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질병의 역사 역사 명저 시리즈 17
프레더릭 F.카트라이트, 마이클 비디스 지음, 김훈 옮김 / 가람기획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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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 등록 작업 때에 눈여겨보게 된 책입니다. 찍어놓고 읽게 된 건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 다음의 일이지만요.

이 책의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끼친 질병과, 질병을 극복하는 역사. 근데 사실 전자는 좀 하아? 싶은 게.... 페스트 같은 일대 사건은 그렇다 치고라도, 로마 제국이 질병 때문에 훈 족의 침입 앞에서 무너졌다는 것은.... 전쟁이란 대개 질병을 유발하지 않습니깡....

뭐 소소로운 딴지는 넘어가고.

역사란 것이 본디 그러하듯이, 이 책을 읽으면서 현실을 재고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요즘 이슈가 되는 것이 쯔나미.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고초와 황폐한 현장 등을 조명하면서, 재앙이 덮쳤을 때 범죄가 만연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들과 법률에 대한 두려움도 그들의 악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아테네 사람들은 모든 사람이 무차별적으로 쓰러져 죽는 광경을 봤기 때문에 자신들이 신들을 공경하든 공경하지 않든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여겨 신들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쯔나미 때문에 드러난 선행도 있지요. 세계 각국의 기부와 구호활동이 빗발치고...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인간 성품의 선량함이 빛을 발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아이쿠 책 감상문 쓰는데에 전혀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군요. 본론으로 들어가서.

제가 책 중에서 가장 깊은 감명을 받았던 부분은 바로 이 구절입니다.


1803년 스페인 왕은 자신이 지배하는 아메리카 식민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스페인 당국에서는 천연두를 앓은 적이 없는 22명의 아이들을 선발하여 그 중 두 명에게 우두 백신을 접종했다. 일행이 아메리카까지 항해하는 동안 열흘마다 한 번씩 2명의 새 아이가 앞의 두 아이에게서 혈청을 접종받았고, 그렇게 해서 활성을 유지한 백신이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 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일행은 둘로 나뉘어져 한쪽 편 사람들은 남아메리카로 들어갔으며 그들 덕에 페루 한 곳에만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접종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한 배는 26명의 아이들을 태우고 동양으로... (중략)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필리핀, 마카오, 광둥에 이르렀다. 광둥에서 영국과 미국 선교사들은 그 백신을 중국 내륙 지방 사람들에게 접종했다.

그 장면을 생각하면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26명의 아이들이 서로 건네고 건넨 백신이 동아시아에까지 도달해서, 마침내 전세계 어디에서도 어머니가 마마로 어린 자식을 잃고 비탄에 잠기지 않은 때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면 말이지요.

분명 스페인은 남아메리카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원주민을 학살했으며 신대륙에 천연두를 퍼뜨렸지만, 그 손으로 천연두 백신이 전 세계에 퍼지게 되는 전기 또한 마련하였던 것입니다.

축복도 재앙도, 한 가지에서 오는 것이라면....

인류가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면, 마치 심판이라도 하러 오는 양 '묵시록의 세 기수' 기근과 역병과 전쟁은 인류를 덮치러 왔습니다. 우리들은 지금까지도 결코 그들에게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책에서는 이 시대에 위협이 되는 질병들, HIV, 암, 말라리아, 그리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질병들, 혹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중요시 하지 않는 많은 질병들... 인류가 사람다움을 잊고 무절제한 행태를 수습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전 시대의 사람들이 받았던 것과 같은 재앙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으리라고 이 책은 경고합니다. 천연두를 물리친 것으로 안심하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라고 말이죠. 역사는 저 모든 재앙에서 비롯한 비극으로 얼룩집니다.

하지만 그 뒤편에서는, 그 모든 고통과 비극과 맞선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차 있습니다. 종두법을 발견한 제너, 매독이 뇌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발견한 노구치, 영국의 도시 공중 위생을 개선하고자 애쓴 채드웍, 그밖에 이름을 들 수조차 없는 많은 사람들. 인간은 26명의 그 아이들처럼, 이웃에게 혹은 미래에 희망을 건넬 수 있습니다.

그래요. 지금도....


Heal the world

make it a better place

For you and for me and the entire human race

Michael Jackson - Heal The World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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