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 일본 - 현대 일본 문화의 토대
모로 미야 지음, 허유영 옮김 / 일빛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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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서관에서 에도시대에 대한, 퍽 읽고싶어지는 책이 굴러다니는 것을 봤는데 도무지 제목을 기억할 수 없어서 말이지요... 아마 이게 아닐까 하고 대충 짐작해서 잡아 보았습니다.

...찾던 책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었기 때문에 입질한 것은 아닙니다. 넵.

내용은 어떤고 하니, 말할 것도 없이 에도 시대 에도의 문화와 생활모습을 그린 책입니다. 주거 생활이며 옷, 사랑 등에 얽힌 이야기를 일화를 중심으로 해서 퍽 다가가기 쉬운 문체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 이 경우 플러스 요인입니다.

저 같은 경우 일본 만화를 많이 읽는데, 작품 중 일본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소재가 나오면 갸우뚱하기 십상이지요. 하지만 이런 책을 읽으면 '어랍쇼, 이건 그때...'하고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는 점이 참 좋군요.

제가 가장 유쾌하게 보았던 것은 음식 이야기 중에서도 복어에 대한 에피소드였습니다. 지금에야 복어의 독에 대한 연구가 다 되어 있고 요리도 허가증이 있는 요리사가 하니 복어독으로 죽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에도 시대만 해도 그런 지식은 없었지요. 그런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켰을 때 조선에 가기 위해 소집된 사무라이들이 지나가는 경로에 하필 복어의 명산지가 있었던 겁니다. 싸우러 가야 할 사무라이들이 복어 요리를 먹고 픽픽 쓰러져 죽어버리니, 노발대발한 히데요시는 '죽으려면 조선에 가서 죽지 복어를 먹고 죽다니'라면서 사무라이에게 복어 금지령을 내렸다는군요.... 그 전통은 에도 시대에까지 이어져서 복어를 먹고 죽은 다이묘의 가문이 영지와 지위를 깡그리 압수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 금지령은 메이지 정부도 받아들였는데, 한번은 어떤 요리사가 복어 요리의 진흥을 위해서인지 큰맘먹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복어 요리를 진상했습니다. 복어 요리를 먹고 그 맛에 감탄한 이토 히로부미는 복어 금지령을 해제시키고 말았다는군요.

.....이토 히로부미까지 복어를 먹고 죽었으면 한국에서는 복어를 복열사로 추앙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농담이지만.

문화사는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자신은 모르는 다른 나라의 재미있는 풍습을 신기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생활의 향취에서 묻어나는 사람의 마음이랄까- 기질 같은 게 느껴져서 좋아요. 아무 것도 모르고 들이대는 것보다는, 이런 것이나마 알고 들이대는 쪽이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재미있어서 볼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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