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자카 살인사건 ㅣ 아케치 고고로 사건수첩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이종은 옮김 / 비(도서출판b) / 2018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서브컬쳐... 특히 추리소설에서 명성이 높은, 거의 장르의 대부격인 작가의 작품입니다. 다른 작품이나 책에서, 심지어 만화나 애니메이션에까지 무수히 인용되는 모습은 보았지만 정작 작가 본인의 작품은 본 적 없었는데 이번에 집대성하려는 출판사가 있으니 응원하며 읽기로 했습니다. 힘내주세요! 사인은 B~(다른 작품)
타이틀 에피소드인 'D자카 살인사건'은 기념할 만한 아케치 코고로의 첫 사건입니다. 밀실 살인이 불가능한 일본 가옥에서 벌어진 밀실 살인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연 장르의 선구자랄지, 화자가 탐정을 ㅇㅇㅇㅇ ㅇㅇㅇㅇㅇ 피해자의 사인이 ㅇㅇㅇㅇㅇ인 등 지금 봐도 기발한 전개가 많급니다.
'유령'은 공포소설에도 조예가 깊었다는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고.....
'흑수단', '심리시험', '천장 위의 산책자' 등 시점이 특이한 작품도 있었네요.
.....이번 책의 특징인지 범인의 시점에서 전개되거나 범인의 처지가 빤한 작품들이 많은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범인도 나름 머리를 짜내어 범행을 저지르지만 아케치 코고로가 태연하게 추적하는 데다 자신이 추적하고 있음을 딱히 감추지도 않아서(범인이 지레 쫄 때도 있어요) 범인의 자신만만함이 깡그리 박살나고 두려움, 초조함, 절망으로 내몰리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되어 오히려 동정심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뭐, 온갖 시답잖은 이유로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을 쫓는 민완 탐정 입장에서는 조금쯤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요.
생각해보면 셜록 홈즈를 위시하여 추리 소설의 명탐정들 중 성격 좋은 인뭃은 좀처럼 없는 것 같네요. 온갖 범죄를 목격하고 온갖 범인들의 심리를 들여다보았는데도 성격이 천사 같으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사이코패스 같을 듯하기도?
이 시리즈의 흥미로운 기획은 '작가의 말'. 해당 작품에 대해 여러 출판본에 실은 후기나 잡지 인터뷰 등을 모아 수록하고 있습니다. 으음... 오타쿠 같지만...
오타쿠스러운 점은 '옮긴이의 말'도 마찬가지로, 작가 본인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여러 전집 중 무엇을 왜 저본으로 삼아 번역했는지 소상히 밝힙니다.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 사람은 작가 오타쿠겠죠!
작가 연보가 무척 자세하게 밝혀져 있는 것쯤 이쯤 되면 당연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심지어 어느 시기에 작가가 어떤 작품을 좋아했는지까지 기술하고 있습니다. 동성애 관련 문헌을 수집한 작가나 그 사실을 연보에 희희낙락 실어두는 팬이나 도찐개찐이네요.
작가는 군국주의 일본 시기 상이군인의 비참한 모습을 그린 [애벌레]에 반전 사상이 드러난다고 지탄받고 작품 활동을 중단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 시기 작가들은 대부분 이런 처지였습니다. 치열하게 반제 반전 사상을 지지하거나 제국 찬양에 열올리지 않아도 자신의 작품 활동을 하는 것조차 좌초당하기 십상이던 시대. 그런 시대에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