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벨라 버드 - 19세기 여성 여행가 세계를 향한 금지된 열정을 품다
이블린 케이 지음, 류제선 옮김 / 바움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만화 [이상한 나라의 버드]를 감상하고 이사벨라 버드 자체가 궁금해져서 읽기로 한 책입니다.

사실 그녀의 저서는 대학 시절 서가를 오가며 자주 보았으나 그때는 오기처럼 손대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개항기~근대 서양인 여행자들은 한국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멋대로 떠드는 족속이라 여겼기에....

하지만 살림 출판사의 '그들이 본 우리' 총서를 섭렵하면서 서양인 여행자들 또한 다양한 직업과 국적, 가치관 속에서 한반도를 거닐었음을 깨닫고 이사벨라 버드가 새롭게 보이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치만 서문에서부터 버드가 처녀인지 논하는 것은 무슨 전개죠..... 빅토리아 시대에는 나름 중요했겠지요만!=ㅁ=

버드는 목사의 딸로 태어나, 젊어서부터 요통과 우울증 등 다양한 지병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저자 추측하기로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환경이 그녀에게 그런 지병을 바리바리 짊어지게 한 거라지요. 그리하여 휴양을 권유받아 하와이, 나아가 로키 산맥이며 일본 등 당시에는 (서양 관점에서) 문명의 미답지를 전전하게 됩니다.

저자는 딱히 강조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온전히 용맹하고 훌륭한 여행자만은 아니었음을 문맥에서 능히 읽을 만 합니다. 하와이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편지지만) 찬사하며 '너도 여기 와서 볼 수 있다면'이라고 여동생 헨리에타에게 전했다가 헨리에타가 진짜 가려는 듯이 답신하자 허둥지둥 얼버무리곤 로키 산맥으로 떠나버립니다. 무엇보다도 그 자신 여자를 옥죄는 빅토리아 시대의 갑옷을 훌훌 벗어던졌으면서, 동생이 같은 길을 가려고 하자 안색을 달리하며 '언제까지나 고향에서 자신의 편지를 받아줘야 하는 상대'의 역할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네요.

또한 목사 딸답게 다른 종교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페르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이슬람교를 두고 무한디스... 여성 차별을 특히 깠지만 정작 그녀의 고국 영국의 왕립지리학회는 그녀의 탐사 업적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거부합니다. 연설 요청은 왜 한 건데?! 그러나 버드가 단호히 고사하고 스코틀랜드 왕립지리학회에서만 연설했더니 부랴부랴 특별 회원으로 가입시키는 추태며, 영(국)남들이 그녀와 같은 여성 여행가를 갖은 방식으로 조롱하는 꼴을 보자면 정말로 크리스트교와 유럽 세계에는 차별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묻고 싶을 지경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니 당대 독자들도 다 그랬겠지만.... 이 책을 읽는 여러분도 틀림없이 그럴 테지요.... 로키 산맥에서 버드에게 구애한 짐 뉴전트와의 에피소드가 이른바 꿀잼, 팝콘, 유열(?!)이었습니다. 짐 뉴전트는 로키 산맥의 오지에서 사냥으로 생계를 꾸리는 이른바 부랑아로 곰의 공격으로 한쪽 눈을 잃었으며 술 때문에 뭔가 치명적인 과오를 저질렀음이 암시됩니다. 버드에게는 평소에는 매우 신사적으로 대하다가 단 한 번 광기에 가까운 열정으로 그녀를 향한 사랑과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지요. 버드는 받아주지 않았지만.... 장르 달랐으면 할리퀸 한 편 나왔을 덧합니다=ㅁ=

무엇보다도 두 사람의 관계는 전적으로 버드의 기록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진상은 어땠을지 이 또한...(팝콘 한 통 끌어온다)

[이상한 나라의 버드]에서 그려진 바와는 과연 판이한 묘사라서 유쾌했습니다. 특히 쿨하고 유능한 길잡이 이토... 만화에서는 꽤 미남으로 묘사되지만 실제 버드의 서술은......

자, 책을 봐주세요!(폭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