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어떻게 신이 되는가
고마쓰 가즈히코 지음, 김용의 옮김 / 민속원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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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어떻게 신이 되는가 / 고마쓰 가즈히코 지음 ; 김용의 옮김 ; 민속원 2005

호젓하면서도 엄청난 마이너 도서를 보유한 본가 앞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입니다. 감상을 쓰려고 보니 민속원 출판사네요. 일반인에게는 대나무하이퍼 마이너하지만 제 취향은 완벽하게 꿰뚫고 있는 출판사입지요. 망하지 말아라...(/먼산)

각설하고... 이 책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신도 문화에 대해서 연구한 책입니다. 일본의 신도에서는 실제 역사 인물을 신으로 섬기는 경우가 많지요. 계기만 있으면 평범한 일반인도 신이 되는 게 가능하다던가요. 이런 신도 신앙의 메커니즘을 알면 야스쿠니 신사 건으로 매번 개거품을 무는 일도 조금은 줄어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열받기는 매한가지더군요. 껄.

일본에서 신으로 섬겨지는 인물들에 대해 그들의 신변과 섬겨지게 된 배경 등을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치명적인 것은 일본을 어느 정도 알지 않으면 여기에 소개된 역사적 인물을 도무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는 점. 최소한 헤이안 시대, 가마쿠라 막부 시대, 전국 시대, 에도 시대의 개요 정도는 알지 않으면 책을 읽어도 전혀 이해가 안 될 것 같더군요;

그 와중에도 인접 국가에서도 알만한 사람이 있어 재미있었다면 재미있었지만....

특히 아베노 세이메이에 대해서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음양사라는 직업으로 유명한 헤이안 시대의 인물. 영화, 소설, 만화 등으로 한국에서도 그럭저럭 인지도를 얻고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 사정은 일본에서도 피차일반이라, 그러한 미디어 매체로 아베노 세이메이를 접한 사람들이 아베노 세이메이를 모신 신사에 문전성시를 이루며 참배하러 온다는 책 속의 이야기에는 이거 참.... 게다가 그걸 말하는 저자의 어조가 묘하게 불만스럽게 들리는 것은 저만입니까?(...)

한 가지 괴로웠던 점은 책 속에서 아베노 세이메이의 표기가 국어 문법 외국어 표기법을 충실하게 따라서, 아베노 세메로 되어 있었다는 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분은.... 자신의 행복에 기뻐해주세요. 으흑.

그밖에 뜻밖이었던 사실은 신사에서 신으로 모시는 인물 중에 무려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름은 이삼평李參平.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으로, 아리타야키라는 도자기의 창시자로서 신사에까지 들게 된 모양입니다. 일본 관점에서 한국의 도공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이 포인트. 덧붙여 이삼평이 일본으로 가게 된 일화로 책에서 소개하는 것으로는 일본의 군대를 인도하여 승리로 이끈 뒤 귀국하는 길에 따라왔다는 식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만, 이 점은 저자조차 태클을 걸더군요=ㅅ=

뿐만 아니라 콜레라와 싸우다 순직한 순사(경찰관)가 신으로 모셔졌다는 등 알기 쉬운 이야기도 많아서, 가로세로 잴 것 없이 잘난 사람만 신도의 신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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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당하게 살겠다
김건우 엮음 / 문자향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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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비범한 여인들의 일화를 채록한 책입니다. 어디서 굴러먹었던 것인지도 모르는 스캔들 중심의 야사가 아니라, 제대로 원전도 있고 원문도 있습니다.

조선시대라고 하면 여성 권리가 땅을 치던 시대라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럭저럭 두께가 있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자면 그야말로 후덜덜..... 아니 정말 굉장합니다. '예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우선 가장 처음에 나오는 일화에는 '검녀'라고 해서 이름난 양반가의 딸과 여종이 집안이 파멸하게 되자 초절한 검술을 연마하여 원수를 죽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건 뭐 무협지도 아니고

그밖에도 여성의 몸으로 성리학을 논의한 여성, 남편을 매질한 여성, 거짓으로 뒤집어쓰게 된 수치를 씻기 위해 칼부림을 한 여성 등, 엄청난 처자들의 이야기가 많았습니다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이것.

16세 꽃다운 나이에 내시에게 시집가게 된 여자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문제를 깨닫게 된 그녀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내시 집의 패물을 훔쳐다가 새로운 인생을 찾으러 떠납니다(....) 그러나 한 번 머리채까지 올린 몸으로서 정상적인 혼인은 맺을 수 없다는 데에 생각이 미친 그녀는, 자신처럼 떳떳치 못한 데가 있는 남자를 찾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에 여자는 주막에서 잘생긴 스님을 만났습니다. 여자는 이거다 싶어(...) 스님과 억지로 동행하였다가 길가 숲에서 덮칩니다(.............).

파계를 하게 되어 혼비백산한 스님을 여자는 잘 설득하여 혼인을 강행하기로 하고(....), 스님의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스님의 어머니는 지금까지 절에 기대어 살던 터라 눈을 까뒤집고 반대합니다만, 여자가 꺼내놓은 패물을 보고 반색합니다. 여자는 새 신랑에게 스님의 가사를 팔아치우고 평범한 옷을 입혔더니 그야말로 미소년이라 대만족. 그러던 중에 스승이었던 산의 거사가 찾아와 난리를 피우지만, 여자는 양싸대기를 먹여 쫓아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시의 패물을 팔아 밭도 사고 재산도 불려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

.....

......대단합니다. 강합니다. /무릎입니다.

요즘 여자들이 강세라고는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 없어요... 진짜 없다구....=ㅁ=/

이런 사례가 백에 하나, 천에 하나... 아니 조선왕조 500년을 통틀어 딱 한 사람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건 인정하지만, 아무튼 조선시대 여성에 대한 통념이 아찔하게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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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를 내 다니는 사랑길
구정호 지음 / 제이앤씨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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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모노가타리]와 [마쿠라노소시]등의 일본 헤이안 시대 문학 안에서 자주 언급되는 작품, [이세 모노가타리]입니다. 작품 중의 와카에서 따온 부제가 참 멋스럽습니다만 이 부제때문에 이 책이 [이세 모노가타리]인 줄 몰랐다는 비극이...=ㅅ= 현린님의 제보로 간신히 이 책의 정체를 알게 되었습니다=ㅁ=/

[이세 모노가타리]는 표면상 당대의 아름다운 와카를 그것이 쓰여진 배경과 더불어 채록되어 있는 형식입니다만, 한 청년의 관례 장면에서 시작해서 동일 인물이 묘하게 반복해서 나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이 인물은 당대 이름난 시인 중 하나인 아리와라노 나리하라. 바로 [이세 모노가타리]의 주인공 격으로, [마쿠라노소시]에서는 저자 세이쇼나곤이 이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를 편드는 구절이 나오지요.

그래서 이 당대 이름난 시인이자 풍류객이었던 아리와라노 나리하라라는 인물의 인상은-

....나쁜 넘입니다.

워낙 연애가 성행하던 시절인 만큼 연애담이 줄줄줄- 나오는데 소꼽친구에서부터 고귀한 신분의 여성, 먼 타향에서 잠시잠깐 만난 처자까지... 대체 몇을 후리고 다닌 거야?!

물론 그런 시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버려진 여자의 원한이 어디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렇게 원한을 사면서까지 잘도 늙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 아리와라씨 댁 말이오. 하긴 욕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말도 있었지....

뭐 와카는 아름답습니다.... 특히 번역 하신 분의 역량이 빛나는 부분으로, 우리나라의 시조처럼 느껴질 만큼 유려합니다.

하지만 전 아리와라 그 자식의(이젠막말) 좋은 평 받았던 시보다, 그가 객지에서 잠시 만났던 여성이 읊었던 것이 훨씬 강렬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저 놈의 닭 머리를 물에 처넣으리 날 밝기 전에 울어 내 님 떠나보내네

.....처자 굿잡.....

근성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이왕 비틀 거 아리와라라는 녀석의 목을 비틀었다면 후대의 여자들이 얼마나 눈물을 그쳤을는지.

또 인상 깊었던 시 중 하나는


당신 덕택에 체험하게 되었네 세상 사람들 이런 기분을 두고 사랑이라 말하리

....이 시는 말이죠...

주인공인 남자(아리와라노 나리하라)가 친구인 기노 아리쓰네의 처소에 갔다가 외출하고 없어서 오래 기다리면서 지은 시입니다.

....차라리 호모로 내달렸으면 당대 실연으로 우는 여성이 획기적으로 줄었을 것 같기도 해요.

하여간... 헤이안 시대 정서는 지금과 너무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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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축제일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24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한길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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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것을 로마의 축제에 대해서 연구한 개론서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를 주목하신 분은 아마도 "저, 저거!"라는 기분이 되셨겠죠.....

....개론서이긴커녕 오비디우스의 [축제력Fasti]이었을 줄은OTL

낚였구나! 낚였어!

말 그대로, 대략 아우구스투스 시절의 이름난 시인 오비디우스의 저서입니다. 1월부터 6월까지의 로마의 축제의 유래와 하는 일 등이, 신화와 역사적 사실이 뒤섞여서 화려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왕정에서 공화정 초기의 로마의 역사 같은 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자무식이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아무리 한때 그리스 로마 신화 붐이 일어나서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 책은 신화의 진짜 마이너한 부분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입에 올립니다. 주석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주석의 분량도 압박. 거의 본문 반에 주석 반입니다. 아니 진짜루요.

....주석 좋아하는 파이지만 이정도로 많으면 뭐랄까 할 말을 잃게 되는 것이...OTL

아니 그래도 재미는 있었지만요=ㅁ=/

특히 왕정에서 공화정 초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백지 상태나 다름없는 로마 역사의 사건들을 조금은 알 수 있는 게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뜨억했던 사건은 2차 포에니 전쟁 당시 원로원에서 여성들이 이륜 포장마차를 탈 수 없게 법을 정하자 여성들의 시위 방법이... 고의로 낙태OTL 여간 무섭지 않았습니다=ㅁ=/

신화의 마이너한 사건도 재미는 있었어요. 특히 헤라클레스와 옴팔레 여왕. 죄를 지은 헤라클레스가 옴팔레 여왕의 노예로 팔려가 여왕의 밑에서 여자 옷을 입고 여자의 일을 했다는 건 유명한 이야기지요. 이때 어느 밝히는 신(이름 까먹음)이 옴팔레 여왕에게 눈독을 들였던 겁니다. 그래서 여왕과 따르는 자들이 모두 잠들었을 때 그녀의 침소로 숨어드는데... 만져지는 것은 꺼칠꺼칠한 네메아의 사자의 털. 허걱 기겁한 신은 손을 더듬어 부드러운 비단옷이 만져지는 잠자리로 기어들어갑니다.

.....말해두지만 이 무렵 헤라클레스는 여왕의 비단옷을 입고, 여왕이 네메아의 사자가죽옷을 입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당연히 그 신이 끌어안은 사람은 울룩불룩근육근육 헤라클레스 씨. 씨알도 안 먹힙니다. 아니 먹혔다면 그 신도 인생이 싫어졌을 거 같아. 아무튼 이 불청객을 헤라클레스는 당연한 수순으로 한 방에 날려보내고, 모두가 잠이 깨어 문제의 신을 실컷 비웃어 주었다는 이야기에는 정말 대폭소했습니다.

나중에 오비디우스의 생애를 보니 이 책을 썼을 무렵에는 이미 아우구스투스에 의해서 추방당하여 현재의 루마니아 부근에서 실의에 빠져 있었을 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는 아우구스투스와 그 양아버지인 카이사르에 대해 엄청나게 추겨세우고 있습니다. 아첨을 해서 돌아가고 싶었던 건지 어떤지. 에잇 빌어먹을 부자 하고 욕이라도 해줬으면... 살아남지는 못했겠지만=ㅅ= 역사에 근성은 남길 수 있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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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야기 이산의 책 2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지음, 허호 옮김 / 이산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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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시대, 일본의 문명 개화를 선도한 수도 도쿄.

죠닌 문화로 이름지어지는 화려한 서민 문화의 잔재와, 그것이 사라지면서 남기는 애잔한 향취. 전통과 개화가 기묘하게 뒤섞이는 정경과 그에 따르는 갖가지 사건, 그리고 그 시대에 감상을 품는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그러한 도쿄의 메이지-다이쇼 연간의 역사적인 장면을 그려낸 책입니다.

가장 재미있는 것은 저자가 미국인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필가와 그밖의 인물들을 인용하면서 누구보다도 깊이 도쿄를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자 사이덴스티커는 [설국]을 영문으로 번역하여 일본의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나아가 노벨 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이것은 어떤 면에서 일본이라는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있었던 인물이 번역까지 하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근대의 가부키나 축제 문화, 유원지 등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있습니다만 가장 인상이 깊었던 것은 메이지 시대의 유명한 여자 살인자 소재였습니다. 내용 자체는 막부 시절 신분이 높았던 여성이 몰락하였다가 치정사건에 휘말려서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흔한 이야기였습니다만, 오키누라는 여성이 사형을 당하기 전 남겼다는 사세구辭世句가 이상하리만치 기억에 남았습니다.

밤의 폭풍에 잠이 깨니 자취도 없는 꽃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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