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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1
정연식 지음 / 청년사 / 2001년 8월
평점 :
품절
잘 알려지지 않은 조선의 풍속을 사료를 상고하여 재미난 입담으로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역사 관련 서적에 있어 저자의 경험을 주절거리는 것을 상당히 싫어하는 편인데(대표적: 시바 료타로의 [몽골의 초원]), 이 책은 어째 거슬리지 않고 재미있기만 합니다. 우선 거슬릴 정도로 많이 나오지도 않아요!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신참 관리의 면신례.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나 신고식 같은 골때리는 풍속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OTL 귀신 같은 차림새로 돌아다닌다든가, 연못에 들어가 사모로 물고기를 잡는다든가... 그 유례를 보면 고려 말 미천한 출신의 권문세족 자제가 고위관직에 쉽게 입사하자, 그걸 눈에 가시처럼 여긴 관리들이 면신을 구실로 갈구는 데서 시작하였다고 하니, 매년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물의를 빚는 대학의 신입생 환영회는 실로 장대한 역사가 있었네요=ㅁ=/
덧붙여 위대한 학자로 유명한 율곡 이이가 실로 유교적으로 성격이 까다로워서 이 면신례를 거부한 일화도 웃겼습니다. 결국 율곡 이이가 병조판서가 되었을 때에는 병조에서만큼은 면신례 풍습을 폐지하도록 밀어붙였다고 하네요. 물론 그가 물러나자 금방 부활했습니다만.
또 웃기는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다루고 있는 풍속에 대한 사진 자료를 싣고 있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구한 말의 사진도 많고요. 그러나 이게 해가 되었던 점은=ㅅ= 조선시대의 형벌에 대해 다루면서 효수되어 있던 김옥균의 목 사진까지...=ㅁ= 좀 오싹한 데가 있는 사진이니 이런 쪽에 큰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마음의 준비를 해주세요. 설명에 의하면 문제의 사진이 두 장 더 있다고 하는데, 그건 책에 실려 있는 것보다 훨씬 무섭다고 하니 대체 어떻길래...OTL 물론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OTL
저자의 표현이 참 재치있어 글이 술술 읽혀진다는 점도 매력적이네요. 조선시대의 노비를 다루는 장에서 말하기를, 왕실의 재산을 관리하는 관청인 내수사의 노비는 여느 양민보다 돈도 많이 벌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내수사 노비라고 사기를 쳐서 결혼을 하려고 하는 가난한 양민도 많았다는군요. 그러자 저자 왈 '사 자 들어가는 직업이긴 하다' .....구르면서 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