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성적소수자
케빈 제닝스 / 이연문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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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는 이런 글을 곧잘 읽습니다. 특정 취향의 여성 전용 취미(...)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렇게 소수의 역사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중세의 나병환자도 그래서(이하하략)

각설하고. 원래 하도 제목에 낚이는 체질인지라 이번에는 목차를 스윽 훑어봤더니,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버다취 풍습에 대한 대목이 있더군요. 북아메리카 원주민의 버다취 풍습은 전부터 궁금한 점이 많았는지라 과감히 읽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버다취 풍습보다 더 큰 수확이....

저보고 이 책의 제목을 지으라고 한다면 '성적소수자 투쟁의 역사'라고 붙일 겁니다. 그만큼 근현대 들어서 성적소수자가 박해받은 증거, 법률, 판례 등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매카시즘 시대 동성애자의 공직 진출 금지 법안, 2차대전에서 불명예 제대한 동성애자 군인, 독일 제국 의회의 비역(금지)법 등.... 또한 성적소수자의 입장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한 개인의 기술도 많이 수록되어 있죠.

한편으로는 그런 잔인한 현실 속에서, 성적소수자로 분류된 사람들이 얼마나 힘겹게 열심히 싸워왔는지- 그것 또한 그려져 있어서, 어쩐지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사실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히틀러가 동성애자에게 분홍색 별을 붙여 강제수용소로 보냈다는 역사적 사실은 물론이고, 지금 당장도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혐오범죄의 대상으로 무고한 동성애자가 희생당하는 일이 종종 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혐오 의식이 보편적이고 공공연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가 뜻밖의 경우 접하게 되었을 때 부지불식간에 혐오와 적의를 드러내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는 이 문제가 개인의 성적 취향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용인할 수 있는가- 그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증오할 때에는 묻지 않으면 안됩니다.

이것이 진실로 순수하게 나 자신에게서 우러나온 감정인가? 누군가가 이것을 이용하지는 않는가?

나 자신이 온전하게 다룰 수 있는 감정인가? 자칫 날뛰어 죄없는 이를 상처입히는 그런 것은 아닌가?

우리는 다른 사람을 상처주는 이 감정 대신에- 더 나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역사에서 단 한 가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자신에게 묻는 법이 아닌가 하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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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구비서사시의 양상과 변천 서남동양학술총서 3
조동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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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보통 이런 책은 4층 사회과학-민속학 서가에서 곧잘 찾을 수 있는데 어째 3층 인문과학 서가에서 봐버렸습니다. 그런 책이 종종 있지요. 보석 관련 서적이 4층과 3층에 모두 분포해있다든가, 고려 시대 역사서의 한 가지인 [제왕운기]가 고전문학 서가에서 발견된다든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배치한 것이겠지만 땡기는 주제를 찾아가서 제목을 보고 책을 골라오는 취미가 있는 저로선 어처구니 없을 때가 있습니다.

뭐, 그건 그렇고.

겉보기에도 꽤 깊숙이 들어가는 일종의 논문서라, 읽어볼 마음은 안 들었습니다만... 이게 슬쩍 들춰보니 한국의 제주도 뿐만 아니라 유구(현재의 오키나와), 아이누, 동남아시아 제민족에서 인도 타밀족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서사시를 다루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떡밥을 물었습니다.

이 책은 서사시에 대해 상당히 신선한 정의를 하고 있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서사시가 소수 민족의 저항정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지방 분권을 통제하고 주변 민족을 지배하려고 했던 일본, 중국 등지는 서사시가 소멸했다는 것이며, 고대 서사시는 개인적이고 영웅적이지만 중세 서사시는 위민적이고 국가적이라는 등의 내용이지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글에 감정이 너무 들어간 점은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서사시가 사멸한 일본 중국에 대해서는 자못 비난조의 말을 퍼붓고 있었어요. 또 서구 중심의 문화 거대 담론을 타파하는 것이 정치적 물질적 우열과는 반대 급부를 가지는 서사 문학의 연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게 또 서구 중심의 거대 담론에 얽매였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발상이란 말이죠. 하긴, 완전히 새로운 발상을 하는 것은 천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또한 서사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소한 규칙성도 일일이 보편적 학설로 발전시키려는 노력도 저로서는 떨떠름하더군요. 보편보다는 특수라는 말을 너무 듣고 살아서 그런가... 아니 뭐, 서사시는 그 자체로서 좋은 것 아니겠어요? 아이누의 가무이 유카르든 제주도의 삼성 설화든 말이지요. 하긴 이렇게 생각하는 인간이니까 제가 학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겠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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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년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87
빅토르 위고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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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 헌법, 93년 헌법, 95년 헌법.

....프랑스 혁명사 공부하면서 겁나게 외우던 터에 읽기로 마음먹은 책입니다.(....)

제가 소설가로서 가장 존경하는.. 아니 오히려 경애하는 인물은 바로 빅토르 위고입니다. 어릴 적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청목출판사 판 [노틀담의 꼽추]를 얻어온 이래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릅니다. 음악으로 치면 장중한 오페라나 교향곡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묘사, 다양한 인간 군상, 무엇보다 독자의 마음까지도 태울 것 같은 인간애.... [레 미제라블]을 읽은 것은 대학 들어서였지만 마지막 구절은 읽을 때마다 울어버리고 말아요.

그렇게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번역된 것이 극소수라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귀중한 [93년]은, 1793년 자코뱅당이 정권을 잡고 격동에 휘말려 있을 당시 왕당파와 파리 시민군의 내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만하고 강직한 왕당파이자 잔인무도한 농민 반란군 지휘관 랑트나크 후작, 랑트나크의 조카손자이며 이상에 불타는 시민군 지휘관 고뱅, 그리고 고뱅의 가정교사이며 그를 아버지처럼 사랑하지만 혁명에 정열과 신념을 바치고 있는 감찰관 시무르댕의 대립을 통해 93년이라는 격동하는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지요. [레 미제라블]에서도 느낀 건데, 빅토르 위고는 93년을 굉장히 동경하고 있는 듯합니다.

또 로베스피에르와 마라와 당통이라는, 93년 혁명의 심장과도 같은 인물에 대한 묘사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어찌된 일인지 세 사람, 예외없이 '~~다' 어미로 대화하고 있었습니다만. 원문에는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하네요.

신념으로 사람을 죽이던 그 시대에 대하여,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으로 결국 이런 감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라도 인간애의 불길은 꺼지지 않고 타오를 것이라고-

뱀다리: 조르제트, 장차 마성의 여자가 될 듯. 진짜로.

뱀발: "선생님이셨군요!" "아니, 자네의 아버지야." ....고뱅과 시무르댕의 대화는 정말 뭐스러워서 부끄러웠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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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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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양이 글쓰기 모임 때 읽으려고 가져왔기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저자는 본래 환경 보호를 주장하는 생태학자로 이 작품은 첫 소설인데 출판계와 독자들에게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는 모양이에요. Dm양은 존잘은 무슨 분야든 잘 한다며 무척 분개하던데요(....)

그래서 읽기 시작했으나... 저로선 직업적으로 괴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이야기는 1969년과 1952년이 교차하는 구조입니다. 1969년에는 작품의 무대인 습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1952년은 습지에 사는 가난한 가족의 막내딸 카야가 제2차 세계대전의 상이 군인으로 폭력을 일삼는 부친에게서 모친, 언니, 오빠들이 모두 떠나고 부친마저 사라지자 홀로 습지를 벗삼아 살아가는 이야기가 주된 소재입니다.

.........안돼요.... 이런 스토리는 제 안의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와 긴급복지 신고 의무자가 용서치 않는다고요.... 미국의 무능한 주 공권력 같으니라고.....

다만 카야는 마음씨 좋은 흑인 잡화상이 그녀가 딴 홍합을 사 주고, 그녀의 딱한 처지를 간파하고 안 입는 옷을 물려줌으로서 어떻게 삶을 꾸려나가게 됩니다. 정작 백인 목사는 카야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데 말이죠. 물론 주의 교육공무원이 카야에게 의무교육은 시키려고 하지만 정작 힘들게 간 학교에서는 교사도 카야를 배려하지 않고, 학생들도 그녀를 멸시해 호된 꼴을 당한 탓에 이후 공무원이 찾아와도 카야는 늪지로 도망쳐서 숨어버립니다.

....제 안의 의무교육 담당자가(이하하략)

그렇게 7년을 성장한 카야는 야성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소녀로 자라납니다. 동네 악동들이 습격한다거나 하는 위험 속에서 경계심 많은 동물처럼 지내온 카야에게 그녀가 좋아하는 새의 깃털로 유혹하여 테이트가 나타납니다.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고 아버지 슬하에서 자라와 지역 사회에 거리감을 느끼는 소년으로, 카야의 바로 손위 오빠인 조디의 친구였습니다. 그녀가 지닌 습지에 대한 애정과 탁월한 관찰력, 그리고 버릴 길 없는 고독감에 공감한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줍니다. 교사이자 오빠, 나아가 연인으로 점차 깊은 감정에 빠져드는 두 사람이지만... 테이트가 대학의 생물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을 때, 인간 사회와 괴리된 야성을 지닌 카야와 함께 하는 미래를 떠올리지 못한 테이트는 그녀를 일방적으로 떠나고 카야는 또 홀로 남겨집니다.

배신감과 고독을 곱씹는 그녀에게 접근한 인물이 체이스 앤드루스... 지역 유지인 집안 출신으로 럭비 선수인, 이른바 마을의 최상위 카스트. 그는 카야를 한 번 농락하려고 접근하지만 카야의 야성미에 진심으로 매료되고 맙니다. 그러나 마을의 미녀들과 놀아나다가 마침내 다른 여자와 결혼하고, 친구들과 있을 때는 카야를 성적 농담의 소재로 삼는 등....

......카야의 어머니도 그렇고 카야까지도 쓰레기 수거반인가요?ㅠㅠㅠㅠㅠ

끝내 카야도 체이스의 약혼 소식을 알게 되어 단호하게 결별합니다만.

이후 돌아온 테이트. 그는 대학에서도 카야 없이는 살 수 없음을 깨닫고(여기까지는 남부럽지 않은 쓰레기!) 용서를 구하지만 물론 카야는 사정없이 내칩니다. 그래도 그녀의 습지 조개 수집품과 독학한 연구 결과를 출판할 수 있게 주선한 덕에 카야는 상당한 인세를 벌고(....1960년대 미국에서 습지 조개에 대한 책이 돈이 되려나요? 작가의 희망사항 아니여???) 오빠 조디와도 재회하며 그들을 두고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사연도 듣습니다.

......비로소 그녀의 인생이 활짝 핀다고 여겨지려던 찰나.... 결국 카야를 잊지 못한 체이스가 접근합니다. 카야가 격렬하게 거부하자 폭력으로 그녀를 제압하려 들고, 가까스로 벗어나긴 했지만 카야는 그토록 사랑하던 아이들을 평생 찾으려 들지 못했던 어머니가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얼마나 상처입고 무기력해졌던 것인지 이해하게 되죠. 그리고 그녀는 어떤 결단을 내리는데-

......끝내 체이스 앤드루스 살인범으로 몰린 카야. 그저 묵비권만 행사할 뿐 범행을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마시 걸'이라며 거의 미친 사람 취급 받는 그녀를, 뜻밖에 많은 사람들이 도우러 옵니다. 변호사 톰 밀턴. 테이트와 조디. 흑인 마을 사람들. 카야가 그 지난한 재판 기간 동안 유일하게 위안을 받았던, 법원에 사는 고양이를 카야의 감방에 넣어준 간수까지도.

그리고 재판 결과는-

.......자, 이 작품을 읽어주세요!!!

스포일러 하고 싶어 입이... 아니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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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허경진 지음 / 푸른역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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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얼마나 문화사 자료에 숑가는지는 뭐 말할 것도 없으니 제쳐놓고....

그런 의미에서 읽은 [사대부 소대헌·호연재 부부의 한평생]입니다. 제목을 유심히 보면서 '우리나라에 소 씨와 호 씨가 있었나?'라고 생각하신 분은... 저와 소울 브라더.

이 책은 송촌에 있는 송씨의 종가에서 보존하고 있는 유물과 기록을 면밀히 조사하여, 그것을 통해 송요화와 그의 부인 김씨의 생애를 재구성한 책입니다. 소대헌과 호연재라는 호칭은 그들이 생전에 주로 지내던 사랑채와 안채의 당호에서 따온 것이라는군요. 여자는 이름조차 남겨지기가 쉽지 않은 18세기 초와 남녀평등이 절대 명제가 된 요즘 사회 분위기 사이에서 적절하게 절충한 호칭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부부의 생활을 중심으로 그려진 사대부의 삶이니, 평범한 역사 개론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부부의 살가움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조선 시대 사대부에게 좀 많은 것을 바란 것 같군요.

더군다나 이 송씨라고 하면 무려 우암 송시열의 친척입니다. 서인에 노론의 영수였던 집안이니 얼마나 옛 예법에 대해 철저했겠슴까?ㅇ<-<

그렇지만 또 한 번 놀란 것은, 그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호연재 김씨의 자기주장이 아주 대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인은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한문을 배웠고, 한시도 빼어나게 잘 지었다는군요. 뿐만 아니라 [자경편]이라는 제목으로 부인의 덕을 가르치는 글을 지었는데 이 내용이란 게.... 부인의 덕을 훈계하는 것 같으면서도 실은 남편의 패덕을 꼬집고 있습니다. 또한 그녀의 주장은 이러합니다.

'부부의 은혜가 비록 중하지만 제가 이미 나를 깊이 저버렸으니, 나 또한 어찌 홀로 구구한 사정을 보전하여 옆 사람들의 비웃음과 남편의 경멸을 스스로 취하겠는가?'


-> 한 줄 해석: 남편 님 뭥미? 깝 ㄴㄴ

무서워.... 이 사람 무서워! 소대헌씨 빨랑 잘못했다고 빌어요!

요즘같으면 황혼이혼 당할까봐 울면서 매달려야 합니다. 소대헌에게 있어 18세기에 태어난 것은 실로 행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소대헌은 음사로 벼슬에 나아가기 전까지 과거에서 번번히 낙방했는데, 호연재는 과거에서 남편이 지은 글을 가져오게 해서 가만히 읽어보고는 '합격할 수 있는지 몰겠는데 ㅉㅉ'하고 말했다는군요. 무섭다.....

그 밖에 재미있었던 것은, 조선 시대 사대부 집안에도 보드 게임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윷놀이 말고요. 예를 들어 '종정도'라고 해서 주사위를 굴려 관직 관계상에서 승진을 해나가는 게임도 있고, '남승도'라고 해서 명승지를 나아가는 게임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규칙도 아주 재미있는데, 예컨대 '남승도'에서는 여섯 종류의 말이 다 직업이 다릅니다(시인, 무사(한량), 승려, 미인, 농부, 어부). 여기서 시인 말을 택해 게임하는 사람이 주사위를 굴려 과거 많은 시인이 시를 남겼던 평양의 연광정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이 얻은 수를 다 차지해서 나아가는 식입니다. 무사인 한량이 임진왜란의 격전지인 진주 촉석루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의 수를 다 차지하고, 승려는 미인이 먼저 들어가 있는 칸에 들어갈 수 없다는 식이죠. ...이거 팔린다! 조금 개량해서 요즘 만들어도 재미있을 거 같군요!?

제가 이런저런 책을 읽어봤지만, 일본에는 당시 사람들의 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 책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책을 찾는 게 힘들었지요. 예전에는 우리나라가 양 란, 한국전쟁 등을 겪으면서 유적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의 자료가 되어준 송촌의 송씨 종가도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귀중한 문화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흥미를 가지고 손을 내민다면 얼마든지 즐겁게 빠져들 수 있는 사대부의 세계가 그곳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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