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만나는 울울창창 독일 역사 이케가미 슌이치 유럽사 시리즈
이케가미 슌이치 지음, 김경원 옮김 / 돌베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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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가미 슌이치의 재미있는 유럽 역사 시리즈! 다른 책들은 언젠가 백업본으로 올라오겠지요만(....)

안타깝게도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마지막 권이네요. [열정으로 보는 스페인사]를 비롯해 [유럽 중세사 입문], [마녀와 성녀] 등 30권 이상의 중세~근세 유럽사를 쓴 모양인데 죄다 번역 출간되었으면 합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독일 문화는 자연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사실 이 주장을 독일에 대한 총평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으나 읽다 보니 납득이 되는군요.


1장은 고대부터 중세 초기까지의 독일 역사와 독일에서의 숲의 개념을 확실히 합니다.

2장은 중세 중기부터 휴기. 빌데 만, 그뤼네 만(야생인, 녹색인)이라는 독일 전설상의 인물, 그리고 유명한 성녀 힐데가르트 폰 빙엔조차 식물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고 비리디타스라는 개념을 강조했다나요.

3장은 종교개혁. 루터파의 공인을 두고 일어난 슈말칼덴 전쟁이 황제 측의 승리로 끝났다는 사실은 저도 몰랐네요... 그럼에도 영방 영주들의 반발로 루터파가 주교회의에서 승인되었다 하니, 역사는 교과서에서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인과가 숨어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또한 루터의 가르침의 영향을 받아 일어난 농민전쟁이(정작 루터 본인은 질색팔색하지만) 숲에 대한 권리를 되찾고자 하는 농민들의 요구에서 비롯되었음과, 중세 때 유행했던 숲과 산 관련 전설- 드워프의 도시 운터스베르크며, 프리드리히 1세 바르바로사가 사실은 죽지 않고 키프호이저 산중의 동굴 속 돌 탁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다가 때가 오면 깨어난다는 아서 왕 전설 비슷한 이야기까지. 아서 왕의 아발론이 바다 너머 섬이라는 사실과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의 안식처가 산중 동굴이라는 사실은 과연 독일 사람들이 산과 숲을 얼마나 각별하게 여겼는지 짐작할만합니다.

나아가 중세 후기 강해진 영주권은 더한층 숲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여, 이에 따라 마녀사낭이 폴리차이-바람직한 질서를 퍼뜨리기 위한 통치- 수립을 위한 필요로서 성행하였다거나. 게임 [크루세이더 킹즈 3]에서 여유가 있으면 반드시 먹어둬야 할 땅인 고슬라 광산도 언급되어서 흥미로웠습니다! 광산업과 암염, 제염업에 숲의 목재가 필요하여 광산 노동자의 반란으로 이어졌다나요!

4장은 30년 전쟁과 프로이센&오스트리아. 독일 계몽전제군주의 대두와 더불어 중세 이후 심각하게 파괴된 숲을 복원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을 해설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소나무 중심의 수종 탓에 소나무의 병충해가 유행하면 한국의 산림이 엄청난 위협을 받는데요, 독일 또한 독일가문비나무의 병충해... 나아가 저자의 국가인 일본 역시 삼나무만 심어 일어나는 문제를 짚고 있습니다. 일본이 삼나무 화분증으로 감당해야 하는 연간 의료비가 수 조 원이라나요....

5장에 이르면 근대. 근대 의학의 발달과 함께 자연의 힘으로 치유한다는 관념이 생겨서 궁전풍의 온전 리조트가 등장한 한편 장기 투숙이 가능한 휴양치료시설 쿠어오르트도 생겨났다나요. 독일은 현재까지도 이런 자연휴양치료시설에 보험까지 적용 가능하고, 직장에서 이곳에 휴양하기 위한 병가도 낼 수 있답니다. 이러한 자연휴양치료시설은 건강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에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피를 토할 만큼 부러워....!!!

또 18세기 후반은 등산의 시대로 일컬어질 만큼 등산 문화가 성행하였다지요. 스위스 여행 간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이 또한 언젠가 백업본으로.

이어 19세기에 이르면 본격적인 산업혁명. 이 시기에 독일은 아버지 라인 강, 어머니 엘베 강+도나우 강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문학과 그림, 음악 등에서 자연 숭배가 두드러지지만 저자는 이것이 자연을 산업 발전에 이용하기 위한 가공된 인식이었다고 지적합니다.

6장에서는 이러한 자연 숭배가 나치즘에게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밝힙니다. 나치가 만든 히틀러유겐트는 자연주의 활동을 장려하는 반터포겔, 투르넨 운동을 모방했고 자연에서의 사색을 중시했던 프로이트, 융, 하이데거 등의 철학자들 중에도 나치를 찬양한 인물도 있었다 하니... 한편 나치는 환경 보호, 건강하고 위생적인 식사 등을 추구하기도 했는데 이것이 현대의 에콜로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하니 참으로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7장의 주제는 '경제대국에서 환경대국으로'. 전후 경제부흥, 이어 환경 선진국으로 유럽에서 무시 못할 지위를 차지한 독일 현대사를 바라보며 저자는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었단 일본 또한 자연, 국가, 민족의 이름으로 인권을 침해하고 인간을 억압하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고 고찰합니다. 자연주의적인 신토 사상을 황국 신토로 왜곡시켜 전쟁으로 치닫았던 자국의 역사를 떠올리는 걸지도요.


갖가지 주제를 다루면서도 숲과 자연이라는 큰 맥락은 놓치지 않는 저자의 식견과 필력에는 늘 감탄하게 됩니다. 그러니 다른 책들도 번역 출간(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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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무협사 동문선 문예신서 115
진산 지음 / 동문선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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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냥의 본가 바로 앞에는 도서관이 있습니다. 합포구청이라고 멋들어지게 지어놓았으나 행정구역 개편 덕에 합포구가 사라지면서(...) 도서관으로 되태어난 '마산시립합포도서관(별칭 가고파 문화 센터)'. 그런데 이곳이 대단한 겁니다. 불과 시립도서관으로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위시한 엄청난 장서를 보유하고, 신간도 제법 퓽퓽... 또한 초중학생도 드나드는 시민도서관 주제에 [고문실의 쾌락]이나 [한국의 춘화] 같은 사춘기 청소년에게 여러모로 나쁜 영향을 끼칠 거 같은 책도 버젓히 비치되어 있질 않나. 아무튼 진냥은 본가에 오면 반드시 여기서 책을 읽습니다. 마산 사시는 분께는 대추천. 경남대학교 부근이에요.

하여 설날 연휴 동안 집에서 읽을 책을 물색하는 도중에 발견한 책이 [중국무협사]입니다. 무협에 제대로 심취한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를 책이군요. 하지만 진냥은 한창 무협에 빠질 법한 시기에 판타지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랄까 그 무렵의 여학생이라면 보통 할리퀸이나 하이틴 로맨스에 빠져야 하지 않냐...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 책은 협俠이 언제부터 시작했으며 중국 역사의 전개 중에 어떤 모습으로 변화 발전해왔는가, 현대까지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서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방대한 참고서적을 배경에 두고 있기 때문에 풍부한 예시와 이야깃거리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협객, 이름난 비밀결사, 일본의 무사도와 서양의 기사도 간의 비교, 심지어 통속무협소설의 시작에서 발전까지. 논리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고 같은 내용이 얼마간 반복되는 면이 있지만 이 정도의 내용을 이만한 페이지로 축약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선했던 점이라고 한다면 무협이라는 것을 다루면서도 무당산이니 아미파니 하는 것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일까요..... 기껏해야 소림사에 대한 서술이 몇 줄. 하지만 그 점은 현대 무협소설 작가인 양우생의 말로서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무협소설 중에서 '협俠'이 '무武'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영혼이고 '무'는 육체이며, '협'은 목적이고 '무'는 '협'에 이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가 있고 '협'이 없을 바에는 '협'이 있고 '무'가 없는 편이 낫다'

그밖에도 진냥이 좋아하는 인물인 전국시대의 자객 예양이나 형가 같은 인물을 협의 시작으로 분류했다던가, 활약한 여성 협객이라던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잔뜩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구절은 어느 홍콩의 무협소설가의 독자에 대해 묘사한 것이었습니다.

'정부 관리, 교수, 학자, 문화계 명사들, 대학생, 중고등학생에서 보통 시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고위층 독자들은 그의 문필을 감상하고, 중간층 독자들은 그의 정서와 운치를 감상하며, 하층 독자들은 그의 줄거리를 감상한다'

장르 문학을 쓰는 사람들로서 이정도의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면 작품 외적으로는 더할 나위가 없는 것이겠지요. 달리 말해서 저 경지에 이르지 못하는 이상 뭐라고 불평하는 것은 배부른 소리라는 것이겠습니다마는...(먼 산)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 협俠 처럼 광대한 중국 민족의 공감과 애정을 얻을 수 있는 코드는 흔치 않거든요. 음음.

내일은 연휴가 끝나고 도서관이 다시 개장합니다>ㅁ< 실컷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이에이!


나는 무협소설 중에서 ‘협俠‘이 ‘무武‘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은 영혼이고 ‘무‘는 육체이며, ‘협‘은 목적이고 ‘무‘는 ‘협‘에 이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무‘가 있고 ‘협‘이 없을 바에는 ‘협‘이 있고 ‘무‘가 없는 편이 낫다.

정부 관리, 교수, 학자, 문화계 명사들, 대학생, 중고등학생에서 보통 시민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의 책을 매우 재미있게 읽고 있다. 고위층 독자들은 그의 문필을 감상하고, 중간층 독자들은 그의 정서와 운치를 감상하며, 하층 독자들은 그의 줄거리를 감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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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의 패스트푸드 - 죠닌의 식탁, 쇼군의 식탁
오쿠보 히로코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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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역사]와 함께 정리작업 중 눈독을 들인 책입니다. 무엇보다도 진냥은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패션이라든가 음식, 풍습 같은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생활상을 알아서 상상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습니다. 그래서 이런 일상사 관련 서적은 서가에서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손이 불쑥....

그래서 어땠냐고 물으신다면, 생각만큼 재미있는 책이라고 대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청어람은 판타지 소설을 출판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었는데 이래저래 괜찮은 교양 서적도 많이 출판하네요. 좋은 일입니다 좋은 일>ㅁ<

일본은 우리나라와 여러가지 면에서 관계가 깊고, 대도시라는 공통점도 있어서, 현대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은 에도 시대의 수도인 에도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지금 우리가 길거리에서 사먹곤 하는 튀김과 닭꼬지 같은 것은 바로 에도에서 죠닌이 길거리에서 사먹던 음식에서 유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에도만에서 갓 잡은 생선을 튀겨서 따끈따끈한 것을 꼬치에 꿰어 파는 텐푸라는 에도의 죠닌들의 인기 있는 먹거리였지요. 이 텐푸라는 죠닌이나 먹는 음식으로 쇼군과 사무라이 계층은 입에 대지 않는 것이 통례였지만, 너무나 먹고 싶어서 얼굴을 가리고 사먹는 사무라이의 모습이 당시 풍속화에 그려져 있다고 하는군요.

또 '맏물'도 인기를 끌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야 사시사철 신선한 식료를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만, 에도 시대의 에도 역시 각지의 산물이 모이는 곳이니만큼 때나 계절을 가리지 않고 제철이 아닌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때 이른 생선이나 채소를 '맏물'이라고 부르면서 모두 즐겼는데, 나중에는 워낙 이 맏물이 성황을 이룬 나머지 엄청난 고액으로 맏물 음식을 사들여 먹는 사치 풍조가 유행했다고 하는군요. 책 중에는 에도 사람이 시골에 갔다가 커다란 제철 가다랭이를 매우 싼 값에 산 일과, 거기에 곁들여먹을 무즙이 없는 일로 놀라워하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그 밖에도 쇼군의 식사 예법과 사무라이의 생활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으니까 일상사에 흥미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심이 좋을 듯 싶습니다.

네엡, 오늘도 비바한 독서 생활이군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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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을 위한 일본사 - 한 권으로 일본사와 세계사를 읽는다
야마모토 히로후미 감수, 이재석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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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전부터 진냥은 일본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국시대라든가 신선조라든가... [전국무쌍] 같은 게임 때문이라고는 말 못함

하지만 사학과 학생이라고 해도 학과 주력이 일본사도 아니고, 책이라도 읽어볼까 하여 서가를 기웃거리면 온통 '일본 천황은 백제인이었으3' '청산되지 않은 과거' '일본 정치가 망언록' 같은 느낌의 책들만 온통 차지하고 있으니까 난처해요.... 유난히 많아보이는 거 기분탓인가....

그렇게 덧없이 도서관 인문학자료실 301호를 방황하다가 문득 눈에 띄어 잡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정리한 것에 불과하고, 신선조 이야기는 한 줄이고 미나모토 요시츠네는 이름만 나오고 핫토리 한조♡ 이야기는 나오지도 않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더욱 재미있었던 것은.

2세기 후반의 야마타이국의 여왕 히미코에 대해 설명하는 장에서였습니다.

'일본에서 출토되는 청동기의 원료 산지가 한반도와 중국이었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하였다. 히미코의 거울이라는 삼각연신수경도 중국산 청동이다. 그렇다고 동경이 중국산이라는 것은 단정할 수 없다'

밑줄 친 부분에 누군가가 줄 그어놓고 '쳇' 이라고 써두었습니다

.....뭐가 불만이건간에 개인적인 불평은 둘째치고라도.

.....뉨하 매너. 도서관 책에 펜으로 줄 긋고 낙서하지 말란 말이다....

요즘 웹서핑을 하다 보면 중국과 일본이 거론될 때에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비하 발언이 따라오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미국도 그렇고요. 하지만 그 나라들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좋고 나쁘건 간에, 민족과 국가의 이름으로 싸잡아서 특정인을 모욕하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 갔을 때 '한국인은 무례하고 욕 잘 하고 그 나라 역사는 어쩌구 저쩌구'하는 말을 들으면 우리라도 기분 나쁘지 않겠어요?

물론 이 책에서도 일본의 식민지 정책이라든가 2차 세계대전의 전범 처리 같은 민감한 문제는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그머니 넘어간 것은 명백하지만. 그러한 사실과, 우리가 '뙤놈' '쪽바리' 운운하면서 근거없는 욕설을 일삼는 것은 틀림없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재미있었다는 거예요! 으음, 저자와 번역가와 출판사 편집부의 노고가 보여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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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질병의 역사 역사 명저 시리즈 17
프레더릭 F.카트라이트, 마이클 비디스 지음, 김훈 옮김 / 가람기획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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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 등록 작업 때에 눈여겨보게 된 책입니다. 찍어놓고 읽게 된 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 다음의 일이지만요.

이 책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 질병과, 질병을 극복하는 역사. 근데 사실 전자는 좀 하아? 싶은 게.... 페스트 같은 일대 사건은 그렇다 치고라도, 로마 제국이 질병 때문에 훈 족의 침입 앞에서 무너졌다는 것은.... 전쟁이란 대개 질병을 유발하지 않습니깡....

뭐 소소로운 딴지는 넘어가고.

역사란 것이 본디 그러하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을 재고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 이슈가 되는 것이 쯔나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초와 황폐한 현장 등을 조명하면서, 재앙이 덮쳤을 때 범죄가 만연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들과 법률에 대한 두려움도 그들의 악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아테네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무차별적으로 쓰러져 죽는 광경을 봤기 때문에 자신들이 신들을 공경하든 공경하지 않든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여겨 신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쯔나미 때문에 드러난 선행도 있지요. 세계 각국의 기부와 구호활동이 빗발치고...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인간 성품의 선량함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아이쿠 책 감상문 쓰는데에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군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책 중에서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이 구절입니다.


1803년 스페인 왕은 자신이 지배하는 아메리카 식민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스페인 당국에서는 천연두를 앓은 적이 없는 22명의 아이들을 선발하여 그 중 두 명에게 우두 백신을 접종했다. 일행이 아메리카까지 항해하는 동안 열흘마다 한 번씩 2명의 새 아이가 앞의 두 아이에게서 혈청을 접종받았고, 그렇게 해서 활성을 유지한 백신이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일행은 둘로 나뉘어져 한쪽 편 사람들은 남아메리카로 들어갔으며 그들 덕에 페루 한 곳에만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한 배는 26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동양으로... (중략)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필리핀, 마카오, 광둥에 이르렀다. 광둥에서 영국과 미국 선교사들은 그 백신을 중국 내륙 지방 사람들에게 접종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26명의 아이들이 서로 건네고 건넨 백신이 동아시아에까지 도달해서, 마침내 전세계 어디에서도 어머니가 마마로 어린 자식을 잃고 비탄에 잠기지 않은 때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말이지요.

분명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원주민을 학살했으며 신대륙에 천연두를 퍼뜨렸지만, 그 손으로 천연두 백신이 전 세계에 퍼지게 되는 전기 또한 마련하였던 것입니다.

축복도 재앙도, 한 가지에서 오는 것이라면....

인류가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면, 마치 심판이라도 하러 오는 양 '묵시록의 세 기수' 기근과 역병과 전쟁은 인류를 덮치러 왔습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도 결코 그들에게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이 시대에 위협이 되는 질병들, HIV, 암, 말라리아,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질병들, 혹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중요시 하지 않는 많은 질병들... 인류가 사람다움을 잊고 무절제한 행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받았던 것과 같은 재앙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이 책은 경고합니다. 천연두를 물리친 것으로 안심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고 말이죠. 역사는 저 모든 재앙에서 비롯한 비극으로 얼룩집니다.

하지만 그 뒤편에서는, 그 모든 고통과 비극과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종두법을 발견한 제너, 매독이 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한 노구치, 영국의 도시 공중 위생을 개선하고자 애쓴 채드웍, 그밖에 이름을 들 수조차 없는 많은 사람들. 인간은 26명의 그 아이들처럼, 이웃에게 혹은 미래에 희망을 건넬 수 있습니다.

그래요. 지금도....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Michael Jackson - Heal The World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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