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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과거사 청산 - 역사와 기억
안병직 외 10인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전부터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여태 못 읽었던 책입니다. 사실 시험공부 말기에 엄청 읽고 싶은 유혹에 빠졌습니다만 일단 참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적미적...
이 책은 저자의 의도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과거사 청산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세계 각 국에서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알리고, 우리나라의 과거사 청산은 어떠해야 하는지 고찰하는 것이 주제일 터입니다만...
저로서는 그게 부차적인 문제가 되더군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2차 대전 종전을 전후해서 프랑스에서 벌어졌던, 독일에 대한 협조자를 사사로이 죽이고 거리로 끌어내 머리카락을 잘라버렸던 일. 프랑스에서 알제리 인에 한정된 통행 금지에 반발하여 저녁 8시경 비폭력 시위를 행했을 때, 그들이 무참히 얻어맞고 세느 강에 밀려 떨어져 빠져 죽을 때, 파리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밤 시간을 보냈던 일.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당시 발생한 실종자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비행기에 실려 바다에 내버려졌던 죽은, 혹은 의식을 잃은 실종자들의 이야기. 스페인 프랑코 장군의 독재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들판에 끌려나가 단체로 총살당했던 일....
이 책은 잔혹한 일화를 노골적으로 들추어내어 사람들의 흥미를 끌려고 하는 책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세한 묘사는 거의 없습니다만, 그 장면들은 상상만 해도 소름이 끼쳤습니다.
나치 독일에서 있었던 유대인 학살은 나치의 사상이 극단적인 인종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변명도 가능합니다. 일본의 난징대학살도 당시 일본 제국이 품고 있었던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같은 맥락에 서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비극 중 상당수는 민족주의나 인종주의로도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며,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고 전체주의를 극복했을 세계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어느 나라든 그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도적 장치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비극을 접하고서 무엇을 느끼는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 그것을 생각하는 일은 당사자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 평화를 유지하는 덕분에 생각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나라의 사람들에게는 필요불가결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