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로부터의 비망록 패러독스 12
율리우스 푸치크 지음, 박수현 옮김 / 모티브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읽은 지 꽤 오래된 작품입니다만 이제야 감상문을 쓰는군요... 언젠가 하드고어 여름밤에 악몽을 제공한 원인인 책입니다=ㅁ=/

율리우스 프치크는 체코의 공산주의자이자 문필가입니다. 세계 제 2차대전 중 나치 치하에서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가 발각되어, 가혹한 고문과 옥살이를 거쳐 마침내 베를린에서 사형에 처해진 인물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그가 감옥에서 한 장 한 장 써내려간 글을 체코인 간수가 어렵사리 받아 감옥 밖으로 빼돌려 간직하고 있다가 전쟁이 끝난 후 푸치크 부인에게 되돌려주어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작품이지요. 이 사연만으로도 기구하기 짝이 없어요=ㅁ=/

공산주의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금기에 가까웠던 것으로, 휴전국과의 관계가 비교적 누그러진 지금에 와서도 그 이데올로기나 활동한 인물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일제 시대에 독립 운동을 가장 치열하게 벌였던 일파들 중의 첨단에는 언제나 좌익 공산주의자들이 존재했다는 점입니다. 아직까지도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 논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율리우스 푸치크도 가혹한 나치 치하에서 체코와 노동자들의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고, 그 결과 자신의 목숨을 내주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감옥에서 죽음을 기다리면서 쓴 글이라면 어떤 어둠을 품고 있는지... 그러나 이 작품이 노래하는 것은 절망이나 슬픔이 아닙니다. 공산주의 서적에서 흔히 찬양한다고들 여겨지는, 공산주의 투쟁과 적에 대한 미움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도 아닙니다. 문필가라는 감성이 있어서일까요? 율리우스 푸치크의 유고는 그 압도적인 고통과 절망과 감옥의 벽에 둘러싸여서도, 이 글을 읽어줄 사랑하는 사람들과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강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감옥에서 부대끼는 인간 군상을, 교차하는 배반과 희망을, 삶을 살아가는 것에 관한 것을.

글에 대한 평가는 읽어주시는 분들께 맡기더라도, 율리우스 푸치크의 이 말만은 여기서 전하고 싶습니다.


이것은 삶이다. 현실 속에서 관중이란 없다. 여러분 모두가 삶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삶이다.
현실 속에서 관중이란 없다. 여러분 모두가 삶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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