하다나요. 물론 콤피라를 모시는 신사도 유명해서 에도 시대에는 주인이 바빠서 못 갈 때 개를 보내어 대신 참배를 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콘피라 이누'의 동상도 여기저기 있다는 모양이에요. 물론 개 혼자서 순례 여정을 답파하지는 못했을 테고 주변의 순례자들이 돌보아주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훈훈한 풍습....

......이게 주제가 아니고!!!

어쨌든 가보고 싶군요, 고토히라의 콤피라 궁.... 도 결론이 아니고!!!

3장은 '바람과 파도의 망령들'. 바다가 죽음의 세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까요? 갖가지 유령 에피소드도 다루어집니다. 일러스트가 한층 더 무시무시합니다...=ㅁ=

그 와중에 유명한 일본 괴담 '귀 없는 호이치'도 껴있기에 뿜었겠지요. 타이라 무사도 바다의 원혼이라고 하면 원혼이긴 한데... 판관편애 정서를 이해할 리 없는 서구인의 서술로 묘사해서 나름 유쾌했습니다. 비파를 류트라 쓰지 않나(....)

4장은 '위험한 경계 지대'. 땅과 물의 경계를 다룬 에피소드입니다.

....여기에서도 일본의 유명한 옛 이야기 '우라시마 타로'가 튀어나와서 다시금 뿜었습니다. 용왕을 바다 임금이라 쓰는 유쾌함!

유달리 일본 에피소드가 많은 까닭은 섬나라라서일까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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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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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7세의 봄 / 오노 후유미 지음 ; 혜란 옮김 ; 조은세상 2005


[십이국기]로 대단히 좋아하는 작가, 오노 후유미의 공포소설입니다. [악몽이 깃든 집]의 사례도 있고, 이 작가는 공포소설 쪽이 본분인 것 같더군요. [십이국기]의 경우도 굳이 장르를 나누자면 지괴소설이랄까 그런 느낌이죠....

본래 공포소설을 읽으면 악몽까지 꿀 정도로 겁이 많은 저이건만...

(남을 시켜서) 호러 게임을 하고, 호러 영화(의 스토리라인만)를 보고, 호러 소설 모음집을 (안 무서웠지만) 읽어 호러 소재에 길을 들인 보람이 있는지... 별로 안 무서웠습니다.

(잠깐 즐기는 방법이 다르다)

오노 후유미는 호러 분위기를 묘사하는데에도 능수능란하지만, 그것보다 더 압도적인 것은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어필하는 데에 강하다는 점입니다. 한 번 접하고 나면 석 달 열흘은 기억이 날 듯한 찝찌구리함이랄까요.

그런데 이번 작품들을 읽어보니

주제에 해피엔딩

랄까 좋은 사람 너무 많이 나와!!!

사토루 군도 착한 아이였고... 마키코 씨는 아주 보살님....

오노 후유미 주제에 이래도 되냐?! 라는 기분도 들었지만... 사실 [십이국기]도 초반에는 작살나게 우울했지만, 그걸 극복하는 과정이 실로 감동적이었죠. 저는 울 뻔 했습니다ㅠㅠ

인간의 추악한 모습을 어필하면서 그것을 극복하는 이야기도 쓴다는 것은, '인간은 추악한 것이다'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에는 결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실은 오노 후유미라는 작가는 상당히 인간이라는 존재에 애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예전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데 말이죠. 저도 삭은 것일까요...

랄까 벌써 푹- 썩었지만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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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오펜 20 (노트 포함) - 나의 성역으로 열리라 문 -하
아키타 요시노부 지음, 하성호 옮김, 쿠사카 유우야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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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쓸 때에는 캐릭터에 비중을 두는 편이지만, 세계관도 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캐릭터들이 진짜 살아있는 것 마냥 작품의 세계를 걸어다닐 때에는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요. 세계가 마련한 안배가 착착 맞아떨어지면서 대단원을 맞이할 때에는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의미에서 멋진 작품, [마술사 오펜]. 세계관은 근사한데 맹렬하게 공회전하는 캐릭터들이 몇 있어서 작품이 진행중일 때에는 미심쩍었으나, 최종권인 20권에 도달했을 때의 그 충족감이라니.... 결국 그 맹렬하게 공회전하는 캐릭터마저 저 세계관에서는 필요불가결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도 대단했습니다-

....근데 마지막 권 출판된지 언제라고 지금 감상을 쓰냐고 물으신다면 수험생의 복잡한 심경....(한글을 써라)

또 이 작품의 장점이라고 하면 라이트노벨 답지 않은 묘사라고나 할까요.... 뭐 라이트노벨의 문체가~ 어쩌구 할 정도로 라이트노벨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상당히 감각적인 묘사라고 느껴집니다. 20권 클라이막스의 그 장면은 정말이지 투 썸즈 업을 안 할 수가 없음다.

인상깊은 커플은 로테샤와 에드. 제가 생각하기에도 왜?!?! 싶지만... 결코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열받는 건지 슬픈 건지 안타까운 건지 알 수 없는 관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20권의 투 샷 일러스트는 킹왕짱이었어요.

주인공 오펜 군.... 그렇게 죽도록 고생하고 큰 일 수습하면서(터뜨리기도 하면서) 결국 바라던 것은 아무 것도 얻지 못하다니ㅠㅠ 이렇게 박복한 판타지 주인공은 판타지 역사상에서도 드물 겁니다.... 물론 설정상 비극인 주인공은 얼마든지 있지만, 오펜은 끝까지 누구에게 동정받지도 않고 누구에게 우는 소리도 하지 않아서 오히려 보는 사람이 마음이 아파요ㅠㅠ 그래도 엔딩 장면에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 그래! 인간은 절망을 딛고 나아가는 거다! 하는 기분이 드는 겁니다.

...암살자에 깡패에 사채업자라는 막장 직업생활을 한 주인공치고는 너무나 바람직한 녀석입니다ㅠㅠ

물론

베스트 캐릭터는

레키&딥 드래곤 전원.

....당연한 거 아닙니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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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정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토바 마틴 글, 리처드 W. 브라운 사진 / 윌북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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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제목의 이름이 제 머릿속에서 굴리는 캐릭터랑 똑같아서....OTL 그러나 막상 봤더니 [비밀의 화원]을 비롯한 많은 작품들에 아름다운 삽화를 그리는 여류 화가 타샤 튜더의 정원과 생활 이야기였습니다.

풀밭이든 산기슭이든, 어린 시절 주위에 그런 곳이 있어 철마다 피는 꽃을 꺾고 먹지도 못할 열매를 따 모으며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만개한 꽃과 우거진 나무에 대해 떼낼 수 없는 추억 같은 것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사랑스러운 추억을 천국과도 같은 형태로 피워낸 곳이 바로 타샤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92세나 되었으면서도 그토록 환상적인 정원을 가꾸며 코기 종 강아지들과 염소, 닭, 구구거리는 비둘기들에게 둘러싸여 목가적이고도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타샤 튜더 본인도 대단했습니다. 이름난 정치가나 장군만이 대단한가요? 꿈처럼 그리던 것을 정말로 이루어내었다는 점에서 타샤 튜더는 위대하다고 평가받아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그녀의 절친한 친구 토바 마틴이 타샤의 삶을 바라보면서 풀어나가는 사계절의 이야기와, 또 그에 못지 않게 그녀의 정원을 사랑하는 리처드 브라운이 찍은 사진이 보여주는 광경은 황홀하다고 말하기에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덧붙여 타샤가 그녀의 집을 방문한 여자아이들에게 옛날식 드레스를 입히고 화환을 씌워서 찍은 사진도 있는데, 그야말로 동화책 속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것만 같이 예뻐서 뒤로 넘어갑니다>ㅁ< 루이스 캐럴이 사랑한 빅토리아 시대의 천진난만한 소녀 그 자체랄까요.

온갖 꽃 사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작약. 정말로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이름도 안 나온 꽃들도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타샤 튜더 본인에게 이름을 묻고 싶지만, 그럴 기회가 있을까요.(/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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