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세 예능을 읽다 문화와 역사를 담다 22
마쓰오카 신페이 지음, 김현욱 옮김 / 민속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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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만 저에게는 주기적으로 발작하는 증상이 있습니다.

....민속원 출판사 책이 읽고 싶다!

이 책을 읽거나 감상을 쓰면서도 다시 도서관에서 검색을 달려 제목에 흥미가 동하는 족족 관심도서에 집어넣겠지요. 허허허.

일본의 중세 예능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분야는 노能입니다. 우메보시, 스모와 함께 이것을 즐긴다면 당신도 완전 일본인!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전통 예능.... 아니 원래는 가부키였습니다만. 카부키보다도 훨씬 상징성이 강한 장르로 현대 일본인조차 마음 깊이 즐기는 사람은 손꼽을 정도라던가요.

그런 노에 왜 흥미가 동하게 되었느냐..... 한때 국적을 불문하고 일억 처자의 남편이라는 캐릭터..... [귀멸의 칼날]의 렌고쿠 코쥬로의 취미가 이 노와 가부키 감상이라지 않겠어요. 저도 애인 취미에 맞추기 위해 공부하고자...(잠깐)

뭐, 그렇다고 해도 이 책에서 노의 역사와 구성, 주요 작품이나 등장인물 등을 차근차근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극히 정형적이고 현대에 이르러서도 좀처럼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노를 구성하는 종교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일본의 여러 문화 요소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노의 연출에 영향을 미친 요소는 권진. 단어의 뜻 자체는 불도 수행을 이르나 후대로 가면서 대불 또는 다리를 조성하기 위한 일종의 모금 행사가 되었다는 듯 합니다. 이 또한 처음에는 법화경을 설법하거나 권진히지리(권진 행사의 주최자?) 자신이 겪은 신비롭고도 불교적인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체험을 이야기하였으나 이내 춤추고 노래하는 예능이 곁들여지고, 이 예능이 독립하면서 노가 되었다나요. 이러한 권진 행사 자체를 소재로 삼은 노도 있으니 제아미의 후쿠시키무겐노라던가요.

천황과 노가 관련 있다는 해석도 흥미로웠습니다. 일본은 고대로부터 더러움을 꺼리는 인식이 있었고(측예, 사예라고 표현합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 호러 소설이 오노 후유미의 [잔예]) 이는 율렁인 [엔기시키]에도 반영이 됩니다. 이러한 세계관 속에서 천황이야말로 부정을 타선 안 되는 존재- 부정으로부터 천황을 지키는 국체수호가 근대 이전 일본이라는 국가의 목표였다지요.

노 [세미마루]는 이렇게 청정해야 할 천황의 혈족 중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을 안고 태어나 출가하여 산야로 쫓겨난 황자 세미마루가 마찬가지로 머리카락이 곤두서서 자란다는 이형을 타고난 공주 사카가미와 재화하여 회포를 풀고 다시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네요. 이러한 노 공연을 통해서 부정을 정화하려는 인식이- 특히 중국과 한반도에서 나례가 전래되고 이를 사루가쿠가 주도하면서 노에 반영되었다고 합니다.

나례에 대해서는 예전에 흥미로운 책을 읽은 바 있으나 감상문 복구를 기다려주시고..ㅠㅠ

렌가 또한 노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애초에 노래- 고대의 와카는 그 자체로도 신비한 효험이 있다고 묘사되고 있지요.(특히 [곤자쿠모노가타리]. 이것도 감상문 복구를..) 이 와카가 발전한 렌가는 다른 사람과 함께 렌가를 지으면서 벚나무가 만개했을 때 그 아래 모임을 가진다든가- 벚나무 아래에 시체가 묻혀 있다는 일본의 전통적인 괴담, 두려움의 인식을 렌가로 억누르고자 했다는 해석도 저자는 하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모임(잇키)을 가질 때 부정을 쫓는 의식을 치르는 등, 그 정형성과 종교성이 노와 관계가 있다고....

...딱 잘라 서술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궁! 하는 기분이라구요!

네번째 주제도 좀 그랬네요. 선(불교 선종의 그거)과 바사라를 다루고 있는데, 일본 중세~근세 문화에 선이 큰 영향을 끼쳤음이야 주지의 사실이지만 선종의 전래와 다양한 외래 문화의 유입을 다루다가 가마쿠라 시대의 투견, 덴가쿠의 유행을 언급하면서 무로마치 시대의 바사라 문화로 이어졌다가 와비로 연결되는 등.... 하여간 되는 대로 주워섬겼다는 느낌!=ㅅ=

그래도 대표적인 와비 문화의 산물인 꽃꽃이는, 꽃으로 채워진 공간보다는 꽃을 꽂지 않아 남긴 여백이 중요시된다고 하지요. 소품을 극도로 절제한 노 무대와 연결짓는 발상은 흥미로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노 자체를 설명하는 내용은 파멸적으로 적은 책입니다. 이래서는 애인이 노의 어느 부분을 즐기는지 알 수 없네요...(알것냐)

괜히 노 갖다붙이지 말고 그냥 일본 중세 예능의 미학과 상징성에 중점을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느끼는 부분이 저의 민속원 고질병일 터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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