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곱 개의 화살
하이예메요스츠 스톰 지음, 정도윤 옮김 / 도솔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제가 닥치고 코스모를 불태우는 주제가 몇 가지 있는데(아마 아실 분도 계시겠지만) 인디언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해서 이런 저런 서적을 뒤적여 보았습니다마는... 대부분의 관계 서적이 백인의 폭력과 탄압에 밀려 사라지는 인디언의 비극이나, 자본주의와 백인 문명에 대조되는 인디언 문화의 가치를 설파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일색이라 오히려 미심쩍어진달까요...
그러나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백인의 침입이 거세어지는 무렵의 모습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정작 백인과 맞닥뜨리거나 싸우는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와 문명이 밀려오는 시대에 인디언 스스로 믿음이 흔들리고, 또 믿음을 지키기 위해 탐구하는 내용입니다. 일곱 개의 화살과 신성한 원, 평화 방패에 대해 궁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그 탐구하는 방법으로 온갖 우화를 쓰고 있습니다. 인디언 뿐만 아니라 쥐, 늑대, 버펄로들이 등장하는 수많은 우화. 이 우화들은 신성한 원과, 그 원이 가리키는 네 방향의 신비한 교류들을 은유하는 상징들을 감추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인디언의 진리가 인디언이 쓰는 말로 그려져 있기에 더욱 가치있습니다. 물론 부외자는 알아먹기 힘듭니다만, 그 순수함에 대해서만은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어떤 책보다도 제 마음을 울리는 데가 있었습니다.
또 다채로운 삽화와 사진도 의미가 깊습니다. 어떤 책(딱히 지적하진 않겠지만...)에서처럼 인디언의 이국적인 모습으로 다만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순간에 전하고 있는 이야기에서 그대로 빠져나온 것 같은 사진과 삽화입니다.
우리가 배우는 역사에서 인디언의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결말은 슬픈 것이 아닙니다. 아무도 그들이 사라졌다, 그들의 신성한 원과 일곱 개의 화살이 잊혀졌다고 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 책이 읽혀지는 한은.
여러 가지 아름다운 표현이 인상 깊은 책이라, 가장 기억에 남는 표현을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북쪽 바람의 신들을 수호하는 새.
수많은 별들이 수놓아진 거울 같은 호수 위를 끄러지듯 헤엄치는,
날개에도 별을 싣고 있는 야생의 물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